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가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시작한다. 목표는 ‘혼자 해도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리고 ‘힘을 잔뜩 실은 세계관 설정이 유저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게임’이다.
이를 위해 1차 CBT부터 6개 종족을 모두 공개하고, 종족별로 배경은 물론 인트로 영상, 컷신, 임무, 심지어 문짝과 문고리마저 따로 만드는 세심함을 들였다. 음악을 위해서는 양방언 작곡가를 섭외했다. 모두 <아스타>의 세계관을 위한 투자다.
“지스타에서 보여줬던 아쉬움도 1차 CBT에 모두 반영했습니다” 지스타 2012의 <아스타>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난데없는 협동임무에 당황한 유저가 많았고, 기존의 타겟팅 게임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다만 그 덕분에 <아스타>가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무엇을 내세워야 할지 알았다는 게 개발사의 이야기다. 1차 CBT부터 치밀한 세계관과 솔로 플레이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주겠다는 폴리곤게임즈 김도훈 부사장과 김민규 기획팀장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폴리곤게임즈 김민규 기획팀장과 김도훈 부사장.
■ “지스타 버전 공개하고 많은 점을 배웠다”
<아스타>는 지스타 2012에서 10명의 유저가 힘을 합쳐 몬스터를 처치하는 ‘지역협동임무’를 선보였다. 현장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관람객 10명이 모이다 보니 팀워크가 안 맞는 건 기본이고, 자신의 역할을 모르거나, 진행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캐릭터를 못 움직이는 경우가 생겼다.
게임에 익숙한 유저 중에도 많은 수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심 차게 출전한 폴리곤게임즈로서는 영 아쉬운 결과다. 그래도 지스타 덕분에 예상치 못했던 단점들을 찾았고, 1차 CBT에서도 적극적인 개선이 가능했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TIG> 지스타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지스타에서 짧은 시간에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시간이 많이 짧고 사전지식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스토리 진행은 무리가 있다. 1차 CBT에서 선보일 PvP ‘격전’처럼 높은 조작난이도를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어렵고. 결국 처음 하는 유저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협동임무를 여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래도 진입장벽이 높더라. MMORPG에 익숙한 유저가 아니면 게임의 조작 자체가 어려웠고, 진입장벽을 더욱 낮춰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1차 CBT에서도 초반 튜토리얼을 많이 보강했다. 지스타를 통해 배운 일종의 교훈이다.
지스타 2012의 <아스타> 체험존 모습.
TI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너무 비슷하다는 평도 많았다.
맞다.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비슷한 타겟팅 전투를 가져가는 이상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라고 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투 역시 따지고 보면 <에버퀘스트> 같은 기존의 MMORPG와 비슷한 방식이었던 만큼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
특히 그래픽의 영향이 큰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채도가 굉장히 높다. 최근의 MMORPG만 봐도 <리니지 2>의 그레이톤, <킹덤언더파이어 2>나 <테라>의 베이지톤처럼 채도가 짙은 게임이 거의 없다. 그만큼 사실적인 그래픽을 위주로 개발 중이기도 하고.
반면 <아스타>에서는 보라색에 형광색까지 짙은 색을 적극 이용하는 만큼 첫인상이 비슷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만화나 회화 같은 과장된 그래픽을 보여주는 점도 그렇다. 느낌이 비슷하다는 건 결국 게임을 해보기 전에 어떻게 다르다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테스트하다 보면 자연히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TIG> 그래서 지스타 버전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는 어땠나?
예상보다 더 쉽게 해야겠더라. 그래도 무한정 쉽게 할 수는 없으니까 편하게,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저가 무언가를 편하게 익히고 빨리 실제 플레이에 응용하는, 그런 부분에서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앞서 튜토리얼을 많이 보완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다들 MMORPG에 익숙하다 보니 지스타 때처럼 MMORPG를 거의 접해 보지 못한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걸 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참고로 이번 1차 CBT 버전은 사내에서 게임과 가장 안 친한 우리 대표이사가 ‘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릴 때까지 만들었다.(웃음)
지스타 2012 체험판. 쉽게 만든다고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 격전과 황천 공개, 목표는 ‘솔플 유저’의 재미 확인
<아스타>는 이번 1차 CBT에서 PvP와 황천 진영을 처음 선보인다. ‘격전’이라 불리는 PvP는 일종의 미니게임 방식이다. 폴리곤게임즈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PvP에 대한 유저 선호도를 확인한 후 본격적인 진영 대립구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솔로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1차 CBT의 목적 중 하나다. <아스타> 개발진은 PvP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유저, 레이드 등의 파티플레이를 즐기는 유저, 다른 유저와의 교류 없이 솔로플레이만 즐기는 유저로 유저들을 구분하고 그중 솔로플레이 유저들에 많은 신경을 썼다. 혼자서도 게임 내의 콘텐츠를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아스타>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TIG> 1차 CBT의 분량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30레벨까지 공개하는데, 플레이타임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20~30시간 정도다. 이전에 치렀던 FGT에서 대표적인 퀘스트 관련 시스템을 선보였다면 1차 CBT에서는 격전을 비롯해 생산과 변신, 테이밍 등이 추가될 것이다. 황천 지역이 처음 공개되고 진영 대립구도가 완성되는 것도 이번 1차 CBT다.
TIG> 격전 이외에 직접적인 필드전 등은 없나?
있다. 하지만 1차 CBT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본격적인 대립이 시작되는 건 40레벨 이후로 생각 중이다. 필드에서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게 PvP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격전을 비롯한 미니게임 방식의 PvP를 통해 전투에 익숙해지고 싸움의 이유를 충분히 느낀 다음에 직접적인 대립을 시작할 것이다.
격전의 종류도 앞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일반적인 거점점거 방식인 ‘오행의 고리’와 미식축구처럼 보주를 옮기는 ‘도깨비 놀이터’ 외에 공격과 방어를 나눠 공성전을 벌이는 ‘내성돌파전’이 나올 것이다.
※ 원화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이하 동일).
TIG> <아스타>의 PvP 비중은 어떤가?
솔직히 PvP 성향이 아닌 유저는 아무리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해도 PvP에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싸우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유저들이다. 다만 이를 최대한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PvP가 어렵거나 준비할 게 많아서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만드는 게 최선이다.
비중은 단순히 콘텐츠로만 보자면 역시 던전 파밍과 레이드, PvP가 반반이다. 다만 레이드와 던전 파밍이 ‘굳이 파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TIG> 솔로플레이를 강화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개발사에서 얼마나 그 콘텐츠에 비중을 두느냐는 결국 어떤 아이템을 주느냐가 관건인데, <아스타>는 굳이 사람을 모으고 레이드를 하지 않더라도 혼자 PvP와 레이드와 같은 수준의 아이템을 구하고, 비슷한 재미로 게임을 즐기도록 만들 생각이다.
물론 파티를 맺는 유저와 차이가 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던전에서 1인, 3인, 5인 모드를 지원한다면 1인 모드보다 5인 모드에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5배 더 높은 식이다. 직업 분배만 잘돼 있다면 클리어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을 테고, 그만큼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도 쉬울 거다.
대신 솔로 유저라도 1인 던전은 확률이 낮거나 위험성이 조금 더 높을 뿐, 그 아이템을 못 얻는 건 아니다. 혼자서도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TIG> 그럼 1차 CBT에서는 어디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1차 CBT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PvP 시스템이다. 격전이 얼마나 게임에 잘 녹아들어 있고, 유저들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격전에 참여하고 재미있게 즐기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솔로플레이와 파티플레이의 균형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리소스를 투자한 만큼 세계관이 유저들에게 얼마나 전달되는지도 보고 싶다. 말해 놓고 보니 전반적인 반응을 다 보는 듯하다.
■ “양방언은 우리 세계관을 가장 잘 표현해줄 작곡가”
<아스타>는 세계관 표현에 많은 공을 들였다. 6개의 종족마다 시작지점이 다르고 서로 만나는 지점도 상당히 늦다. 종족별 인트로 영상이 따로 마련돼 있으며 대립하는 아수와 황천 지역은 끝까지 맵을 따로 사용한다. 종족별로 문고리 하나, 장식 하나도 다르게 만들 만큼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다.
목표는 <아스타>만의 독특한 아시아 판타지를 만드는 것. 그리고 아시아를 배경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방언 작곡가에게 음악을 맡겼고, 수 천 장에 달하는 일러스트와 콘셉아트를 보내기도 했다.
TIG> 세계관에 기대를 거는 유저도, 우려를 나타내는 유저도 많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인 게 사실이다. <아스타>에는 현재 6개 종족이 등장하는데 시작 지역도 종족마다 다르고 임무도 다르고, 지역마다 배경이나 스토리 영상 등도 다 다르다. 종족을 바꿀 때 사실상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게 목표다.
TIG> 아시아 설정으로 일본색이나 중국색이 짙다는 비판을 들은 게임도 많다.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서양, 그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세 유럽 판타지를 보면 르네상스와 로코코 양식처럼 특정한 문화를 따른 것들이 많다. 근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들을 다 ‘판타지’로 여긴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과 일본 성벽을 참고해서 게임에 반영하면 그건 또 표절 혹은 외국 문화를 생각 없이 따라한 게 된다. 조금 억울한 부분이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 양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유저들이 많은 건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도 최대한 안 치우치게 노력하는 중이다.
TIG> 중세 판타지가 아닌 만큼 자료수집 등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캐릭터나 몬스터는 엘프, 오크 등이 없는 만큼 기존 설화나 이야기, 고전소설 등에서 이름만 등장하던 것들을 상상해서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 기획팀에서 콘셉트를 내면 원화팀이 상상해서 만드는 방식이다.
기획팀 입장에서는 제일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작명이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물건이나 기술, 사건, 지역, 동물, 사람 이름 등 많은 것들에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영어식 이름이 익숙하다 보니 그걸 동양식, 한국식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일부 단어는 분위기를 유지하며 대체할 말이 마땅하지 않아서 고어 등을 참고해 만들 정도다. 덕분에 서점만 가면 우리말 사전에 우리 이름사전 같은 걸 꾸준히 사 모으고 있다.
재미난 일화도 있는데 옛날 아시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서적 중에는 중국에서 집필한 원서가 많다. 그런데 이걸 또 미국에서 번역한 후 출판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이 기모노를 입고 있다거나, 각 지역 사건이 섞이는 등 예상치 못한 일도 왕왕 있다.
TIG> 지난 기자간담회에서는 양방언 작곡가가 등장해 놀랐다.
KBS 1TV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 쓰인 양방언 작곡가의 음악을 듣고 굉장히 좋다고 느꼈다. 이후 <아스타>를 만들면서 음악만은 꼭 이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생각했다. 한국문화와 일본문화를 같이 흡수한 만큼 <아스타>의 콘셉트를 살릴 수 있는 감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작곡을 부탁할 때도 게임의 콘셉아트 등을 보여줬는데 굉장히 적극적으로 진행하더라. 특히 자료를 극도로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갖고 있는 수 천 장에 가까운 일러스트를 모두 다 전달했을 정도다. 아티스트다 보니 말이나 설명보다 보고 느끼는 게 더 빠르게 전달되더라.
현재 <아스타> 홈페이지(//asta.hangame.com)에 가면 6곡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황천 진영의 테마곡이 또 5곡, 이 밖에도 게임에 맞춘 다양한 테마곡을 받았다. 지금도 양방언 작곡가가 작업 중이다. 최종 분량은 OST 모음집 한 장은 내고도 남을 수준이 될 듯하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