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블로그>는 돈 벌 생각 없이 올린 공연이에요. 게임인도 같이 힐링했으면 좋겠어요”
‘김수로 프로젝트’의 프로듀서이자 게임인재단 문화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배우 김수로가 게임인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21일 막을 올린 음악극 <유럽블로그>에 특별 할인을 제공함으로써 자그만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
크지 않은 혜택이지만 이번 시작을 통해 게임계와 공연계가 윈윈하기 시작하면, 문화로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임인재단 문화자문위원인 배우 김수로를 만나 ‘게임 in 문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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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재단 문화자문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는 배우 김수로
Q. 공연과 게임의 교류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김수로: 지난 2012년 <유럽블로그> 초연 때 당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남궁훈 대표가 공연을 관람하러 왔고 전 매니저의 소개로 알게 됐다. 공연이 재밌다고 거짓말 보태서 10번은 넘게 보신 것 같다. (웃음) 그 때의 인연으로 호형호제하며 친해졌는데, 이후 게임인재단을 설립하더니 감투를 하나 받고 나서 더 친해지기 시작했다.
<유럽블로그>는 ‘힐링’을 표방하고 있다. 지금의 남궁훈 이사장님이 힘드실 때 공연을 보시고 힐링됐다는 말씀을 하셨다. 본인이 좋으면 남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남궁 이사장님이 그랬던 것 같다.
재단 설립 이후에는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게임도 사실 하나의 문화 장르임에도 연극이나 뮤지컬, 드라마 등과는 다른 취급을 받고 있지 않나. 게임이 갑자기 성장하고 과한 마니아들이 생겨나면서 문화로서 자리잡기도 전에 나쁜 이미지만 형성돼 속상해 하시더라. 그 부분을 바꾸고 싶어 했었고, 공연과 게임의 접목을 제안해 왔다.
Q. 지난해 12월 문화자문위원으로 합류했는데, 뚜렷한 행보가 없었다.
김수로: 어떤 역할을 한다기보다 서로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인재단과 함께하며 게임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같은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가 낮았는데, 개발사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 호기심이 많아서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게임 산업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속 물어보게 된다.
서로 어떤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건 아니다. 좋은 일을 위해 설립된 재단에서 내가 무슨 돈을 벌기 위해 합류했겠나. (웃음) 서로 ‘악수’를 했다는 게 가장 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Q. 반대로 게임인재단이 <유럽블로그>에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김수로: 제작과정부터 마케팅까지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다. 극이 대학로에서 열리다 보니 홍보는 대학로에만 치중돼 있었다. 다양한 곳에 하고 싶어도 예산 자체가 많지 않아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그 외 지역, 특히 게임업계가 밀집돼 있는 판교에 게임인재단이 홍보를 하고 있다. 광고를 한다든지 눈에 띄는 활동은 없지만, 업계에 계셨던 이력을 살려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를 해줬다. 문화회식 진행 등을 위해 더 많은 곳에 알려주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공연 프레스콜에 처음으로 게임 전문 기자들이 많이 오셨다. 우리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게임인재단은 공연계에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고 했는데 우리 역시 새로운 분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Q. 재단이 유치해주길 바라는 관중 수가 있나?
김수로: 공연하는 사람들은 계산적으로 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게임인재단 덕분에 올해 1,000명 관중을 유치하고 내년에 100명이 온다면 무슨 의미겠나. (웃음)
가장 큰 바람은 이 관계가 지속됐으면 좋겠다. 올해 게임인이 100명 공연을 찾아주시면 내년에는 200명, 그 다음에는 300명이 봐주시는 게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Q. <유럽블로그>는 창작극이다. 극 내용에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김수로: 이제 막 공연이 시작된 만큼 당장은 변화된 걸 보여주긴 어렵지만, 이후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창작이라는 게 유행을 많이 담긴 하지만, 사실은 틈새를 노리는 부분도 많다. 그런데 게임은 이미 틈새도 아니지 않나.
게임들이 공연문화와 소통되고 있다는 점이 우리 피부에 느껴진다면 당연히 그들을 위한 공연도 가능하다. 하지만 액션이 있어야 리액션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우리는 모르니까. 공연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이기도 하고.
Q. ‘김수로 프로젝트’는 현재 10개 이상의 작품이 나왔다. 단순히 할인 혜택이 아니라, 게임이 콘텐츠가 되는 공연은 어떤가?
김수로: 사실은 <리니지>를 올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 (웃음) 단순히 많다, 정도가 아니라 회사 생사가 오갈 만큼 많이 들더라. 원작자와는 긍정적으로 대화가 오갔는데, 개발사에는 문의도 못해봤다. 나중에 홀로그램이 발전되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금전적인 것도 문제지만 대중성도 고민이었다. <리니지> 공연을 했을 때 게임 팬들뿐만 아니라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호응이 있어야 하지 않나. 단순히 인기 많은 게임이라고 공연이 가능했다면 <스타크래프트>는 진작에 나왔을 거다. 두 층을 흡수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Q. 공연을 찾아주는 게임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김수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든 하는 사람이든 작은 모니터 화면에서만 콘텐츠를 즐긴다. 시야를 넓혀 큰 공연장에서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여가시간에 게임뿐만 아니라 새로운 취미생활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
이처럼 대대적으로 게임과 공연이 함께하는 경우는 처음 같다. 게임인재단이 공연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공연인들도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생겨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게임이 문화다”라는 인식을 자리잡기 위해 게임인재단을 비롯해 게임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게임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미 게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박힌 사회에 별안간 “게임도 문화야!”라고 주장만 한다면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부분을 내놓아야 하나하나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인재단뿐만 회사차원에서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게임안에서 획득한 게임머니로 공연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문화머니로 바꾼다든지, ‘하트’ 대신 공연 티켓을 선물하는 등 말이다. 축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3일 프레스콜 무대에 오른 <유럽블로그> 주연 배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