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미 픽미 픽미 업~!' 국민들이 직접 뽑은 아이돌 아이오아이(I.O.I) 최근에는 지상파 음악 방송 출현이 확정됐고, 각종 CF까지 출현하며 인기몰이 중입니다. I.O.I는 시청자가 투표로 순위를 정하고 데뷔까지 결정한 인기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직접 뽑은 ‘내 가수’인 만큼 그 관심과 인기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거꾸로 아이돌이 팬들을 뽑는다는 사실 들어 보셨나요? 일본 국민 아이돌 AKB48의 라이벌팀 노기자카46이 그 주인공, 바로 <노기코이>(乃木恋)라는 게임을 통해서 말이죠.
<노기코이>는 흔히 말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학원에서 만난 멤버들에게 호감을 얻어 반친구에서 남자친구가 되는 게임. 멤버들의 간택(?)을 받기 위해 플레이어는 톡으로 수다도 떨고, 종종 데이트도 해야 하죠.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게임을 하다 보면 진짜 남자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단, 선택 받은 100명만 말이죠.
게임은 일반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처럼 특정 주인공을 타깃으로 공략하는 게 아니라, 모든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46명의 멤버 카드를 모아 육성시킨다, 맞아요. 카드배틀 장르가 결합돼 있죠.
그리고 이렇게 성장시킨 멤버들은 노래와 댄스 실력을 겨뤄야 합니다. 다른 유저들의 멤버들과 말이에요. 승리를 하면 점수를 획득하는데 이 점수로 랭킹이 매겨지는 겁니다. 그리고 소속사는 말했죠. “상위 100명에게는 진짜 남자친구가 될 기회를 줄게요!"
물론 진짜 연애를 하는 건 아니고요, 한정 데이트 신을 영상 오픈과 함께 현실세계의 멤버와 데이트 제공한다는 것. 팬들은 악수회나 팬미팅 정도의 이벤트를 예상하고 있는데 사실 100명이 주간 기준인지 월간 기준인지,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규모로 무엇을 하는 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정보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수’의 선택을 받기 위한 팬들의 노력들. 고득점을 노린 멤버카드 성장을 위해 뽑기+강화를 반복하며 이른바 ‘지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죠.
뭐 이런 게임이 되겠느냐고요? 놀라지 마세요. <노기코이>는 출시하자마자 최고매출 18위까지 올랐고 2주가 지난 지금도 20~40위 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만 1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요. 일본에서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가 인기인 건 사실이지만, 팬심을 저격한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라고 할 수 있죠.
사실 ‘팬심’을 노린 게임은 <노기코이>가 처음은 아니에요. 국내에선 SM 소속사 가수 노래로 만들어진 리듬액션 게임<슈퍼스타 SM>이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 중국에서는 각종드라마를 소재로 한 게임이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들 게임과 <노기코이>는 차이가 있어요. 바로 팬심이 없어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노기코이>는 멤버들과의 연애라는 소재 자체부터 대놓고 ‘팬심’만을 저격했다고 볼 수 있죠. (뭐, 게임을 통해 팬심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일까요? 일본에서도 출시 전부터 찬반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지갑을 받아줘!” 팬 서비스 게임으로 생각해 크게 반기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팬들을 다 호구로 보는 거냐!” 지나친 과금 유도 시스템에 반감을 드러내는 팬들도 있었죠. 성공한 타깃 마케팅이냐 팬들의 지갑을 노린 상술이냐 선택은 팬들의 몫이겠죠?
‘내 가수’에게 선택 받을 수 있다는 설렘을 공략한 게임 <노기코이>. 당신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