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넥슨의 FPS <더 파이널스>가 최다 동시 접속자 26만 명을 기록했다. 오픈 베타 테스트가 크로스플레이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콘솔 버전에서도 동시 진행됐음을 고려하면 접속자는 더욱 많다고 볼 수 있다. 테스트 단계의 게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흥행세다.
두 번의 CBT 이후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더 파이널스>에 이런 관심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더 파이널스>는 흥행세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오픈 베타를 체험한 소감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FPS의 기본 '건플레이'
FPS를 평가할 때는 흔히 '건플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기에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보통 '총을 쏘는 감각이나 느낌'으로 여겨진다. 캐릭터의 움직임 속도, 총기의 반동, 총기의 효과음과 타격감, 재장전 모션 등이 종합적으로 건플레이의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건플레이는 무엇보다 FPS 장르 게임의 흥행에 있어 중요하지만, 정의가 명확하지 않듯 그만큼 만들기 쉽지 않다. 쾌적한 건플레이 감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개발 경험이 필요하다. FPS 장르의 명가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에이펙스 레전드>와 같은 게임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이용자를 유지하는 이유는 특유의 건플레이 감각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배틀필드> 시리즈를 개발했던 경력 있는 개발자가 모여 만들어진 <더 파이널스>는 이러한 기본적인 건플레이 감각이 상쾌하다. 최근 트렌드를 적절히 녹여냈다고 여겨지는데, 캐릭터의 움직임이 빠르고 슬라이딩을 할 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움직이면서 쏘는 것에 큰 제약이 없고, 총기의 반동이 일정한 식이다. 여기에 개발진들의 노하우를 곁들여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이 존재하기에 기본적으로 움직이며 총을 쏘기만 해도 상당히 상쾌하고 즐겁다
특히 오픈 베타 테스트 이후 안정화된 최적화 덕분에 제대로 된 건플레이 감각이 살아난 느낌이다. 지난 CBT 당시에도 기본적인 틀은 비슷했으나, 같은 사양에서도 프레임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된 감각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잦았다.
건플레이 감각이 무엇보다 상쾌하다.
#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창의력 빛낼 수 있는 시스템
음식으로 비유하면 건플레이는 '밥' 혹은 '재료 자체의 맛'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건플레이만 좋으면 안 된다. 밥이나 재료에 얹어 먹을 소스나 조미료도 맛있어야 한다. <더 파이널스>에서 재미를 더해 주는 요소는 '창의적인 플레이'다.
모드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더 파이널스>는 3vs3vs3vs3으로 나뉘어 맵에 위치한 두 곳의 금고에 돈이 들어 있는 상자를 넣고, 일정 시간 사수해 가장 많은 돈을 모으는 팀이 승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맵에 있는 오브젝트는 대부분 파괴가 가능하며, 맵 곳곳에 배치된 폭발하는 통이나 하얀색 엄폐물을 생성해 주는 통과 같은 오브젝트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기본 시스템(맵에 있는 오브젝트는 대부분 파괴가 가능하다)은 간단하지만, 이 시스템을 응용해 만들 수 있는 플레이가 다양하다. 가령 상대방이 주택의 3층에서 캐시아웃 상자를 두고 농성하고 있다면, 주택의 골조를 모두 부숴 버려 무너트리고 연막을 던진 다음 근접 무기를 든 캐릭터가 진입해 상대방을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아래 층에서 C4를 터트려 상대방이 농성하는 방의 바닥을 무너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폭발하면 주위에 불을 붙이는 빨간색 통에 C4를 붙인 후 창문으로 집어넣어 상대를 정신없게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캐시아웃 근처에 불과 독가스 지대를 형성해 상대가 쉽게 탈취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각 클래스 가젯의 활용 예시
미들의 '소나 수류탄'으로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점액 수류탄으로 미리 퇴로를 차단한 후 라이트의 C4로 적을 떨어트린 다음 헤비의 화염 방사기로 정리하는 모습이다.
또한, 지난 CBT 당시에서는 아직 게임을 알아가는 단계였기에 창의적인 플레이가 자주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픈 베타 이후에는 많은 플레이어가 경험이 누적되면서 무릎을 치게 하는 재미있는 플레이가 자주 나오고 있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집 라인' 근처에 미리 숨어 있다가, 상대방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폭발물로 집 라인을 파괴해 낙사시키는 플레이에 당했을 때에는 머리가 얼얼했다. 캐시아웃을 점거한 팀이 주위 지역을 쉽게 방어할 수 있도록 함정을 배치하고 폭발물을 통해 지형을 유리하게 바꿔 놓는 일명 '공사'는 대부분 게임에 등장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개인 플레이 배제, 중요한 것은 '협동'
<더 파이널스>는 라이트, 미들, 헤비로 세 가지 클래스를 나누고 TTK가 짧지 않도록 함으로써 혼자서 모두를 쓸어담는 '일당백 플레이'를 지양하고 각 클래스 간의 '협동'이 중요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라이트는 속도가 빠르고,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이동시키며 상대방을 방해할 수 있는 가젯을 위주로 장비를 구성할 수 있다. 대신 체력이 상당히 약하다. 미들은 무난한 대미지를 가진 무기와 체력, 이동 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아군을 지원하는 가젯을 장착할 수 있다. 헤비는 느린 대신 체력이 높으며, 화력이 강하고 건물을 파괴하거나 아군을 공격으로부터 직접 보호할 수 있는 가젯을 상당수 가지고 있다. 각 클래스의 특성과 가젯만 보아도 역할 구분이 상당히 명확하다.
라이트는 체력이 너무나 연약함에도 자신의 장착한 무기의 화력을 내기 위해서는 적에게 접근해야 한다. 이에 정면 승부보다는 상대방을 이리저리 흔들며 기동력을 살리는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미들은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자연스레 맡고, 헤비는 아군이 활약할 수 있도록 가젯이나 무기를 통해 지형을 파괴하며 주 화력을 담당하게 된다.
아무리 라이트 유저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고층 건물의 한 층을 점거하고 미들이 설치할 수 있는 '터렛'과 각종 가젯으로 방어하고 있는 지역을 절대 혼자서 돌파할 수는 없다. 승리를 위해서는 협동이 필수적이다. 헤비가 지형을 파괴하거나 방어막을 펼쳐 개척로를 열고, 여기에 미들의 지원이 추가되어야 라이트가 적진으로 들어가 상대를 흔들 수 있다.
'돈을 모아야' 하는 게임이지만, 아군 세 명이 모두 전멸하면 리스폰 시간이 늘어나며, 모은 돈을 일부 잃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따라서 아군이 모두 쓰러진다면 나머지 한 명은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리스폰 시간이 30초 정도로 상당히 길고, 아군의 소생 없이 리스폰하면 갯수가 제한된 '코인'을 사용한다.
시스템적으로 '팀원과 협동'하도록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협동하지 않고 개인 플레이를 하다 팀원이 전멸하면 강한 페널티를 주고, 반대로 협동을 통해 상대방을 모두 격파하면 큰 리턴을 주는 것이다.
개인플레이만 하는 팀과 협동하는 팀의 차이는 상당하다.
# 이 모든게 합쳐져서 오는 상쾌한 재미
즉, <더 파이널스>는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앞서 설명한 협동과 창의적인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가 상당한 게임이다.
게임 모드의 구성 역시 기본 시스템에서 변주를 줘 흥미롭게 한다.<더 파이널스>의 기본 모드는 3vs3vs3vs3으로 이루어지는 토너먼트인데, 4명의 팀이 참가해 상위 두 팀 만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토너먼트 모드의 예선전에서는 정신 없는 '난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반대로, 결승전에서는 두 팀이 1:1로 맞붙게 되는데, 덕분에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난전보다는 서로 간의 팀워크와 전략이 맞붙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결국 우승을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실력과 협동이란 것이다.
뒤통수 치기가의 뒤통수 치기가 잦은 난전
게임의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역전이 일어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놓기도 했다. 맵에 있는 돈 상자를 캐시아웃에 넣으면 일정 시간 후 해당 캐시아웃을 소유한 팀이 돈을 얻는 구조인데, 캐시아웃을 마지막에 탈환하면 그 팀이 모든 돈을 가진다. 또한, 팀원이 전멸하면 돈을 잃기에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마지막 제한 시간 1분에 순위가 역전될 수 있다.
이번 오픈 베타를 통해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모드를 추가했다는 점도 포인트다. 협동이 중요한 게임이라면 혼자서는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CBT 당시의 <더 파이널스>에서 우려됐던 지점이다. 팀을 잘 못 만나거나 같이 합을 맞출 FPS를 좋아하는 친구가 없다면 교전에서 승리하기가 어려워지고,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이번 오픈 베타에서는 리스폰이 무제한이고 경기 시간이 짧아 혼자서 랜덤한 팀원과 매칭되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가벼운 모드가 추가되어 있다.
# 앞으로 흥행세를 이어 나가려면?
우려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오픈 베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로는 '서버'가 있다. 수많은 동시 접속자가 게임에 접속하며 매칭에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매칭을 통해 게임이 잡혔음에도 접속이 되지 않거나, 반드시 강제적으로 재접속을 해 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에는 게임에 매칭됐는데, 대부분의 유저가 연결 오류를 겪어서 네 팀이 있어야 할 게임에 한 팀만이 남아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토너먼트 모드에서 게임을 탈주할 경우에는 일정 시간 동안 매칭이 제한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FPS가 항상 겪는 문제인 핵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오픈 베타에서 <더 파이널스>에 푹 빠져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용자 다수는 랭크 게임에서 핵을 사용하는 유저를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핵의 완전한 근절은 당연히 어렵겠지만, 정식 출시 시점에서는 핵 유저를 차단하고 빠르게 제재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핵 문제를 방치한 FPS는 대부분 흥행이 나빴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발진이 게임플레이 동기를 지속적으로 줄 수 있도록 어떤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게임플레이 자체의 재미가 충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수밖에 없고, 똑같은 게임 양상만 반복한다면 질릴 수밖에 없다. 신규 모드나 맵, 총기 추가 및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클래스의 너프/버프를 통한 주요 메타(전략, 전술)의 변경도 관건이다. 어느 게임이건 효율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전략보다 좋은 '우월 전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CBT 당시에는 미들 클래스가 설치할 수 있는 '포탑'의 효율이 좋다고 여겨졌다. 미들 클래스만 세 명을 픽해 캐시아웃 근처에 포탑을 둠으로써 상대방이 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식이다.
이에 너프가 진행된 오픈 베타 테스트 기준에서는 다수의 '헤비'를 조합하는 전략이 우월 전략으로 통하고 있다. 물론, 이용자의 새로운 발상을 통해 이런 전략을 카운터칠 수 있는 방안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개발 차원에서도 필요할 시 적절한 너프와 버프를 통해 메타를 순환시켜 게임에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현재 헤비를 너프해야 한다는 의견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