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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잡탕’ 아니고 ‘칵테일’입니다, 넥슨 ‘슈퍼바이브’

다 섞었는데 맛있으려면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4-08-27 11:02:17
<슈퍼바이브>는 ‘띠어리크래프트 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신작 액션 타이틀이다. 기존에 ‘프로젝트 로키’로 알려져 있던 이 게임은 4인 1조, 혹은 2인 1조의 여러 팀이 월드를 누비며 최후의 1팀이 남을 때까지 대결하는 ‘배틀로얄’ 룰을 기초 삼고 있다.

여기에 탑다운 시점, 스킬 중심의 전투 등 MOBA의 장르적 특색을 가미했다. 굳이 따지면 이런 배틀로얄·MOBA 융합 장르 게임은 전에도 여러 시도가 있었다. 최근 선보인 엔씨소프트의 <배틀크러시>도 그러한 예시다.

지난 8월 13일 넥슨은 국내 미디어를 상대로 아직 개발 중인 <슈퍼바이브>의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 <에이펙스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포함해 여러 유명 타이틀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이 게임이 어떤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는지, 그 정체성은 충분히 매력적인지 살펴봤다.



# 이름 따라 만든 게임?

흔한 일은 아니지만, 게임을 살펴보기에 앞서 개발사 이름을 한 번 곱씹어 볼 만하다.

‘띠어리크래프트’(theorycraft)는 영미권 게이머 사이의 은어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게임의 시스템적 디테일을 파고들어 이론상 가장 유리한 전략·전술을 찾아내는 일을 말한다.

개발진은 ‘띠어리크래프트’ 전략을 회사 이름뿐만 아니라 개발 방법론에도 적용한 것처럼 보인다.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시스템을 발굴하기보다는, 기존하는 여러 시스템의 장단점을 연구해 이상적으로 조합해 내는 방식으로 <슈퍼바이브>만의 게임성을 구축해 냈다.

실제로 스튜디오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헤일로>, <데스티니> 등 내로라할 작품 출신의 개발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합심하여 만든 결과물답게, <슈퍼바이브> 역시 여러 대세 타이틀의 DNA를 조금씩 담고 있다. 다만 띠어리크래프트를 이끄는 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타 개발자였던 ‘조 텅’인 만큼,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테이스트를 많이 풍길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리그 오브 레전드> 문외한인 기자 역시 <슈퍼바이브>를 무리 없이 즐겼을 뿐 아니라 한 차례 우승까지 거머쥐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는 <슈퍼바이브>가 (기자에게 좀 더 익숙한) 배틀로얄의 코어 게임플레이 역시 상당한 비중으로, 그리고 완성도 높게 재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버스'를 탔지만 어쨌든 우승은 우승이다.


# 성장하거나 탈락하거나

여느 배틀로얄과 유사하게 <슈퍼바이브>는 거대한 맵 곳곳에 각 팀이  낙하하면서 시작된다. 이후로는 장르 문법을 따라 ‘성장’와 ‘안전’ 사이의 전략적 줄타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성장의 방법은 파밍과 몬스터/적 처치를 통한 레벨업이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와 유사하게 캐릭터들은 특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새 스킬을 해금하거나 기존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강력한 스킬일수록 해금 가능해지는 레벨이 높게 설정되어 있으며, 궁극기는 가장 마지막에 열린다.

마주친 적과의 교전 개시 여부를 판단할 때, 팀원들의 스킬 보유 현황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 또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비슷한 감각이다) 전장이 점차 좁혀져 적 조우 확률이 커지기 이전에 가능한 한 팀원들의 레벨을 충분히 높여둬야 교전을 벌여볼 만하다.

게다가 캐릭터 레벨은 피아 구분 없이 서로 확인할 수 있어, 전력 비교는 스쳐 지나가면서도 직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미리 몸집을 키워두지 않으면 표적이 되기 알맞다는 얘기.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비 아이템, 그리고 ‘파워’(강력한 소모성 아이템) 등이 변수가 될 수 있기에 레벨에만 의존한 섣부른 전력 판단은 금물이다.

적 레벨이 다 보인다


# 난입, 난입, 난입

종합해 보면 <슈퍼바이브>는 빠른 성장 싸움이다. 몬스터들을 꾸준히 사냥하거나, ‘상자’, ‘금고’ 등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파밍 포인트를 찾아다니지 않으면 적 유저를 조우했을 때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탈락할 수 있다.

몬스터와 파밍 장소는 성장의 발판일 뿐만 아니라, 그대로 격전의 장소이기도 하다. 맵에 그 위치가 잘 드러나 있어 팀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몬스터들의 경우 체력이 많아 처치하는 데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것이 어부지리를 노리는 다른 유저의 난입 상황을 자주 만든다. 물론 한 번의 난입은 제2, 제3의 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부활은 도박일 수 있다.

이렇게 잦은 교전을 유도하는 게임 디자인은 다른 요소들에서도 발견된다. 가령 부활 비컨에서 팀원 부활을 시도할 경우, 해당 사실이 다른 유저들의 미니맵에도 표시되기 때문에 적을 불러들이는 꼴이 되고는 한다.

덕분에 20여 분의 총 플레이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게 게임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몬스터 혹은 적 유저와의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지며, 매 순간 긴장을 놓기 힘들다.

다만 너무 과도한 전투 유도는 배틀로얄에서 전반적 불쾌감을 키울 수 있는 요소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격렬한 전투 직후 너덜너덜해진 내 팀을 제3의 팀이 즉각 찾아와 ‘싹쓸이’하는 상황은 언제나 유쾌하지 못하다. FPS 배틀로얄 <에이펙스 레전드>가 이 문제로 오래 골머리를 앓았다.

다만 <슈퍼바이브>의 경우 재정비 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캐릭터 이동 속도가 제한되어 있어 억울한 상황 연출이 덜한 인상이다. 또한 탑다운 시점으로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에 제3, 4의 팀 접근을 비교적 빨리 알아채고 몸을 빼내기에도 좋다.

몬스터들이 단단한 편. 덕분에 잡는 맛은 있다.


# 직관적 전투의 미학

일반적인 MOBA의 ‘한타’는 시스템을 잘 모르는 유저에게는 시각적으로 몹시 난해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스킬별로 각종 이펙트와 UI가 보기 좋게 표시되기는 하지만, 각 스킬에 익숙한 게 아니면 그저 기호의 범람일 뿐이다. 이런 복잡성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접근성을 낮추고 신규 유저 유입을 막는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와 비교해 <슈퍼바이브>의 전투는 대다수 유저가 빠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직관성을 많이 갖춘 점이 특기할 만하다. 덕분에 게임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황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 걸맞은 상황판단을 내리고 상황에 유의미하게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가령 게임에는 ‘시야’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방의 부채꼴 형태의 일정 범위, 그리고 후방의 가까운 영역 안에 들어온 캐릭터들만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는 뒤편은 볼 수 없다.

그런데 해당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는 특별한 ‘선행학습’이 필요 없다. 물리적 상식과 다소의 게임 상식만 있다면 그 원리와 활용 방안까지 단숨에 생각해 낼 수 있다.

너무나 직관적인 시야 시스템

이러한 직관성을 <슈퍼바이브>에서는 곳곳에서 더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대부분의 공격 스킬은 타게팅이 아닌 발사체 형태로 날아가는데, 단단한 오브젝트는 발사체를 가로막는다.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슈터 게임에서처럼 엄폐물을 끼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것은 게임의 WASD 조작 시스템과도 잘 어우러지는 요소다.

또한 다른 MOBA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기는 하나, 강력한 공격들은 반드시 UI로 공격 범위를 알려 ‘모르고 당하는’ 일을 줄였다. 이 경우 한쪽은 억울하고 다른 한쪽은 시시함을 느낄 것 같지만, 전반적인 스킬 시전 속도가 빨라 긴장감이 상호 유지된다.

한편 직관성과는 크게 연관이 없으나, 마찬가지로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면에서는 부활 시스템도 함께 언급할 만하다. 최후의 1인까지 처치된 것이 아니라면 '완전히' 사망한 아군도 부활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게임에의 흥미를 유지하는 좋은 수단이 되어준다.

아플 만한 공격은 장판을 밝게 깔아준다


# 칵테일 같은 게임, 순항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렇듯 전투가 직관적이라고 해서, 시스템 학습이 무용해지는 것은 아닐 듯하다. 

가령 캐릭터들이 지닌 6개 스킬(패시브 1개 포함)을 파악해 두면 각각에 대응하는 고도의 전략을 짤 수 있다(MOBA 장르에선 당연한 관념이기는 하다). 그 외에도 장비 아이템, 소모성 아이템, 적 탐지 레이더, 변화하는 맵 기믹, 사냥 시 팀에 강력한 버프를 부여해 주는 ‘소울 보스’ 등 변수로 작용할 만한 메커니즘이 무수하다.

활용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이 이처럼 다양하다는 것은, 이에 익숙해진 고수들이 ‘고점’을 높일 방법 또한 많다는 얘기다. 즉 띠어리크래프트는 여러 개발진들이 이상적 밸런싱 방향성으로 자주 제시하는 ‘배우기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전투 시스템 구현에 얼마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게임에는 지금까지 언급한 요소들 외에도 수리나 교체가 가능한 방어구(실드) 시스템, 전진 기지로서 빠른 귀환과 재정비를 지원하는 ‘베이스캠프’, 소모성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상인 등 미처 다루거나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요소가 즐비하다.

캠프를 점령하면 재정비가 가능하다.

주목할 사실은 이토록 많은 (그리고 대부분은 타 게임에서 빌려온) 매커니즘을 한 데 종합하여 욱여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 의의에 근본적 회의를 품게 하는 요소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비록 두어 시간의 게임플레이 세션에서는 100% 활용하지 못했으나, 그 디테일을 뜯어 봤을 때 실전에서의 사용 방향성과 기획 의도를 모두 머릿속에 대강 그려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띠어리크래프트는 자신들의 기업명대로 각 시스템의 가치를 정성/정량적으로 충분히 숙고해 서로 반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게임에 넣어둔 듯하다. 거친 비유를 스스로 허락한다면, 아무 재료나 감각적으로 투입하는 ‘잡탕’이 아닌, 정교한 셈법에 의해 재료들의 구성비를 결정하는 ‘칵테일’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다만 라이브서비스 게임의 운명은 그 첫인상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법이다. 개발진보다 더 열광적으로 게임 내의 모든 수치에 달려들 실제 유저들이 만족할 때에야 게임은 비로소 순항할 수 있다. 좋은 토대 마련에 성공한 <슈퍼바이브가> 출범하여 항로를 잡아 나가는 과정을 지켜볼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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