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방구석 게임 클럽'은 곳곳에서 활동 중인 게임 리뷰어·유튜버를 초청해 게임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게임에 대한 리뷰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한 칼럼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이 클럽이 장기적으로 함께 대화하는 담론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방구석 게임 클럽'의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보편적으로 각종 프랜차이즈 상품이나 SNS 이모티콘으로 활용되는 마스코트를 내세운 게임은 캐주얼한 성향의 게임이 대부분이다. 게임이라는 매체에 상대적으로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도 재미를 어필해야 할 필요는 있으니 마스코트를 내세운 게임이 이런 경향을 보이는 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마스코트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쉬운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한 게임성을 갖춘 게임이 마스코트의 매력을 증폭시키고 또 마스코트의 인기가 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과 주목으로 이어지는, 게임과 캐릭터가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아닐까 싶다.
남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어려운 길이겠지만, 지난달 말 정식으로 출시한 <오구와 비밀의 숲>(Ogu and the Secret Forest)라면 그런 이상적인 사례에 가장 잘 부합한 게임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쿠타르크(인디게임 블로거)
<오구와 비밀의 숲>은 작은 모험을 원했던 아기 오구가 우연찮게 이세계로 진입해 악으로 물들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하는 여정을 담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이미 많은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오구를 비롯한 깜찍한 캐릭터들과 아기자기하면서도 나름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관, 그리고 부드러움과 웅장함이 공존하는 준수한 퀄리티의 사운드트랙이 돋보인다. 여기에 탐험과 전투, 그리고 수집을 핵심으로 삼는 게임 플레이로 탑뷰 시점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유사한 감성의 게임성을 추구한 모습이다.
게임의 제목이 <오구와 비밀의 숲>이긴 하지만 실상은 오구가 아니라 아기 오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는 아기 오구가 오구보다도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도 있겠지만, 게임상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몰입하고 공감하기 쉽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직 아기라서 그런지 심성이 워낙 순수한 데다가 어떤 고난이나 시련을 겪더라도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는 성격이 주인공으로 선정되기에 적절하기도 하고 말이다.
작은 아기 오구의 은밀하고 위대한 대모험. <오구와 비밀의 숲>(Ogu and the Secret Forest)
모험을 원하는 아기 오구에게 진정한 모험의 장이 펼쳐졌다. 용사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아기 오구 역시도 말 없는 주인공이라는 용사물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라간다.
악에 물들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아기 오구는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게 된다. 중앙 숲과 정글에서 시작하는 탐험은 달숲과 사막, 바다, 설원을 거치게 되는데, 지역이 바뀔 때마다 기후나 적들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게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탑뷰 시점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니만큼 전투 및 퍼즐 해결을 통해 나아갈 길을 확보하고 도착 지점에 도달해 스토리를 진행한다는 그 바탕은 항상 같지만, 각 지역의 지형 구조나 전투 구도, 미니 게임의 종류 등 많은 요소에서 변화가 드러난다.
쉽게 말해 사막에서는 사막의 모험이 존재하고 바다에서는 바다의 모험이 존재하며 설원에서는 설원의 모험이 존재한다. 덕분에 새로운 지역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감각으로 탐험을 진행하게 되고, 이것이 곧 크나큰 재미로 이어지게 된다.
사막에서는 사막의 모험이 존재하듯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색다른 모험이 펼쳐진다.
타이밍만 알면 나 혼자 실컷 때릴 수 있는 재미있는 로봇 대결
전투의 경우 아기 오구의 천진난만함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칼 대신 잠자리채를 무기 삼아 휘두르는 광경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가운데 적들의 이동 속도 및 공격 속도가 빠르지 않아 쉽게 처치할 수 있다.
중후반에 접어들면 잠자리채 휘두르기 이외에 다른 대처법이 필요한 적들이 등장하지만 곧바로 대처법을 친절히 알려주는 덕분에 헤맬 일이 전혀 없고, 보스전 역시 대다수의 보스가 공격을 펼치는 과정에서 충분히 뜸을 들이는 데다가 딱히 난해한 패턴이랄 것도 없어 조금만 침착하게 임하면 누구나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다.
탐험 과정에서 획득하는 과일 하트로 최대 체력을 늘릴 수 있고 춤을 통해 체력의 절반을 채울 수 있다는 점 또한 난이도 하락에 크게 일조한다. 전투의 난이도가 낮은 만큼 전투로 인한 스트레스는 다소 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칼 대신 잠자리채. 위력 하나는 칼에 못지않다!
체력이 적을 땐 언제나 춤을 출거에요, 우리 아기 오구씨
이렇게만 설명해 놓고 보면 탐험과 전투만으로 끝일 것 같지만, 사실 <오구와 비밀의 숲>이라는 게임의 진정한 묘미는 바로 다양한 즐길 거리에 있다고 봐도 좋다.
스토리 진행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각 지역의 NPC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뿐만 아니라 곤충 채집 및 낚시, 요리, 그림 등 즐길 것도 많고 체력을 늘려주는 과일 하트를 비롯해 모자 및 토템, 유물 조각 등 찾아야 할 것도 많아 스토리 이외에 추가 컨텐츠는 풍부하다 못해 차고 넘칠 지경이다.
여기에 수집한 것들을 한곳에 모으는 박물관, 일부 NPC와 수시로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가구를 활용해 나만의 방을 꾸미는 용사의 집까지 따지면 플레이 타임은 그야말로 곱절로 늘어난다.
곤충 채집 뿐만 아니라 낚시 또한 잠자리채로 할 수 있다. 그것이 아기 오구니까!
이 게임의 수집의 정수와도 같은 박물관. 전부 채우면 추가 보상도 있다.
이렇듯 이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탐험과 온갖 적들을 상대하는 전투,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한 수집이 공존하는 게임성은 마치 <젤다의 전설>을 <동물의 숲>의 감각으로 즐기는 듯하다. 더 놀라운 건 탐험과 전투, 수집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도처에 널려있는 숭숭 익스프레스와 숭숭 풍선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지점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최후의 전투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게임 진행을 강제하는 것도 아니라 원하는 시점에 자유롭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원하는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이는 그야말로 모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면서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듯한 천진난만한 오구의 순수함을 그대로 반영한 게임성이라 할 수 있다.
풍선과 함께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호기심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게임성
이러한 오구의 천진난만함은 스토리에서도 묻어나온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이세계로 강제로 소환된 용사가 이세계 주민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악의 세력을 무찌르는 전형적이고 왕도적인 전개를 보이나, 주인공인 아기 오구는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상황을 맞이하든 옅은 미소와 함께 깜찍한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말을 하지 못해 상황 설명은 언제나 주변 캐릭터들의 몫이지만 그래도 주인공답게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결하며 스토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 한편으로는 아기 오구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장면이 간간히 나오고 그런 순수함이 곧 용자의 자격이 되기도 한다는 걸 주기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여기에 세계관의 탄생 배경이나 악으로 물들게 된 원인 같은 각종 설정을 적절한 타이밍에 알려주고, 아기 오구를 암시하는 듯한 용사 이야기를 심어주면서 자칫하면 이방인 취급을 받기 딱 좋은 아기 오구를 세계관에 잘 녹아들게 만든다. 덕분에 아기 오구가 이세계를 구원하는 여정을 담은 스토리는 절대 모자라진 않을 만큼의 충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전형적인 용사물의 클리셰를 따라가면서도 아기 오구라서 다르게 다가오는 스토리
묘하게 기존의 다른 설화가 떠오르는 설정도 간간히 보인다.
굳이 게임의 단점을 몇 가지 언급하자면, 이동 시 살짝 뻑뻑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조작과 조금은 '슴슴한 ' 연출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우선 조작은 아기 오구를 오로지 여덟 가지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큰 문제가 없긴 해도 이동이 부드럽고 자유로운 게임을 이것저것 접해본 이들이라면 이 지점에서 살짝 위화감이 들 수는 있다.
그리고 슴슴한 연출은 일부 보스와의 전투나 스토리상에서 나타나는 이벤트 컷신에서 주로 드러나는데 상황이 심각해져도 연출이 그렇지 못해 무게감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김이 좀 샐 수 있다. 태생이 SNS 이모티콘 캐릭터라 지나치게 강렬하거나 거친 표현이 들어가는 것도 어색하긴 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중요한 상황에서는 연출에 좀 더 힘을 줬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언제나 상하좌우와 대각선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꼭 장기말 같기도 하다.
아기 오구의 귀여움을 유지하고 싶었던 탓인지 연출이 살짝 슴슴하긴 하다.
<오구와 비밀의 숲>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라는 깜찍함의 영역에서 시작해 완성도 높은 게임성이라는 근사함의 영역으로 무사히 도달한 훌륭한 인디게임이다.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탐험과 전투는 누구나 무난히 즐길 수 있게끔 각종 편의 기능과 더불어 낮은 난이도로 그 진입 장벽을 낮춘 모습이며, 수많은 활동과 수집 요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브 컨텐츠 또한 풍부하다. 여기에 지극히 왕도적인 전개를 보이면서도 천진난만한 오구의 개성과 매력을 숨김없이 드러낸 스토리는 충분한 감동을 선사한다.
깜찍한 생김새와 순수한 성품을 지닌 오구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잘 활용한 게임이며, 마스코트를 내세운 게임으로써는 꽤나 어려운 길로 나아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길을 잘 완주해낸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구나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적극 추천한다.
쿠타르크 (블로거)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