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크라이텍이 만들고 EA가 전 세계에 퍼블리싱하는 FPS 게임 <크라이시스 2>가 지난주 콘솔과 PC로 국내에 정식 발매됐습니다. 2011년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 온 이 게임은 크라이 엔진 3로 사실적인 그래픽을 자랑하며, ‘나노슈트’를 이용한 독특한 플레이를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는데요, 과연 그 실체가 어땠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 본 리뷰는 ‘PC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크라이시스> 시리즈를 논하는 데 있어 그래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크라이시스 2>는 시리즈 명성에 걸맞게 말 그대로 ‘입이 쫙 벌어지는’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특히 PC 뿐 아니라 PS3와 Xbox360 같은 콘솔용으로도 개발됐기 때문에 시스템 최적화도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성능대비 그래픽 퀄리티는 확실히 전작보다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더군요.
특유의 광원효과와 배경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집니다.
1편은 당시 평균적인 PC 스펙 대비 정말 지독할 정도로 높은 사양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2편은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1편이 워낙 시대를 초월한 수준 높은 그래픽을 선보인 탓에, 유저 입장에서는 전작보다 그래픽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폭발효과나 광원효과, 건물 등이 파괴될 때의 세세한 파편 등 순수하게 게임 그래픽과 연출의 퀄리티를 놓고 평가하자면 단연 현존하는 게임 중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크라이시스 2>는 현재 다이렉트X 11을 정식으로 지원하지도 않고 있으며, 앞으로 패치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다이렉트X 11까지 지원하면 대체 어느 정도의 그래픽을 선보일지 정말 기대됩니다.
시리즈 특징(?)인 적의 멱살 잡기도 건재합니다.
적의 사격에 맞을 때의 효과도 정말 아파보입니다.
한편 <크라이시스 2>는 ‘하이’, ‘베리 하이’, ‘익스트림’ 세 가지 그래픽 옵션을 제공하는데, 이 중 제일 낮은 ‘하이’를 선택해도 발군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제일 낮은 옵션이 ‘하이’라는 점에서 개발사의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단, 옵션별로 AA(안티-알리아싱)나 텍스처 퀄리티 등 세밀한 부분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현재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저들이 직접 만든 별도의 설정 파일이 배포되고 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개발사가 직접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픽을 제외하고 <크라이시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나노슈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파워’, 또는 ‘스피드’를 극대화시키거나, ‘클록킹’과 ‘아머’ 등을 작동시켜 상황에 대응하는 나노슈트는, 2편에서 ‘나노슈트 2’로 업그레이드돼 한층 더 쓰기 쉽게 바뀌었습니다.
전작은 유저가 원할 때 일일이 마우스 휠버튼을 눌러 ‘맥시멈 파워’ 모드, ‘맥시멈 스피드 모드’ 등으로 슈트를 변환시켜 해당 기능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나노슈트 2는 별도로 모드 변환이 필요없습니다. 유저가 스페이스바를 살짝 누르면 일반 점프가 작동하고, 오래 누르면 맥시멈 파워가 적용된 점프를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Q키를 누르면 바로 맥시멈 아머 모드가 작동하고, E키를 누르면 클록킹 모드가 작동됩니다. 사용법이 훨씬 간결해진 덕분에 유저는 상황에 따라 나노슈트를 훨씬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간편하게 나노슈트 2의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눈에 띄는 점은 ‘업그레이드’ 개념의 도입입니다. 전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슈트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아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슈트 모듈로 다양한 기능을 붙일 수 있습니다. 총알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모듈, 에너지를 빨리 채워주는 모듈 등을 자신의 플레이 타입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외계인을 처치해서 얻은 나노 카탈리스트로 나노슈트 2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라이시스 2>의 싱글 캠페인에서는 전작의 개성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일직선 진행의 <콜 오브 듀티> 스타일로 바뀐 것입니다. 실제로 중간 중간 연출이 있는 반면 게임 진행은 일직선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부분이기에 일방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하기가 애매합니다. 다만, 자유롭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크라이시스> 고유의 스타일을 기대했던 유저라면 많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해도 싱글 캠페인 자체의 재미는 여전히 훌륭합니다.
<크라이시스 2>는 전작과 다르게 콘솔용으로도 개발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콘솔에 맞춰 게임성이 조절됐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무래도 이 때문에 게임 진행상 복잡한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나노슈트의 조작 역시 단순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간결해진 것은 좋아도 전반적으로 게임이 단순해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또 <크라이시스> 1편은 다양한 탈것이 등장하고, 배경 오브젝트를 다양하게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는데, 2편은 이 부분에서 제약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도 아쉬움을 느끼는 유저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1편에서는 등장하는 차량을 거의 모두 탈취해 탈 수 있었지만, 2편은 말 그대로 ‘배경’에 불과한 차량이 많습니다.
<크라이시스 2>는 멀티플레이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기본적인 데스매치와 팀 데스매치 외에 ‘캡처 더 플래그’ 형태의 게임 모드, 적이 방어하는 지역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익스트랙션’, 터미널에서 데이터를 다운로드해야 하지만 죽으면 부활되지 않는 ‘어설트 모드’까지, <크라이시스 2>는 모두 5가지 멀티플레이 모드를 제공합니다.
게임 모드는 서버 설정에 맞춰서 유동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특히 나노슈트의 개념을 멀티플레이에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매우 독특한 전략성을 선보입니다. 아머, 스텔스, 파워 모듈 중에서 자신의 플레이에 가장 잘 맞는 모듈을 하나 선택해서 입맛에 맞게 멀티플레이를 즐기면 됩니다.
적이 클로킹 하고 대기하고 있으면 집중하고 봐야 겨우 알 수 있습니다.
적에게 당했을 때 킬 리플레이를 보여줘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줍니다.
멀티플레이에서도 멋진 그래픽과 나노슈트를 십분 활용한 플레이는 확실히 재미있고, 또 색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또 멀티플레이를 오래 즐겨 계급이 올라가거나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자신의 독 태그를 꾸밀 수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 자신의 이름을 편집하는 기능을 생각하면 됩니다.
<콜 오브 듀티>의 그것보다 눈에 잘 띄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200 핑이 넘는 서버들….
사실 진행이나 랭크 시스템은 <메달 오브 아너 티어1>과 그 형태가 많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런 멀티플레이가 현재 온갖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유저들이 멀티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은 애교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고, 현재 각종 핵과 버그로 정상적인 멀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정품이 아니어도 멀티를 즐길 수 있는 버그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는 개발사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후속작이지만 깔끔한 마무리가 아쉬워
결과적으로 <크라이시스 2>는 전작의 개성이 많이 사라진 것은 아쉬워도 나노슈트를 이용한 플레이는 아직 살아 있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연출과 최고의 그래픽이 장점인 게임입니다. 전반적으로 게임 자체의 재미가 훌륭하다는 데 이견은 없을 듯합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깔끔한 뒷마무리가 아쉽습니다. 다이렉트X 11 옵션을 ‘패치’로 제공한다는 것 자체만 해도 아직 게임이 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는데, 특히 멀티플레이에서 나타나는 숱한 문제점과 다양한 버그들은 아직 게임이 ‘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빠른 패치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