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MMORPG <호연>이 지난 8월 28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났다.
알려진바 있듯 <블레이드 앤 소울>의 IP로 개발된 외전작이자 '캐주얼 MMORPG'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캐주얼'을 강조한 만큼 <리니지> 같은 하드코어 MMORPG에 비하면 과금 부담도 덜하고, 비주얼과 게임의 분위기도 그렇게 높지 않은 연령대를 타겟으로 잡은 것이 눈에 띈다.
알려진바 있듯 <블레이드 앤 소울>의 IP로 개발된 외전작이자 '캐주얼 MMORPG'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캐주얼'을 강조한 만큼 <리니지> 같은 하드코어 MMORPG에 비하면 과금 부담도 덜하고, 비주얼과 게임의 분위기도 그렇게 높지 않은 연령대를 타겟으로 잡은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름이 아닌 '엔씨소프트 개발' 이라는 이름표 때문에 유저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게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호연>은 과거 '<블레이드 앤 소울 S>' 라는 이름으로 수 년 전부터 개발되었던 작품이다.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2018년 한 차례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으니 최소 5년 이상 개발이 진행된 게임이라는 의미다.
2018년 공개된 <블레이드 앤 소울 S>의 플레이 영상. 자그마치 6년 전의 플레이 영상인데, 많은 부분이 현재의 <호연>과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실제로 <호연>을 해보면 정말 수많은 게임 모드가 준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최근 선보이는 RPG가 '한 두시간'의 튜토리얼만 끝내면 일부 엔드 콘텐츠를 제외하고 대부분 해금된다고 치면, <호연>은 게임 플레이 10시간이 지나도 '전투' 메뉴의 절반이 채 해금되지 않을 정도다.
게임 플레이 약 15시간이 지나도 모든 콘텐츠가 다 해금 안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콘텐츠가 많다.
준비되어 있는 콘텐츠들도 살펴보면 '그밥에 그 나물'이 아니라, 하나 하나가 개성 있는 재미와 즐길 거리를 선사한다. 대표적으로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필드에서는 '리얼타임' 타게팅 전투를 보여주지만, 게임 모드 중 하나인 '심상 전투'에서는 아예 게임의 장르가 '스테이지형 턴제 전략 게임'으로 바뀐다.
최대 5:5로 '턴제' 전투를 펼치는 심상 전투 모드
필드 전투와 '턴제' 전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수시로 화면을 전환할 수 있다. 그래서 '스위칭 RPG'
기본 필드 전투는 '방치형' 자동사냥이 불가능하지만, '공개 던전' 에서는 방치형 자동 사냥 플레이를 기본으로한 '파밍' 콘텐츠를 제공한다. '네임드' 전투에서는 솔로, 혹은 파티 플레이로 다양한 '기믹 플레이' 중심의 보스 전투를 즐길 수 있고. '비무행' 에서는 PVP를, '도전 던전'에서는 다양한 제약이 걸린 전투를, '필드 보스'에서는 수십명이 함께 하는 대규모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네임드와의 전투는 1:1 기믹 중심의 보스전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이들 콘텐츠는 모두 '육성' 이라는 큰 틀 아래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가령 일반 필드에서 전투력 부족으로 메인 스토리가 막힌다면, '심상 전투'를 통해 레벨업 육성 재화를 대량으로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레벨업 만으로 캐릭터의 전투력을 올리지 못하는 단계가 되면 '네임드' 전투에서 장비를 파밍 해서 이를 극복할 수 있고, 또한 '도전 전투'에서 비급서 등의 또 다른 강화 수단을 파밍해 극복할 수도 있다.
가령 일반 필드에서 전투력 부족으로 메인 스토리가 막힌다면, '심상 전투'를 통해 레벨업 육성 재화를 대량으로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레벨업 만으로 캐릭터의 전투력을 올리지 못하는 단계가 되면 '네임드' 전투에서 장비를 파밍 해서 이를 극복할 수 있고, 또한 '도전 전투'에서 비급서 등의 또 다른 강화 수단을 파밍해 극복할 수도 있다.
전투 모드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육성'과 시스템도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캐릭터 레벨업은 물론이고, 장비획득과 장비의 강화, '가문'의 육성과 스탯 추가, 일종의 팻인 '수호령', 캐릭터의 '인연', 각 캐릭터 별 '업적'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콘텐츠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캐릭터의 전투력을 높이는 수단이 단순 '반복 플레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플레이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육성' 아래 콘텐츠와 여러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기게 되고, '성장'을 체감하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막히는 구간이 등장하면 반드시 이를 '넘어갈 수 있는' 수단이 등장하고, 계속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식이기 때문에 RPG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정말 한 번 빠지면 정신없이 몰입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핵과금'만으로는 육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호연>이 다른 일반적인 MMORPG와 차별화되는 점 중에 하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게임은 캐릭터 수집형 게임처럼 등급에 따라 총 64명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뽑기'를 통해 수집할 수 있다. 뽑기에는 재화가 필요하고, 뽑기 재화는 과금이나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절대로 '혜자로운' 과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마일리지도 있고, 확정 천장도 존재하고. 딱 '일반적인' 캐릭터 수집형 게임 수준의 뽑기 부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 캐릭터들은 일반적인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캐릭터 활용' 측면에서 '버릴 캐릭터가 거의 없다'는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재적소에서 활용된다. 보스 별, 콘텐츠 별로 굉장히 다양한 '기믹 플레이'를 유저들에게 요구하는데, 해당 기믹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특정 캐릭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정 보스는 아무리 전투력이 높아도 '기믹'을 극복할 방법이 없으면 클리어가 힘들다. 이때 특정 최저등급 캐릭터가 있으면 손 쉽게 클리어할 수도 있다.
60여종의 캐릭터들이 골고루 사용된다.
<호연>의 또 하나의 특징 중에 하나는, 엔씨소프트 게임 치고 굉장히 '손', 그리고 '머리'가 바쁜 게임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대충 전투력 높여서 대충 클리어' 할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시피하고, 반복 파밍을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유저들이 '집중'해 플레이할 것을 요구한다.
가령 '심상 전투'의 경우 스테이지 별로 캐릭터들의 기믹과 적의 배치를 정확하게 보지 않으면 아무리 전투력이 높더라도 절대로 클리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필드 플레이조차 몬스터들의 '장판 공격'을 피하거나, '협력기' 등을 통해 적재적시 적의 공격을 끊어주지 않으면 (=집중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콘트롤하지 않으면) 아무리 전투력이 높더라도 고전한다는 식이다.
따라서 <호연>을 '대충 자동전투 돌리는 MMORPG' 라생각하고 게임에 접속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보스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략의 방법을 고민하지 않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할 수 있다. 머리 아프다.
손이 바쁘고 머리가 아프고 장판은 열심히 피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특성 때문에 <호연>은 소위 '리니지 라이크' 류의 게임을 생각하고 들어온 유저라면 오히려 크게 당황할 수 있는 게임이다.
'무지성' 플레이가 가능한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육성 재화 파밍이나 '업적 달성'을 위한 구간이기 때문에 어찌되었든 계속 게임을 하려면 '붙잡고' 집중해야 한다.
'장비 공유', '레벨 공유' 같이 <AFK 아레나>에 있던 여러 요소들을 도입해서 육성의 부담을 낮추긴 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문제는 이것이 '캐주얼 MMORPG' 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것 치고는 굉장히 무겁고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겟 유저층을 생각하면 너무 과하다고 할까?
실제로 <호연>은 게임의 비주얼을 봐도 밝고, '유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코믹한 연출을 사용한다. 스토리 또한 진중하거나 깊이 있고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낮은 연령대의 유저들을 타겟으로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의 콘텐츠가 그런 타겟층이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잔 손도 많이 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개발진들도 문제라고 느껴지는지,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한 후 가장 먼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내놓은 개선책이 바로 '유저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개선책들이 모두 적용되고, 지속적으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게임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누구는 이 게임 연출이 '또봇감성' 이라고 평했다. 그런 것이다...
전반적으로 <호연>은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는 RPG' 냐고 묻는다면 '기본'은 탄탄하게 갖춘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 다양한 방식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정신없이 몰입할 수 있다.
핵과금이 필수인 상위 1%만을 위한 콘텐츠도 없고, 필드 PK나 다른 유저들을 '지배'하는 콘텐츠 같이 과한 경쟁을 부추기는 콘텐츠도 없다. PVP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캐릭터 수집형 게임'과 유사한 수준의 비동기 PVP며, '캐릭터 뽑기' 또한 천장도 있고, 마일리지도 있어서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엔씨소프트 게임은 핵과금이 필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의외로 그런 편견(?)을 깰 수 있는 게임이 바로 <호연>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로 '혜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무리할 정도로 과하다는 느낌도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블레이드 앤 소울>의 후속작으로서 '만족할 만한' 게임이냐? 라고 묻는다면 이에 대해서는 미묘하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원작에도 등장했던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갑지만, 원작 <블레이드 앤 소울>은 서비스 당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비주얼과 매력적인 비주얼, 그리고 다소 진중하면서도 충격적인 서사 등으로 어필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호연>은 '캐주얼한' MMORPG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원작을 즐겼던 유저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타겟층을 낮춘' 게임으로 다가온다. 특히 서사의 경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원작 팬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유치하다'.
가문의 복수를 다짐하며 울고 심각한 표정을 짓던 주인공이, 단 몇초만에 표정이 전환된다. 쉽지 않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 으로서 이 게임이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이 역시 미묘하다. 이 게임은 오픈 기준으로 총 60여종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원작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NPC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다. 이들을 기억하는 유저들에게는 반갑지만, 정작 원작을 안 즐겨본' 유저 기준으로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붇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블레이드 앤 소울> 원작을 모르는 유저가 시작부터 이런 할아버지나 축생(?)을 뽑고 싶을까...
2D 일러스트와 3D 모델링간의 차이도 지적 받는다.
<호연>은 RPG로서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고, '편견'이 없다면 꽤나 잘 만든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MMORPG다. 하지만 이 게임의 '타겟층'과 게임성에서 괴리감이 느껴지고, 일부 게임의 요소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부담감을 주며, 원작 <블레이드 앤 소울> 을 추억하는 유저 입장에서도 무조건 지지를 보내기에 미묘한 모습마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엔씨소프트'에서 개발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비난과 비판을 한 몸에 받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순탄치 않은 미래를 보낼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분명 <호연>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평가는 향후 업데이트와 게임의 운영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호연>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잘 만든 게임으로 장기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