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어느 쪽이 많을까? 알 수 없지만, 후자의 숫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아예 이런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제품이나 콘텐츠가 종종 나오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일본의 TV 도쿄에서 방영한 <주머니에 모험을 담아>가 하나의 사례다. 어린 시절 <포켓몬 레드>를 즐겨 했던 성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힐링 드라마다.
지난 19일 출시 후 스팀 최대 동시 접속자 130만 명에 육박하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팰월드>의 놀라운 성공 역시, ‘한때 포켓몬 팬’들의 감성을 제대로 자극한 결과로 보인다.
일본의 TV 도쿄에서 방영한 <주머니에 모험을 담아> (출처: TV 도쿄)
<팰월드>의 정체(?)를 아는 게이머들에겐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 <팰월드>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반대쪽 극단에 위치한 듯한 작품이기 때문. <팰월드>에서 유저는 몬스터 팰들을 직접 사냥·도축해서 재료와 고기를 얻을 수 있고, 다른 몬스터의 ‘강화 재료’로 쓸 수도 있다. 모두 <포켓몬스터>에서라면 절대 허락되지 않을 개념들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게임은 <포켓몬스터>의 안티테제보다는 풍자적 패러디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포켓몬스터>의 기본 세계관에 이미 내재하여 있는 아이러니를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들을 의지에 반하여 납치한 뒤 전투 및 각종 사역에 쓰면서도 ‘친구’라고 부르는 <포켓몬스터>의 설정은 냉정히 바라보면 그 자체로 웃음거리다(어쩌면 ‘팰월드’라는 작명의 연원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팰은 ‘친구’라는 뜻이다). 따라서 <팰월드>에서 유저를 위해 노역하고 전투에 참여하는 팰들의 모습은 포켓몬의 반대항이 아닌 극단적 확장인 셈이다.
즉 <팰월드>는 노골적인 착취 측면을 제외하고 본다면(혹여 여기서 불편을 느낀다면 팰 만큼이나 고강도로 착취되는 현실의 가축과 실험용 동물들을 한 번쯤 떠올려 봐도 좋겠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노선을 같이하고 있다.
더 나아가 <팰월드>는 <포켓몬스터> IP를 접해본 어린이 상당수가 한 번쯤 머릿속에 그리거나 마음에 품어봤을 만한 ‘판타지’도 적잖이 충족시켜 주는 타이틀이다. 이것은 현재의 ‘팰월드 광풍’을 많은 부분 설명해 준다.
여기서 말하는 ‘판타지’란 특정 장르나 IP를 향유하는 팬 사이에 공유되는 낭만적 공상을 얘기한다. 이를 제대로 공략한 작품에는 상업적 성공이 뒤따르기도 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십 개 <해리 포터> 게임이 나왔지만, ‘호그와트 생활 체험’이라는 팬들의 오랜 판타지를 충족해 낸 타이틀은 현재로선 <호그와트 레거시>가 유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켓몬스터> IP 역시 당연히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낭만을 심어 왔다. 생동하는 포켓몬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포켓몬들과 상호작용하는 낭만이다. 여기에는 게임뿐만 아니라 97년부터 이어진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큰 몫을 했다.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가 대부분 닌텐도 독점작이란 점을 생각하면 접근성은 애니메이션 쪽이 더 높다.
그런데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는 게임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 포켓몬들의 ‘전투 밖’ 삶을 더 많이 묘사한다는 점이다. 작중 사회와 생태의 중요한 구성원인 포켓몬들이 각자 속성과 습성에 따라 다른 포켓몬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여러 문제를 만들거나 해결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왔다.
애니메이션판 <포켓몬스터>에는 포켓몬들의 전투 밖 사연이 많이 등장한다.
<포켓몬스터> 시리즈 개발사 게임프리크에도 이렇듯 ‘살아있는 세계’를 시스템/콘텐츠 상으로 묘사해달라는 요구는 이어졌다. 기술 발전에 의해 타사의 오픈월드 게임들이 점점 더 복잡하고 심도 있는 세계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계속 고전적인 게임 포맷을 고수하는 게임프리크에 대한 불만이 커져 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게임프리크 역시 인게임에서 포켓몬들과 좀 더 현실적 접점을 만드는 시도를 조금씩 추가해 오기는 했다. 가까운 예시로 <포켓몬스터 X·Y>를 기점으로 포켓몬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강화하는 ‘포켓파를레’, ‘포켓캠프’ 등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더 나아가 2022년 출시한 외전 <포켓몬스터 아르세우스>는 시리즈 최초의 오픈월드 액션 RPG 장르로 변경하면서 인게임의 생태계에 생동감을 추가하는 몇 가지 시도에 나섰다. 예를 들어 <아르세우스>에서 몬스터들은 야생 동물처럼 유저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데, 이것을 피해 은밀히 접근하는 과정이 포획에서 중요한 요소다.
<포켓몬스터 아르세우스>에서는 필드에서 직접 포켓몬들과 상호작용하는 요소가 강조됐다.
<포켓몬스터>의 여러 인기 요소들을 변주한 <팰월드>는 <포켓몬스터> 고유의 낭만을 부분적으로 구현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중에는 심지어 <포켓몬스터> 팬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것들도 있다.
특히 몬스터들이 각자의 특징에 맞춰 월드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불 속성 팰은 음식을 굽고, 물 속성 팰은 밭에 물을 주며, 이족보행 몬스터들은 아이템 제작을 돕고, 야행성 팰들은 야간에 돌아다니는 등의 광경이 펼쳐진다.
더 나아가 팰과 인간의-때로 엽기적이지만-기발한 협동 기술 ‘파트너 스킬’도 여러 가지 준비되어 있다.
우선 몬스터에 ‘탑승’하는 요소는 <포켓몬스터>를 포함해 많은 크리처류 게임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팰월드>에서의 팰 활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직접 전기 고슴도치 팰을 던져 전격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손이 달린 몬스터들에게는 총을 쥐여준 뒤 함께 표적을 쏠 수 있다. 작은 불속성 여우 몬스터를 직접 안고 화염방사기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표현 수위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1시즌부터 등장해 온 유서 깊은 요소다. 당시 어린이들은 ‘꼬부기’가 불을 끄고 ‘가디’가 경찰과 함께 범인을 쫓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일부 <팰월드> 유저들이 두 게임간의 극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을 보며 품었던 꿈을 팰월드로 이뤘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화염방사기가 된 팰
물론 오픈월드 생존 게임인 <팰월드>는 장르로 볼 땐 수집형 어드벤처 게임인 <포켓몬스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 많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본 대부분 유저는 동일 장르에 크리처 수집 요소까지 있는 <아크 서바이벌>과 게임플레이상의 유사점이 더 많다고 이야기한다.
월드에서 자원을 수집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활 터전을 가꿔 나가는 콘텐츠 사이클, 그리고 크리처에 탑승해 직접 조작해 스킬을 사용하는 특징적 요소 등은 분명 <아크 서바이벌>과 더 비슷하다. 스토리를 따라 움직이며 미리 준비된 전투 및 기타 이벤트를 다양하게 겪는 <포켓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게임 경험이다.
그러나 핵심 활동인 ‘몬스터 수집’의 근간을 이루는 대부분의 콘텐츠에서는 다른 ‘포켓몬라이크’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포켓몬스터> 및 기타 선배 게임들에 분명한 빚을 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몬스터들의 속성 시스템이다. <포켓몬스터>와 비교했을 때 그 종류나 상성은 훨씬 단순하지만, ‘얼음’이 ‘용’(드래곤 타입)의 우위에 서는 등 특유의 상성 일부를 그대로 빌려 쓴 것을 볼 수 있다. 무속성(노말 타입)의 경우 아이콘의 색상이나 형태도 비슷하다.
속성 시스템이 존재한다
일부 몬스터의 경우 두 가지 이상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스킬에도 모두 속성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같다. 그러다 보니 강력한 특정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 상성에서 유리한 몬스터를 확보·육성하게 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라 해도 개체마다 붙어 있는 고유 특성 및 스탯이 달라 포획을 계속하게 되는 점도 비슷하다. 마음에 드는 개체에게 새 스킬을 익히게 하거나, 기본 능력치를 키워주는 육성 시스템도 똑같이 존재한다.
한편 <포켓몬스터>와 달리 테이머(사육자) 역시 직접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에서 몬스터의 역할이 줄고, 따라서 수집 필요성도 낮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팰월드>의 전투는 테이머 혼자서 수행하기엔 상당히 벅차다. 대부분의 몬스터 공격은 보고 피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닥쳐오는 데다 보통 난이도 기준으로도 대미지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방어구 및 총기류 획득과 업그레이드는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투에서 강력한 아군 팰 확보는 필수적이며, 따라서 수집의 동기 부여는 확실한 편이다.
상당수의 적이 전방으로 빠르게 발사체를 쏘거나 돌진한다. 예비 동작을 보고 피할 수는 있으나 적 숫자가 많으면 계속 구르느라 바쁘다.
생존(생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팰들은 속성과 특성 외에도 각자의 노동 분야를 의미하는 ‘적성’을 따로 가진다. 적성은 ▲수작업 ▲냉각 ▲채굴 ▲불 피우기 ▲파종 ▲제약 등 총 12가지로 나뉘며, 종마다 최소한 한 개씩의 적성을 지닌다.
팰들은 적성에 없는 일은 수행할 수 없으며, 같은 적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속성이나 적성의 레벨에 따라 수행 능력이 달라진다. 그런 한편 ‘식사량’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전반적 유지비 대비 노동력을 최적화하려면 역시나 다양한 몬스터 확보가 필요하다.
팰의 다양한 개성도 수집 욕구에 한몫한다. 팰들은 외형에 어울리는 고유한 애니메이션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어 비주얼적인 다채로움에서 오는 즐거움이 크다. 외형이 능력 및 속성과 개연성 있게 연계되는 몬스터가 많은 점도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등에 베리 덤불을 얹고 있는 ‘베리고트’는 ‘빨간 열매’라는 아이템을 생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몬스터별 ‘파트너 기술’은 게임플레이를 유의미하게 변화시킨다. 상당수 팰은 그저 탑승만 가능하지만, 공중 글라이드 거리를 늘려주거나 주변 아이템을 대신 주워주는 등 유틸리티 스킬을 가진 팰, 아이템 소지 중량 제한을 늘려주는 등 패시브 스킬을 가진 팰, 그리고 앞서 언급되었듯 각종 괴상한 전투용 스킬을 가진 팰들이 존재한다.
좀도둑처럼 생긴 도마맨은 야행성이어서 밤에 홀로 작업을 할 때가 많다. 던전의 위치를 찾아내는 패시브 스킬도 가진다.
한편 그간 꾸준히 홍보되어 온 <팰월드>의 다양한 ‘막장’ 콘셉트를 봤을 땐 이 게임이 얻고 있는 현재의 대중적 인기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제작진이 ‘과장광고’를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팰월드>는 마음만 먹으면 지옥도를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자유도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우선 본거지에서 일하는 팰들의 노동 효율을 최대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동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설정한 뒤 먹이를 아예 안 주는 것이다. 이 경우 귀찮게도 팰이 정신을 잃거나 질병에 걸려버리는 사소한 문제가 있지만 굳이 치료에 신경 쓰지는 말자. 그대로 도축하면 귀한 자원도 아끼고 부산물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가끔 뛰어난 개체를 얻기 위해 같은 종족을 반복해 잡다 보면, 개체값이 낮거나 특성 안 좋은 개체들이 ‘팰 박스’에 쌓여버리기도 한다. 이런 개체들은 물론 도축하거나 근처의 NPC를 찾아가 팔아버릴 수 있겠지만, ‘엑기스’로 만들어 우월한 개체의 강화재료로 쓰는 방편도 존재하므로 장기적 이익을 고려해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가끔은 종족 전반적으로 공격력이나 노동력이 별 볼 일 없는 팰들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실망하지 말고 ‘파트너 스킬’을 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자. 생물로서는 별 쓸모가 없지만 탄환이나 수류탄으로서의 쓸모가 발견되는 종족이 간혹 있다.
팰들이 기절할 정도로 혹사시키는 옵션이 당당히 존재한다.
…만약 여기까지의 묘사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거나 상종할 수 없는 게임이라고 느꼈다면, 한 가지 추가로 고려할 사안이 있다. 언급된 모든 요소를 완전히 피해 게임을 즐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팰들을 두루 관리하는 과정에서 게임 콘텐츠가 추가되기도 한다.
우선 모든 팰에게는 ‘허기’ 게이지 외에도 정신상태를 의미하는 ‘새니티’(Sanity) 수치가 별도로 존재한다. 노동 강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떨어지는데, 너무 낮아질 경우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거나 멍때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쓰러지거나 문제를 일으키고, 병에 걸리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팰을 쓰다듬거나, ‘온천’과 같은 복지 시설을 설치하거나, 다양한 식사를 준비해 주거나, 더 좋은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등이다. 병에 걸린 팰은 약을 만들어 먹이면 된다. 이는 물론 모두 자원과 시간을 소요하는 일이지만, 일거리가 곧 콘텐츠가 되는 장르 특성상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며 게임플레이를 심화해 준다.
이처럼 제작진은 <팰월드>를 ‘귀여운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둔 모습이다. 단적으로 봤을 때도 대부분의 팰은 외형과 행동거지가 귀엽고, 작업을 완료했거나 주인공과 상호작용했을 때도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을 붙이기 좋다.
아픈 팰에게 먹이나 약을 주면 기뻐한다.
‘팰 강화’와 같은 필수적 게임 콘텐츠에서도 온화한 우회로를 마련해 놓았다. 맵 곳곳에서 파밍 되는 ‘팰 영혼’을 수집해 석상에 바치면 팰의 등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엑기스화’와 같은 무시무시한 방법은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강화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역시나 탐험 콘텐츠의 재미를 심화해 준다.
비살상 수단인 ‘포획’과 사냥 사이의 밸런싱을 맞추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팰을 잡았을 때 얻는 ‘뿔’이나 ‘고기’ 등의 부산물은, 포획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관념상 앞뒤가 도무지 맞지 않지만, 어쨌든 팰을 되도록 덜 죽이고 싶은 유저라면 생각해볼 만한 선택지다.
다만 포획 도구인 ‘스피어’의 생산에도 적지 않은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이 역시 스스로 난이도를 올리는 플레이 방식이기는 하다. 그리고 포획을 위해선 팰을 죽지 않을 수준으로 공격해야 하는데, 의도치 않게 팰을 사살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동하는 모습은 몬스터 외형에 따라 달라진다.
한편, ‘포켓몬 라이크’로서의 가치와는 별개로 ‘오픈월드 생존’ 게임으로서의 만듦새 역시 게임 흥행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돋보이는 것은 ‘얼리액세스’ 단계임에도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는 콘텐츠다. 100 종류 이상의 팰이 존재하며, 레벨을 올릴 때마다 새롭게 언락되는 아이템, 건축물의 레시피도 200가지가 넘는다.
전투, 사냥, 포획, 기지 관리, 생산력 관리, 습격 방어(야간 랜덤 이벤트), 탐험 등 콘텐츠의 갈래가 다양하며, 새로운 레시피를 통해 이들 각각이 유의미하게 진전되도록 해 게임플레이 동기를 부여했다. 오픈월드 생존 장르 공통의 콘텐츠 사이클에 ‘수집’이라는 요소를 가미해 각각에서 종적인 심화를 이뤄낸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맵 곧곧에 포획 가능한 ‘보스급’ 희귀 팰이나 설정상의 주적인 ‘밀렵단’ 수괴 등을 배치해 공략 목표로 삼은 점, 던전을 통해 추가적 도전거리와 보상를 부여함으로써 콘텐츠 방향성을 제시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보스전 콘텐츠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소규모 게임 특유의 완성도적 한계도 많다. 우선 팰들의 ‘다양성’은 외형과 애니메이션에 그치기 때문에 팰과 월드의 상호작용이 주는 최초의 신선함은 꽤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팰들의 형편없는 길 찾기 능력도 몰입감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다. 오픈월드에서 여러 개체가 동시에 길을 찾도록 해야 하는 만큼 구현이 쉽지 않았겠지만, 멀쩡한 공간에서 길을 잃거나, 한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갈팡질팡하는 등의 모습이 지나치게 자주 눈에 띈다.
여기에 어색한 충돌 구현 및 빈약한 이동 방식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팰들은 높은 곳에 오르거나 아래로 뛰어내리는 동작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개체끼리 충돌할 경우 한 개체가 다른 개체의 위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 때문에 야생에서의 팰 간의 상호작용은-잘 일어나지도 않지만-눈에 띌 때마다 게임의 체감 품질을 크게 낮춘다.
온천욕 중인 팰
그런데 <팰월드>가 가진 잠재적 문제는 인게임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일부 <포켓몬스터> 팬과 여타 게이머들은 팰과 포켓몬 간의 지나친 유사성을 지적하며 표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수백 종에 달하는 포켓몬 디자인 중에는 현실 속 동물을 모티브로 해 특별한 독자성을 주장하기 힘든 것도 많다. 하지만 <포켓몬스터>만의 고유 디자인으로 볼 만한 일부 포켓몬을 빼닮은 팰도 상당수 발견되면서 제작진의 ‘무성의’ 혹은 ‘비양심’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다른 유저들은 이전에도 <포켓몬스터>와의 유사성을 지적당할 만한 ‘포켓몬라이크’ 작품이 여러 종류 출시해 왔다는 사실, 그리고 닌텐도가 이들 대다수를 묵인했다는 사실을 짚고 있다. 까다로운 표절과 모방의 판단 문제에서 ‘당사자’인 닌텐도가 침묵했다는 점은 <팰월드>가 용인의 범주 안에 있음을 암시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표절 문제가 팰과 포켓몬의 절대적 유사성에서 벗어나 다른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팰월드>를 제작한 ‘게임페어’의 대표는 과거 발언에서 AI를 이용한 게임 애셋 제작에 대해 호의적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포켓페어의 몬스터 디자이너가 단 한 명 뿐이었다는 사실도 개발사 대표의 직접적 발언에 의해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포켓페어가 포켓몬의 에셋들을 AI로 변형해 팰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포켓페어 대표는 해당 혐의를 부인한 상황이다.
몇몇 포켓몬과 팰의 유사성을 지적한 트위터 유저 (출처: 트위터 @onion_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