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Xbox 360의 주변기기로 시작된 ‘키넥트’가 동작 인식 기기로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윈도우용 키넥트가 출시되고 나서 이후의 일이다.
재미있게도, 그 가능성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해커들 사이에서 나왔다. 해커들이 소프트웨어 개발킷(SDK)으로 자체 개발해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가능성을 입증 받았다. ‘키넥트’는 소위 ‘우연한 성공’을 거두게 됐고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흐름이 터치와 동작 인식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기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키넥트를 활용한 동작 인식 기술 개발은 교육, 재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분당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의 백남종 교수팀이 서울대 기계공학과 연구실과 공동으로 뇌졸중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의료산업에서도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백 교수는 지난 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MSRA) 2013’에서 위 기술을 공개했다. 키넥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의료 프로그램이기에 업계 호응도 대단했다. 백 교수는 디스이즈게임과 인터뷰를 통해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이다”라고 성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백 교수는 내년 중 보다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다양한 업체와 연계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게임 컨트롤러로 시작해 의학용 프로그램까지 키넥트의 활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은 분당 서울대병원 백남종 교수를 만났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참고) 뇌졸중이란? - 뇌졸중(腦卒中)은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뇌혈관의 병 이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TIG> 키넥트를 활용한 뇌졸중 치료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나름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백남종 교수: 자부심 까지는 아니고…(웃음) 생각보다 호응을 많이 보내 주셔서 기쁘게 생각한다. 재활의학과 교수로
앞으로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며, 진도를 나가기 위해 많은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에게 보다 의미 있게 다가가고 싶다.
하나를 시작해 놓고 나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키넥트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재활치료에 들어가는 보행분석기의 비용만
해도 4억에서 6억 가량 하는데 비용적인 측면만 봐도 매우
활용도가 높다. 확산되도록 많이 기여하고 싶다.
TIG> 프로그램의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백남종 교수: 프로그램 개발 공개 이후 언론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직 시작단계이므로 더욱 완성도를 높여 환자들 치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래도 치료 목적을 위해 내부 개발팀이 개발하다 보니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같은 시각적인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학내 벤처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기술을 활용해 뇌졸중을 비롯한 재활 대상이 되는 환자를 위해 많은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현재는 치료 부위를 움직이는데 그쳤다면 향후에는 글러브를 착용해 촉감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구현하고 싶다. 보조 치료사 없이 환자 혼자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원격 재활치료도 가능한 만큼 현재 다양한 방안을 구상, 협의 중이다. 펀딩이나 각종 업체에서도 협의 제안이 오고 있다. 검토 중이며, 아마 1~2년 안에는 구체적인 모습이 나올 전망이다. 의료기기 개발업체에서도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
그 밖에 프로그램 개발 이후 기존 재활 치료실을 ‘가상현실 치료실’이라고 개명해 지난 해 말 리모델링에 들어가 올 해 6월 공사를 마쳤다. 이 곳에는 윈도우용 키넥트를 활용한 뇌졸중 치료 프로그램 치료 외에도 Xbox 360을 이용한 게임으로도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관련기사)
TIG> 많이 들어봤던 질문이겠지만, 왜 ‘키넥트’였나?
백남종 교수: 처음에는 출시된 게임으로 치료를 하는 것도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더라. 아무래도 키넥트는 범용 툴로 유명하고, 몸 전체를 가장 정확하게 인식하는 동작 인식 기기이기 때문에 전문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TIG> 키넥트로 뇌졸중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백남종 교수: 재활치료라는 것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기존에는 작업치료실에서 퍼즐이나 오재미 등을 했었지만 이러한 시도를 통해 보다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는 모두 생각이 같았다. 어차피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웃음).
TIG> 프로그램은 언제부터 개발 됐으며 개발 팀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백남종 교수: 중국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전시관을 견학하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동작 인식 기술 관련해 얘기를 하게 됐고 2012년 8월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서울대 공대에 있던 방현우 교수와 콘셉트를 잡고 얘기하다가 가능성을 발견하고
개발하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서울공대
IT 전문가들과 함께했다.
TIG> 프로그램은 어떤 원리로 치료하게 되나?
백남종 교수: 우선 재활 치료를 해야 하는 부위를 프로그램 카메라에 인식시킨 후 환자가 작동 가능한 이동 범위를 설정한다. 이후 치료 데이터 관리를 위해 이름과 나이, 성별, 왼손, 오른손 중 치료 운동을 할 부위와 난이도 등 세부 설정을 하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별 모앙의 블록을 홈에
맞춰가며 퍼즐을 맞추는 간단한 미니게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 재활 치료보다 재미 요소도 많고 환자의 집중도도 더 높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