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가장 기대되시나요? <썸머레슨>처럼 코 앞에 다가오는 미소녀? 아니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360˚ 영화? 여러 산업이 VR에 관심가지는 가운데, 우리 사각에서 세상을 더 좋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1.
초등학생 때, 집에 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촛불이 가전제품에 옮겨 붙어 일어난 작은 불이었죠.
2.
하지만 그 작은 불이 만든 상황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3.
밤에 눈을 떠보니 머리 위엔 연기가 구름처럼 가득했고
당황해 몸을 일으키니 눈물과 기침이 습격했습니다.
4.
눈물 범벅, 침 범벅으로 어렵게 방문을 여니,
연기 너머로 벽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5.
학교에서 배운 대처법은 떠올릴 겨를도 없었습니다.
6.
몇 년을 산 집인데도 소화기를 둔 장소도,
심지어 마당의 방향조차 떠올리지 못했죠.
7.
화재를 겪은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8.
눈 앞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불길이,
허리까지 내려온 시커먼 연기가,
그리고 사람들의 혼란과 무질서가 나를 마비시킨다고
9.
학교나 민방위에서 주입 받은 안전 교육도
전철역이나 영화관에서 스쳐 본 안내 영상도
모두 잊게 만든다고요.
10.
국가는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교육을 강화하지만
11.
재해 한복판에서 그 정보를 끄집어 내기까진
아득한 시간, 혹은 초인적인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12.
이런 현실에서,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도우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13.
'화재와 재난의 충격성이 사람들을 당황케 한다면
사람들이 미리 재난을 체험할 수 있으면 어떨까?'
14.
- 눈 앞에 불길과 연기가 넘실대는 상황에서
비상구를 찾아 탈출하시오.
15.
현실에서는 돈과 시간의 문제로
소수의 사람들만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16.
가상현실(VR)로 구현하려는 사람들
17.
아직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믿고 있습니다.
18.
VR 기기의 (상대적인) 저렴함이
부족한 체험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19.
눈 앞에서 불길이 치솟고
내가 움직이는 데로 반응하는 VR의 실재감이
20.
책이나 영상, 체험장보다
더 생생하고 다양한 경험을 줄 것이다.
21.
가까운 미래엔, 단순한 메뉴얼 프로그램이 아닌
22.
무작위로 인파가 몰려 비상구가 마비되고
23.
불길이 벽을 무너트려 알려준 통로가 막히는
24.
진짜 경험과 지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25.
VR이 사람을 살릴 것이다.
26.
일각에선 VR 기기의 낮은 보급률, 그리고 VR 자체의 생소함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이 찻잔 속에 머물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27.
돈이 되지 않는 콘텐츠는 언젠가 버림을 받고
결국 실패하고 말 거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28.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29.
침착한 사람이 한 명만 있으면 사상자가 반절이 된다는
어느 소방관의 말처럼
30.
VR을 통해 1명이라도 화재에 침착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사상자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다면
31.
그것이야 말로 성공이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요.
32.
"VR은 언젠가 사람을 살릴 것이다"
이들이 진심으로 믿는 VR의 또 다른 가능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