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그를 ‘거신캐스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줄여서 ‘거캐’라고 불리운 이 사나이는 지난 1년 동안 GSL을 통해 꾸준히 얼굴을 내밀어 온 곰TV의 서경환 캐스터다. 언뜻 봐도 18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는 프로토스의 지상 유닛 중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거신을 떠올리게 만든다.
e스포츠 캐스터에게 자신이 주로 중계하는 종목과 관련된 별명이 붙는 일은 큰 영광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의 10년 e스포츠 역사 중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 유닛의 이름이 별명으로 붙은 캐스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서경환 캐스터는 곰TV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e스포츠 캐스터에 어울리는 역량을 갖춰왔다. 이제 겨우 1년 정도 밖에 안되는 경력이지만 그에 비하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드A, 승격강등전을 중심으로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2 래디액션 등에서 무수히 많은 경험을 쌓았다. 방송에 임하는 열정도 대단하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무작위왕’ 신정민(스타테일)과 함께 24시간 연속 스타2 싱글플레이 공략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함께 e스포츠 캐스터 일을 시작한 이인환 캐스터에 비해 안티 팬들도 유난히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인환 캐스터가 다소 진지하고 ‘스포츠 캐스터’와 같은 역할을 추구했다면 서경환 캐스터는 1순위도 재미, 2순위도 재미를 꼽는 ‘예능형 캐스터’를 지향한다. 그러다보니 초반에는 다소 무리스러운 개그, 애드립으로 인해 무게감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서서히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1년 정도의 경력을 쌓으면 숙련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숙련도가 쌓이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서경환은 생각보다 빠르게 숙력도를 쌓아가고 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스타2 브론즈리거였지만 이제 그는 당당한 플래티넘리거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게임을 했고 캐스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심각하게 했다. GSL 뿐만 아니라 밤 늦은 시간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몸을 던졌다.
이제 그는 어엿한 코드S 캐스터로 거듭났다. 핫식스 GSL 시즌1 코드S 중계를 맡게 된 것. 첫 코드S 중계 후 “정말 많이 긴장했고, 실수도 많았다”던 서경환 캐스터를 지난 10일 목동 곰TV 스튜디오 인근 카페에서 만나봤다. /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거신캐스터 서경환, 뭘 하던 사람입니까?
기자는 서경환 캐스터와는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서경환&신정민의 더블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경기장에 취재를 갈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붙임성이 좋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 일정을 잡고 가만히 고민을 해보니 그가 전에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 앉은 기자는 가장 먼저 “e스포츠 캐스터 이전의 이야기를 여타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아니요. 별로 물어보지 않으시던데요? 인터뷰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요”였다. 옳다구나! 물어보자! 알아보자! 서경환, e스포츠에 오기 전에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e스포츠 캐스터를 시작한지 약 1년여가 지났다. 먼저 그 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떨까?
재미있었죠. 정신 없이 바빴던 것 같기도 해요. 여가 시간도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냈죠.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좋은 글귀들이나 도움이 되는 내용이 나오면 어떻게 방송에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쉬는 시간에도 항상 일을 하려고 노력했고 일을 생각하려고 했죠. 그렇지만 힘들지는 않았어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변한 것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1년 전에는 저의 위신과 체면에 맞는 품격 있는 말을 하려고 노력했었어요. e스포츠 캐스터가 됐으니까요! 사자성어 같은 걸 인용하고 사용하면서 품위가 있는 캐스터가 되기 위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반성 중입니다.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말을 어렵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 주장과 생각을 뚜렷하게 전달하고, 말을 최대한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기나 인지도 같은 것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기는 해요. 입에 오르고 내리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좋든 싫든 서경환이라는 존재를 많이들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스타2 래디액션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였던 팬들은 지금까지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세요. 전부터 비판을 하셨던 분들은 제가 실수했을 때 변함 없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1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왜 e스포츠 캐스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나?
처음에는 단지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전에는 홈쇼핑이나 프리젠터, 화술 강사 일을 했었어요. 사실 e스포츠 캐스터가 되기 위한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고 단지 말을 잘하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e스포츠 캐스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기회가 되어서 시작을 하게 됐죠. 일을 하다 보니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아요. 솔직히 저는 이 직업에 대한 뚜렷한 목표는 없었어요. 그저 단지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즐기면서 방송을 하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었죠.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래도 젊은 세대이니 e스포츠를 잘 알고 있었을 것 같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였나?
저의 고등학교 때는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의 시대였죠. <리니지>는 방송이 없었고 <스타크래프트>는 프로게이머들이 유니폼을 입고 방송에 나오기 시작했죠. 시간이 날 때마다 챙겨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e스포츠가 멘탈 스포츠라는 생각을 했고요. e스포츠를 접하기 전부터 많은 게임을 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열혈축구, 열혈농구를 시작으로 가정용 게임기도 구비해서 정말 많이 즐겼죠. 집에 삼성 새턴이 아직도 있어요(웃음).
게임을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게임을 즐기고 있나?
<스타크래프트2>는 계정 2개를 돌리고 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하고요. <피파온라인2>도 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축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축구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스타크래프트 2>는 가장 열심히 해야 할 게임이고 재미가 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요즘 주변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저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스포츠 캐스터라면 다양한 게임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e스포츠 업계로 오기 전에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CJ오쇼핑, 롯데, 현대, 농수산홈쇼핑 등에서 게스트 역할을 했어요. 게스트는 쇼핑호스트 옆에서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해주는 사람이에요. 굉장히 오래 일을 했어요. 인터넷에서 웹캐스터도 했고 가구 경매 진행사 일도 해봤어요. 대학교 장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리더쉽 센터 강사도 했어요. 전문 프리젠테이션 강사도 했어요. 바빴죠. 지금은 바빠도 하루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그 때는 하루에 여러가지 일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신정민-서경환 팬카페를 통해 무료 화술 강의도 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요. 예전부터 프리젠테이션 전문 강사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으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예전에 무상 교육을 했던 경험이 떠올랐지요. 그래서 제가 그걸 한 번 해보려고 펜카페에 무료 화술 강의에 대한 공지를 올렸습니다. 발음이나 발성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런 부분을 잡아주고 지금보다 더 말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무료 화술 강의 이야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하자. 다시 돌아가서 첫 방송을 했을 때를 기억하나?
첫 방송이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사도 스타챌린지에요. 그 때는 정말 말장난만 했어요. 게임에 대해서 너무 무지한 상태라서 더욱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여러분 힘드시죠. 월요일부터 힘내시라고 부적하나 드리겠습니다. 케이다린 부적’, ‘저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실 분들에게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세 분에게 키틴질 장갑 드릴께요’라는 멘트를 하기도 했죠(웃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웃겨요. 그 때 이현주 실장님이 저를 불러서 말장난보다는 방송에 대한 내공을 기르라는 충고를 해주셨어요. 첫 방송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죠.
서경환씨, 어떤 e스포츠 캐스터가 되고 싶습니까?
e스포츠 캐스터만을 위해 외길을 달려온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말을 잘하고 싶었고 평소에 좋아하던 게임과 e스포츠를 활용할 수 있는 e스포츠 캐스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본 것 뿐이다. 하지만 시작하게 된 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지난 1년 동안 어떤 자세로 자신의 일에 매진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1년 동안의 e스포츠 캐스터 경력. 그는 과연 e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있을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달변가’ 서경환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사명감으로 e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을 대하고 있을까?
1년 동안 일하면서 e스포츠 캐스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그렇죠.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e스포츠 캐스터는 정말 열정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이 없으면 두각을 나타내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캐스터는 e스포츠 방송의 중심에 있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온게임넷의 전용준 캐스터는 대단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그 분이 방송을 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죠. 그 분이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열정’입니다.
e스포츠는 캐스터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면서 내 생각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해요. 만약 제 생각을 이야기 했다가는 시청자들이 단 번에 아시죠. 항상 중립적인 위치에서 중계를 하고 프로게이머와 시청자들을 소통하게 만들어줘야 하고, 해설위원과의 조율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서경환이 지향하는 중계 스타일은 무엇인가?
저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업(UP) 시킬 수 있는 캐스터가 되고 싶습니다. 비록 게임이 재미가 없더라도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고 재미를 배가시켜줄 수 있는 그런 캐스터 말입니다. 향후에는 서경환 캐스터가 중계를 하면 경기가 재미없어도 방송이 참 재미있더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물론 저는 압니다. 프로게이머들은 최고의 준비를 해서 최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가끔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재미없는 경기가 나올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제가 경기의 흥미여부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용준 캐스터처럼 팬들의 열정을 끓어 오르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에 스타1 중계를 볼 때 게임에 대한 것은 잘 모르지만 전용준 캐스터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볼륨을 높인 적이 있어요. 자리에 앉아서 방송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그게 전용준 캐스터의 능력이죠. 누군가의 귀에 쏙쏙 들어갈 수 있는 중계를 하고 싶어요. 상황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는 그런 중계를 하고자 합니다.
그 외에도 많이 배우고 참고했던 캐스터가 있다면?
성승헌 캐스터와 이현주 캐스터요. 이현주 캐스터는 정말 말을 잘하고 해설위원들과의 조율을 굉장히 잘하세요. 성승헌 캐스터의 경우는 일부러 UFC 중계를 많이 봤어요. e스포츠 캐스터가 UFC는 어떻게 중계를 하는지 정말 궁금했어요. 살펴본 결과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또렷하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아, 개그 센스도 정말 좋으시더라고요(웃음).
캐스터는 해설위원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해설위원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더 많이 쏟아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죠. 그리고 한 쪽 선수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게끔 분배도 잘해야 하고요. 해설위원들의 분위기를 보고 전체적인 방송의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도 있어야죠.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죠.
호흡이라. 그렇다면 곰TV의 어떤 해설위원과 가장 호흡이 잘 맞나?
(곰곰히 생각하다가 환하게 웃으며)곰TV 해설위원이요(웃음). 아, 한 명을 꼽기가 조금 어려워요. 그래도 이야기를 해보자면요. 황영재 해설위원은 혼자서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 캐스터적인 역할을 알아요. 그래서 제가 가끔 힘들 때 도와주기도 하죠. 그래서 좋아요. 부조정실에서 메시지가 들어올 때는 캐스터가 상황에 집중을 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큰 도움을 주죠. 박대만 해설위원은 제가 한 쪽에 치우쳐서 설명을 유도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줘요. 솔직히 편한 것은 황영재 해설위원이에요. 처음에 스타챌린지를 할 때부터 알았고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저에 대한 파악을 잘하고 계세요. 방송이 끝나고 이야기를 해보면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줘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거신캐스터 서경환, 드디어 코드S에 입성하다!
GSL 코드A, 승격강등전을 맡아오던 서경환에게 드디어 코드S의 기회가 찾아왔다. 출산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이현주 캐스터를 대신해 이인환 캐스터가 지난 소니에릭슨 GSL Nov 코드S 중계를 맡았고, 이번 시즌에는 서경환이 중계 마이크를 잡게 됐다.
지난 9일 첫 방송을 소화한 서경환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팬들로부터 받은 질타와 비판을 소중히 여기고 전날의 실수를 곱씹고 있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코드S의 분위기, 처음 호흡을 맞춰본 안준영, 채정원 해설위원.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을 테다. 하지만 서경환 캐스터의 표정에는 ‘잘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드리워져 있었다.
어제(9일)부터 코드S 캐스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코드S 중계를 해보니 어떻든가?
정말 많이 긴장했어요. 곰TV를 보시는 분들이 최고의 무대라고 생각하는 곳이 코드S잖아요.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어제도 정말 많이 실수를 했죠. 이상한 단어를 2개 사용했는데요. 패자조에 해당하는 선수 두 명을 이야기하는데 ‘해당’이 아니라 ‘합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버렸어요. 두뇌가 멈춰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어요.
코드A, 승격강등전이 주무대였다. 코드S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나?
이번에 채택된 방식이 듀얼 방식이죠. 레슬링이나 MBC게임 스타리그에서도 사용했던 방식이죠. 저는 이 방식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아서 올라가는 선수가 없어요. 한 번 패배를 하더라도 기회가 또 주어지고 운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새로운 맛이 있고 긴장감이 좋죠. 코드A도 나름의 재미가 있고 다른 분위기가 있어요. 코드A는 절실함이 느껴져요. 승격강등전은 모든 선수들이 코드S를 바라보기 때문에 정말 치열하죠.
관중들의 숫자나 분위기도 확실히 다르지 않나?
요즘은 코드A를 보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역시 코드S는 관중들의 분위기가 더 뜨겁더라고요. 스크린에 선수들의 얼굴이 비춰지면 응원하시는 분들의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특히 여성 팬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 코드A는 관객은 많지만 조용히 관람하는 분위기? 멜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코드S는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나?
어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드S에서 떨어지면 코드A로 내려가기 때문에 투지를 갖고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실력적으로는 코드A나 코드S가 차이가 별로 없어도 선수들의 분위기가 달라요. 정말 달랐어요. 경기를 하는 중에 선수들의 분위기가 정말 살벌해요.
코드A에서부터 올라온 선수들이 코드S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코드A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의 중계를 하면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코드A를 거쳤던 선수들이 코드S에서 선전을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게다가 그걸 코드S 무대에서 직접 보니까 감회가 남달라요. 어제는 정지훈, 김동주, 임요환 선수가 그랬죠. 좀 더 기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그런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더 많죠. 정지훈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고, 임요환 선수도 코드A와 승격강등전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제가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어요.
첫 코드S 방송을 한 이후에 가장 보완해야 하겠다는 점들이 있었나?
여유로운 분위기요.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느낌을 드리는 것 같아요. 긴장을 더 풀고 조금 더 여유롭게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코드S 캐스터는 결승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GSL 최고의 축제는 코드S 결승전이죠. 결승전에서 선수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캐스터의 역할이잖아요. 기대반 두려움반이에요. 새로운 시즌을 맞아 방송을 하면서 계속 결승전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특별한 즐거움도 드려야 할 것 같고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신캐스터 서경환, 앞으로의 미래는?
서경환 캐스터는 팬들과 직접 만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스타2 래디액션을 하면서 서경환-신정민의 팬카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언제나 팬들과 소통하는 캐스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모든 e스포츠 캐스터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리고 생각 또한 열려있다. 과연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어떤 그림일까? 서경환의 입을 통해 앞으로 어떤 캐스터가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들어봤다.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한다. 코드S에서도 계속 그럴 예정인가?
일단은 이현주 캐스터의 포스를 배우고 싶어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죠. 하지만 저에게는 이현주 캐스터 같은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요. 이전처럼 팬들하고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싶어요. 향후에는 저에 대한 비판을 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만남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비난이 아닙니다. 비판이요(웃음). 그 분들에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더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팬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싶어요.
팬들한테 주로 어떤 비판을 많이 듣나?
아무래도 말실수죠. 긴장을 하면 말실수를 많이 해요. 비문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지적을 많이해주세요. 말을 더 간결하게 해야 하는데 말이 늘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어휘도 더 다양하게 써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는 타이밍에 하는 말들이 너무 정형화되어 있다는 지적도 받아요. 그 쪽에 더 심혈을 기울여서 앞으로 더 발전하고 싶습니다.
코드S 캐스터로 오랫동안 활약을 하고 싶을 것 같다.
그 동안 이현주 캐스터가 코드S를 정말 많이 빛냈죠. 이인환 캐스터도 했었고요. 저는 이현주 캐스터가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무대를 빛내고 싶어요.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코드S를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현주 캐스터가 돌아왔을 때 ‘서경환이 잘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시게끔 하고 싶어요. 솔직히 이현주 캐스터의 부재는 GSL에 다소 타격이 된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제가 그 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 동안 해오셨던 것에 누를 끼치지 않게 여신 강림의 그 때를 잘 준비해야겠죠.
기타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해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팬들에게 더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던 방송이 래디액션이에요. 향후에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하고 싶어요. 어떻게 개편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계속 재미있는, 부담 없는 방송을 계속 하고 싶어요. 혹자는 그런 방송들이 기존의 틀을 너무 깨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저는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팬들과 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송이 래디액션과 같은 방송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어요.
단짝 신정민은 더 이상 방송을 못하게 됐다. 군대 문제로 말이다.
신정민 선수가 방송적인 면에서 제 옆에 있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사적으로 정말 자주 만납니다. 훈련소 입소하는 날에도 같이 있었어요. 방송에는 저 혼자만 나오지만 그 옆에는 신정민이 계속 있다고 생각을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방송에 대한 의견을 자주 주고 받고 배울 것은 또 배우고요. 단짝이 없어져서 외롭기는 하지만 어차피 공익이니까요. 솔직히 공인인데요 뭐(웃음). 자주 만날거에요.
장기적으로는 어떤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e스포츠 캐스터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요. 열정 가득한 캐스터라는 평가를 받고 싶죠. 그 밖의 목표가 있다면 누군가의 멘토가 되고 싶어요. 화술이나 방송에 대한 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곰TV에서 새로운 캐스터를 선발할 예정이다. 어떤 지원자들이 왔으면 좋겠나?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력 무관, 성별 무관, 나이 무관이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입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일은 보통 열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정말 중요한 역할이고 정말 힘들면서 해야 할 것도 많은 일이에요. 말도 많고 탈도 많죠. 뜨거운 열정을 가진 분들이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팬들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밖에 못하겠어요. 저는 정말 많이 부족해요. 스스로 방송을 모니터해도 스스로 많이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테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를 정말 걱정해주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e메일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email protected]이에요. 개인적으로도 대화를 하고 싶으신 분들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중계로 보답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선수들이지만 그들이 열정을 다하는 무대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사랑부탁드려요. 채정원, 안준영 해설위원과 더 환상적인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매일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예전에 CJ, 롯데, 현대, 농수산, GS 게스트 생활과 PT 전문 강사, 리더십 센터 강사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어요. 저는 그런 노하우를 팬들에게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학원을 다니지 못하시는 분들, 어려운 상황에 놓이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화술 교실을 열고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도 배우게 되거든요. 말을 잘하려면 스킬이 필요한데 제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