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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게임과 법] ‘국제변호사는 없어도 국제특허는 있다?’ 게임과 특허 AS

특허에 대한 지난 연재 AS 특집

땡땡땡 2016-01-25 14:20:04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지요? 날씨가 정말 춥습니다. ‘게임과 법’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이했던 작년 여름에는 날이 너무 더워 1994년 여름이 생각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기록적인 추위와 폭설 뉴스를 보네요. 여름 때와 달리 딱히 생각나는 겨울이 없는 걸 보면, 이번 한파가 제 기억에서는 가장 추운 날씨인 것 같습니다.

 

본 연재를 시작한 이후 참으로 변화무쌍한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전에 없이 따뜻한 겨울이라 방한용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던 기사도 분명 올 겨울 기사였는데 말이죠.

 

뜬금없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기후(자연환경)는 물론 세계의 정치 지도와 경제 지표가 모두 요동치고 있는 요즘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보다 더 살기 좋은 미래가 도래할까?’하는 엉뚱한 생각 말이죠. 

 

  

엄청난 인기를 얻은 tVN의 <응답하라 19OO> 시리즈와 같이 불과 10~ 20여 년 전 지나간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 시절보다 우리가 사는 지금이 분명 기술은 더 발달했고,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분석 기술도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기 보다는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놓여 있음을 실감하곤 합니다.

 

하긴 어쩌면 그런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은 좋았던 기억뿐이고, 인터넷과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던 불안한 소식들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뜬금없는 소리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4회의 연재(‘게임과 법’의 관점에서 본 연말 10대 뉴스 편 제외)를 통해 게임과 특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제 게임과 특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특허의 효과와 특허쟁송에서 쓰이는 다른 공격/방어수단을 설명해 드리고, 댓글에 대한 A/S로 흔히 ‘국제특허’로 알고 있는 PCT 출원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특허의 효과

 

본 연재에서 특허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면서, 특허는 ‘(국가가 부여하는) 특별한 권리’이고 그 내용은 일정기간 동안의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특허가 등록돼 유효하게 특허권이 발생하면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요? 과연 그 내용이 ‘특별한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일까요?

 

특허권의 효력에 대해 특허법 제94조 본문은 ‘특허권자는 업으로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업’은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굳이 영리 목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권이 강력한 것은 ‘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여기서 ‘실시’라는 것은 물건의 발명이라면 그 물건을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말하고, 방법의 발명인 경우 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또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인 경우 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 외에 그 방법에 의하여 생산한 물건을 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합니다(특허법 제2조 제3호 참조).

 

그러니 ‘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등록을 받으면 우리나라 내에서는 특허권자 외에는 아무도 특허를 받은 제품을 만들 수도 없고 경쟁제품을 만들어 판매도 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특허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 만든 물건이라도 우리나라에 들여와서 팔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나아가 방법특허인 경우 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없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의 경우 그 방법으로 만든 제품도 팔 수 없다는 것이죠.

 

게임의 경우라면 보통은 ‘무슨무슨 시스템과 그 방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특허가 많을 터인데 방법을 실시하지 말라는 것은 특허권자 외에는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지투디제이>사례처럼 말이죠.  

 

특허가 강력한 권리인 것은 권리침해에 대한 금지청구권 등(특허법 제126조)이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특허의 권리범위의 해석에 의존할 뿐 침해자가 특허의 존재를 알았는지 아닌지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침해자의 고의나 과실도 묻지 않고요.

 

그러니 누군가가 특허를 도용하거나 베낀 것이 아니라 특허의 존재를 모른 채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방법을 실시하였다고 해도, 그에 해당하는 특허가 이미 존재한다면 특허권자로부터 금지청구를 받는 경우 그 생산이나 방법의 실시를 중단해야만 합니다.

 

특히 권리침해에 대한 금지청구권은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인 경우에는 침해행위로 생긴 물건을 포함한다)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그 밖에 침해의 예방에 필요한 행위를 청구할 권리’를 포함합니다(특허법 제126조 제2호). 의도적인 특허침해가 아닌 경우라고 하여도 특허권자는 물건의 생산이나 방법의 실시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특허권 - 저작권: 따라서 특허권의 경우 그 침해 판단 요건을 저작권 침해의 판단과 비교해보면,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의 두 요건을 두어 원저작물에 근거한 침해인 경우에만 침해를 인정하는 저작권보다 훨씬 강력한 보호를 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허권 - 소유권: 소유권에 비추어 보면 사유지 침범의 경우 그것이 의도적이었든 모르고 했든 상관없이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소유의 토지를 침범한 자에 대해 침해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허의 경우에도 그와 비슷한 보호를 받는 것이죠. 어느 정도 수준의 보호인지 감이 오시는지요?

 

물론 특허의 경우에도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민사상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과 같이 고의나 과실을 요합니다. 다만, 특허법은 침해로 보는 행위, 생산방법, 과실 여부에 대해서 일정한 특칙을 두어 특허권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고 있고(특허법 제127조, 제128조, 제130조), 손해배상액의 범위에 대해서도 쉬운 입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128조).

 

그 외에도 특허권자는 전용실시권(특허법 제100조 제1항) 및 통상실시권(특허법 제102조 제1항)을 타인에게 설정하거나 허락하여 줄 수 있고, 특허를 질권 등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데, 이것은 물건에 대한 소유권과 유사한 지위를 누리는 것으로 법적 관점에서는 아주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특허분쟁에서 쓰이는 다른 공격/방어방법 

(: 가처분, 권리범위확인심판청구, 형사소송)

 

<이지투디제이>(EZ2DJ)에 대한 특허분쟁을 살펴보면서 저는 특허쟁송절차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말씀 드렸습니다. 먼저 두 가지 절차를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특허침해소송

 

특허침해에 대한 금지청구 및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상대방이 실시하고 있는 기술이 특허를 침해하고 있으니 실시행위를 중단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고, 일반민사소송의 형태로 제기가 됩니다.

 

다만 2016년부터는 이 사건의 관할에 변화가 있습니다. 기존에는 전국 지방법원 본원과 지원 어디에도 소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을 2016년 이후 고등법원 소재지에 있는 5개 지방법원(서울중앙, 대전, 대구, 부산, 광주)의 전속관할로(다른 법원에서는 사건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합니다. 

 

또 서울중앙지법의 중복관할을 인정하는 한편, 항소심은 특허법원이 전속적으로 관할하게 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4조 제2항, 법원조직법 제28조의4 제2호). 물론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합니다. 

 

 

 

 

▶ 특허무효심판 및 특허무효소송

 

특허 자체의 효력을 문제 삼는 쟁송, 즉 무효심판은 특허심판원에 청구하게 됩니다(특허법 제133조 제1항), 이후 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에 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법원조직법 제28조의4 제1호, 특허법 제186조 제1항), 특허법원이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특허법 제186조 제8항). 

 

따라서 사실상 특허의 효력에 대한 쟁송에서 법원의 재판에 의하는 소송절차는 현재는 2심제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여기까지는 이전 연재에서 말씀 드린 절차인데, 실제로 특허분쟁을 살펴보면 그 외에도 몇 가지 자주 쓰이는 절차들이 더 있습니다. 

 

 

 

▶ 권리범위확인심판 및 권리범위확인소송

 

먼저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는 절차 중 ‘권리범위 확인심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특허법 제135조 제1항). 이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기술이 특허등록된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심판입니다.

 

보통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실시하기 전이나 소송 과정에서,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먼저 확정을 받아 두기 위해 그 확인을 구하는 경우 많이 이용되는 절차입니다.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특허권자가 ‘저 사람이 실시하는 기술이 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는 것임을 확인해 달라’고 하는 것을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이라고 합니다. 특허권자가 아닌 타인(보통 침해소송에서 피고가 될 당사자)이 ‘내가 실시하고 있는 기술이 특허권자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임을 확인해 달라’고 하는 것은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이라고 하죠.

 

실제로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양측의 내용증명이 오가는 분쟁 전 상황에서 침해의 의심을 받는 당사자 측이 선제공격을 위해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하기도 하고, 특허권자가 침해 여부에 대해서 명확히 해 두기 위해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의 경우에도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에 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 특허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침해소송의 피고가 되는 쪽, 즉 특허침해의 의심을 받는 당사자는 무효심판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선택적으로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가처분

 

가처분은 법원에서는 실무상 ‘신청사건’이라고 불립니다. 소송을 앞두고 현상이 바뀌면 권리의 실현이 곤란한 경우나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서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해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사건의 한 종류입니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1항, 제2항).

 

본 소송 전에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청하는 가압류나 가처분과 같은 사건들을 ‘보전처분’이라고 하는데요(앞에서 말한 ‘신청사건’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특허권과 관련하여서도 가처분 신청이 가능합니다.

 

즉, 특허권자는 타인의 침해행위를 당장 중단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권리침해에 대한 금지청구권에 근거해 소송 전 법원에 즉시 침해행위의 중단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 근거하게 됩니다).

 

그런데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의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라고 해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하도록 돼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은 이 단계에서 정말 특허의 침해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볼 만한 개연성이 있는지 아닌지 여부를 신청인(특허권자)가 제출한 소명자료에 근거해 간략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침해행위의 중단을 구하는 가처분을 인용하는 경우 피신청인(침해의 의심을 받는 타인)이 입을 손해와 인용하지 않을 경우 신청인(특허권자)가 입을 손해를 비교하여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따라서 가처분이 인용이 되면, 피신청인은 바로 침해가 의심되는 실시행위를 중단해야 하므로, 사실상 특허권자는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나 다름 없게 됩니다.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하는지 여부는 이후의 문제가 될 것이고요. 

 

  

특허분쟁에서 가처분이 인용이 되는 것은 곧 피신청인이 현재 생산하거나 서비스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게임과 관련해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라, 피신청인이 이미 패소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루 이틀의 서비스 중단 만으로도 이용자들이 이탈할 것이 자명한데,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면 사실상 해당 게임은 그 수명이 다 한 것이죠.

 

단, 특허권자는 더 많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고 본안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허권자가 원하는 것이 침해행위의 중단과 손해배상 중 어디에 방점이 놓여 있느냐에 따라 가처분은 전략적으로 선택 가능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특허를 침해한 쪽의 영업이 꽤 잘 되고 있다면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에 발생하여 점점 늘어나는 이익도 특허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니깐요(특허법 제128조 참조). 

 

   

 

▶ 고소(형사소송)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특허법 제225조 제1항). 또한 그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이나 그로부터 생긴 물건은 몰수하거나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피해자에게 교부할 것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특허법 제231조 제1항).

 

사실 민사소송이나 특허심판에 비해, 개인에게 바로 범죄기록(세칭 ‘전과’라고 하는 것)이 남을 수 있는 형사소송은 특허를 고의로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상당히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특허침해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므로(특허법 제255조 제2항) 합의의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죠.

 

이것은 ‘범죄’이기 때문에 특허권자가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는 것으로 절차가 개시됩니다. 다만 권리침해에 대한 금지청구가 침해자의 고의나 과실을 요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이는 형사사건이므로 당연히 행위자의 고의가 입증이 되어야 해서 실무에서의 활용 범위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특허 침해로 ‘철컹철컹’될 수도 있다니 무섭죠?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국제특허와 PCT 출원

  

연재 도중 댓글로 국제특허의 요건이나 효력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해주신 TIG 독자분이 있었습니다. 질문 내용은 ‘게임 로딩 중 화면에 미니게임 넣는 남코 특허’에 관한 것이었고요. 

 

  

굳이 국제특허의 요건이나 효력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답은 드릴 수 있지만, 우리가 ‘국제특허’라고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 건지를 간략히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연재는 A/S니깐요. :)

 

‘국제(國際)-’라는 말은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 잘못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든지 ‘인터내셔널(international)’하다고 하면 꽤 멋있게 들리잖아요? 주류 명칭과 지명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도 꽤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

 

‘국제변호사’라는 말이 대표적인 단어인데, 사실 전 세계 어디에도 ‘국제변호사’라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일부 언론에서 주로 한국 변호사가 아닌 미국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국제변호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소개하면서 잘못 알려진 용어입니다. 이것이 마치 전 세계 어느 법정에서나 변론을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대중들에게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변호사’라는 제도는 존재하지도 않고 그런 명칭의 자격시험이 있지도 않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변호사이면서 미국 변호사 자격을 모두 가진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양국 법정에서 모두 변론활동을 할 수 있는 분들이므로, 그냥 ‘2개국 이상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변호사로서 변론이나 자문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모두 취득한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면 ‘국제변호사’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죠. 

 

  

그러면 ‘국제특허’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부분적으로는 ‘국제변호사’와 같은 양상이지만, 실제로 ‘국제특허’라고 볼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단, 특허를 출원하려는 국가가 PCT라는 조약에 가입이 되어 있어야 하죠.

 

특허는 해당 국가의 법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고 특별한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므로(1국 1특허의 원칙), 변호사 자격과 마찬가지 입니다.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특허를 내려면 원칙적으로는 발명자가 두 나라 모두 특허청에 특허를 각각 출원해서 심사를 거친 후 등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특허는 그 요건에 있어 신규성과 진보성을 요하게 되므로 출원을 언제 했는지 여부가 특허의 효력이나 등록 여부의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 1883년 체결된 파리조약(Paris Convention)은 자국 내 특허출원을 한 후 우선기간 내에 다른 국가에 동일한 발명을 특허출원하는 경우, 출원의 출원일을 소급해 우선권을 인정해 주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와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파리조약에 가입돼 있습니다.

 

이후 1970년 해외에서의 특허출원을 위한 방식과 내용을 세계적으로 통일하기 위한 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이것이 특허협력조약(PCT, Patent Cooperation Treaty)입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가입돼 있습니다. 보통 ‘국제특허출원’이라고 하면 해외출원을 말하고, 해외출원에는 직접 해당 국가별로 출원을 하는 방법과 PCT 국제출원 방법이 있습니다. 

 

(특허청 홈페이지)              

 

PCT는 발명자가 특허를 출원할 때 지정국을 표시해서 국제출원을 하면, 각 지정국에 있어서 해당 출원일에 정규출원이 있었던 것으로 효력을 인정받게 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발명자는 PCT 출원을 하여 별도로 여러 국가에 특허출원을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 PCT 국제출원을 하면 발명자는 출원과정에서 국제조사 및 국제예비심사를 받을 수 있어 미리 선행기술의 내용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특허란, ‘국제특허’라는 제도에 의한 특허가 아니라 ‘국제출원’ 또는 해외출원을 통해 2개 이상의 여러 국가를 지정하여 특허를 등록 받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주로 ‘국제특허출원’이라고 많이 쓰이는데 ‘특허’보다는 ‘출원’에 방점이 찍힌 용어입니다.

 

질문자께서 말씀주신 남코(현 반다이남코)의 특허는 국내에 출원된 같은 특허나 유사한 특허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으나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구글 검색을 해 보니 다음과 같은 미국 특허가 검색이 됩니다. 청구항(CLAIMS)의 내용을과 도면을 보면 말씀하신 특허가 맞는 것 같습니다.

 

 

Recording medium, method of loading games program code means, and games machine

 

US 5718632 A ( //www.google.com/patents/US5718632 )

 

 

해당 특허나 유사 특허에 대한 자세한 정보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 특허가 한국에 출원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한국 내에서는 선행기술로서의 의미를 가질지는 몰라도 특허로서의 효력은 없을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셨는지요?

 

게임과 특허에 대한 논의는 이만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연재는 당분간은 게임과 지적재산권의 관계를 계속 다룰 예정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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