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강력한 무기를 가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리니지2>에는 특이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통칭 저주받은 검이라 불리는 '마검 자리체'와 '혈검 아카마나프'는 한 서버에 단 한 개만 존재하는 유니크 아이템으로, 서버에 이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모든 몬스터가 낮은 확률로 드랍합니다.
검을 주우면 즉시 정해진 모습으로 변하고, 캐릭터의 이름도 '자리체', '아카마나프' 등 획득한 검의 명칭으로 바뀝니다. 캐릭터가 본래 가진 스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외치기, 거래 등 일부 채팅이 막히고 파티 플레이도 할 수 없는 등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에 크게 제약을 받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큰 혜택을 받는 것이 있죠. 다른 유저를 죽일수록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리니지2>의 레이드 보스는 4~50명이 동원될 정도로 강력한 편인데, 능력에 따라 이런 레이드 보스를 혼자 상대할 수 있을 정도라니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지요.
마검 소유자의 위치는 모든 유저의 지도에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추적하여 소유자를 죽이면 50% 확률로 마검이 드랍되어 새 주인이 될 수 있기에 여러 유저가 마검 소유자를 쫓았습니다. 한 번 출현한 마검은 정해진 수명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그래서 기한 내에 빼앗으려는 유저와 지키려는 유저로 인해 마검은 늘 싸움을 불러왔습니다.
마검을 둘러싸고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마검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퀘스트나 레이드를 해보는 유저, 악성 유저를 사냥하는 유저, 마구잡이로 PK를 자행해 공공의 적이 된 유저. 돈을 받고 마검을 넘기기로 했는데 반 확률로 사라져서 싸움이 나거나, 자신이 사냥을 했는데 엉뚱한 사람이 마검을 주웠다며 분쟁을 일으키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PK 페널티가 없으니 자기가 싫어하는 누군가를 혼내달라며 청부를 하는 유저에, 청부하는 척 마검 소유자를 유인하고 매복 공격을 하는 전문 사냥꾼 팀까지. 물론 마검의 위력이나 소유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싸움 구경이 더 재미있다며 마검을 따라다니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악한 신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려고 만들었다는 마검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무기가 많이 나온 지금, 마검의 위상은 예전같지 않지만 악명은 여전히 아덴을 떠돌고 있습니다. <리니지2> 테스트 서버에서 마검을 최초로 획득한 유저는 "이런 부담스러운 물건은 갖고 싶지 않다"며 다른 파티원에게 PK를 당해 마검을 넘겼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