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프리뷰/리뷰

[리뷰] 스플릿 픽션: 4년 만에 다시 쓴 협동 게임의 새 지평

김재석(우티) 2025-03-07 00:00:07
그간 디지털 게임은 혼자 즐기거나, '완벽한 타인'과 함께 각자의 공간에서 즐기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친구와 함께 피씨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2>를 즐기는 일도 더러 있겠지만, 그것은 같이 게임을 할 친구가 많은 이들의 특권이다. 어떤 유명 라노벨의 제목처럼 '나는 친구가 적다'.

'더 게임 어워드'의 광인 요제프 파레스가 운영하는 게임사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가 신작을 출시한다. 이들은 EA와 손을 잡고 <웨이 아웃>, <잇 테익스 투>에 이어 3연타석 홈런을 때리려 무대 위에 올랐다. 이름하여 <스플릿 픽션>으로 이번에도 고집스럽게 컴퓨터 AI를 지원하지 않는 코옵 어드벤처로 개발됐다. 헤이즈라이트가 타석에 섰는데, 공을 던지려면 두 명이나 필요하다니 기자에게는 이것이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다. 

코옵(Co-Op) 게임을 하기 위해서 가장 높은 장벽이 바로 '같이 즐길 친구'라고 한다. <잇 테익스 투> 같은 게임은 기자처럼 음흉한 데다 오활하기까지 한 인간에게는 넘을 수 없는 산과 같다. 하지만 이번에 디스이즈게임이 메타크리틱 등록 매체가 되면서, <스플릿 픽션>을 반드시 리뷰해야만 하는 과제가 생겼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EA코리아는 엠바고 해제 당일에야 <스플릿 픽션>의 코드를 제공했다.

할 수 없이 편집장에게 <스플릿 픽션>을 같이 하자고 요청했다. 하나의 게임을 리뷰하기 위해서 시니어 기자가 둘이나 투입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스플릿 픽션>을 플레이했다. 어땠냐고? <스플릿 픽션>은 <잇 테익스 투>로부터 4년 만에 코옵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들은 전작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협동 게임플레이를 선보이며 자신들의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SF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독특한 세계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게임플레이,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라인까지. <스플릿 픽션>은 또 다시 올해의 게임 후보로 언급될 만하다. (아직 1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킹덤 컴 2>와 <몬스터 헌터 와일즈>, <스플릿 픽션>까지 나왔다니. 2025년은 최고의 풍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스플릿 픽션
출시일: 2025-03-07
개발사: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
유통사: EA
플랫폼: PC, PlayStation 5, Xbox Series X|S
가격: 56,000원
장르명: 코옵 액션 어드벤처
리뷰 버전: PC (EA App)
리뷰 빌드: 발매 전 리뷰 빌드


# 헤이즈라이트가 가는 길이 곧 코옵 게임의 길

<스플릿 픽션>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스튜디오의 '필모그라피'에 걸맞은 혁신적인 협동 게임플레이다. 

게임은 SF 작가 '미오'와 판타지 작가 '조이'가 판권 계약을 위해 테크 기업 '레이더 퍼블리싱'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이 두 작가는 계약을 위해서 찾은 줄 알았지만, 생동성 실험의 참가자가 되고 서로가 만든 이야기로 빨려 들어가면서 서로의 세계관을 오가며 게임이 진행된다. 플레이어들은 이 두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SF와 판타지를 오가는 다채로운 세계를 탐험한다.

매 레벨마다 두 플레이어는 다른 능력과 과제를 부여받는다. 어떤 레벨에서는 중력을 조작해서 우주 정거장을 빠져나가야 하고, 어떤 레벨에서는 마법사가 되어 용을 물리쳐야 하며, 또 어떤 레벨에서는 사막에 나타나는 상어를 피하고, 또 다른 레벨에서는 돼지나 소시지가 되어 탈출구를 찾아 나서야 한다. SF와 판타지 안에서도 하나의 플레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콘셉트를 제시하면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판권 계약을 하러 갔다가


생동성 실험을 하게 된다(...)

물론 코옵 게임인 만큼, 게임은 철저한 협동을 지향한다. 혼자서는 그 어떤 레벨도 통과할 수 없다. 서로의 행동을 타이밍에 맞춰 조작하면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잇 테익스 투> 풍 플레이가 이번에도 반복된다. A 캐릭터가 채찍으로 맵 오브젝트를 고정시키면 B 캐릭터가 틈새를 통해 들어가는 모습이 게임 전체에 뿌려져 있으며, 뒤로 갈수록 난도를 올린다.

원숭이와의 댄스 배틀을 하거나 고양이 군단과의 전투 같은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다양한 기믹은 SF와 판타지의 세계를 오가기 때문에 전작보다 종횡으로 확장된 인상이다. 플레이어는 매번 새로운 레벨에 빨려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규칙과 메커니즘을 익혀야 하며,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A가 시간을 멈추면, B는 적의 약점을 뚫어야 한다. 보스전에서도 이런 협동 기믹이 찰떡처럼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협동 요소는 단순히 '둘이서 함께 플레이한다'는 개념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협력'을 요구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중력 자전거' 시퀀스다. 두 플레이어가 각각 앞바퀴와 뒷바퀴를 조종하며 중력이 뒤틀린 세계를 질주하는 이 장면은, 협동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플레이어는 연타해서 문을 여는 행위 등을 통해서 조금씩 이 시퀀스를 준비해 나간다.

편집장과 단 둘이 같이 게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가?


그게 어떤 의미인지 나중에 알려드리겠다.


정말 끊김이 없이 하나로 쭉 잘 이어진다. 경탄스러울 지경.


# 게임이 묻는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스플릿 픽션>의 스토리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선다. 게임은 창작의 고통, 작가로서의 정체성 위기,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이해와 화합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룬다.

주인공 미오와 조이는 서로 정반대 성격을 가진 작가다.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SF 작가 미오와,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판타지 작가 조이는 처음에는 좌충우돌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험이 거듭되면서 모험을 거듭하며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결국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들의 성장 과정은 감동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빅테크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이 빅테크에 대한 묘사가 스테레오타입 느낌이지만... 요즘 빅테크들이 그러고 있지 않나?

기자는 이 과정에서 창작과 그 결과물을 나누는 것이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스플릿 픽션>은 '창작'이라는 행위에 대해 제법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서로의 몸(소시지)에 케찹과 머스타드를 묻이려고 '쑈'를 하다가도, 창작의 힘과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이 시대, 빅테크의 착취적 행위에 맞서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명 이 이야기는 빅테크에 대한 저항이다. <스플릿 픽션>이 제시하는 혁명에 대한 알레고리는 <디스코 엘리시움>처럼 강렬하다. 어떻게 강렬한지는, 직접 플레이를 통해서 확인해 보길.

두 캐릭터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다. 조이는 외향적이고 귀여운 성격의 판타지 작가이다.


미오는 시크한 성격의 SF 작가이다.


# 준수한 기술적 완성도

<스플릿 픽션>의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한 화려한 비주얼은 SF와 판타지 세계를 부담 없이 구현해 낸다. 특히 언리얼이 자랑하는 광원효과가 유감없이 쓰인 인상이다.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미오와 조이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며, 이는 스토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배경과 게임플레이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로딩 시간도 상당히 짧아, 플레이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하나의 게임으로 쭉 이어진다. 컷씬, 분할 화면, 통합 화면 등을 능수능란하게 오간다. 기자들이 게임을 체험한 EA App에서는​ 지연이나 끊김 현상이 거의 없이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원활한 협동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게임은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고, 친구 패스 기능을 통해서 한 명만 게임을 사면 온라인으로 친구와 함께 육두문자... 와 함께 <스플릿 픽션>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자는 편집장과 이 게임을 했다.)

사운드 디자인 역시 뛰어나다. 각 세계의 특성을 살린 배경음악은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효과음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특히 협동 플레이 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청각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진땀 빼는 보스전


이 맵에서는 <어쌔신 크리드> 패러디가 나온다.

한 명이 조종하고, 한 명이 쏜다. 이런 게임이다.

# 평결: 코옵 게임의 새로운 지평

<스플릿 픽션>은 코옵 게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다크소울>, <세키로>, 그리고 <엘든링>으로 액션게임의 길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프롬소프트웨어처럼 헤이즈라이트는 자신들 게임으로 자신들 길을 개척하고 있다. '내가 가는 길이 길'인 멋진 회사다. 2명의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면서도 창의적인 세계와 게임플레이를 구축했다. 강렬한 주제의식과 뛰어난 기술력은 이를 뒷받침한다.

게임은 단순히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협력'을 탐구한다. 인공지능과 빅테크에 저항하는 작가들의 모습은 헐리우드에서의 파업을 연상시키며, 한국의 창작자에게도 무거운 화두를 던져줄 것이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두 캐릭터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에게 극복의 단서를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플릿 픽션>은 협동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작품이다. 더 나아가 게임을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싶은 모든 게이머에게 추천한다. 이 게임은 분명 올해 최고의 게임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2025년, 벌써 '고티'가 무섭다.

편집장님 빨리 오세요


스릴 넘치는 시퀀스가 정말 많다


게임에서도 돼지가 돼...


소시지도 됩니다
스플릿 픽션
8.8  점
한줄평
4년 만에 새로 쓴 코옵 게임의 새 지평... 창작은 이렇게 혁명이 된다
장점
- 더 강력하고 화려해진 협동 액션 어드벤처
- '창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게임 
친구가 필요함 (내가 사면 친구는 공짜)
단점
- 갑자기 올라가는 난도, 이번에도 게임 하다 싸움 좀 날 듯
- 내가 아무리 잘해도 소용 없음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님)
- 친구가 필요함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