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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에서 낙원이란 어떤 모습일 지 궁금했다”

NHN 게임문학상 대상 수상자 전준후 인터뷰

남혁우(석모도) 2011-11-22 10:18:37

21일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NHN 그린팩토리에서 ‘제 2회 NHN 게임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은 근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 진화와 생존을 위한 투쟁을 담은 <보드빌>(Vaudeville)을 집필한 전준후에게 돌아갔다.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에 재학중인 대상 수상자 전준후를 직접 만나 소감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TIG> 시나리오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전준후> 배경은 2085년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대는 황폐화가 급속도로 진전돼 사람이 살기 가혹한 환경으로 바뀌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공진화를 통해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영혼 만이 양자 컴퓨터 속 낙원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영혼 이전이 불가능한 사람(일명 부적응자)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들은 여전히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에는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침투해 좀비로 변하면서 남아있는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부적응자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거친 환경과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 게 주내용이다.

 

 

TIG> 인공 진화가 시나리오의 큰 이슈 중 하나다. 하지만 인공진화의 목표인 낙원은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맞다. 왜냐하면 <보드빌>은 시리즈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후속작에서 낙원이 등장할 예정이다.

 

2회 게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전준후 (왼쪽에서 세번째).

 

TIG> 이 시나리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드빌>뿐만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시리즈를 아우르는 주제는 “낙원이란 무엇이며, 과연 필요할까?”이다. 죽어서는 알 수 없으니 현실상에 낙원이 만들어지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에 만들었다.

 

시나리오 속 낙원은 양자 컴퓨터 속 끝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표현되지만 진짜 낙원이 어떤 곳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웃음)

 

<보드빌>만 꺼내보자면 주제는 조금 달라진다. <보드빌>에서 부적응자들은 인공 진화기를 연구하던 중 인공 진화의 부작용과 마주치게 된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돕기도 하고 자신만을 위해 남을 버리기도 한다.

 

그런 인간 군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타적’인 행동인지 아니면 ‘이기적’인 행동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시나리오 상으로는 결론이 났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TIG> 시나리오의 소재가 독특하다.  어떻게 이 소재를 선택하게 됐는가?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할 당시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 <풀하우스>는 진화론에 대한 이론을 설명한 책으로 이 책의 내용이 시나리오에 많이 반영됐다.

 

주인공인 빌리가 처음 만나게 되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박사도 작가의 이름을 따 니즈 굴드라고 지었다. 이 외에도 <이기적인 유전자> 같은 진화론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참고했다.

 

 

TIG> 시나리오 작업에서 어려웠던 점은?

 

<보드빌>이 내 첫 번째 장편 시나리오다. 그래서 모든 것이 어려웠다. 내가 만든 설정이 맞는 건지, 지금 일어난 사건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됐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서 계속 검토했다.

 

 

TIG> 책 외에 어떤 영화나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는가?

 

내가 영화 쪽 일을 지망하고 있는 만큼 많은 영화의 느낌이 들어가 있다. 특히 인공진화를 통해 인간의 영혼이 양자 컴퓨터로 들어가는 부분은 <매트릭스>와 <공각기동대>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외에도 <터미네이터>, <지옥의 묵시록>, <대부>등 다양한 영화를 오마주한 부분을 시나리오에 넣었다. 심지어 캐릭터 중에 한 명은 굉장한 영화광으로 다양한 영화를 설명하거나 직접 연기하는 등 영화의 느낌을 많이 넣었다.

 

게임 쪽도 많이 참고했는데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좀비는 <바이오하자드>나 <레프트4데드>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TIG> 게임 시나리오인 만큼 영화, 소설과 달랐거나 중점을 둔 부분은?

 

이번 작품이 내 첫 장편인 만큼 이렇다 할 계획을 짜기보다는 의욕이 앞섰다. 대신 한가지 꼭 생각한 것은 내가 이 시나리오를 읽는 첫 독자인 만큼 내 스스로 만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만족할 때까지 수정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채워지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다 보니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SF와 스릴러로 장르가 됐다.

 

 

TIG> <보드빌>은 언제 구상을 시작했으며 시나리오를 작성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가?

 

실제로 글을 쓴 기간은 2달 남짓이다. 하지만 구상 자체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하던 주제라 정확히 언제부터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TIG> 영화를 공부하면서 게임문학상에 도전했다. NHN 게임문학상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은 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만 그 전부터 게임업계에서 일했었다. 게임제작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있었던 만큼 한번 참가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TIG> 원래 게임을 좋아하는가? 최근에 즐긴 게임이 있다면?

 

게임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최근에는 시나리오 작성하고 영화공부 하느라 게임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인터뷰가 끝나면 <헤일로: 컴뱃 이볼브드 어드밴스드>를 바로 사러 갈 예정이다. (웃음)

 

개인적으로 <헤일로>는 특유의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과하거나 덜하지도 않게 <헤일로>만의 느낌, 주인공 스파르탄의 느낌을 무척 잘 살렸다. 그리고 <하프라이프2>도 있는데 영화나 소설에 비해 상호작용하는 게임의 특징을 잘 살려 인상 깊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발전하면서 게임과 스토리의 연관성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예전 패키지게임까지 폭을 넓혀보면 <창세기전>시리즈가 가장 시나리오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킹덤언더파이어>시리즈를 무척 재미있게 했다.

 

 

TIG>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 게임과 영화 중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는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남은 공부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졸업 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TIG> 2회 게임문학상 대상 수상자로서 3회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처음 쓰는 장편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도전했다. 하룻강아지가 겁 없이 도전했다. 게임문학상에 도전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않고 뛰어드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방법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을 찾기보다 떠오르는 것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끝이 아닌 만큼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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