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창간 17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유저분들께 너무나 익숙한 메이저 게임사는 물론, 게임 엔진이나 공공기관 관계자 등 최대한 다양한 분의 목소리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가장 먼저 공개할 인터뷰는 라이엇 코리아 조혁진 대표입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에 상륙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을 출시함은 물론 프랜차이즈가 도입된 LCK 역시 라이엇 게임즈의 대표적 성과로 꼽힙니다. 특히 라이엇 코리아는 문화유산 환수에 적극 나서며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죠. 조혁진 대표가 돌아본 라이엇 코리아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Q. 디스이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한데요, 한 단어로 지난 시간을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십니까.
A. 조혁진 대표: 한 마디로 표현한다니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지금 떠오르는 단어는 '감사함'입니다. 그야말로 쏜살같은 시간이었습니다. 2011년 6월 한국 오피스를 마련하고 그해 12월 <리그 오브 레전드> 서비스를 시작한 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유저분들께 최고의 경험을 드리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했지만 때로는 부족했고, 때로는 실망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를 북돋고 더 노력하게끔 해주신 게 바로 유저 여러분의 단단한 사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유저분들께 최고의 경험을 드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요. (웃음)
Q. 게임 운영과는 별개로 ‘라이엇 코리아’는 큰 잡음 없이 순항하고 있습니다. ‘선한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평가가 쏟아짐은 물론, 라이엇 코리아 입사를 목표로 하는 이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약간의 자부심도 느끼실 법한데 어떠신가요?
A. 정말 감사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께서 <리그 오브 레전드>가 게임의 승부를 가르는 아이템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서비스 초부터 '착한 게임', '착한 기업'이라고 칭찬해주셨습니다. 또한, 게임 변경 과정에서 유저분들의 반응과 커뮤니티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하는 등 저희의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해져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행보에도 의무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평가에는 한 명, 한 명의 훌륭한 라이어터(Rioter)들도 큰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어터들은 한국 지역과 문화, 유저에 맞는 시각에서 고민함은 물론, 한국을 대변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회사의 색깔을 닮은 영역별 전문가이자 최고의 인재들이 함께 하고 있기에 이 부분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지난 10년간 라이엇 코리아는 게임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이것만큼은 꼭 칭찬받았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오늘날 게임은 다양한 분이 즐기는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핵심적인 IP 파워를 갖고 있고요. 저 또한 게임을 사랑하고 즐기는 한 명의 게이머입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 전반에는 게임을 하위문화 또는 그들만의 콘텐츠로 바라보는 시각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더 폭넓게 게임을 즐기고, 경험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유저분들께는 '자부심'을, 게임이 익숙치 않은 대중에게는 '새로운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음악이나 전시회 등 분야를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A. 사실 라이엇 게임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도전과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펜타킬, K/DA 등 음악 프로젝트부터 한국화 작가분들과 함께한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 컨템퍼리 아티스트들과 손잡은 '인베이드 아트' 전시, 한국 최고의 무형 문화재 선생님들과 선보인 아리따운 우리 한복전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해 4월 마련된 'LoL 디 오케스트라' 공연 역시 문화로써 게임의 가치와 즐거움을 보여드리고 나누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빛나는 결과를 남긴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시도는 게임의 즐거움을 폭넓게 전달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동시에 유저분들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자신이 아끼는 게임 IP를 소개하고 나눌 수 있는 또 하나의 활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앞으로도 우리 유저들께서 신나게 자랑하고 소개할 수 있는 멋진 시도를 이어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쑥스럽습니다만... 얼마 전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 시장에서의 건실한 법인세 납부로 모범 납세자 표창을 받았습니다. 한국 시장에 열심히 투자하고 사업하고 납세했더니 이렇게 큰 상까지 주셨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답변을 보태 봅니다.
Q. 앞서 말씀해주신 다양한 시도는 수익 다각화라기보다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일종의 '문화'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도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는 건가요?
A. 정확히 보셨습니다. (웃음) 앞서 말씀드린 프로젝트들은 확장된 경험과 즐거움을 드리기 위한 시도에 해당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넘어 룬테라라는 IP를 바탕으로 유저분들께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게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비게이머 역시 룬테라 IP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거죠.
저희는 게임이라는 콘텐츠와 IP가 미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분은 물론, 게임에 익숙치 않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팬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 찾아갈 생각입니다.
Q. 개인적으로는 ‘사회공헌’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그간 라이엇 코리아는 문화유산 지키기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잖아요. 문화재청과 후원 약정을 통해 한국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발걸음을 통해 라이엇 코리아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A.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회 환원 프로젝트가 오는 6월 26일면 꼬박 만 10년을 맞습니다. 매해 쌓아 올린 누적 기부금도 70억 원에 달합니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게임도 문화이며, 그것의 뿌리인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가치를 살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중분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힘 있는 화자가 될 수 있는 게임사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면 좋겠다는 생각 역시 프로젝트 시작의 큰 이유였습니다.
문화유산 분야에 문외한이었던 라이엇 코리아가 10년 간의 분주한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문화재청과 같은 파트너사의 힘도 있지만, 저희 행보에 항상 함께해주신 유저 여러분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 달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프로젝트인 만큼, 앞으로도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가치를 더하는 노력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민간 기업 중 이렇게 꾸준히 해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인연에 대한 기약도 없고, 수억 원 이상의 큰 예산이 필요한 프로젝트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의 전례 없는 행보가 다른 기업에도 긍정적 자극이 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길 기대합니다.
Q. 문화유산 지키기와 IP 확장 등을 통해 게임이 가진 인식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는 성공한 듯한 느낌입니다. 다만 야속하게도 아직 부정적 부분만을 바라보는 분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라이엇 코리아의 노력이 언젠가는 게임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믿고 계신지요.
A. 사회적 인식은 변화를 강요하긴 어려운 부분입니다. 게임사들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한 때 프로게이머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직업이 될 수 없다고 인식됐지만, 이제는 그 어떤 프로 스포츠 선수와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전문직업으로써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려는 자녀를 위해 학원, 학과에 관심을 갖고 트라이아웃 현장에 발걸음하는 학부모도 생기고 있을 정도죠.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생각의 변화에는 항상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는 우리 프로선수들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물론, 안정적인 프로리그와 무대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등 라이엇 게임즈가 힘을 보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라이엇 게임즈는 즐거운 게임 콘텐츠와 게임 플레이 문화를 알리며 긍정적인 힘을 쌓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Q. 본격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 대한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LoL>이 정말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고, e스포츠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면 감회가 남다르실 듯합니다. <LoL>을 서비스해온 지난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A. 여러 사례가 떠오르지만, <LoL> 10주년 기념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세계 유저 분들과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한편, 라이엇 게임즈가 진정한 라이엇 게임'즈'가 되기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보여드렸었죠.
좋은 사람과 10년을 한결같이 알고 지내기도 쉽지 않잖아요. 경험과 환경에 따라 서로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소통이 안될 정도로 관심사가 변하기도 하니까요. 그토록 쉽지 않은 게 10년의 사랑, 10년의 우정인데... 행사를 통해 준비한 내용을 풀어놓고, 유저 분들의 반응을 보니 라이엇 게임즈 일원으로써 지나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느껴서 뭉클하기도 했어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다만, 유저분들 중에는 <LoL>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트롤 유저 관리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현재 <LoL>을 한국에서 서비스함에 있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생각도 여쭙고 싶습니다.
A. 게임은 살아있는 프로덕트(Product)입니다. 때문에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밸런싱 등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건전하고 즐거운 게임 환경 조성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게임에서의 ‘경험’이 우리 유저 한 분 한 분의 ‘만족도’ 그 자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건전하고 즐거운 게임 환경을 마련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달성 지점 없이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끝없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 비매너 게임 행위에 대한 제재부터 불법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부분에서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실감하기 어려우신 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긍정적인 게임 환경을 구축하고, 이러한 노력을 유저분들과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겠습니다.
Q. LCK 유한회사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라이엇 코리아의 한 조각인 만큼 관련 부분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LCK 프랜차이즈 시행 후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요, 현시점에서 프랜차이즈 성과에 대해 어떻게 자평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게임의 메카, e스포츠의 기원인 한국 e스포츠 시장을 늘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성장에 라이엇 게임즈가 기여할 수 있어 너무나 즐겁습니다. 지난해 LCK 프랜차이즈 시행은 정말 큰 시도이자 변화였습니다. 팬분들은 물론 프로팀과의 상생, 성장을 위한 또 다른 막을 연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막 한 바퀴를 돌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듣고 고민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이에 관련해서는 조금 답변을 아끼겠습니다.
Q. 올해 라이엇 코리아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변함없이 기존 게임을 서비스하는 가운데 새로운 타이틀에 관한 소식도 전해질 듯한데… 2022년 라이엇 코리아의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A. 얼마 전 니콜로 CEO께서 라이엇 게임즈의 향후 5년에 관한 방향성을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게임 장르를 고도화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과 이벤트 그리고 e스포츠부터 영화, 음악, 상품 등 전 영역에 거친 새로운 시도를 통해 팬덤을 창출하겠다는 '의지', 라이어터들이 유저들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세계적인 게임 개발을 위해 폭넓은 개발 스튜디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마지막으로 e스포츠 시청 경험의 '재창조' 등이 언급됐습니다.
게임 자체에 충분히 집중하고, 세계적 게임을 개발함과 동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관련 상품 등 게임과 연결된, 보다 더 넓은 영역에 대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비춘 것이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 내부적으로는 "이제 막 ‘캠프1’으로의 등반을 마쳤으며 다시금 ‘캠프2’를 향한 행보를 이어간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라이엇 코리아 또한 그러한 다짐과 도전에 당연히 함께 할 겁니다. 라이어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계 각 지역의 많은 이가 한국 게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인정하고 있다는 걸 늘 느낍니다. '미래를 보는 수정구'라고 표현될 만큼, 진일보한 게임 시장인 거죠. 저와 라이어터들은 그러한 한국 시장의 니즈와 문화, 그리고 우리 유저분들의 보이스에 맞춰 올해도 열심히 뛸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해주신 유저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이런 질문에는 항상 모범 답안 같은 대답을 드리게 됩니다. 지금껏 라이엇 게임즈에게 중요했던 건 게임을 즐겨주시는 '우리' 유저분들이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많은 사랑과 조언 주심에 늘 감사합니다. 그 감사함을 마음에 담고, 매일 매일 귀를 열고 많이 듣고 많이 움직이겠습니다. 게임은 그 자체의 재미 뿐 아니라 함께 하는 재미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인,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즐겨 주시고 게임 내에서도 서로 배려하며 굿겜! 한판 이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