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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느와르, 전쟁확대와 목표제시가 필요하다

‘느와르 온라인’ 오픈 베타테스트 체험기

안정빈(한낮) 2008-06-12 22:09:03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술집 앞에 검은색 롤스로이스 두 대가 멈춰서 있다. 술집의 문이 열리고 중역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술집 밖으로 나오자 무채색 양복을 걸친 건장한 사내 서넛이 차에서 내리며 손에 든 기관총을 난사한다.'

 

특별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이다오늘 소개할 마피아 MMORPG <느와르 온라인>은 이렇게 친숙하다면 친숙한느와르 장르를 소재로 삼은 게임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욕이 앞섰던 탓일까? 아니면 오픈베타가 너무 일렀을까? 아직은 느와르라는 소재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다행이라면 빠른 속도로 패치와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베타 한달을 맞은 <느와르 온라인>을 만나보자.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 어떻게 봐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그래픽

 

잘 만든 그래픽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최대한 사실적인 그래픽을 구현하는데 애를 쓴 거대한 스케일의 그래픽이고, 다른 하나는 퀄리티는 조금 낮아도 그 게임만의 특징을 잘 살린 독특한그래픽이다.

 

하지만 <느와르 온라인>의 그래픽은 두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의 전체적인 퀄리티는 높다고 보기 힘들다. 몬스터가 모두 인간형이고 배경이 홍콩의 뒷골목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레벨만 바꾼 몬스터의 이미지 재활용이 극심한 탓에 레벨 1~20까지 필자가 만난 몬스터의 종류는 상자와 드럼통까지 포함해도(!) 10종류를 넘지 못했고, 와이드 모니터로 플레이할 때 인터페이스가 창에 맞춰 가로로 늘어나는 등 최신 하드웨어 지원도 아쉬웠다.

 

화면 상단의 일그러진 원형 인터페이스들이 보이는가?

 

가장 아쉬웠던 것은 타격감이었다. 부족한 이펙트와 어긋나는 모션 때문에 타격감을 느끼기 어려웠고, 캐릭터가 쓰러진 채로 바닥을 미끄러지며 이동하는 상황도 자주 보였다. 4개의 진영이 등장하지만, 진영 간의 캐릭터 디자인 차이가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

 

꼭 그래픽이 좋다고 게임성도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퀄리티나 개성의 여부를 떠나서 <느와르 온라인>의 그래픽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즐겨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반대로 시스템 요구사양은 낮은 편이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대규모 전쟁도 크게 무리없이 경험할 수 있었는데, <느와르 온라인>의 매력은 역시 전쟁에 있었다.

 

 

■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전쟁

 

<느와르 온라인>에서 특징으로 내세우는 것이 RvR의 성격의 전면전기습전이다.

 

전면전은 말 그대로 일정시간에 한번씩 열리는 전쟁’으로 두 진영이 한 사냥터를 놓고 전투를 벌이게 된다. 전면전에 돌입하면 20분의 시간과 3명의 NPC가 주어지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상대편 NPC를 많이 죽이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면전은 레벨 별로 전장이 나눠져 있고 진영마다 선착순 40명씩만 참여할 수 있어서 진영간의 세력비와는 상관없이 공평한 상황에서 싸울 수 있다.

 

전쟁 시스템은 참여도 쉽고, 재미도 쏠쏠하다.

 

반대로 기습전은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랜덤하게 발동되는 일종의 게릴라전이다. 목적 역시 특정한 전장이 아니라 상대진영의 필드에 직접 쳐들어가서 20분 동안 상대 유저 200명을 죽이는 것이다.

 

전면전과 달리 침략 인원은 50명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수비진영은 누구나 전쟁에 가담할 수 있기 때문에 진영간의 세력비에 따라 승률이 압도적으로 달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정해진 수의 유저끼리 겨루는 전면전을 통해 진영별 세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진영간의 세력비에 따라 승률이 달라지는 기습전을 동시에 도입해 인구수가 많은 진영의 유저가 역차별 당하는 일도 방지한 것이다. 세력 불균형과 역차별이라는 RvR게임의 오랜 골칫거리를 효과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인구수가 불리한 진영의 유저들도 전면전에서 당당히 싸울 수 있고 인구수가 많아서 전면전 참가가 어려운 유저들은 기습전에 유리하다.

 

전면전과 기습전 모두 승리한 진영의 유저는 막대한 경험치(혹은 돈)를 얻을 수 있으며 전면전의 경우 일정시간 해당 사냥터를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이 추가로 주어진다. 더불어 전쟁에서 얻는 명예점수를 통해 캐릭터의 복장을 바꿀 수도 있다.

 

이처럼 전쟁에 대한 보상이 일반 사냥에 비해 수십 배 이상 높기 때문에 유저들이 경쟁적으로전쟁에 뛰어든다는 점 역시 주목한 부분이다.

 

 

■ 지루한 레벨 업과 부족한 컨텐츠

 

문제는 전쟁 이외의 컨텐츠들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부실하다는 데 있다. 우선 <느와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플레이 시간을 할애하는 몬스터 사냥의 경우 빠듯한 스킬 포인트로 인해 액티브 스킬 1~2개에만 의존해서 같은 패턴의 전투를 반복해야 하는 전형적인 노가다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느와르 온라인>의 타격감은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다.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도 뱃지, 단추, 보석, 응급키트, 붕대, , 황주, 반지, 귀걸이, 목걸이로 정해져 있고 몬스터의 패턴 역시 일정하다.

 

레벨마다 1~2개씩 마련되어 있는 퀘스트도 스토리가 강조되어 있지 않고 퀘스트의 조건 역시 NPC를 찾아가거나 주변의 몬스터를 잡아오는 심부름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지도 바뀌지 않는 몬스터를 계속해서 사냥해야 하는 것이다. 단조로운 전투를 막기 위해 패스트 액션이라는 각종 부가 스킬들이 있지만,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버그도 많은 탓에 장거리 캐릭터나 전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다행히(?) 레벨 업은 빠른 편이다.

 

사냥과 퀘스트 이외의 컨텐츠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

 

<느와르 온라인>에는 상의, 바지, 신발에 뱃지와 단추, 보석을 각각 하나씩 장착해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아이템 조합시스템이 존재한다. 아이템에 뱃지를 조합하면 체력이 오르고 단추는 민첩, 보석은 힘을 올려주는 식이다(badge의 정확한 우리말 표기는 배지이나 게임 상에 뱃지로 표기돼 있으므로 본문에서는 이를 따르도록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조합용 아이템의 능력치가 레벨 별로 정해져 있는데다가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적게는 한 개에서 많게는 다섯 개까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운이 지독히 나쁜 극소수의 유저를 제외하고 누구나 레벨 별로 거의 같은 아이템 조합을 취하게 된다.

 

개성 있는 캐릭터 육성을 위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각종 제약을 걸어놓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업그레이드 시스템이 나와버린 셈이다.

 

효율이 좋은 조합을 선택하다 보니 비슷해진 것과 아예 최상의 코스가 마련돼 있는 것은 다르다. <느와르 온라인>은 후자에 가깝다.

 

 

■ 원활한 전쟁참여와 목표제시가 시급하다

 

이런 문제를 인식했는지 개발사에서도 최근 패치를 해서 전쟁을 통해 막대한 경험치를 얻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사냥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인원과 시간 제약이 심한 탓에 신청 후 1~2시간은 지나야 한번 참여할까 말까인 전쟁으로 위의 모든 단점을 보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레벨 업 과정에서 접할 수 있는 컨텐츠의 양을 늘리거나 전쟁의 시간대와 인원을 조절해 보다 많은 유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직 게임의 뚜렷한 목적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나중에는 4개의 세력이 전쟁을 통해 소유할 수 있는 지역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전쟁에서 이겨도 얻는 것은 보다 빠르고 편한 레벨 업을 위한 경험치와 고급 사냥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명예 점수를 통해 보다 멋진 복장의 옷을 입는 것뿐이다. 이것저것 개발할 것이 많겠지만, 오픈베타 한달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점령할 목표를 조금씩이라도 제시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레벨을 올려도 보다 높은 레벨의 유저들과 (디자인은 같지만) 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외에는 별다른 컨텐츠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한 변화를 기대한다

 

<느와르 온라인>의 기획의도나 인터뷰를 읽어보면 확실히 아직 덜 나온 컨텐츠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바꿔서 말하면 오픈베타를 일찍 시작했다는 말도 될 것이다. 레벨 업이 단조롭고 전쟁에 모두가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플레이를 이어나가기는 녹록치 않다.

 

개발사인 디지털릭의 정 현 개발실장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니지> 같은 게임을 즐기던 성인유저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을 쉽고 편하게 만들어서 성인유저들도 쉽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지 결코 ‘<리니지> 시절로 돌아간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원활한 전쟁 참여와 점령 가능한 필드의 추가 등이 시급하다.

 

느와르라는 소재는 좋았다. 그리고 RvR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한 두 가지 전쟁시스템 역시 좋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게임의 컨텐츠를 보다 풍성하게 늘리고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전쟁 부분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다.

 

다행히 체험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신규 컨텐츠와 레벨 업 속도 조절 등의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중이고 6월에서 7월경에는 대규모 업데이트 예정 중이라고 하니 기대를 걸어보도록 하자.

 

단순히 쉽고 편한 것에만 매달리지 말고 쉽고 편하면서도 <느와르 온라인>만의 특징을 접할 수 있는, 그런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이만 졸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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