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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22) - 게임 아카이빙(Game Archiving)​

넥슨컴퓨터박물관 | 재미를 보관하고, 추억을 저장한다

넥컴박 2016-09-23 18:04:58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22 : 게임 아카이빙(Game Archiving)



 

# ‘아카이빙(Archiving)'


무언가를 보관한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를 내포하며또한 무언가를 보관한다는 것은 결국 그것과 관련된 기억도 함께 저장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슈퍼에서 빵을 산 뒤 그 안에 들어 있던 스티커를 책받침에 붙여 모으던 것문구점 앞 백 원짜리 뽑기 통에서 나오던 플라스틱 반지를 우유갑과 색종이로 만든 보석함에 차곡차곡 넣어 두던 것, 24컷 필름의 마지막 한 장을 찍으면 좌르르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카메라 사진을 현상해서 앨범에 끼워 넣던 것 모두 결국 소중한 순간을 담아 모으고꺼내 보며 기억하기 위함으로아날로그 방식의 소소한 아카이빙(Archiving)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록학의 분야에서 아카이빙은 ‘파일 보관을 의미합니다오랜 세월 동안 보존해 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록중요한 문건이나 자료를 일정 기간 동안 보관해두는 것입니다그러나 단순한 보관을 넘어서자료를 분류하고분야별로 색인(index, 인덱스)을 달아 언제든지 자료를 찾아보기 쉽게 만드는 것이 아카이빙의 주요 기능으로많은 기업에서 아카이빙을 중시하는 이유입니다IT 업계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기록을 디지털로 저장하는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이 자료 보관의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게임 아카이빙 (Game Archiving) 

 

이러한 디지털 아카이빙을 통해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대상은 바로 게임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즐기는 게임은 IT 분야의 빠른 변화와 함께 새로운 종류가 쉽게 선보여지고, 또 사라지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게임들을 모아 보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의 게임기들은 상당수가 아케이드 혹은 콘솔 형태로 등장하였습니다. 게임기와 게임팩이 고장 나지 않는 이상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이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많은 게임은 플로피 디스켓, CD, 혹은 다른 저장 매체를 통해 출시되었고, 그 저장 매체의 수명이 다함과 동시에 더 이상 ‘보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IT 및 컴퓨터 기기에 발맞추지 못한 게임들은 퇴보하고, 기억에서 잊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온라인 게임들은 서비스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일이 잦습니다. 서버가 사라짐과 동시에 플레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게임의 경우 클라이언트가 존재하더라도 버전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이전 버전의 게임을 즐기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에 게임 아카이빙에 관한 세계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 게임 아카이빙을 위한 세계적인 노력

 

게임의 보관과 보존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도서관인 Internet Archive는 MS-DOS 게임 2,380여 점을 공개하였습니다. 별도의 에뮬레이터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플레이 가능한 도스 게임 중에는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 미리내 소프트의 슈팅게임 <그날이 오면>, FPS의 시초격인 <울펜슈타인(Wolfenstein) 3D>등 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과 <울펜슈타인 3D>는 넥슨컴퓨터박물관 2층에서도 체험해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 도서관은 초기 머드게임 소스 <MUD1> 코드 전문을 제작자의 허가를 받아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 유물로서의 게임, 게임의 가치

 

게임 아카이빙에 관련한 연구와 컨퍼런스 또한 활발히 개최되고 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을 방문했던 리츠메이칸 대학교 게임 센터(Ritsumeikan Center for Game Studies)에서는 2013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게임 보존 국제 컨퍼런스를 후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 베를린의 컴퓨터슈필레뮤지엄 (Computerspielemuseum, 컴퓨터게임박물관)과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등 세계적인 박물관들은 게임의 유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며 수집과 보존, 관련 연구를 진행하거나 전시하고 있습니다. 

 

1977년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컴퓨터 게임 박물관인 독일 컴퓨터슈필레뮤지엄은 2010년 10월 기준으로 22,000여개 이상의 컴퓨터 게임과 어플리케이션, 300개 이상의 콘솔과 컴퓨터 시스템, 10,000개 이상의 저널과 더불어 아케이드 게임기, 서적, 예술 작품, 관련 문서와 비디오테잎을 소장 중입니다. 2011년 1월 21일부터 컴퓨터의 역사와 게임의 발전을 다루는 “컴퓨터 게임, 혁신의 매체”라는 상설 전시를 진행 중이며 2014년부터는 정기적인 게임 페스티벌도 열고 있습니다. ​

 

 


스미소니언 박물관 또한 “비디오 게임의 예술 (The Art of Video Games)” 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3월 16일부터 2012년 9월 30일까지 예술 매체로서 40여 년간 혁신한 게임의 발자취를 짚고, 게임페스티벌을 여는 등 게임을 박물관이 전시/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과 MOU를 맺고 있는 미국 뉴욕의 스트롱 박물관 국제 게임 역사 센터 (The Strong’s International Center for the History of Electronic Games : 이하 ICHEG)에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이 사람들이 문화적/지리적 경계를 넘어서 놀고, 배우며,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고 명시하며 이에 비디오 게임을 포함한 전자 게임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ICHEG는 세계 게임 명예의 전당 "The World Video Game Hall of Fame" 을 선정하고, 발표하며 선정작을 스트롱 박물관 내 eGameRevolution 전시에 영구 전시하는 등 게임이 단순히 놀이를 넘어서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습니다. ​

 

[관련 연재물]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21) - 2016 세계 게임 명예의 전당

 


# '바람의 나라' 복원 프로젝트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2014년에 넥슨의 첫 게임인 <바람의나라>를 1996년 출시 버전으로 복원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는 최초의 온라인 게임 복원 성공 사례로, 전 세계 게임 아카이빙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람의 나라>의 초기 모습을 직접 플레이 해볼 수 있도록 복원한 버전​.

넥슨컴퓨터박물관은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디지털 콘텐츠 역사 보존의 시발점이 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역사적인 게임들을 보존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게임을 복원해야만 하는 상황’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길 바라며, 이를 시작으로 소홀히 여겨졌던 온라인 게임의 역사가 새로이 조명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재미를 보관하고, 추억을 저장하다

디지털 문화의 큰 축을 받치고 있는 게임. 이미 게임은 우리의 일상에서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하나의 문화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현재, 문화 자원으로서의 게임을 보존하려는 여러 시도는 아직 그 빛을 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재미를 제공하며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하는 게임. 게임 보존을 위해 개발자들이 데이터 기록을 보관하고 자료를 저장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10년 후, 혹은 20년 후 지금을 돌이켜 보며 ‘아 그때 그 게임 참 재밌었는데’ 생각 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에 그저 기억 속에 갇힌 추억의 게임이 아닌, 언제든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책받침 위 스티커, 우유갑 속 반지 같은 게임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제주에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넥슨컴퓨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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