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게임의 승부는 '첫 10분'이 좌우한다!
캐주얼게임. 유저 개인에 따라 좋고 싫음이 극명하게 나뉘는 이 장르가 어느덧 온라인게임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등장하는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절반이상이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게임들이니 사실상 캐주얼게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캐주얼게임에 있어서 첫인상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미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 지천에 널려있는 이상 첫인상부터 확실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으면 이내 다른 게임으로 떠나가는 유저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타임 앤 테일즈>는 위에서 언급한 ‘캐주얼 게임이 갖춰야할 덕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매우 바람직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왜냐고?
바로 다음에 소개할 ‘적당히 아기자기한 그래픽’, 그리고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게임의 목적을 부여해주는’ 시나리오 퀘스트 등을 통해 <타임 앤 테일즈>를 찾은 유저들의 발길을 확실히 머물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첫인상만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용병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성·제작시스템’까지, 이미 유저들에게 친숙한 시스템들도 함께 들어있다. 물론 이에 따르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는 뒤에서 차차 다루기로 하고, 우선 ‘첫인상이 좋은 게임’ <타임 앤 테일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깔끔하게, 그리고 적당히 귀엽게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첫인상을 강조하는 캐주얼게임 있어 그래픽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타임 앤 테일즈> 역시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2D 그래픽과 대화 시 등장하는 다양한 NPC들의 컷씬, 인사말 등을 통해 유저들의 눈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특히 장보고, 염장, 사카모토 료마 등 실존인물을 적당히(?) 만화적으로 '뻥튀기한' 일러스트 들은 시나리오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도 겸한다. 군더더기 없이 배치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창도 일품.
뻥이 좀 지나치긴 하지만...
물론 해상도를 선택할 수 없는 탓에 ‘인터페이스가 화면을 너무 많이 가린다’는 것과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해 화면에 똑같은 캐릭터가 바글거린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큰 불편을 줄 정도도 아닌데다, 그래픽 자체가 워낙 깔끔한 탓에 이러한 단점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이 있는 만큼 그래픽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귀여운 것에만 그치지 않고 유저들의 편의성과 몰입도까지 고려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훌륭한 동기부여! 이젠 헤매지 말자
그래픽과 함께 처음 온 유저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이 바로 ‘시나리오 퀘스트’다.
<타임 앤 테일즈>는 타임머신을 이용, 역사적으로 유명한 시대(혹은 인물)를 찾아다니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의 진행 역시 원하는 시대와 난이도를 고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각각의 시대에는 시나리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이어주는 시나리오 퀘스트라는 것이 준비돼 있어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갈 곳을 몰라 헤매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준다.
게다가 단순히 시나리오 퀘스트만 따라다녀도 자연스럽게 레벨 업을 하게 되므로 목적조차 없는 레벨 업을 반복할 필요도 없다. 좀더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게임 내내 시나리오를 고르고 퀘스트를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타임 앤 테일즈> 컨텐츠의 80% 이상을 즐긴다고 해도 될 정도다.
대부분의 캐주얼게이머가 게임에 대한 경험이 적거나, 나이가 어린 라이트유저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단순한 게임진행방식이야말로 유저의 편의를 위한 진정한 ‘캐주얼게임으로서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용병과 함께 커뮤니티를 부숴라??
시나리오 외에도 <타임 앤 테일즈>의 특징이 또 하나 있다.
<그라센>부터 MCC시스템으로 큰 호응을 얻은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이르기까지, 최근 ‘유행이다’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너도나도 채용하는 ‘다수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는 전투시스템'(여기선 용병을 활용한다)이다.
<타임 앤 테일즈>은 캐주얼게임으로는 드물게 ‘최대 6인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할 수 있는 일인 파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일인 파티 시스템은 유저가 쉬지 않고 손과 머리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MMORPG의 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루함’을 해소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파티를 구하지 않아도 플레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짧은 시간을 즐기는 캐주얼게임’에 딱 어울리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임의 특성 상 파티를 구하기 어려운 <타임 앤 테일즈>에서는 더욱 더 빛을 발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온라인게임의 근본을 뒤흔드는 한 가지의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커뮤니티의 붕괴’다. 파티를 맺을 필요가 없고,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으니 다른 유저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기회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커뮤니티의 단점을 보완해 줄 길드시스템 마저 없기 때문에 현재 <타임 앤 테일즈>에서는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커뮤니티라는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밑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타임 앤 테일즈>의 컨텐츠는 양으로 볼 때 절대 ‘풍부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커뮤니티마저 받쳐주지 않는다면 비슷한 컨텐츠에 질린 유저들은 자연히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차후의 업데이트에는 유저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뭔가 ‘끈끈한’ 커뮤니티 시스템이 요구될 것이다.
게임 내에는 길드시스템조차 없다!
맛은 있지만 양이 아쉽다~
위의 두 가지 대표적인 특징을 제외하더라도 <타임 앤 테일즈>에는 유저의 편의를 위해한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연성서와 재료를 구해 직접 만들어내는 용병제작이라든가, ‘공략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순식간에 전멸해 버리는’ 보스전 등이다.
이런 ‘자잘한’ 요소들은 <타임 앤 테일즈>가 가지고 있는 메인 컨텐츠와 어울려 게임의 전체적인 질을 한 단계 올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질적인 측면’의 이야기일 뿐, 문제는 ‘컨텐츠의 양’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나리오만 봐도 현재 구현된 것은 장보고와 사카모토 료마의 두 가지 시나리오 뿐이다. 난이도를 변경한다 해도 4번만 클리어하면 모든 시나리오가 바닥나 버린다. 그리고 나면?
물론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경험치를 얻을 수도 있고, 2회차 플레이부터 즐길 수 있는 지역, 추가 미션 등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시나리오’를 메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필자 역시 장보고 난이도 1,2 모두를 깨는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게임 내의 ‘커뮤니티’조차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며칠에 걸쳐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고 나면 더 이상 유저가 게임을 즐길 구실이 없어진다. 만약 그 후에도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려고 한다면 그때부터는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고 ‘레벨 노가다’와 ‘아이템·용병 제작’ 등을 반복하게 된다.
이래서는 ‘시나리오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타임 앤 테일즈>만의 가장 큰 장점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시나리오 이외의 즐길 거리를 추가하거나 시나리오 자체의 업데이트 속도를 조금 앞당겨 줄 필요가 있다.(기자간담회의 내용에 따르면 4월에는 영국, 5월에는 중국의 시나리오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의 <타임 앤 테일즈>는 ‘맛은 있는데 양은 너무나도 적은’ 고급 음식일 뿐이다.
정말 '캐주얼게임'다운 캐주얼RPG!
최근 잇달아 등장하는 캐주얼게임을 보면서 매번 들었던 의문은 ‘과연 어디가 캐주얼스럽다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솔직히 요즘의 캐주얼게임, 특히 캐주얼 MMORPG를 보면 단지 겉모습만을 귀엽게 치장했을 뿐 그 외의 컨텐츠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캐주얼이라는 이름에는 조금도 걸맞지 않은 ‘극심한 레벨 노가다’나 ‘가난의 정점에 선 아이템 드랍률’ 등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이래서야 어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이라는 이름이 가당하기나 하겠는가?
하지만 <타임 앤 테일즈>는 이런 ‘하드코어한 캐주얼게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로서의 캐주얼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앞서 설명한 시나리오 퀘스트와 ‘스페이스 버튼과 펑션키를 활용해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용병 조작법’ 등은 온라인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유저라도 손쉽게 게임의 참맛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그만큼 하드코어한 유저들의 플레이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벌어지는 컨텐츠의 부족과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다보니 발생한 ‘커뮤니티의 부재’ 같은 작지않은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캐주얼게임을 즐기는 대다수의 유저가 ‘짧은 시간 틈틈이 즐기는’ 라이트유저란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가벼움’이야말로 <타임 앤 테일즈>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캐주얼게임다운 캐주얼게임. 이제 그 문이 열렸다. 포화된 캐주얼시장에서 <타임 앤 테일즈>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는 유저들에게 ‘<타임 앤 테일즈>만의 가벼움’이 어필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숙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한 달 후에도 지금처럼 유저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타임 앤 테일즈>의 건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