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TIG 독자 여러분 모처럼 긴 연휴를 보낸 지난 주 잘 쉬셨는지요? 저는 연휴 기간 동안 푹 쉬긴 했습니다만 국내외 뉴스를 보니 정치와 경제가 모두 불안정해서 앞을 예상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경제지표에 바로 영향을 주는 사건과 문제들은 우리 일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지 않게 걱정이 되긴 하네요.
아울러 지난 주까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2015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습니다. 오랜 기간 계속 유지되던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양강구도는 모바일게임이라는 변수의 등장으로 ‘3N’ 체제로 재편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게임업계의 변화가 빠른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요즘 들어서는 6개월 전에 한 이야기가 이미 아주 오래 전 이야기처럼 들릴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게임의 호조로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네요.
■ 모바일시대, 더욱 짧아진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
저는 본 연재 중 ‘모바일게임 저작권 침해를 보는 다른 시각[바로가기]'에서 온라인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고, 이로 인해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좀 더 과감하게 법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아직 모바일게임 시장이 가벼운 캐주얼 게임 위주에서 미드코어나 하드코어 게임으로 재편되는 단계의 전단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며, 향후 시장 환경은 법을 준수하는 쪽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다시 살펴보면, 모바일게임 중 캐주얼게임의 서비스 사이클은 더욱 더 짧아졌습니다. 캐주얼게임의 경우 이제 출시되는 신작의 수도 몇몇 인디게임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유명 IP를 활용하거나 이미 유명 IP가 된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캐주얼게임의 수명(?)은 출시 첫 주에 거의 결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모바일게임 시장은 <히트>, <이데아>와 같은 액션RPG류와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오브킹즈>같은 전략게임류로 장르가 양분되어 가고 있는데, 일종의 장르의 고착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시되는 게임이 목표로 하는 유저층 또한 좀 더 매니악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네요.
역설입니다만,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모바일게임의 특징이 초반에는 게임을 즐기지 않던 이용자들까지 게임을 하도록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바일게임 시장은 그 넓어진 저변 중에서 좀 더 복잡한 게임에 기꺼이 지갑을 열며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을 위한 게임을 제공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좀 더 배경을 들여다 보면 국내외에서 모바일게임사에 대해 초기 투자가 줄을 잇던 골드러시와 같은 시절이 지나고, 거품이 빠지면서 게임업계에 신규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한 몫을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참신하고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죠.
어쨌든, 이런 원인들로 인해 모바일게임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기간이 극단적으로 짧은 게임과, 1~2년 이상 길게 가면서 콘텐츠도 여러 차례 업데이트하고 매출도 꾸준히 유지하는 게임이 있게 되는 것이죠.
전자가 영화나 음반과 같은 전통적 콘텐츠 시장의 모습에 가깝게 접근해가는 것이라면, 후자는 기존 온라인게임 시장의 모습과 닮은 형태를 보입니다(비슷하긴 해도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게임들은 주로 게임 시장의 ‘강자’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제작되고 서비스됩니다.
■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 변화는 상표 출현과 어떤 관계가 있나? 또 문제는?
시장 현황에 대해 다시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어 서두가 길었습니다. 핵심은 상표와 관련해서 온라인게임 위주의 시장이 모바일게임 위주로 넘어가는 초기에 볼 수 있던 변화는 게임의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서비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물론 모바일게임 시장에 등장했던 수 많은 개인 개발자나 영세 개발사들의 경우 상표를 출원하고 관리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할 역량을 갖지 못했던 점도 한 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초기 모바일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진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또한 모바일게임에서의 저작권 등 타인의 권리 침해 사례가 증가했던 것과 기본적인 상황은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발단계부터 프로젝트의 홍보가 이루어지고, 오픈 이후에도 최소한 2~3년 정도 서비스를 내다보며 개발을 진행하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게임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하지 않고 서비스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큽니다.
예를 들면, 그 상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을 경우 침해행위를 중단하기 위해서 게임의 명칭을 변경해야 하는 것입니다. 혹은 상표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무단 사용으로 인해 상표권 침해로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겠지요.
지금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원제는 <블리자드 DOTA>였죠. 'DOTA' 상표권을 두고 블리자드와 밸브는 분쟁이 있었지만 원만히 합의됐습니다.
[관련기사] ‘블리자드 올스타즈’ DOTA 상표 분쟁 타결
온라인게임의 경우 서비스를 앞두고 게임의 명칭을 바꾸게 되면 이미 제작해놓은 원화는 물론 게임 내 리소스까지 변경된 게임 명칭을 모두 반영해야 합니다. 결국 홍보를 통해 이미 인지도를 높인 명칭을 쓸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비스 오픈 일정을 정해서 외부에 알려 놓은 경우라면 문제는 더 커지겠지요.
만약 선택을 달리 해서, 이미 인지도가 높아진 게임 명칭을 바꾸지 않기 위해 심판이나 분쟁을 통해 다투면서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하는 경우에도 3~5년 뒤에는 분쟁의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그 분쟁이 불리하게 종결된다면 이후 명칭을 변경하는 것도 상당히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모바일게임의 경우 출시 후 길게는 한두 달 정도, 짧게는 일주일 내외의 기간이면 게임의 성패가 판가름이 납니다. 그렇다 보니 출원에서 등록에 최소 6개월 내지 1년 정도가 소요되는 상표권의 확보 여부는 개발사나 퍼블리셔의 선택 사항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의 변화로 인해 볼 수 있는 사례들 중 보다 장기적인 라이프사이클을 가지고 가는 게임의 경우를 제외하면, 상표 출원을 하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곤 합니다.
이런 부류의 게임들은 상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을 때 게임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서비스를 중단하고 제목을 바꾸어 다시 게임을 출시할 수도 있습니다. 성과가 좋은 경우라도 1~2년 정도는 분쟁을 통해 좀 더 시간을 끌 수도 있어 전략을 택하는 데에는 부담을 적게 가지는 편입니다. 시장의 흐름이 빠른 만큼 판단에 필요한 시간도 그렇게 길게 걸리지 않는 것이죠.
이렇듯 모바일게임과 관련해서는 시장환경의 변화가 상표권과 같이 게임 서비스를 위한 권리의 확보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크게 보면 이런 현상이 비단 게임업계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닙니다. 모바일 환경이 가져다 준 IT서비스의 발달로 공유경제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기존에 법이 보호하던 가치와 충돌하거나 사실상 무력화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부상으로 인한 상표권의 확보 동향 변화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이제 상표와 관련한 분쟁절차의 일반적인 부분을 말씀 드리면서 게임과 상표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상표권 침해에 대한 법적 절차
기본적으로 상표권은 등록이 되어야 성립된다는 점과(상표법 제41조), 출원 후 특허청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등록거절사유가 없는지 판단한 후 등록이 되고, 권리자에게 독점적 권리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분쟁의 양상은 특허분쟁과 거의 유사한 절차와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즉, 상표권 침해행위가 있으면 침해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데(상표법 제65조), 여기에는 고의나 과실 등 주관적인 요건은 요구되지 않으므로 이미 등록된 상표가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게임에 있어서도 서비스 전에 게임의 명칭을 미리 정해서 상표 출원을 해 두고 출원 과정을 통해 해당 상표에 대한 상표권의 확보가 가능한지 확인을 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갑자기 어느 날 내용증명을 받고 부랴부랴 게임 명칭을 바꾸는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요.
상표권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그로 인한 손해를 입었음을 주장하며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민사법정에서 소송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특허에 대한 AS 연재에서 2016년에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의 관할이 바뀌었음을 설명해 드린 것 기억하시는지요? 상표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의 관할 또한 2016년부터는 고등법원 소재지에 있는 5개 지방법원(서울중앙, 대전, 대구, 부산, 광주)의 전속관할로(다른 법원에서는 사건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변경됐습니다.
특허와 동일하게 서울중앙지법의 중복관할을 인정하는 한편, 항소심은 특허법원이 전속적으로 관할하게 했고(민사소송법 제24조 제2항, 법원조직법 제28조의4 제2호),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합니다(법원조직법 제14조 제1호).
상표 침해행위를 중단(주로 게임의 명칭 사용을 중단하라는 요청이 되겠습니다)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요청을 받은 경우, 이를 다투는 방법은 특허와 마찬가지로 상표권 자체가 무효라는 점을 다투는 방법(무효심판)과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투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표에 있어서는 무효심판 외에도 취소사유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취소심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표법 제73조). 이미 등록되어 유효하게 성립한 상표권이라도 일정 기간 동안 (3년) 상표를 사용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다른 상표와 혼동되게 사용하려고 유사한 상표를 등록한 경우에 해당하면 취소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취소심판의 존재는 특허제도와는 구분되는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무효심판이나 취소심판을 청구하면 사건은 특허심판원에서 시작돼 특허법원과 대법원으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상표권의 효력을 문제삼지 않고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점만을 다투고자 한다면 민사소송절차 내에서 다툴 수 있을 것이고요.
상표권 침해의 경우에도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이용할 수 있고, 가처분이나 형사소송(고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은 상표권의 경우 소 제기와 동시에 신청할 수 있는 임시조치도 가능하므로(상표법 제65조 제3항), 별도 신청 없이 소를 제기하면서 바로 임시조치의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상표권 침해 여부를 다투는 분쟁의 내용에서는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가 ‘상표의 사용(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상표가 동일·유사’하여 ‘오인·혼동의 염려가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이런 주장의 양상은 개별 분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게 됩니다.
■ 게임과 상표권 분쟁
게임과 관련해 일반 이용자가 상표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팬이 제작한 게임 공략 사이트나 프리서버 등 해적사이트 운영 등의 경우에 사이트 디자인을 위해 등록상표를 무단으로 사용(일반적인 경우 게임로고의 사용)해서 간혹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팬사이트의 경우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문제를 삼을 수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을 보면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 등이 아닌 한 분쟁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게임 홍보에 도움이 되는 면을 고려해야 하기도 하고요.
프리서버나 해적사이트의 경우는 정상적인 이용자라 보기는 어렵고, 상표권뿐만 아니라 다른 권리들도 문제가 되므로 가장 효과적인 분쟁 수단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내용은 다음에 프리서버에 대해 다루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간혹 제3자가 자신이 게임을 서비스하지도 않으면서 개발사의 프로젝트가 향후 사용하려는 이름을 미리 상표로 출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앞에서 말한 취소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상표는 게임과 관련해서 특이한 분쟁 양상을 찾기는 어렵지만, 만약 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하는 입장이라면 미리 1년 정도 전에 게임 제목 여러 개를 후보로 선정해 두고 상표 등록 가능 여부를 미리 타진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유사한 다른 상표의 존재를 미리 확인하기에도 좋고, 게임 서비스가 장차 갖게 될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어렵게 개발한 게임인데, 상표권 때문에 게임 이름을 바꾸고 이미지 리소스들을 전부 다시 손봐야 한다면 단지 시간이 더 드는 문제를 떠나 개발팀의 팀워크에도 영향을 주니깐요. 재미로만 승부해도 힘든 게임 시장인데, 좋은 게임을 제작하는 것과 무관한 이유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진 말아야 하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