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과 구정 사이 한 달 이상의 시간에 걸쳐 우리는 새해를 맞이한다. 원치 않아도 더 먹게 되는 나이 한 살. 혹한의 날씨에 외출을 피하며 게임에 손을 뻗다 보면, 어째선지 유년 시절의 추억이 자꾸만 옆구리를 간지럽힌다. 냇가에서 돌탑을 쌓던 시기로부터 오락실에서 동전탑을 쌓던 때로 기억의 발걸음을 옮기면, 스틱과 버튼을 화려하게 컨트롤하던 동네 형들의 모습이 눈에 스친다.
오늘 소개할 <고 메카 볼>은 오락실 감성을 자극하는 트윈스틱 슈팅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근미래 메카닉 기반의 캐릭터를 조작해, 공벌레처럼 몸을 말아 빠르게 이동하고, 핀볼처럼 패널의 반발을 이용해 육탄전을 펼치며, 로그라이크 선택을 통해 다채로운 쾌속 액션을 즐기게 된다. 강렬한 음악과 함께 적들을 깨부수면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게 절로 느껴진다. 마치 그 시절의 멋진 동네 형이 된 듯한 기분이랄까.
단순히 액션이 호쾌한 것을 넘어, 기대 이상으로 준수했던 한국어 번역 상태, 많은 도전에도 쉽게 동나지 않는 총기와 특수 능력, 업그레이드 해금 요소 등 오랜만에 잡생각을 떨치고 몰두할 수 있었던 게임이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탄탄한 로직이 있었다.
게임명: <고 메카 볼>
장르: 로그라이크, 핀볼 액션, 트윈스틱 슈팅
플랫폼: Xbox 시리즈 X·S, Xbox 게임 패스, 스팀
가격: 스팀 정가 21,500원
한국어 지원: O
(기자와 같은 잡식성 게이머라면 특히 공감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신작을 플레이할 때마다 참신한 기믹과 영리한 설계를 만나길 매번 바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 메카 볼>은 아주 매끄럽게 그 문턱을 넘어섰다. '공벌레'처럼 몸을 말아 구르는 특유의 액션에 빗대어 "Well Rounded Game"(둥글게 만든 게임, 다시 말해 잘 다듬어진 게임)이라는 스팀 리뷰가 있었을 정도다. 무엇이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WASD로 이동하고, 마우스 커서 위치로 조준, 좌클릭으로 슈팅을 하는 것까지는 일반적인 트윈스틱 슈터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구르기 액션의 활용이 눈을 사로잡았다. 우클릭을 꾹 누른 채로 이동하면 몸을 공처럼 말고 구르며, 그 상태에서 좌클릭을 하면 몸통박치기 기능이 있는 가속 구르기를 시전한다. 대시나 달리기가 없는 대신 구르기와 일반적인 슈팅 모드를 빠르게 드나드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굴러서 적을 파괴하면 적들이 '총알'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게임에서 총알을 충전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보스전 직전의 상점에서 총알 충전을 구매하거나, 적들이 드물게 드랍하는 새로운 총기를 장착하는 것, 그리고 가속 구르기로 적을 부순 후 총알을 수급하는 방식이 있다.
가속 구르기는 이 게임에서 총알을 수급하는 가장 쉽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제시되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육탄전과 슈팅 액션을 병행하게 된다. 구르고, 부수고, 쏘고 3박자를 반복하며 스테이지를 깨면, 충돌(구르기) 중심의 근접전, 총격전 중심의 슈팅, 그리고 별도의 스탯과 특수 기술 강화 및 획득이 로그라이크 선택지로 주어진다. 적들의 수도 많고, 액션의 속도도 빨라서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특징이다.
레벨 디자인 또한 절묘하다. 최근 들어 로그라이'크'를 표방하면서도, 스탯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도전의 초입부터 이점을 가진 채 시작하는 로그라이'트' 게임이 많았던 것이 비해, <고 메카 볼>은 로그라이'크'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플레이를 통해 얻은 재화를 소모하며 '업그레이드', '능력'(기술), '무기' 3가지로 분류되는 로그라이크 선택지를 차츰 해금한다. 마찬가지로 적을 파괴해 획득한 골드를 캐릭터 해금에 투자할 수도 있다.
로그라이크 선택지의 초기 해금 가격은 파란 토큰 15개. 그러나 더 일정 횟수 이상 해금을 하면 토큰 50개로 비용이 올라가면서 더 강력한 선택지를 해금할 수 있게 된다. 스테이지 클리어 이후 주어지는 3개의 선택지는 여전히 랜덤이기 때문에, 강력한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줄 뿐 처음부터 강하게 시작하는 구조는 아니다. 캐릭터 해금 또한 각 캐릭터의 기초 스탯 구성 및 초기 보유 능력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다시 말해, 선택지 강화로 강함을 체감하는 것보다, <고 메카 볼> 특유의 스피디한 게임 전개와 컨트롤에 손이 익으면서 플레이가 개선되는 것을 먼저 체감하게 만든 영리한 설계다. 선택지 해금을 위한 토큰 투자 비용이 비싸지는 구간부터는, 더 멀리 원정을 다녀오면서 더 많은 토큰을 획득하고 돌아와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동시에 해금되는 선택지의 매력 또한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플레이 패턴이 제시된다.
이 게임의 컨트롤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거미 다리로 걷는 일반 상태와 달리, 공벌레처럼 몸을 말았을 때는 말 그대로 공처럼 '구르기' 때문에 이동 조작부터 쉽지 않다. 몇 개의 층계로 세부 구역이 나뉘어 있어, 경사면을 타고 위로 오르거나, 핀볼처럼 패널 반발을 이용해 튕겨오르고, 공을 흡입하고 배출하는 루프를 타고 이동하는 등 Z축 이동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 메카 볼>에서 하나의 스테이지는 3번의 웨이브로, 하나의 월드는 3개의 스테이지와 1개의 보스전으로, 게임 전체는 4개의 월드로 구성되어 있다. 3번째 월드에서는 강풍기를 이용한 공중 이동이, 4번째 월드에서는 맵 밖으로 추락할 때마다 대미지를 입는 기믹이 있어 난이도가 높아진다.
참고로 이 게임의 조작에는 능동적인 '점프'가 없다. 그러니 캐릭터가 어디로 튈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초기에는, Z축 이동이 하나의 산으로 다가온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고 메카 볼>의 거의 유일한 단점인 Z축 이동이 게임 컨트롤이 손에 익을수록, 거슬리긴 해도 넘어설 수 있는 문지방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아쉬운 점을 망각할 정도로 충분히 재미있고, 중독적인 액션과 로그라이크 선택지 덕분에 게임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한 번의 도전은 30분 내외로 짧은 편이니 마음 편히 즐기기도 했다. 만약 당신이 오락실 감성을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날려줄 시원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바로 이 메카 공벌레 핀볼 슈팅 게임에 도전해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