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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제 모두가 즐기는 행사 된 지스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전시회'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11-18 18:43:36

부산 벡스코(BEXCO)에서 4일간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 '지스타 2024'가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조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약 21만 명이 현장을 방문했다.

이번 지스타는 많은 관람객이 찾은 이유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신작 게임 시연부터 유명 인플루언서와의 만남, 게임 산업 동향 파악, 유명 개발자의 강연까지,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한자리에 있었다. 이제는 당당히 '대한민국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방문해야 할 필수 행사'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아쉬움도 존재했다. 이 자리를 빌어 지스타 2024가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 항상 할 것이 있다. 이번에도 탄탄했던 시연작 리스트

게임쇼의 '꽃'은 시연이다. 아무리 행사가 크고 화려해도 가서 '해 볼 것'이 없다면 속 빈 강정이다.

지스타 2024는 이번에도 다양한 시연작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지스타는 지난 2년 동안 <P의 거짓>, <로스트아크 모바일>, <인조이> 등 국내 여러 개발사가 다양한 기대작을 선보여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바 있다. 

지난 라인업이 너무나 화려했기에 이번에는 부침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올해 시연 라인업과 관심도는 이전을 뛰어넘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모바일게임이 대부분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PC 플랫폼으로 시연되는 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느끼는 체감일 수도 있다. 

펄어비스가 그간 루머와 해외에서만 체험할 수 있었던 <붉은사막>을 국내 최초로 시연했다. 넥슨은 300부스라는 여타 부스의 3배 크기의 규모로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프로젝트 오버킬> 등을 시연했다.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아크>을 중점적으로 선보였는데, PvP 게임이란 점을 활용해 e스포츠 대회처럼 시연 환경을 꾸며 돋보였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지스타의 관람객을 맞이하는 아침 10시. 행사장의 문이 열리면 대형 기대작의 대기열은 10분도 되지 않아 가득 찼다. 도저히 줄을 설 곳이 없어 대기조차 불가능한 부스도 있었다. <붉은사막>이나 <오버킬>같은 게임은 2시간을 훨씬 넘도록 기다려야 간신히 시연에 참여할 수 있었다.

행사장이 열리자마자 항상 관람객으로 가득찼던 <붉은사막>

e스포츠 대회 형태로 게임을 시연한 <프로젝트 아크>

부스 디자인과 현장 행사도 '게임'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단순히 유명 인플루언서나 굿즈에 의존해 게임의 이름만을 알리려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펄어비스는 현장에 꾸며진 극장에서 게임 튜토리얼 도영상을 관람한 후 게임을 시연하는 구조로 동선을 마련했으며, 넷마블이나 웹젠은 현장에서 개발자가 게임을 직접 소개하고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다.



#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

게임을 잘 몰라도, 시연에 꼭 참가하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지스타다. 게임을 잘 몰라도 축제 분위기를 느끼며 독특한 오프라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가 곳곳에 마련됐다. 인디게임 개발자 앞에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보고 의견을 남길 수도 있다. 게임사에서 공식 제작한 희귀한 유니크 굿즈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트리머나 유명 인플루언서의 팬들에게도 지스타는 눈 여겨 볼 만한 행사다. 여러 대형 게임사의 부스에서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게임 행사가 진행됐으며, 곳곳에서는 유명 코스프레어와 팬들이 사진을 찍는 장면이 보였다. SOOP 부스에서는 스트리머 연계형 행사가 진행돼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독특한 콘셉트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즈큥도큥> 부스


2차 창작에만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지스타는 메리트가 있다. 이번 지스타에도 2차 창작자들이 굿즈를 판매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으며, 행사장에서 접근이 어려웠던 곳에 위치했던 이전 행사와 달리 2관의 인디 부스 옆에 설치돼 접근성이 올라갔다. 


한 관람객은 "지난 행사 때는 위치가 나빠서 한산했는데, 이번에는 주목도가 괜찮은 곳에 배치돼서 2차 창작자 입장에서도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업계의 트렌드, 게임 산업의 방향까지 보여주는 행사

'종합 게임 축제'답게 이번 지스타는 국내 게임 산업의 흐름 또한 잘 보여주고 있었다.

2024년 국내 게임 업계 트렌드는 콘솔, IP, 글로벌 시장, 서브컬처였다. 기존의 모바일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노린 콘솔 게임이나 충성 이용자층을 노린 서브컬처 게임, 잘만 만들어지면 게임사를 오랜 기간 지탱할 수 있는 IP 구축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부스는 넥슨이다. <던파>라는 IP를 통해 여러 장르의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선 글로벌 IP로 도약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프로젝트 오버킬>을 적지 않은 시연 부스를 통해 선보였다.

새로운 IP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개발사들의 노력도 보였다. 이전 지스타부터 '서브컬처 게임 회사'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웹젠은 이번 지스타에서도 세련된 부스 디자인과 게이머들이 좋아할 다양한 이벤트로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내세운 게임도 웹젠의 효자인 <뮤> 시리즈가 아닌, <테르비스>와 <드래곤소드>라는 신작 IP 게임이었다.

개발자 토크쇼를 진행 중인 웹젠 부스


# 트렌드와 화제성 모두를 잡은 지스타 콘퍼런스


지스타와 연계해 매번 진행되는 컨퍼런스 행사 'G-CON'(지스타 콘퍼런스)는 또 어땠을까?

이번 지콘의 연사 라인업은 공개 직후부터 업계 또는 커뮤니티에서 적잖은 화제를 몰았다. 국내 연사의 경우 <던파> IP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네오플의 윤명진 대표, 국내 '스타 개발자'에서도 탑이라고 할 만큼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넥슨게임즈 '김용하' 본부장이 찾아와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 내용 또한 단순히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홍보가 아니었다. 윤명진 대표는 <던파> IP를 활용해 개발 중이었던 <프로젝트 BBQ>의 실패 이유를 강연을 통해 소개하며 네오플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극복 방법에 대해 강연에서 밝혔다.

G-CON 2024

국내 '서브컬처 게임 개발자'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김용하 본부장은 최근 업계에서 화두인 AI를 통한 게임 개발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 중에는 넥슨게임즈 내부에서 AI를 통해 시도해 봤던 게임 개발에 대한 과정과 결과가 공유되기도 했다. 

해외 게임 연사는 더욱 화려했다. 2024년 전 세계 게임 업계를 뒤흔든 <팰월드>의 개발자 '미조베 타쿠로'가 찾아와 자신의 게임 개발에는 학생 시절 플레이했던 여러 한국 게임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밸브의 '스팀덱' 개발자들이 찾아와 개발 비화를 밝히기도 했으며, <그랑블루 판타지> IP를 총괄하고 있는 '후쿠하라 테츠야' 디렉터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핵심 개발진인 '키타세 요시노리'와 '하마구치 나오키', 코에이의 '시부사와 코우'가 찾아오기도 했다. 후쿠하라 테츠야 디렉터는 강연 후 SNS를 통해 "일본 이외의 아시아 국가에 방문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사가 특히나 더욱 각광받았던 이유는 2024년 '게임계 화제의 인물'이라고 할 만한 개발자들이 왔기 때문이다. <팰월드>,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스팀덱' 모두 2024년의 게임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지스타로 찾아와 강연을 진행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AI를 통한 이차원 게임 개발을 주제로 강연한 김용하 본부장


# 한 켠의 아쉬움. '국제'의 의미를 살려야


하지만, 이번 행사가 많은 의의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의 아쉬움은 분명 존재한다. 지스타의 모토 중 하나인 '국제게임전시회'라는 점에 대해서다.

대표적으로 지스타에는 '해외 기업의 부스'가 거의 없다. '국제게임전시회'지만 '국제'라고는 말하기 조금 부끄럽다. 스팀이 찾아와 스팀덱을 통해 여러 인디 게임을 시연할 수 있도록 돕고, 한국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진 중국 게임사 '그리프라인'이 1관에 부스를 마련하긴 했지만 그뿐이다. 2022 지스타의 주인공이었던 호요버스는 아예 '호요랜드'로 독립해 나갔다.

지스타에는 이제 '새로운 피'가 필요한 시점이다. 크래프톤, 넥슨, 펄어비스 등 국내 기업도 항상 지스타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오며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오랜 기간 게임을 즐겨 온 관람객 입장에서는 '늘 보던 게임사'다. 지스타에 대한 관심이 없던 사람도 마음을 바꿀 정도로 크고 놀라운 '뉴 페이스'가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 '국제'라는 모토를 더욱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스팀의 참가가 더욱 반가웠다.

더불어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타이틀도 이미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 PAX와 같은 곧에서 시연된 후 돌고 돌아 지스타를 찾아온 것들이다. 


국내 게임이라고 반드시 지스타에서 처음 선보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이들의 선택은 지스타의 '글로벌 주목도'가 부족함을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만약 지스타가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는 행사였다면, 국내 게임사들도 기꺼이 지스타에서 최초로 대형 기대작을 선보였을 것이다.


올해 게임 업계의 주요 트렌드가 '서브컬처'였음에도, 서브컬처 장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감이 있기도 했다.


지스타 현장에서 시연된 서브컬처 신작 게임은 이외로 많지 않은데, 대부분 지스타 이후 열리는 AGF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러 서브컬처 게임이 지스타를 외면하면서 벡스코 2관도 상당히 한산해졌다. 2022년 '호요버스'와 '시프트업'이 각각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으로 터질 듯했던 모습과는 정 반대였다.


호요버스가 떠나고 다른 메이저 업체도 2관을 꺼리면서
벡스코 2관에 대한 관심도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콘솔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콘솔 게임이 국내 게임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선정되면서 수많은 언론과 보도 자료에서 콘솔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아예 문체부는 콘솔 게임 개발 지원을 위한 지원액을 155억으로 늘리고 "콘솔 플랫폼사(소니, MS, 닌텐도)와 연계하여 우수 콘솔게임 발굴에서 홍보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스타 현장에서 이들의 콘솔 기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카잔>이나 <붉은사막> 같은 게임이 PC로 시연됐다고 해서 콘솔 게임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 게임들은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되기에 분명 콘솔로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모두가 콘솔 게임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이 '콘솔'이란 것이 '국내 최대 게임쇼'의 현장에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시연 기기가 콘솔이 아니라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다. 시연의 특성 상, 당연히 PC로 구성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으니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를 예시로 들어볼 수 있다.

최근 <오공>을 필두로 중국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전부터 차이나조이에는 콘솔을 통해 성과를 내려 노력하는 중국 게임사의 노력이 가시적으로 보였다. 소니가 전개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PS 게임을 개발하는 세컨드 파티 개발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되는 여러 중국 게임이 PS로 현장 시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전부터 중국 게임 업계가 콘솔에 대한 열의와 가능성을 보여주며 준비하고 있었고, 눈여겨본 소니가 프로젝트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지스타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콘솔 게임'을 외치고 있는 것이 국내 업계의 흐름이라면, 적어도 현장에서 콘솔의 '콘' 정도는 보여야 하지 않았을까? 주력으로 하던 모바일 게임이 잘 안 되니  콘솔 게임을 외치지만 준비된 것은 거의 없고, 이를 '어떻게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냐'는 것마저 아직 정해진 모양이 없음을 이번 지스타가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국내 게임사에 큰 관심이 없었던 소니, MS, 닌텐도를 '국내 콘솔 게임 개발력 증대'라는 계획에 끌어들일 것이라면, 이들이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차라리 다음 지스타에서 문체부가 자체적으로 '코리아 히어로 프로젝트'를 열어서 싹수 있는 국내 개발사의 콘솔 게임을 시연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에 걸맞은 게임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급선무긴 하지만 말이다.

차이나조이에는 늘 소니가 참가해,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를 통해 파트너십을 맺은 중국 게임사의 게임을 PS로 시연하고 있다.


B2B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몇몇 업계인들은 "지스타는 B2B를 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스타의 B2B관은 다른 글로벌 게임쇼에 비해 한산한 편이다. 당장 옆나라의 '도쿄게임쇼'를 가더라도 일본 외의 국가에서 온 기자나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스타에서는 냉정히 말해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스타가 '국내 최대의 게임쇼'임은 명확하다. 그러나 국내 게임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본인들의 개발 방식을 바꾸고 있는 현재, 지스타도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 분명 오지 않았나 싶다. 주최측에서 지스타를 '국제게임전시회'로 소개하고 있는 만큼 그 이름값에 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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