디스이즈게임이 창간 15주년을 맞아 <저니>의 개발자 제노바 첸과 <룸즈> 시리즈의 개발자 김종화 님의 대담을 준비했습니다. 두 사람은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로, 졸업 후에도 꾸준히 게임 개발에 대해 생각을 나눠 왔습니다. 지난 11월 제노바 첸의 지스타 컨퍼런스 강연을 계기로 그러한 생각을 좀 더 많은 분들께 전해드리기 위해 대담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목차
#1 - 감정적인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게임 (바로가기)
#2 - 낙인찍지 않는 온라인 게임 만들기
#3 - 비록 단 하나의 완벽한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바로가기)#4 -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하지 않는 BM (바로가기)
#5 - 삶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바로가기)
김종화 <저니>가 2시간의 응축된 경험이라면, <스카이>는 탐험할 수 있는 테마 파크와도 같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셨는데요. <스카이>의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가 되나요?
제노바 첸 제가 지금 데이터에서 보고 있는 평균 플레이 세션은 하루 7번입니다. 총 시간은 하루 1시간에서 90분 사이고요. 아주 오랫동안 플레이한 사람들은 계속 게임으로 돌아와요. 12개월 이상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전히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엔딩을 보기 위해 최대한 빨리 끝내고자 한다면, 약 2~3시간 쯤 걸릴 것 같네요.
김종화 <저니>를 만들며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이 <스카이>를 만드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제노바 첸 어제 강연을 했는데 거기서 어떻게 <저니>와 <스카이>가 타인과 이어지고 싶다는 같은 바람으로부터 만들어 졌는지 이야기 했어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우리는 말을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공개 채널에서 아주 무례하게 굴죠. 게임에서 초보 플레이어들은 오랫동안 게임을 한 플레이어들에게 차별을 받고요.
MMO 게임에는 너무나 많은 종류의 사회적 괴롭힘이 있고,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들 간에 가면이 있어요. 전 그런 가면을, 단절을 부술 수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미국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했을 때 그들은 제 나이나 성별 뿐만 아니라, 능숙하지 못한 영어실력, 접속할 수 있는 시간까지 저에게 어떤 낙인을 찍어버렸고 저와 이야기하거나 사회적인 관계를 갖기를 원치 않았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지 않는 온라인 게임을 보고 싶었어요. 꽤 단순한 목표일 뿐이에요. 당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젊은지 나이가 많은지, 돈이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되지 않는 것처럼 저는 플레이어가 서로 간에 사람 대 사람으로 교류하길 바랐어요.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닮아 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어떠한 낙인도 없이 연결되는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저니>와 <스카이>의 목표였어요.
그런 면에서 <저니>는 기본적으로 저희의 첫 프로토타입이에요. <저니>에서는 아주 작은 스코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번에 한 사람만 만나지만, 이건 더 큰 그룹을 위한 디자인을 할 때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스카이>에서는 한 번에 8명까지 만날 수 있지요. 디자이너로써 같은 방에 최대 8명까지 있을 수 있는, 그래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낙인찍기'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사람들이 서로를 괴롭히지 않는지 확신할 수 있을까요?
김종화 이전 게임을 만들면서 그런 행동을 많이 봤다고 하셨죠?
제노바 첸 아 그랬죠. <저니>를 하면서 서로를 괴롭히거나 죽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가며 게임을, 음… 온라인의 작은 사회를 디자인하지 않으면 안 돼요. 저는 이게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는데요. 잡초가 자라는 것을 보고도 그냥 놔두면 금세 자라나서 커뮤니티에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그래서 아주 정말로 부지런하게 보이는 곳마다 잡초를 골라내야 해요.
그게 제가 <저니>를 만들면서 느꼈던 바고 <스카이>는 라이브 게임이기 때문에 훨씬 더하죠. 게임을 업데이트 할 때마다 거기 있는지 몰랐던 새로운 잡초를 확인할 가능성이 있겠죠? 그럼 그걸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뭔가를 고칠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좋았던 것까지 없애 버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매번 이 해결책이 최선의 해결책인지 아주 세심하게 검토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이런 도전이 좋아요. 마치 전체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한 개의 블록만 빼야하는 퍼즐게임과도 같아요.
김종화 그리고 되돌릴 수도 없죠.
제노바 첸 그렇죠. 되돌릴 수 없죠. 마치 정부가 정책을 바꾸는 것과도 같아요. 사람들이 정책의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끔은 폭동이 날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나요? 그게 아니라면 새로운 타협안을 찾아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