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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게이머가 있다

에브리타운 최영근 PD가 말하는 ‘논 게이머’ 그리고 SNG

송예원(꼼신) 2016-03-04 09:45:56

하루에도 수십 번 게임 화면을 들여다 보면서도 “나는 게이머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브리타운>, <에브리팜> 등 ‘에브리 시리즈’를 개발해 온 플레로스튜디오 최영근 PD는 이들을 ‘논 게이머’라고 지칭한다. 그는 10년 넘게 SNG만 개발해 오며 유저들을 관찰한 결과 게임을 즐기면서도 스스로 게이머임을 부정하는 유저층, ‘논 게이머’를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SNG를 장수 게임으로 이끄는 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게임을 만들며 깨달은 사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게이머가 존재한다. 하나는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말하는 게이머. 게임을 좋아하고 늘 즐기고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매일 게임을 즐기면서도 스스스로를 ‘논 게이머’라고 말하는 게이머다. 논 게이머, 내가 게임하는 것을 질색하던 우리 엄마와 누나가 바로 그들이다. 

논 게이머의 대표적인 특징은 잣니이 즐기는 게임을 게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 정리가 있는데, 게이머는 게임폴더를 따로 둘 정도로 다른 앱들과 구분을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논 게이머는 계산기 옆에 <애니팡>을 둘 만큼 게임에 대해 무신경하다.

이들은 집중해서 플레이하는 게임보다는 틈틈이 즐길 수 있는 케주얼한 게임을 선호한다. 내가 10년 넘게 만들고 있는 SNG도 그 중 하나다.

건물이나 밭을 만들고, 수확을 하고, 수확물을 팔고. SNG의 플레이 패턴은 다소 단순하다. “대체 이 지루한 걸 왜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게이머일 확률이 높다. 논 게이머에게 있어 SNG는 다른 이들과 경쟁하고 겨루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신 SNG를 다른 유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통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친구 마을의 일손 돕기나 거래를 통한 교류, SNS 형태의 방명록에서 안부를 묻고 답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었던 것. 

이런 소통의 힘은 SNG가 오래도록 살아남는 힘이 되기도 한다. <에브리타운> 유저를 직접 만난 어느 날, 왜 아직도 게임에 남아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 때 많은 유저들은 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 친구를 두고 떠날 수는 없잖아요. 만약 제가 게임을 떠나면 친구 마을의 일손은 누가 도와주나요?”

소통의 재미는 MMORPG를 경험한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재미다. 이는 게임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논 게이머’라고 말하는 이들도 자신도 모르게 게임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SNG는 비교적 장수 게임이 많은 편인데, 물론 모든 SNG가 장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게임이 독특한 콘텐츠를 내세워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은 게임은 <에브리타운>을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 10년 가까이 SNG만을 만들며 지켜온 원칙은 ‘논 게이머 유저에게 게이머가 되길 강요하지 말자’.

게이머는 게임에 새로운 콘텐츠를 넣으면 흥미를 느끼고 호불호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반면 소셜을 주로 즐기는 논 게이머는 전투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강요하기 시작하면 부담스러워했다. 심지어 조용히 떠나버리기까지. 

그래서 우리는 차별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획자로서의 욕심을 내려두고 SNG 본연의 재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끝없는 경쟁과 대결이 가득한 게임이 아닌, 친구와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셜 앱으로서 말이다.

이를 반증하듯 올해로 3주년을 맞은 <에브리타운> 속 설날의 풍경은 여느 커뮤니티 자유게시판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일을 돕지 않는 남편에 대한 주부의 서운함, 어른들의 잔소리가 두려운 취준생의 한탄, 결혼 압박이 지겨운 골드미스의 호소까지 유저들의 방명록은 수다로 북적거렸다. 

마음의 힐링과 친구들과의 정을 나누는 세계. 논 게이머인 엄마, 누나도 함께 즐기게 만드는 SNG의 매력이 아닐까?

[이 기사는 플레로스튜디오 최영근 PD의 NDC14 강연과 최근 인터뷰 내용을 카드뉴스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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