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정말 칼을 갈았다. <디아블로>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지금까지 이런 직업 시스템은 없었기 때문이다.
<증오의 그릇> 확장팩이 10월 8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블리자드 본사에 직접 방문해, 해당 확장팩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직업 '혼령사'(Spiritborn)를 만나보고 왔다. 직업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 뿐만 아니라, 플레이도 해보고, 개발자들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호들갑이 아니라, '혼령사'라는 직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신선함'과 '팔방미인'이었다.
"나한투 밀림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소개와 '혼령사'라는 이름, 콘셉트 아트만 보고, '드루이드'와 '강령술사' 사이 어디쯤에 있는 직업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재규어, 고릴라, 지네, 독수리 4개의 혼령(스피릿)의 힘을 빌려,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플레이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직업이었다. 스킬 뿐만 아니라 특성도 4개의 메인, 서브 혼령을 조합해 16가지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빠르고 공격적인 재규어, 이동기와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독수리, 묵직한 한 방과 탱킹 능력을 갖춘 고릴라, 지속 대미지와 강렬함을 모두 가진 지네. 간략한 설명만 들어봐도 느낄 수 있겠지만, '혼령사'라는 직업 하나에서 다채롭고 화려한 플레이 패턴이 나온다. 이하 자세히 기술할, 전례 없이 '탐험' 요소가 강조된 공간들과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집중력을 요구하면서, 게임에 매우 깊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28년 동안 이어져 온 <디아블로> 시리즈가 특정 시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진화하는 장면을 목도했다고 생각한다. <증오의 그릇> 확장팩을 개발한 브렌트 깁슨 게임 디렉터와 닉 칠라노 아트 디렉터를 만나며 느낀 바도 같았다. 시리즈의 미래를 바라보며, 더 많은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 많은 화제가 됐던 <증오의 그릇> 출시일 트레일러
<디아블로 4> 본편 메인스토리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네이렐'이 악마 '메피스토'를 봉인한 영혼석을 들고 아카라트의 무덤으로 향하는 배경을 알고 시작하면 좋다. <증오의 그릇> 출시일 트레일러에서, 네이렐이 조그만 배를 타고 향하는 밀림의 안쪽에 '나한투' 지역의 비밀들이 숨어 있다.
'나한투' 깊은 곳, 악마도 천사도 아닌 혼령들의 영역에서 '혼령사'가 길러진다. 평범한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는 곳에서, '혼령'들의 힘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극소수의 인물들이 바로 '혼령사'다. 서문에 소개한 것처럼 재규어, 독수리, 고릴라, 지네의 형상을 한 '혼령'들의 힘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졌기에, '직업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꽤나 중요한 작업이 됐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콘셉트 아트 몇 장이었다. 번개처럼 내려오는 혼령의 힘을 휘두르거나 내리치는 듯한 모습에서 시작해, 스킬과 의상으로 구체화됐다. 공식 아트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재규어의 무늬를 문신으로 새기고, 의상의 디테일에도 '혼령'의 특징이 녹아 있다. '드루이드'나 '강령술사'와 비교해보면, 변신하거나 소환하기만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혼령과 하나된 인물이 혼령의 힘을 빌어오는 쪽에 가깝다.
스킬이 화려한 건 물론이고 공격, 이동 중에 볼 수 있는 여러 모션도 매우 역동적이다. 태권도, 무에타이, 쿵푸 등 여러 무술의 동작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혼령사' 직업의 가장 큰 특징은,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킬에는 재규어, 독수리, 고릴라, 지네 태그가 있으며, 완전히 다른 전투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 현장에서는 레벨 30의 캐릭터로 각기 다른 메인, 서브 혼령 조합의 구성을 즐겨볼 수 있었다.
이번엔 각기 다른 혼령 조합을 직접 살펴보자.
재규어는 적 사이를 가로지르며 빠르고 민첩한 근거리 공격을 연속적으로 가할 수 있다. 마치 발톱과 이빨로 적을 할퀴고 찢으며 지나가는 듯한 동작이 많다. 네 가지 혼령 중 가장 시원시원하다는 인상이며, 공격에 특화된 만큼 많은 적들의 사이에선 생존에 신경을 좀 더 써야 한다.
독수리는 여러 이동기를 가지고 있고, 원거리 공격을 구사할 수 있다. 캐릭터 자체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적들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 수도 있다. 재규어와 조합했을 때 매우 기동성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수 있고, 고릴라처럼 묵직한 스타일과 조합해 여러 템포의 움직임을 오가며 싸울 수도 있다.
고릴라는 전투에서 생존 유지력이 좋은 스킬과 특성을 보유하고 있고, 공격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강력하다. 사거리가 짧은 기술도 있지만, 일직선으로 긴 범위에 대미지를 주는 기술이나, 강렬한 궁극기도 있다. 플레이 자체가 수비적이라기보다는, 스킬과 특성이 캐릭터를 보호해준다는 인상에 가까웠다.
지네는 첫인상과 플레이 감각이 조금 달랐다. 독을 기반으로 누적 대미지를 가하거나, 군중 제어기를 사용하는 등 설명만 들으면 재규어와 독수리에 비해 느린 템포일 것 같지만, 실제 플레이는 매우 공격적인 편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궁극기인데, 여러 적에게 공격을 뿜어내는 거대한 지네의 위력이 매우 강력해, 네 가지 혼령의 궁극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 메인 혼령 지네 프리셋
기본적인 스킬과 특성 조합만으로도, 여러 유저들의 다채로운 공략이 나올 것이 예상되지만, 여기에 또 변수를 더해주는 건 유니크 아이템을 비롯한 장비들이다. 기자는 직접 유니크 아이템을 획득해 적용해보진 못했지만, 함께 취재를 진행한 다른 기자들에게 들은 바로는, 약점이었던 유지력을 보완해준다거나,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재밌는 아이템들도 있었다고 한다.
'혼령사' 직업 자체의 매력이 다양해 제한된 2시간의 플레이가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탐험' 요소였다.
'나한투' 지역 안에는 맵과 시야 모두 어둠으로 차단되는 특수 기믹이 적용된 구역이 있었다. 캐릭터의 주변을 제외하면 모든 공간이 어두워지고 미니맵도 볼 수 없게 되는데,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이 일종의 '등불'이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등불'이 손에 쥐어져 있지만, 전투를 시작하면 등불은 바닥에 떨어진다. 적을 쓰러트리고 '등불'을 다시 줍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때, 특정 마법진에 등불을 상호작용하면 일부 구간이 밝아진다. 등불이 스스로 이동하며 플레이어를 인도하는 구간도 조금씩 있다. 어드벤처, 메트로배니아 게임 등에서나 볼 수 있던 밀도 높은 '탐험', '탐색' 과정이 핵앤슬래시 장르에 들어온 셈인데, 굉장히 독특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일부 유저들에겐 <디아블로> 시리즈가 '수면제'라 불리던 때도 있었는데, '어둠'이 길을 가로막으니, 생존과 진행을 위해서 초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맵을 활용하는 방식도 재밌었다. 일단, 해당 지역 밖에서 맵을 통해 이 공간을 볼 때는 다른 공간과 별다른 차이 없이 표시되기 때문에, '직접 가보기 전엔' 어디가 어둠이 가득한 지역인지 알기 어렵다. 이런 지역의 존재를 알게 되면,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런 기믹이 적용된 지역이 좁지 않았으며, 진입 경로 중엔 막힌 곳도 있기 때문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탐색'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밖에서 보이던 맵을 외워서 들어가면 어둠 속에서도 빠르게 길을 찾을 수 있는 거 아닌가? 글쎄, 그게 말처럼 쉽진 않았다. 일단 어둠이 가득한 지역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지하로 한 번 들어가게 된다. 해당 구역 내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긴 하지만, 이 지역에 들어오기 전에 보였던 지도를 기준으로 내가 어디서 머리를 내민 것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길을 잃었는가? 어둠과 등불, 전투와 마법진 밝히기 사이에서 '탐험'에 집중하면 된다.
전례 없이 다양한 조합과 성장 루트를 가진 '혼령사', 탐험 요소가 강조된 '나한투'의 일부 구역 등 현재 공개된 콘텐츠만 봐도, 한껏 기대감이 커진다. 다양한 층위의 유저들을 포용할 수 있는 것도 이번 확장팩의 강점이 될 예정이다. 재밌는 시즌에 돌아오곤 하는 일명 '연어' 유저도, <디아블로 4> 본편을 아직 깊게 즐기지 않은 뉴비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했다고 한다.
Q. 혼령사가 다른 직업들에 비해 더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직업이 될 것이라 소개해주셨는데요. 캐주얼 게이머들이 적응할 때 어려움을 겪을 거라 보시나요?
A. 브렌트 깁슨 게임 디렉터: 혼령 수호자는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쉽게' 배울 수 있게 해줍니다. 한편, 도전적이고 복잡한 걸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도 좋은 직업인 이유가, 입문은 쉽고 마스터의 천장은 높은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Q. 그럼 신규 유저에게 추천해주실 만한 혼령 조합이 있나요?
A. 브렌트 깁슨: 여러분이 선호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만약에 자신이 공격적인 동시에 탱커처럼 운용하길 원한다면 재규어와 고릴라를 선택하면 좋을 텐데, 만약 대미지를 주면서 치고 빠지는 스타일을 원한다면 지네와 독수리를 고르면 좋겠죠. 개인이 좋아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호를 가진 플레이어에게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Q. 발표에서는 유니크 아이템 3개가 소개됐는데, 다른 유니크 아이템 조합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브렌트 깁슨: 많은 유니크 아이템이 영향을 줄 거예요. 직업의 기본적인 특징들을 증폭시키고, 유니크 아이템을 추가하면 더 확장될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더 많은 유니크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에 공개하겠습니다.
닉 칠라노 아트 디렉터: 저희는 전투에서 신(혼령)을 소환하는 게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고, 직업을 거기까지 이끌어내는 게 저희의 목표(판타지)였습니다. (트레일러 및 인게임) 화면을 볼 때 사람들은 스펙터클한 장면을 원하는데, 그런 순간이 저희가 증폭시키고 싶은 구간이에요. 리듬과 템포(케이던스)에 대해서도 소개했었는데, 마치 크레센도, 점점 크게 하는 것과 같아요.
재규어가 습격하며 적들을 쓸어버리고, 지네가 바닥에서 나와 적에게 독을 뿜어내는 장면은 정말 멋지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고릴라인데,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치는 등장 장면은 생생합니다. 오디오도 멋지고요. 그런 순간들을 여러분이 쌓아나가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그런 리듬과 템포가 좋다고 생각해요. 화려한 동시에 혼령 신을 소환하는 판타지를 연결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Q. '혼령사'의 시작 지역이 다른 직업과 같나요?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시작하나요?
A. 브렌트 깁슨: 저희가 이번 확장팩을 만들면서, 게임에 접근하는 여러 플레이어 타입을 모두 고려해야 했어요. 그래서 혼령사로 모든 기본 캠페인을 플레이할 수 있게 했죠. 동굴에서 시작하던 오리지널 컷씬과 함께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미 캠페인을 모두 완료한 플레이어도 고려했기 때문에, 네이렐이 등장했던 마지막 컷씬 이후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아직은 공개할 순 없지만 나한투에서의 스토리를 당신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시작이 되어 줄 겁니다.
또한, 캠페인을 중간까지 플레이한 플레이어를 위해서도, 만약 다른 친구들이 앞서 가고 있기 때문에 스킵하고 싶다면, 스킵하고 다른 친구들이 있는 지점까지 갈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서 시작하는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결국 여러분이 어느 지점까지 플레이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Q. 직업의 콘셉트와 아트 스타일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요?
A. 브렌트 깁슨: 전체 프랜차이즈의 여러 직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플레이 스타일은 독창적이게 하면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했죠. 수도사에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고, 야만용사에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궁극기에선 추가하기도 했죠. 그래서 직업 메커니즘이 매우 독특하게 만들어졌습니다.
Q. 레전더리 노드의 메커니즘은 어떤가요?
A. 브렌트 깁슨: 정복자 노드에 대해선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렵네요.(웃음) 차후에 들려드릴 수 있는 때가 올 겁니다.
Q. 메인 스토리에서 커다란 뱀과 만나고 상호작용하는 연출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한투에서도 그렇게 큰 생명체나 움직이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A. 브렌트 깁슨: 캠페인에서의 멋진 장면들이 있고 매우 중요한데, 스포일러라서 대답하기 어려운 영역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캠페인에서 메피스토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곳이 정글이라는 점 등 멋진 점들이 많은데, 추후에 공유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확장팩 출시 이후에도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터뷰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모두 말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웃음)
Q. 발표 영상에 나온 초록색 벌레 등은 역겨워 보이기도 했는데, 새로운 몬스터나 위협적 존재들도 등장하나요?
A. 닉 칠라노: 생물을 포함한 새로운 것들을 가져오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콘텐츠의 진행과 함께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면 새로운 위험과 위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직 그 디테일을 들려드리긴 어렵지만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Q. 혼령들의 영역(스피릿 렐름)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해주신다면?
A. 브렌트 깁슨: 혼령들의 영역에 대한 건 소설에서는 나왔었는데, 아직 게임 시리즈에선 그만큼 깊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건 더 나아갈 지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죠. 저희가 잡은 혼령들의 영역에 대한 콘셉트는 '성역의 거울상(리플렉션)'이고, 그 세계에 들어가면 베일 너머의 모든 영혼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친숙한 동시에 여러 일들이 진행되는 곳입니다. 인간성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선하거나 악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간을 형성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형태나 방식으로든 그곳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대의 혼령 수호자들에 인간성의 가치들을 투영했죠. 게임에서 혼령과 그 영역이 직업과 캠페인 모두에 스며드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닉 칠라노: 저는 혼령사가 어린 시절부터 혼령들의 영역에 들어가, 시련을 이겨내고, 혼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와 활용하고, 자신이 누군지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참 좋아합니다. 혼령과 연결되지 못한 자들은 결국 도태되는 구조죠. <디아블로>에서 나올 수 있는 멋진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그려내는 과정 자체가 제 심장을 뛰게 하고, 참 멋지다고 느낍니다.
브렌트 깁슨: 이 공간은 산 자들의 공간이 아녜요. 혼령과 영혼들을 위한 공간이죠. 인간으로, 산 자로 이 곳에 있는 건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죠. 그 불편함을 이겨내면 그 곳에 있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Q. 게임플레이 디자인이 궁금한데, 어떤 경험을 주고 싶었고 어떤 디자인을 하셨나요?
A. 브렌트 깁슨: 저희가 플레이 테스트를 했을 때, "어떤 직업을 이런 이유 때문에 하고 싶어요"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곤 했어요. 탱커처럼 플레이하기 위해 야만용사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식이죠. 그런데 직업 사이엔 차이와 간극이 있잖아요? 야만용사로 탱커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스펠을 사용할 순 없죠. 그래서 일종의 실험을 해본 것에 가까운데, 명확한 하나의 핵심 전투 스타일 안에 이것들을 섞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혼령사로 고릴라와 독수리를 섞으면 탱커처럼 플레이하면서도 민첩함 갖출 수 있죠. 탱커 빌드와 주문을 사용하는 능력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특징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특징들을 원하는대로 섞으면서, 여러 기회가 열릴 수 있게 됐습니다.
Q. 자카룸(게임 내 가상의 종교)과 혼령사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나요?
A. 브렌트 깁슨: 말씀드리고 싶었던 부분 중 하나예요. 베일을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은 '아카라트'입니다. 아카라트가 '모든 사람에게 빛을 믿는다면 어둠을 뚫을 수 있다'고 가르친 사람이라는 걸 우린 알고 있습니다. 자카룸의 창시자죠.
메피스토가 봉인된 영혼석이 정글에 갇혀 있는 동안, 메피스토에 의해 자카룸 신앙은 오염됐습니다. 그래서 아카라트가 신앙을 만들고, 혼령들의 영역을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다루는 방법으로 사용했다는 사실들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는 베일 너머로 가서 '혼령 수호자'를 봤고,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이 거대한 생명체(혼령 수호자)를 드러나게 할 수 있다는 걸 추종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베일 너머로 추종자들은 갈 수 없었지만, 아카라트 자신은 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카라트가 마지막으로 베일레 들어간 때에, 추종자들은 그를 믿으며 혼령들의 영역에 소리쳤고 '혼령 수호자'들은 응답했습니다. 이게 '혼령사'의 시작이 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죠. 결국 그 믿음이 지금의 혼령사로 이어졌습니다.
Q. 한국의 태권도를 포함한 여러 무술을 연구했다고 했는데, 어떤 무술이 특히 인상적이었나요?
A. 닉 칠라노: 모든 게 일대일로 대응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참고하고 영감을 얻으려 했어요. 특정한 동작과 움직임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어떻게 바꿔야 할지, 게임에 맞게 만들기 위해 고민을 했습니다. 태권도 경기도 많이 봤고, 쿵푸 영화도 봤죠. 그런 과정에서 어떤 스턴트 우먼의 작품들이 멋져 보여서 많이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무에타이 동작으로 시작해 스턴트 우먼의 동작으로 끝나는 방식으로 섞어본 적도 있어요.
게임의 반응성에 맞게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고자 했고, 그래서 여러가지를 잘라 붙여보는 과정들을 거쳤어요. 비유를 하자면, 돌릴 수 있는 문 손잡이를 여려 개 만들어서, 원하는 곳으로 이어지게 한 느낌이랄까요.
브렌트 깁슨: 새로우면서도 동시에 믿을 수 있게(와닿게) 만들고 싶었어요.
Q. 콘셉트 아트에서 혼령 수호자 타투들이 눈에 띄었어요. 다른 직업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타투인가요? 아니면 혼령사만 사용하는 타투인가요?
A. 닉 칠라노: 게임에서는 말씀해주신 두 가지가 모두 있습니다. 직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아닌 것도 있죠. 혼령사 고유의 것도 있지만, 공유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혼령에서 유래한 것이나 몇몇 유니크한 문양은 혼령사가 가지겠지만, 공유되는 디자인도 있을 거예요. 가령, 야만용사라도 나한투나 영혼의 표시를 원할 수 있잖아요. 그 영역에 있으며 익숙해졌다면 말이죠. 그들에게 그런 옵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Q. 릴리트나 메피스토 같은 악마들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조종하는 등 일종의 초능력을 쓰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는데, 이런 능력에 대한 제한이나 부작용도 있나요?
A. 브렌트 깁슨: 그런 걸 넣진 않았던 것 같네요. 특정한 원형에 대한 의미에 대해 집중한 악마들이 많습니다. 염소인간도 있고, 식인종도 그렇고, 잘 어울리는 몬스터를 만들고 넣고 있어요.
닉 칠라노: 꼭 몬스터가 아니더라도, <디아블로 4> 스토리의 매력은 '사람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수퍼맨 같은 느낌이 아닌 거죠. 스스로 교활하다고 생각하거나, 과도하게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 모든 걸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오해할 수도 있고, 그 모든 게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게 초능력이나 마법의 제약 같은 게 아니더라도,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