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더 다이버> 가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다시 출시됐습니다. 혹시 출시 기념 실사 광고 영상을 보셨나요? 아직 못 보셨다면 일단 감상하고 오시죠
이런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식의 광고 시나리오는 휴대용(모바일) 게임 씬에서는 꽤 흔한 템플릿 입니다. 하지만 직접 스위치 버전 <데이브 더 다이버>를 플레이해 보면, 살짝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이 광고의 메시지가 얼마나 실제 유저 경험에 부합하는지 잘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 광고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휴대용 플랫폼에서 더욱 부각되는 <데이브 더 다이버>의 매력 한 가지를 분명히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부터 되도록 빠르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얼른 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가야 하니까요.
스위치 버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데이브 더 다이버> 원작 고유의 장점이 무엇인지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굉장히 여러 사람(스팀 플랫폼에서만 5만 5,900여 명)이 저마다 의견을 밝히고 있는 만큼, 이제 와서 뭐라고 한두 마디로 정리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게임에 관해 자주 등장하는 긍정적 키워드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 하나를 추려보면 바로 ‘중독성’일 겁니다. 이건 사실 리뷰 자체보다도 리뷰어들의 플레이 시간에서 더 잘 드러나는데, 스팀 유저 평가를 살펴보면 각자의 플레이타임이 수십 시간을 넘긴 사례가 허다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브 더 다이버>는 정확히 왜 중독적일까요? 다시 팬들의 입을 빌려 보자면 ‘풍성한 콘텐츠’의 기여가 가장 큽니다. 사실 이 ‘풍성한 콘텐츠’라는 표현 역시 업계에서는 진부한(그리고 많은 경우 공허한) 칭찬이지만, <데이브 더 다이버> 만큼 이 말이 본연의 의미대로 잘 어울리는 게임도 드물 겁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콘텐츠는 말 그대로 꾸준히 확장됩니다. 단순히 어종이나 탐사 지역, 레시피 등이 많아지는 양적 팽창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게임플레이 메카닉의 변주·확장을 통한 질적 변화도 꾸준합니다. 덕분에 유저는 1시간이 멀다 하고 게임 경험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신기한(?) 현상을 겪으면서 게임에 끊임없이 붙들어 매이게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이게 다소 버겁다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요.
긍정 평가가 5만 5,000개를 넘겼다
자주 언급되는 장점에 대해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다소 간과되고 있는 장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것은 서문에 언급한 <데이브 더 다이버>와 스위치 플랫폼 간의 시너지와도 큰 연관이 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세상은 만화적 상상력으로 점철되어 있는데도 꽤 공감이 갑니다.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요소들을 게임 시스템, 스토리, 연출의 3박자로 녹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 시스템 중 하나인 식당 업그레이드를 예시로 들어 볼까요? 식당 업그레이드는 인게임에서 식당의 ‘등급’을 높여 최대 종업원 수 등을 늘리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인어 문명이 등장하는 등,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하다
그러려면 인게임의 요식업 전문 SNS인 ‘쿡스타’ 상에서 팔로워와 맛 평점을 일정 수치 이상 달성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인기를 입증하고 나면 쿡스타의 평가위원들이 찾아와 식당을 면밀히 점검한 후 등급을 올려 준다는 설정입니다.
이 시스템은 요즘 현실의 ‘맛집’들이 번창해 나가는 일반적 과정을 부분적으로 녹여냈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공감을 삽니다. 여기에 ‘손수 깎은’ 연출까지 더해지면서 이런 패러디가 추상적인 농담에 그치는 대신 직관적 볼거리와 즐거움이 되도록 한 정성을 높이 살 만합니다.
예를 들어 인게임 스마트폰을 꺼내 언급된 ‘쿡스타’ 앱을 열어보면, 그 UI뿐만 아니라 피드의 트렌드까지 현실의 모 SNS를 빼닮아서 패러디로서 감상하는 맛이 쏠쏠합니다. 등급 심사 컷씬에서 그려지는 평가위원들의 어디서 본 듯한 (그러나 우스울 정도로 과장되어 있는) 애티튜드 역시 미소를 짓게 합니다.
과장된 애티튜드가 웃음벨인 평가위원들
이외에도 <데이브 더 다이버>에는 국적 불문 남녀노소 공감할 풍자와 농담이 가득합니다. 식당에 찾아와 왁자하게 떠드는 ‘진상’ 아저씨의 감춰진 사연, 자연을 과도하게(?) 보호하려 드는 환경단체,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반전 매력으로 다가오는 오타쿠 건스미스 ‘더프’ 그리고 빨간 모자에 파란 조끼가 수상할 정도로 익숙한 카드 수집가 ‘사토상’ 까지…
<데이브 더 다이버>식 공감 유발의 화룡점정은 어딘가 모자란 인간군상입니다. 데이브는 뛰어난 모험가지만 지나친 호인이고, 반죠는 절세의 셰프지만 사회성이 부족합니다. 데이브를 이 일에 끌어들인 코브라 역시 분명한 수완가지만 속물근성이 있는, 그렇지만 밉지 않은 사람입니다. 등장하는 대부분 캐릭터는 이렇듯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사람 같아 보입니다.
일부러 대충 지은 듯한 이름을 가진 과격파 환경운동가 '존 왓슨'. 보스로 등장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세계는 이렇게 과장되었지만 현실을 닮아 있습니다. 블루홀에 매일 다이브해 열대어를 사냥하고,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바닷속 어인족과 교류하고, 거대 오징어에 맞서 싸우는 등의-여러 의미로-비현실적인 콘텐츠를 계속 플레이하면서도 유저의 몰입이 잘 깨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납니다.
게임을 켤 때마다 유저를 유쾌한 대체현실로 단단히 끌어들이는 이러한 매력은, 그래서 어디에서나 꺼내 들 수 있는 닌텐도 스위치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데스크탑 앞에 앉아서 플레이하더라도 물론 몰입감이 넘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자세(중요합니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스위치 플랫폼은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는 느낌을 훨씬 더 강하게 줍니다.
아무 곳에서나 데이브의 바다로 다이브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면에서 앞서 시청한 실사 광고는 <데이브 더 다이버>와 스위치의 만남이 창출한 새로운 가치를 아주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원하면 언제든 ‘반죠 스시’ 식구들을 만나러 열대 바다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의 큰 위안이 되는 일이니까요. 스위치의 인기를 견인했던 주요 타이틀 중 하나가 비슷한 속성의 타이틀 <동물의 숲>이었다는 사실도 문득 떠올리게 됩니다.
미니 게임에 특화된 스위치의 하드웨어적 특성도 <데이브 더 다이버>와 유독 어울립니다. ‘파티 게임’을 많이 만드는 닌텐도의 전통에 따라 스위치에는 다양한 미니 게임들로 구성된 전용 타이틀이 꽤 많은데요.
빈번히 등장하는 미니게임이 스위치 특유의 플레이 감각과 찰떡같이 어울린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경우 원래는 PC용으로 먼저 출시한 작품이지만, 인게임 활동 대부분이 미니게임으로 이뤄져 있어 스위치에서의 플레이 경험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특히 <데이브 더 다이버>의 미니 게임들은 앞서 이야기한 유저의 몰입감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커집니다. 분주한 식당에서 홀 서빙을 하며 ‘거품 20 대 맥주 80’ 비율을 맞춰 잔을 채우거나 식재료를 써는 등의 미니 게임들은, 실제로 이런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살 만합니다.
개발진은 조이콘의 동작 인식 기능을 미니게임에 활용하는 센스까지 발휘해 시너지를 극대화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더프'가 꿈속에서 아이돌 공연에 맞춰 응원봉을 흔드는 미니게임을 실제 조이콘을 흔들어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요. 아쉽게도 기자는 아직 해당 콘텐츠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어떤 즐거움을 줄 것인지는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미니게임에 조이콘을 활용할 수 있다.
스위치의 하드웨어적 한계로 인해 PC에서 즐기던 부드러운 60프레임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입니다. 다만 PC/콘솔 버전과 스위치 버전의 비주얼 차이가 현격한 다른 타이틀에 비교하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나란히 놓고 봐도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반면 로딩 시간의 경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전반적 조작감에서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전혀 묻어나지 않은 점은 높이 살 만합니다. 해저에서의 움직임이나 작살 조준의 정확성, 미니 게임에서의 스틱 감도 구현,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 범위 및 속도 등 대부분 지점에서 불편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원래 버전의 비주얼을 무리 없이 재현하고 있다.
다만 작살질 조작에는 다소 불만이 있습니다. 오른쪽 조이콘으로(A + ZR) 작살을 맞춘 뒤, 작살 유형에 따라 추가 버튼을 입력해 물고기와 힘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이때 왼손 엄지로 입력하는 ‘조그 스틱 좌우 흔들기’ 커맨드가 지나치게 어렵습니다. 기기를 쥐는 자세를 순간적으로 바꿔야만 간신히 돌파가 가능한 수준이어서, 난이도 조절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가 <데이브 더 다이버> 스위치 버전에 느낀 불만의 '전부'입니다. 원작의 검증된 재미를 더 손쉽게, 그리고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스위치판 <데이브 더 다이버>는 주저 없이 추천할 만합니다. 아직 원작을 즐기지 않았고, 스위치를 보유한 유저에게라면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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