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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2013년 중반까지는 달릴 때입니다”

벤처캐피탈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이사

남혁우(석모도) 2012-12-05 18: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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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게임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변화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잣대 중에 하나가 바로 ‘투자’ 분야다.

 

디스이즈게임이 만난 임지훈 대표는 지난 3월 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함께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한 이후 핀콘, 넵튠 등 게입업체를 비롯해 10개의 회사에 투자하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는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하기 이전에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에 투자하며 소셜게임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벤처 캐피탈 입장에서 보는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또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임 대표가 생각하는 모바일 시장과 투자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

 

 

■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우리는 투자계약을 할 때 엑셀을 켜거나,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매출을 추정하지 않습니다.

 

케이큐브벤처스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람이다. 사업계획서를 받으면 다른 것은 모두 제치고 바로 팀 소개 부분으로 넘어간다. 임 대표는 기존에 성공작을 만들었던 사람은 투자를 받기가 수월해진다는 점도 숨기지 않고 공개했다.

 

기존에 성공했던 게임을 개발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가 수월해진다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성공작을 만든 저력과 그동안 쌓아 올린 내공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레퍼런스 체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존에 만든 게임이 대박을 터트리진 않았더라도 수작이라고 할 만하고 그 팀이 괜찮다면 투자도 상대적으로 원활해질 겁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 11월 전 한게임 정욱 대표대행이 설립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넵튠에 5억 원을 투자했다. 넵튠이 만든 첫 모바일게임 <넥슨 프로야구마스터 2013>은 이미 출시돼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올라 있다.

 

“<C9> PD를 담당했던 유충길 대표가 회사를 나와 모바일게임 개발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에는 제가 먼저 찾아가서 투자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었죠.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유명 게임의 PD라거나 그 게임의 대부분을 만들었다고 과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모두 다양한 방법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만큼 임 대표는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과장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 중 어디가 가장 잘될지는 우리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성공은 제한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투자한 업체가 10배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항상 믿습니다. 그렇게 10개의 회사를 투자하면 대게 3~4개의 회사가 망하고 두세 개의 기업이 원금만 회수하는 정도고, 나머지 두세 곳이 5배에서 10배의 수익을 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사를 믿고 자금을 투자하고 퍼블리싱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부당한 조건이 없는지 검토하는 등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게임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더 전문가니 제가 참견하는 건 말도 안되죠케이큐브 벤처스가 조성한 펀드는 기본적으로 7년에 2년을 연장할 수 있어서 총 9년 동안 지원이 가능합니다. 투자한 업체가 9년 안에만 성과를 거두시길 바랍니다.(웃음)”

 

 

 

■ “자신만의 엣지를 만들어라”

 

기존에 게임을 개발했거나 사업을 한 사람이 아니라 처음 창업하는 경우는 검토가 훨씬 오래 걸린다. 과거의 전적이 없으므로 왜 그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필요한지, 성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팀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동시에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사업계획서의 아이디어를 검토합니다. 하지만 처음 게임을 개발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 중 시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콘텐츠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고민 없이 기존에 있었던 게임을 비슷하게 만들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쟁자가 이미 점거한 시장에 완성도까지 보장할 수 없다면 투자자는 당연히 망설이게 되겠죠.

 

임 대표는 서울대학교나 카이스트 등 명문대 출신이거나 NHN 출신 등의 인맥이 있어야만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부정했다. 투자자에게 있어서는 학벌보다 인풋이 얼마일 때 아웃풋이 얼마인지 명확한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한 대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그들이 만드는 것이 현재 시장에서 원하는 것이 아니고 얼마를 투자했을 때 무엇이 나오는지 명확하지 않다면 투자하지 않는다. 학벌이 투자의 기준이 되다는 것 자체가 바보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예로 들면, 이 대표도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출신이 아니고 선데이토즈를 설립하기 전 NHN에 있었을 때에도 플래시게임을 개발하는 당시에는 일명 비주류였습니다. 실제로 선데이토즈에 투자한 후 주변에서는 왜 그런데 투자를 하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국민 퍼즐게임이 된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임 대표는 이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소셜게임에 대한 비전과 통찰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이 대표를 10번 이상 만나며 그의 내공을 확인한 후에 투자를 결정했다.

 

언론에서 어디어디 출신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그런 반감이 더 커진 것 같기도 합니다이정웅 대표나 핀콘의 유충길 대표가 지금보다 더 스타가 되고 이런 분이 늘어나면 학벌이나 연줄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무조건 공부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롤모델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자신의 핵심 경쟁력과 하고 싶은 일의 싱크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PG를 잘 만든다면 RPG 개발 스킬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게임을 빨리 만들 수 있다면 해외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 중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게임을 국내 사정에 맞춰 누구보다 먼저 서비스하는 식으로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애니팡>이 기존의 스리쿠션 방식의 게임 플레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하트를 고안하고 충전 시간을 8분으로 설계하고 게임 플레이 시간을 1분으로 정하고 폭탄을 넣고 모바일에 가장 어울리게 카카오 플랫폼에 가장 먼저 서비스한 것은 이정웅 대표의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는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모바일게임들이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는 한국에서 누구보다 소셜게임에 대한 감각을 갈고닦아 왔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도 슈팅게임에 대해 몇 년 동안 고민한 끝에 나온 게임으로 알고 있고요. 존재감이 없던 회사가 한 게임으로 펑 터트리는 것을 보고 로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랜 경험이 축적돼 나온 것이지 절대 우연히 터진 로또가 아닙니다.

 

 

 

“2013년 중반까지는 달려야 할 때”

 

지금은 VC(벤처캐피탈) 담당자들이 모이기만 하면 모바일게임 이야기를 할 정도입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지금 만한 기회도 흔치 않을 겁니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주로 제조나 건설, IT부품에 집중돼 있다. 특히 대기업과 하청 계약을 맺는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벤처 투자 방법 중 하나다. 그나마 온라인게임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바일게임은 2012년 초까지만 해도 매출이 미미해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가 한 달에 적게는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 원의 매출을 일으키면서 지금은 벤처캐피탈 업계의 화제가 모바일게임에 집중된 상황이다.

 

요즘 제가 투자하고 있는 업체나 친한 회사의 대표님께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2013년 중반까지는 정말 정신 없는 시기고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닐 테니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미친 척하고 달려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저희도 적어도 6개월 동안은 모바일게임의 투자 우선순위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 “벤처기업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다”

 

케이큐브벤처스는 벤처기업의 베스트 프렌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 설립, 팀 세팅 등의 실무에서부터 퍼블리싱 계약서 작성까지 벤처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을 옆에서 도와주겠다는 게 임 대표의 생각이다.

 

기업가는 정말 외로운 직업입니다. 저도 대표를 해 보니 잘 알겠더군요. 처음 회사를 운영하면서 부딪히는 일이 많은데 그런 분에게 일종의 상담사이자 친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대표는 투자업체를 위한 패밀리 문화 활성화 외에도 창업이 처음인 사람들을 위해 실제 벤처기업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나서기도 했다.

 

벤처기업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슬로건은 진심입니다. 적당히 키워서 대기업에 판매해 수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풋옵션이나 상환권 같은 옵션도 계약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임 대표는 자사가 투자한 회사를 연계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제가 업체를 도와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지만, 패밀리가 만들어져서 서로 돕는다면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경험이 쌓이고 선배가 되는 분이 생기고 새롭게 도움을 받은 분이 생기는 선순환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이미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업체들은 결제 관련 솔루션을 테스트한 결과를 공유하며 가장 좋은 것은 추천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프로모션 중이라면 업체를 추천하는 등 이미 공유 활동에 나서고 있다.

 

“벤처가 성공하기 힘든 만큼 실패할 확률을 줄이고 싶은 것이 큰 목표입니다. 물론 모든 벤처가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우리 패밀리만이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싶습니다. 벤처가 실패하더라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실패해 좋은 경험으로 남고 다시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며, 그래서 창업이 할 만하다는 생각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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