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소녀 디펜스 게임.
8월 27일 스팀으로 출시된 <구국의 스네진카>는 일본의 인디 개발자 'hinyari9'가 혼자 개발한 게임으로, 미소녀 위병이 되어 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끝없이 몰려오는 기계 군단을 막아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임의 구조는 상당히 단순한데, 왼쪽에서 몰려오는 기계 군단이(특이하게도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방위하는 벽을 부시기 전에 모두 처치하면 된다.
그리고 <구국의 스네진카>는 2022년 출시된 <용철의 마르푸샤>의 후속작이다. <용철의 마르푸샤>는 1인 개발인 점을 감안하면, 단편 애니메이션 트레일러까지 만들어지고 콘솔로 이식되는 등 적잖이 흥행했다.
흥행의 이유는 개발자가 홀로 찍은 캐릭터의 픽셀 아트에 있다. 시스템이 상당히 단순해 게임적으로 특별한 부분은 없지만, <소녀전선>에서 영향을 받은 배경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다. 경비 업체에 스타킹 할당제라도 있는 것인지 모든 캐릭터가 검은색 스타킹을 착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음험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실제 모든 캐릭터의 디자인이 그렇다.
<구국의 스네진카>
게임명: 구국의 스네진카 (Sentinel Girls 2)
장르: 디펜스, 액션 로그라이크
플랫폼: PC (스팀)
개발사 / 배급사: hinyari9
출시일: 2023년 8월 27일
한국어 지원 여부: 지원
가격: 7,650원
# 내 돈 좀 그만 뜯어가!
<구국의 스네진카>의 게임 구조를 설명하자면 지극히 단순하다. WASD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마우스로 조준해 총을 발사한다. 적은 오른쪽에서 몰려오고, 왼쪽에 위치한 벽이 부서지기 전에 모든 적을 처치하면 하루가 끝난다. 적은 참으로 신사적이기에 오로지 벽만 노리며 주인공을 공격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경비 업체와 계약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일급을 받는다. 그리고 받은 금여로 랜덤한 효과를 가진 카드 3종 중 하나를 선택해 캐릭터를 강화시키거나,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동료를 고용하거나, 무기를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무기는 내구도가 있기에 약 7일 정도만 사용 가능하며, 내구도가 모두 사라지면 새로운 무기를 돈 내고 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총 한 자루로 기계 군단을 막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주인공에게 성과를 강요하지만 특별하게 지급하는 무기 같은 것은 없다.
오른쪽에서 오는 적을 막으면 된다. 게임 설명 끝
그리고 문제가 하나 있다. 세금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마치 디스토피아 같은 세계관에 있는데, 독재 정치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는 주인공의 나라는 주민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뜯어간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소득세, 특별 소득세, 보험료, 학자금 상환, 기숙사비, 주민세, 국영 방송 수신료 등 명목도 다양하다. 심지어 날이 지날 수록 새로운 명목을 억지로 만들어 세금을 더 악랄하게 뜯는다. 보험의 개인 부담액을 올리고 "증세가 아닌 보험료의 개정"이라고 뻔뻔하게 말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붙일 명목도 없어 내년 세금을 미리 가져가는 "예정 납세 제도"라는 것이 생긴다. 내년의 세금을 미리 받는 것이니, 증세가 아니라는 설명은 덤이다. 덕분에 아무리 일급이 늘어나도 주인공에 손에 떨어지는 돈은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면서도 적을 막기 위한 무기는 내 돈으로 직접 구매해야 하니 참으로 억울하다.
악랄하게 뜯는다.
그래도 가끔 화사에서 상여금은 준다. 이 얼마나 관대한가?
조금씩 모은 돈으로 장비와 캐릭터 강화, 동료를 구매하면 된다.
이런 것들은 전작에도 있었던 시스템이지만, 조금 더 재미있는 묘사가 생기기도 했다. 루트에 따라 주인공은 경비 업체에 정식으로 고용되는데, 하청의 하청의 하청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어 고용되면 오히려 받는 돈이 줄어든다. 이런 국가에 대한 전체적인 묘사는 <페이퍼즈, 플리즈>에서 개발자가 영감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아
# 전작과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게임이 스팀에서 꽤 주목을 받았기에 전작을 이미 플레이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구국의 스네진카>에서 이루어진 변화는 크지 않다. 도트와 UI, 캐릭터 일러스트가 조금 더 깔끔해졌고, 새로운 적 몇몇과 무기가 추가된 수준이다. 목표를 완수하면 거금을 받는 챌린지나, 동료와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작전 변경 카드가 추가되거나,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싸우는 로봇을 구매할 수 있기도 하다.
스토리에서는 나름 연출을 강화하려 한 부분이 느껴진다. 기차를 지키거나, 거대한 탱크의 엄호를 받으며 싸우거나, 선택에 따라 사람과 싸우는 스테이지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택에 따라 플레이어의 보수 체계가 변화해 스토리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려 한 부분도 존재한다.
스테이지의 연출이 약간 다양해졌다.
일러스트와 픽셀 아트의 퀄리티도 다듬어졌다.
주인공은 <용철의 마르푸샤>에서 주인공의 동생이었던 '스네진카'다. 게임 시스템도 비슷하고, 스토리가 이어지기에 전작을 해 보고 게임을 즐겨 봐도 나쁘지 않다. 두 게임 모두 가격이 8천 원 수준으로 싸며, <용철의 마르푸샤>의 경우는 할인하면 정말로 싸게 판매하고 있다.
사실, 두 게임의 장점은 값싸게 구매해 미소녀를 조작해 1~2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는 디펜스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만큼 시스템적 깊이는 얕다. 무한 모드가 존재하며,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캐릭터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지만 여러 무기와 특성을 조합해 느끼는 육성의 재미는 그다지 없다. 조작이 단순하기에 컨트롤을 통한 차이도 크지 않다.
단순하고 배우기 쉬운 구조에 미소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 암울한 세계관 묘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특히 엔딩이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이니, 조금이라도 우울한 스토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게임으로써의 깊이는 딱히 없다. 캐릭터를 볼 수 있는 수준에서 만족하자.
스토리는 전작의 한 엔딩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