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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게임과 법] 게임산업법은 어떻게 ‘오토프로그램’을 막고 있을까?

땡땡땡 2015-07-13 12:27:02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이번 주에는 국회에서 크라우드펀딩에 관한 법안(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비록 다른 이슈로 혼란스러운 정국에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61개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함돼 통과된 법안이긴 합니다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하도록 기반이 되는 법률이 만들어진 만큼 게임업계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도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연재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5장 제1절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게임산업법이 게임을 둘러싼 현실의 변화 속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말씀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장 제2절을 살펴보면서 게임산업법이 오토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발 빠르게 대처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이 시대를 쫓아가지 못한다면 지적함이 타당하겠지만, 같은 법 내에서도 잘 되어 있는 부분은 칭찬을 해야겠지요. 이번에도 다음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URL의 짧은 주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바로가기 //goo.gl/SwQe0D

 

 오토 마우스 프로그램 ‘린메이트’

 

게임산업법 제5장 제2절은 ‘게임물의 유통 및 표시’라는 표제를 갖고 있고 그 아래에 제32조부터 제34조까지 단 3개의 조문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이 조항들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게임을 서비스하고, 이용자들이 게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의무조항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의무조항들과 연계되는 벌칙 조항들도 그 형량이 결코 적지 않은 걸 보면 게임개발사(법상 ‘게임제작업자’)나 퍼블리셔(법상 ‘게임배급업자’)들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조항들이기도 합니다.

 

제32조는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이라는 제목 하에 주로 등급심의를 받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심의를 받은 게임을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1항의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제4장의 등급분류규정에 있는 조항들을 참조로 하고 있습니다. 제1항 본문이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고 있으므로, 대부분 등급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32조 제2항은 주로 그 게임물의 내용에 있어 사회질서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작품을 제작하거나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33조와 제34조도 주로 등급과 사행성에 대한 것으로 유통, 제작, 배급할 때의 표시의무 및 광고 선전행위에 대한 제한 규정입니다.

 

그런데 제32조 제1항의 제7호와 제8호의 규정을 보면 게임물의 등급과는 무관한 금지규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제8호의 규정이 바로 오토프로그램을 판매 목적으로 제작하거나 판매(공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입니다. 제7호는 게임머니의 환전업 등을 금지하는 규정이고요. 

 

지난 2009년 엔씨소프트가 파악한 오토프로그램 배포 흐름도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8호는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2011년의 게임산업법 개정 때에 들어온 규정입니다.

 

저나 TIG 독자 여러분들은 평소에 게임을 많이 하고 게임과 관련된 정의나 개념에도 익숙하니 ‘오토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법문은 이를 잘 모르는 제3자가 보아도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 위와 같이 규정돼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오토프로그램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변질되거나 자동사냥 혹은 맵핵 프로그램이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되더라도 이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기 위해서는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죠. 

 

여기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라는 표현으로 보면 소프트웨어 형태의 오토와 하드웨어 형태의 오토를 모두 금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이라는 표현을 보면 게임산업법이 규제하고자 하는 오토의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고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많은 재량을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토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템을 습득, 판매하는 이른바 '작업장'의 모습.

 

그러나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하거나 승인한 것이라면 어차피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은 없을 것이어서 위와 같은 목적 규정은 어떻게 보면 ‘오토프로그램’의 정의를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규정이 입법되기 전까지 오토프로그램의 제작, 사용, 배포행위를 두고 게임업계는 물론 법학계에서도 견해가 나뉘었습니다. 일단 첫째로 오토프로그램을 금지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다음으로는 그럼 어떤 법 이론으로 오토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앞의 논의는 <리니지>나 <뮤> 등의 게임에서 오토프로그램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초창기 논의로, 최근에 와서는 그 유해성에 대해 거의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용자가 게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즐기기 위해 오토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논의부터, 오토프로그램이 유해한 것은 맞지만 약관과 운영정책에 따라 게임회사와 이용자 사이에 민사적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것을 형사적으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죠.

 

지난 2008년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 발표회.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오토프로그램에 대해 적극적인 처벌을 시사한 이후 정부에서는 강력한 단속 의지를 내비췄다. 

 

그러나 오토프로그램의 유해성은 쉽게 말하면, 야구경기에서 사용이 금지된 배트를 사용하는 타자의 경우나, 놀이공원(제가 게임 관련 소송에서 종종 MMORPG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비유로 드는 표현입니다)에서 여러 사람을 동원해 독점적으로 미리 줄을 서게 한 후 놀이기구를 골라서 이용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오토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이용자에게도 피해를 주고,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게임 서비스에 방해를 줄 뿐 아니라 서버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 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 이를 규제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본 연재 제9편에서 살펴본 <리니지>에 관한 ‘계정이용중지조치해제’ 등 소송 사례에 나타난 판례의 취지도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현실에서의 야구나 놀이공원이 아닌 온라인게임에서는 오토프로그램의 사용이 대부분 투기적인 아이템거래를 위한 목적에 쓰이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필요는 컸던 것이죠.

 

나아가 오토프로그램의 제작이나 공급을 단속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는 게임산업법의 2011년 개정 전까지는 기존 이론의 틀 속에서 주로 논의됐습니다. 오토프로그램이 주로 클라이언트의 메모리 영역에 접근한다는 점에 착안해 저작권법상의 복제권 침해나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관련해 기술적보호조치의 무력화 규정을 인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형법상의 업무방해로 다스려야 한다는 견해와 민법상 일반불법행위 조항을 통해 다루어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 문제는 2011년 4월 5일자 개정으로 최소한 오토프로그램 제작자와 배포자에 대해서는 해결이 됐습니다.어쨌든 오토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제작, 배포하는 업자에 대해서는 기존 법이론으로 규제하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 게임산업법이 적절히 대응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처음 국회에 의안으로 발의되었던 것은 2008년(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정부제안)이었으니 꽤 긴 시간이 걸리긴 한 것입니다. 아울러 법 조문 체계상 이 규정이 주로 등급분류에 대한 금지행위를 나열한 규정을 개정하는 형식으로 입법된 것에 대해서는 체계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남긴 합니다.

 

이 당시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전국 각지에 작업장이나 개인 이용자를 상대로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해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상당수 있었고, 이들 중에는 주식회사로 법인 형태를 띈 곳도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한 적극적인 광고를 하는 곳도 있었고, 다양한 디자인의 하드웨어 오토마우스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으며, 일부 소프트웨어 오토마우스는 서버를 통해 인증을 거쳐야 계속 사용하는 방식으로 월 정액제로 영업하는 곳도 있었습니다.그런데 위 규정이 입법되면서 오토프로그램의 제작과 배포 자체가 불법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들 업체들 중에서는 일부 게임업체에 공문을 보내 오토프로그램 제작과 배포가 불법이 되면 게임업체 입장에서도 유저가 감소하는 등 타격이 있을 터이니 법률 시행이 연기되도록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상황이 얼마나 급했으면 평소에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로 앙숙과 같던 게임업체에게 도움을 청할 정도였겠습니까(게임업체들은 이런 요청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9년 엔씨소프트와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오토프로그램 단속을 시작하자 다양한 변칙영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보면 게임산업법이 개정을 통해 산업을 둘러싼 현실의 요구를 반영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이 있으면 게임업계와 일반 이용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은 게임산업법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게임업계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업계와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이를 반기게 될 것입니다.

 

본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게임산업법을 여러 차례 다루었는데, 이번에 3회의 연재를 통하여 게임산업법의 현재 구조에 대해 간단히(그러나 제법 상세히) 살펴보고, 각 연재에서 주목할 만한 규정들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본 연재를 포함해서 최근 3회의 연재는 독자 한 분의 질문에서 출발하여 게임산업법의 현재 구조를 조금 더 알려드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는데 저 자신에게도 다시 한 번 법조문을 들여다보고 최근의 개정 내용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다른 TIG 독자 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예술로서의 게임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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