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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크래프톤 ‘로그라이크 덱빌딩 RTS’, '풀게임' 같은 데모 체험

출시 예정작 '커맨더 퀘스트'

방승언(톤톤) 2024-09-24 18:46:46
크래프톤 산하 플라이웨이 게임즈는 빠르고 유연한 개발 스타일로 시장에 활발히 도전하고 있는 스튜디오입니다. 지난해 이른바 ‘뱀서류’ 장르에 코옵 시스템을 가미한 타이틀 <트리니티 서바이버>를 출시했고, 현재도 여러 장르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현재 스팀 플랫폼에 데모 버전이 올라와 있는 <커맨더 퀘스트>도 그중 하나입니다. <커맨더 퀘스트>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이하 ‘슬더스’)로 대표되는 ‘로그라이크 덱빌딩’ 장르와 RTS를 융합하는 시도가 독창적인데요.

<슬더스>의 대흥행 이후 ‘로그라이크 덱빌딩’ 메카닉을 타장르에 버무려 만든 게임은 사실 많았습니다. 그러나 메카닉끼리 잘 맞물리지 않거나, 한쪽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례가 빈번했던 편입니다. 한편 <커맨더 퀘스트>는 데모 버전임에도 풍성한 전략성으로 중독적 게임플레이를 구현하고 있어 벌써 많은 기대가 됩니다.



# 너무 닮았나?

앞서 <커맨더 퀘스트>는 <슬더스>에서 장르적 아이디어를 빌려 왔다고 언급했는데요,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콘텐츠 진행의 틀도 참고하고 있습니다(이것은 이른바 ‘슬더스류’ 게임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보너스를 먼저 선택한 뒤 수형도 모양의 맵을 따라가며 모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맵의 각 분절(노드)에는 일반 전투, 고난도 전투, 보물 상자, 미지의 이벤트, 상점, 보스 등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 구성이나 각 노드의 기능이 <슬더스>와 똑같습니다.

그 외에도 전체 라운드에 버프/디버프를 주는 ‘유물’, 카드별로 기본 1회만 가능한 업그레이드 시스템, <슬더스>의 ‘물약’에 대응하는 ‘음식’(전투 중 일회성 도움 제공) 등 유사한 요소는 이외로도 매우 많습니다.

일부 불필요한 영역까지 지나치게 따라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게임 시작점에서 주인공(플레이어)은 미지의 존재로부터 보너스를 부여받는데요. 보너스를 주는 존재의 말투나 태도가 <슬더스>의 ‘니오우’와 거의 판박이입니다. 첫 보스에 도달하지 못한 채 돌아오면 실망하며 ‘더 잘해보라’고 면박을 주는 멘트까지 비슷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분명 의문입니다.



# 기본 플레이 방식

다행히도 플레이의 핵심인 덱빌딩과 전투, 그리고 육성에서는 두 작품의 유사성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이는 <슬더스>와 <커맨더 퀘스트>의 하위 장르가 각각 ‘턴제 전투’와 ‘RTS’인 만큼 당연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커맨더 퀘스트>의 전투는 상대 지휘관을 처치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합니다. 맵 상의 정해진 배치 지점에 병력을 소환하면, 이들이 상대 지휘관을 향해 가면서 자동으로 전투를 수행합니다.

턴마다 카드 덱에서 5장을 드로우한 뒤 취사선택하여 사용합니다. 여기에는 마나가 필요한데, 턴당 주어지는 마나는 기본적으로 3입니다. 유닛을 배치하는 ‘소환’카드, 구조물을 설치하는 ‘기반’카드, 액티브 효과를 발휘하는 ‘전술’카드, 지속 효과를 발휘하는 ‘보급’카드 등이 존재합니다.


실제 전투는 엄밀히 말하면 실시간/턴제의 하이브리드로 진행됩니다. 카드 사용 후 턴을 종료하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게임이 잠시 멈추고 다음 턴이 시작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게임 특성상 사용 타이밍이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 요소가 됩니다.

소환 카드로 불러내는 유닛들은 다시 병력수, 공격력, 체력 등 기본 스펙을 달리합니다. 그 외에도 구체적 병종에 따라 공격의 범위·거리·방식·속성, 이동 속도, 특수능력, 등이 다양해 고려 사항이 많은 편입니다.



# 전략시뮬레이션으로서의 깊이

RTS답게, 병종들의 장단점을 잘 이해한 뒤 적의 병력 구성에 상응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 <커맨더 퀘스트> 전투의 핵심입니다.

우선 보병은 기병으로, 기병은 창병으로 맞받아치는 식으로 중세 전쟁의 실제 병종간 상성을 구현했습니다. 더 나아가 같은 병종 안에서도 특색을 달리하는 하위 병종을 추가로 구분 지어서 전략적 깊이를 심화합니다. 가령 기병 중에는 빠르지만 공격력이 약한 경기병, 느리지만 맷집이 좋은 중기병 등의 분류가 존재해 서로 다른 상황에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범위공격, 방패(원거리 공격 피해 경감), 갑옷(모든 피해 경감), 방어무시(방패 및 갑옵 무시), 후방공격 등 유닛마다의 특수능력도 고려할 사항입니다. 이는 후술할 덱빌딩 요소와 시너지를 일으켜 다양한 플레이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감초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략 요소들은 얼핏 보면 너무 많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적인 RTS 게임의 복잡도를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입니다. 또한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밸런싱을 통해 유저가 거부감 없이 손쉽게 이들 요소를 숙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령 ‘궁기병’은 기병의 기동성과 궁수의 공격 범위를 함께 갖추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은 병종이었는데요. <커맨더 퀘스트>에서는 한 장당 소환되는 병력수를 다른 카드보다 적게 설정함으로써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이러한 세부 스펙을 섬세하게 조절해 인게임에서 불합리함을 크게 느끼지 않게끔 유도한 점을 높이 살 만합니다.

그런데 만약 오롯이 유닛 상성만으로 전투 결과가 결정되어 버린다면, 지루함은 쉽게 찾아올 것입니다.

다행히도 <커맨더 퀘스트>는 병력의 투입 시점, 각도, 이동속도, 공격력·체력에 부여되는 1~2점의 사소한 디버프 등에 의해 결과가 뒤바뀌는 섬세한 밸런싱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스킬들도 소수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지휘관의 순간적 기지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RTS의 높은 자유도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 덱빌딩 게임으로서의 깊이

게임의 더 주목할 장점은, 복잡한 RTS 시스템에 본격적 덱빌딩을 얹었으면서도 게임 전반의 번잡성이 딱히 올라가지 않고, 대신 재미가 깊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다채롭지만 직관적인 덱 콘셉트를 여러 가지 마련해 뒀기 때문입니다.

‘덱 콘셉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게임의 준비단계에서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는 역사적 라이벌이었던 ‘사자왕 리처드’와 ‘살라딘’, 혹은 ‘제갈공명’ 중 하나의 캐릭터를 골라 게임을 시작합니다.

캐릭터는 각자 스타팅 덱이 다르고 고유한 시작 유물과 스킬을 하나씩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을 조합하면 처음부터 어느 정도 덱에 특색이 잡힙니다. 예를 들어 ‘리처드’는 경기병 카드를 가진 채 게임을 시작하며 기병 배치에 보너스를 받는 유물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비교적 강력한 기병 운용이 처음부터 가능해집니다.


더 나아가 카드 풀을 살펴보면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카드의 ‘계열’이 나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원주민’ 계열 카드들은 싼값에 유닛을 많이 부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적에게 불을 붙이고 폭발시키는 데 집중한 화공 계열 카드나, 마나의 추가 수급에 초점을 맞춘 마나수정 계열 카드를 통해서도 덱을 구성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소개한 RTS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여러 전략 요소를 조합하고 연구하는 재미가 크게 심화합니다. 예를 들어 머릿수를 쉽게 불릴 수 있는 대신 공격력/체력이 약한 유령 카드들은 광역 버프 카드/스킬과 조합하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편 캐릭터뿐만 아니라 종족(인간 혹은 드워프)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는 카드풀과 메커니즘이 달라져 게임에 또 다른 층위를 더해줍니다. 드워프의 경우 ‘광부’ 카드를 배치해 광석을 얻고, 이를 이용해 일부 유닛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캐릭터’는 공유됩니다. 그러니까, ‘드워프 제갈공명’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풍성함과 중독성

마지막으로 게임의 시스템 전반적 풍성함과 중독성도 살펴볼 만합니다. 우선 맵 기믹과 적장 캐릭터, 유닛 등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전략/전술의 존재 의의가 빛납니다. 더 나아가 한쪽으로만 치우친 덱의 ‘카운터’가 될 수 있는 스테이지가 많아 다양한 빌드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됩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넓고 깊은 시스템을 파고들 충분한 동기가 부여됩니다. 눈에 띄었던 카드들을 조합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이를 통해 막혔던 구간을 통과해 볼 욕심에 계속 게임에 재도전하게 됩니다
.

데모 버전이지만 이미 카드 숫자, 종족, 캐릭터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충분한 플레이타임이 보장되는 것 또한 주목할 지점입니다. 실제 게임이 출시된 뒤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생깁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빡빡한 스테이지 구성 탓에, 당장을 희생하고 ‘나중을 도모하는’ 류의 카드들은 실제 사용해 보기가 어렵습니다. 일부 카드들은 같은 마나 코스트를 요구하는데도 그 밸류가 서로 판이하다는 인상도 줍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비스가 지속하고 유저들이 연구를 거듭해나가면 충분히 해결될 지점으로 보입니다. <커맨더 퀘스트>는 정식 출시가 기대되지만, 데모 버전으로도 이미 즐길 거리가 충분한, 잠재력 높은 타이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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