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데스 스트랜딩>을 만든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서울을 찾았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오늘(30일),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JBK 컨벤션홀에서 '<데스 스트랜딩> 월드 스탠드 투어 2019 인 서울'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코지마 프로덕션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행사에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데스 스트랜딩>을 설명하며 "이번 작품은 서로를 연결하는 데 집중한 게임이다. 게임 속 요소를 통해 '연결'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등 모두가 연결됐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디스이즈게임: <데스스트랜딩>을 통해 유저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가?
코지마 히데오 감독: <데스 스트랜딩>은 서로를 연결하는 게임이다. 우리는 현재 인터넷으로 인해 편리해진 세상을 살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를 비방하는 일이 잦은 힘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연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나는 게임을 통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고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를 전달하고 싶었다.
게임 발매 후, 세계 각지의 반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데스 스트랜딩>은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기 때문에 도입부만 플레이하면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게임은 3장을 넘어가고 스토리를 알면서 '확실한 연결'이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유저는 서로의 플레이를 체험하거나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반응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런 경험은 게임을 계획하는 단계서부터 의도한 부분이지만, 계획대로 이뤄져 다행이라 생각한다.
<데스 스트랜딩>은 '좋아요'만 보내기가 가능하고 '싫어요'는 보낼 수 없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좋아요'가 있으면 '싫어요'가 있는 게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싫어요'라는 항목을 없애고 싶었다. 개발진 사이에서도 "아무래 그래도 돈이 되거나 특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좋아요'만 있는 건 이상하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나는 <데스 스트랜딩>이 '서로에게 좋은 건 좋다'라고 알리는 '무상의 보상'을 제공하는 작품이 됐으면 했다. 때문에 현재 시스템을 만들었고 유저 반응을 보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데스 스트랜딩>의 온라인 요소는 매우 심오하다. 다른 유저의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가?
게임은 리얼 타임 멀티 플레이가 아니기에 유저가 플레이 중 지은 건물이나 발자취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게임에 등장시킨다. 또한, 유저 진척도에 따라 필드에 갑자기 건물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타임폴' 등 시스템을 통해 제어하고 있으며 유저들에게 최선의 내용을 선보이고자 한다. 다만, 유저들은 이런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게임을 즐겼으면 한다.
기자로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세대 차이'다. 시대에 맞는 전달 방식이 요구되는데, 게임에서도 세대 차이에 따른 전달 방식의 차이를 고민하는가?
게임을 접하는 사람에는 젊은 사람들도 있고 내 동년배도 있다. 그래서인지 항상 '공통된 화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짓스'의 경우 <워킹 데드>를 즐겨보는 10대 팬이 많다. '매즈 미켈슨'은 30대에서 40대 팬이 많고, '린지 와그너'는 중장년층 팬이 많다. 이처럼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 한 편으로 부모와 자식 세대 간 소통을 이룰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을 월드 투어 마지막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더불어, 월드 투어를 마무리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이번 월드 투어 자체가 유럽과 미국을 돌고 일본을 거쳐 아시아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다만, 서울을 마지막 개최지로 선택한 이유는 서울이 가장 열정적이고 뜨거운 도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매우 좋아해 하루에도 한 편 이상은 꼭 보는데, 그중에도 한국 영화를 많이 본다.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게임에도 영향을 준다 생각하며 특히 한국 영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해 보답을 하고 싶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올해 본 영화가 300편 정도인데 그중 가장 재밌게 본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아직 일본에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시사회를 통해 확인했으며,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데스 스트랜딩> 속 캐릭터를 구성할 때 배우를 먼저 결정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둘 다 동시에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배우 캐스팅은 게임 속 캐릭터 용모나 배경 등 설정이 어느 정도 나온 뒤 진행하는데, 캐스팅 단계에서 배우를 만나고 이들의 성향이나 특징을 파악하면서 캐릭터를 세부화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영화감독들이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유명 배우가 다수 참가했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데스 스트랜딩>은 전체적으로 내가 디렉팅을 하긴 했지만,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모두가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에피소드로는 아무래도 '게임'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배우들은 얼굴이나 몸에 캡처 장비를 착용하고 연기를 하게 된다. 배우들은 익숙지 않은 장비를 차고 연기하기 때문에 제작 초반만 하더라도 어색해했다. 그러던 중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던 노먼 리더스와 매즈 미켈슨이 서로를 보고 "뭐야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하고 웃었던 일화가 생각난다.
처음 이 기획을 팀에 공유했을 때, 팀원들이 바로 이해했는가? 그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사실 처음에는 세계관부터 이해하지 못했다. 샘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이게 뭐야?"라는 반응뿐이었다. 게임적인 부분에서도 물건을 배달하고 이를 위해 이동한다는 장르의 게임이 없었다 보니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닌데, 과거 <메탈 기어> 시리즈 속 '스텔스'를 만들 때에도 개발진들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총을 쏘고 싸우는 액션 게임에서 '숨는 플레이'가 들어간다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믿고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했고 모든 요소가 완성되니 이해하기 시작한다.
게릴라 게임즈 데시마(Decima) 엔진을 사용해 <데스 스트랜딩>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었는가?
직접 만든 엔진을 사용하는 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 편하긴 하다. 하지만, 게릴라 게임즈 '데시마 엔진'이 워낙 잘 만들어지기도 했고, <호라이즌 제로 던>에 없는 <데스 스트랜딩>만의 색감을 구현할 때 등 다양한 부분에서 도와줘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코지마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나서 회사 관련 굿즈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렇게 많은 상품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코지마 프로덕션을 만들고 <데스 스트랜딩>을 약 3년 정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데스 스트랜딩> 굿즈를 만들고는 싶어도 개발 기간 중 뭔가를 공개할 수 없어 코지마 프로덕션 굿즈를 만들게 됐다. 이제 <데스 스트랜딩>이 완성됐으니 게임 속 요소를 활용한 상품을 만들 생각이다. 모든 굿즈는 게임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만들고자 한다.
코지마 감독 게임은 컷신이 많은 거로 유명하다. <데스 스트랜딩>도 컷신이 많은데, 이번에는 양껏 사용했다 생각하는가?
부족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스토리에 필요한 장면은 다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작품에 점과 점을 연결하는 부분을 강조하고자 했고, 이를 강조하는 부분을 컷신으로 활용했다. 컷신은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지만, 게임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좋았고, 이런 점 때문에 이전에 만든 게임보다 훨씬 힘을 주고 만들었다.
사실 나는 컷신이 없는 게임도 좋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언젠가는 컷신 없는 게임도 만들고 싶다.
<데스 스트랜딩> 사운드 콘셉트는 무엇인가?
컷신은 드라마와 같은 방식으로 음향을 입혔다. 게임 중 나오는 사운드들은 보다 영화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샘'이 대륙을 횡단하는 등 특정 상황에서 페이드인 효과를 줬다.
<데스 스트랜딩>은 초반에는 물건 배송이 중심이 된 듯하나, BT를 만나면서 공포, 액션 등 요소가 등장한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생각하는 <데스 스트랜딩>의 장르는 정확히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데스 스트랜딩>은 장르를 정해서 만든 게임이 아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체험과 게임성을 담고자 했고,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장르다 보니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소셜 스트랜딩 시스템'이라는 가칭으로는 부르고 있다. 다만, 이는 가칭일뿐이며, 정확한 장르는 유저들이 붙여줬으면 한다.
게임에 살상 무기와 비살상 무기를 모두 구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는 본인만의 철학인가?
게임 플레이는 자유로워야 한다. 때문에 게임을 만들 때부터 유저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살상이나 비살상 역시 자유 영역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중요했던 건, 유저가 살상-비살상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더라도 절대 여기에 '좋아요'를 받게 하지 않는 부분이다.
사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영화를 좋아하는 건 유명한 일이다. 게임을 만들며 가장 영향을 끼친 영화를 고른다면 무엇인가?
특정 영화를 선택할 수는 없고, 이를 팀원들에게 보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데스 스트랜딩> 전체 분위기를 공유하기 위해 팀원들과 <어나힐레이션>(국내명: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을 함께 봤다.
이 정도 규모 오픈 월드 게임을 3년 만에 만든 건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장기간 개발이 아닌 3년 만에 만든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전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 때도 대부분 3년 정도 기간을 두고 만들었고, 외주가 아닌 내부에서 그래픽, 사운드 등 대부분 작업을 한다.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뒤로 미루지 않고 해결할 수 있어 게임 개발이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컷신의 경우 외주를 주긴 했지만, 게임성이 바뀌는 등으로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현장에서 수정해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이것도 여담이지만, 광대한 오픈 월드 게임인 데 비해 등장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다 빠르게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유라 할 수 있다. (웃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데스 스트랜딩> 속 연결은 게임과 영화의 연결도 있다. 이번 작품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게임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나아가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게임으로 접근해 보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의도에 맞게 많은 사람이 플레이하고 또 반응해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