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기다림!
3DO의 파산으로 인한 유통사/개발사의 변경부터 잇따른 발매연기까지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전 세계 PC유저들의 피를 말리던 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이하 히어로즈 5)의 데모버전이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게임 두 번만 기다리다가는 기린이 되 버릴게다!
특히 이번 <히어로즈 5>는 시리즈 최초의 풀 3D 그래픽을 도입해 기존 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을 선보이면서 공개 이전부터 ‘여러 사람을 잡을 게임(?)’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던 작품이다.
물론 현재 공개된 것은 두개의 캠페인과 한 개의 커스텀플레이, 그리고 유저간의 듀얼(전투만을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만을 즐길 수 있는 정식판매 이전의 데모버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히어로즈 5>의 진면목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으니 안심하자.
최고의 게임을 소개하는데 긴 서문 따위는 필요 없는 법. 지금부터 이어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게임’ <히어로즈 5>의 세계에서 다시 돌아온 영웅들의 모습을 직접 만나보자.
이거 보고 울 뻔했던 사람은 필자뿐인 겁니까?
이전의 그래픽은 잊어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히어로즈 5>의 그래픽은 기존의 시리즈와의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소박한 2D그래픽을 위주로 했던 기존의 시리즈와는 달리, 풀 3D를 100% 활용해 마치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화려한 영상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보다 웅장해진 마을의 구성과 각종 스킬들의 화려한 이펙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
캐릭터의 움직임은 단연 최고!
당연히 모든 화면은 360° 회전과 줌인/줌아웃이 가능하다
또한 배경과 유닛 각각의 디자인이 확실히 독립돼 있기 때문에 3D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인 ‘한데 뒤섞여 있으면 뭐가 뭔지 모르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일도 없다. 게다가 화면을 전혀 돌리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으니 필자와 같은 ‘3D멀미’를 호소하는 유저들에게도 안성맞춤.
화려할 곳은 화려하고, 소박할 곳은 소박하다. 이것이 바로 <히어로즈 5>!
새로움보다는 전통을!
전통을 잇는 시리즈물이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겪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전작의 시스템을 어디까지 이어가느냐’라는 고민이다. 특히 이런 문제들은 히어로즈 시리즈처럼 ‘시나리오만 추가시킨 확장팩(3편)’과 ‘의욕이 앞선 나머지 밸런스를 무시해 버린 영웅시스템(4편)’ 등 이미 ‘원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면 더욱 더 심해진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히어로즈 5>는 무리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시키기보다는 전작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보완하는 방법을 택했다. 워낙 탄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히어로즈 시리즈로서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해답 찾아낸 셈이다.
시스템 1. 변함없는 필드와 보다 전략적인 전투
히어로즈 시리즈를 플레이하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곳, 필드부분에서는 전작과 달라진 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각 영웅은 여전히 자신의 턴에만 움직이고 있으며, 중립 건물 역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직관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시리즈 중 단 한 가지라도 즐겨본 분이라면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픽적으로는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곳이지만...
반면 전투 부분에는 다소 수정이 가해졌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영웅이 다시 전장바깥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전장 안의 적들을 직접공격, 혹은 마법으로 ‘지지고 볶는(?)’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공격력이 중급유닛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 ‘영웅을 이용한 학살’은 불가능하다.
워낙 강했던 탓에 밸런스를 가차 없이 붕괴시키던 전작의 ‘영웅시스템’을 생각한다면 이는 당연한 처사(?)인 셈이다.
밖에서도 할 거는 다 하지만... 일단 전작처럼 혼자서 죄다 쓸고 다니는 경우는 없다
이와 더불어 사기(모랄)시스템의 변경도 있었다. 히어로즈 시리즈에서는 전투 중 적을 쓰러뜨리거나 특정한 마법을 받았을 경우 사기가 올라 한 번의 턴을 추가로 받는 것이 가능한데 이를 조금 전에 말한 ‘과도하게 강한 영웅’과 조합시키면 ‘무지막지한 영웅이 혼자서 미쳐 날뛰는’ 말 그대로 ‘사기적인 학살’도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 <히어로즈 5>에서는 이 사기의 능력이 다소 낮아져, 턴을 한 번 더 주는 대신 다음 턴을 조금 빨리 오게 해주는 것으로 변경됐다. 때문에 그리폰이나 헬하운드처럼 행동순서가 빠른 유닛이 아니라면 연속으로 두 번씩 움직이는 일은 보기 힘들어졌다.
결국 소수의 강한 유닛으로 전장을 휩쓸기보다는 다수의 여러 유닛을 골고루 활용해야 하는 ‘보다 전략적인 전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유닛이 차지하는 칸이 변하면서 이렇게 길을 막는 플레이도 가능해졌다.
그만큼 머리는 아프다. 각오하자
시스템 2. 타운 건설, 돈과 시간만이 능사가 아니다!
히어로즈 시리즈를 진정한 전략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요소, 타운시스템 역시 유저의 편의와 밸런스를 고려한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작에서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조건’만 보여주던 방식에서 탈피, 마을의 전체적인 테크트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인페르노의 마을 테크트리
그리고 상위건물을 짓기 위해서 필요한 타운레벨도 이번 시리즈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시스템이다. 타운레벨은 마을에 건물을 지을 때마다 1씩 올라가는데, 중반 이후의 건물은 모두 이 타운레벨이 일정수치 이상 갖춰져야만 지을 수 있다. 때문에 예전처럼 특정한 유닛을 목표로 빠른 테크트리를 타는 일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이거 하나 뽑으려면 한나절이다. 한나절...
그렇다고 아무건물이나 대충 지어서 타운레벨을 맞춘 후 고급유닛을 생산하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전작에 비해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장소가 상대적으로 적고, 시장을 통해 자원을 사는 일이 조금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초반부터 짜임새 있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건물이 나오기도 전에 게임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전투고 타운이고, 여러모로 전략적(?)으로 변한 셈이다.
시스템 3. 그래도 영웅은 영웅!
앞서 전투시스템을 통해 ‘영웅의 능력이 약해졌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웅의 ‘직접적인 전투능력’을 말한 것뿐, 휘하의 유닛들에게 주는 다양한 어빌리티의 효과는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이처럼 강해진 어빌리티를 얻는 방법은 역시나 전투,
혹은 보물의 발견을 통한 레벨 업 뿐이다
그런데 이번 <히어로즈 5>에서는 이런 어빌리티를 묶어주는 스킬이라는 항목이 생겼다. 이는 어빌리티의 상위 폴더(?) 역할을 하는데, 레벨 업 시에 각 스킬을 배워주면 그에 해당하는 어빌리티가 다음 레벨 업 때 랜덤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레벨 6에 초반 스킬 중 하나인 ‘베이직 디펜스’을 익혔다면 레벨 7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어빌리티인 ‘프로텍션’과 ‘바이탈리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식이다.
물론 레벨 업 시에는 랜덤으로 준비된 4개의 스킬과 어빌리티 중 단 한 가지만을 고를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것이 나오면 바로바로 익혀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스킬을 배우지 않고 어빌리티만 익힌다면 이처럼 어빌리티칸이 텅 비어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빨리 새로운 스킬을 배우자!
느리고, 어렵고?
보다 전략적으로, 그리고 좀 더 편리해진 시스템과 반대로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인 ‘높은 난이도’와 ‘느린 게임 진행’은 여전하다.
특히 이번 데모버전에서 제공되는 캠페인은 ‘헤븐 진영의 다섯 번째 미션’과 ‘인페르노 진영의 첫 번째 미션’이다. 그런데 첫 번째 캠페인이 헤븐 진영의 다섯 번째 미션인 탓에 기존의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아예 손도 못 써보고 패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저난이도(노멀)로 해도 ‘쉽지는 않다’
데모버전인만큼 유저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의 미션을 넣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소한 데모버전을 통해 히어로즈 시리즈를 처음 접해보는 유저들을 위해 튜토리얼의 역할을 겸할 ‘첫 번째 미션’ 정도를 같이 넣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이 ‘지나치게 느린’ 게임 진행이다. 물론 이번 데모버전에서는 멀티플레이가 유저간의 듀얼밖에 제공되지 않는 탓에, 이렇다 할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번 공개된 <히어로즈 5>의 멀티플레이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느렸다. 물론 이를 안 개발사측에서도 ‘다이나믹모드(각 턴에 제한 시간을 둠)’와 ‘고스트모드(현재 불명)를 추가할 계획이라고는 하나, 이 역시 정식발매 이후 어떤 식으로 적용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인적으로 히어로즈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를 정말 좋아하는 만큼 보다 쾌적한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이번만큼은 ‘마니아들만의 멀티게임’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이나믹 모드. 5초 내로 입력하란다
예전 시리즈 중에는 상대방의 한 턴 동안 라면을 끓여먹고,
설거지까지 했다는 훈훈한 미담도 있다(실화)
한번쯤 꼭 해봐라. 아니, 두 번 해라!
조금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히어로즈 5>는 ‘만점, 그 이상의 게임’이다.
최고의 게임 성으로 평가받는 <히어로즈 3>의 시스템을 토대로 비록 시리즈 최악이라는 평가는 받고 있지만,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던 <히어로즈 4>의 특징들을 잘 버무려놓음으로써 ‘히어로즈 시리즈 최고의 괴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시리즈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게 변한 그래픽’과 ‘절반만 알아들어도 몰입이 되는 스토리’는 가히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후 국내 유통사인 인트라링스에서는 한글화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히어로즈 팬이라면 반드시 구입해야할 타이틀이 하나 늘어난 셈이다.
스토리의 낚시는 정말 최고다. 다음 내용이 궁금할 때 딱 끝나니
3년을 기다린 최고의 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 그 모습은 유저들의 기대에 조금도 반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이왕에 무료로 배포하는 데모버전이라도 꼭 한 번쯤 즐겨보자.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진정한 낭만이 그곳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글화까지 해주는 게임은 정품 좀 사서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