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한 테러 집단. 러시아가 미국에 전쟁을 일으키도록, 미국인 테러리스트로 위장해 자국의 공항을 공격하기로 합니다. 공격 직전, 테러 집단의 리더가 던진 한 마디. "명심해, 러시아 말은 하지 마라(Remember, no Russian)."
위 장면은 플레이어가 민간인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미션을 넣어 논란을 산 게임,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2> '노 러시안' 미션의 도입부입니다. 왜 우리는 2009년에 발매된 게임의 초반 미션을 아직도 이야기하는 걸까요?
사실 '노 러시안'은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미션은 아니었습니다. 심각한 내용이라며 건너뛸 수 있는 선택지를 주고, 미션을 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러시안은 사실적인 환경 변화와 사람들의 반응으로 지금까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미션을 플레이한 사람의 감상은 제각각입니다. "테러리스트가 되어 민간인을 공격하다니, 미션 하나였지만 충격적이었어요.", "이 악당은 정말 나쁜 놈이다, 이를 박박 가는 계기가 되었죠." 또다른 한편에서는 "잘 구성된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가상의 인물과 배경일 뿐인데요.", "이건 게임이에요. 정상적인 판단력을 갖춘 성인이라면 문제 없을 겁니다." 라고 말합니다.
발매 전, 개발진이 게임을 테스트할 때도 크게 다른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이 미션을 처음 접한 테스터 대다수는 혼란에 빠져 게임을 잠시 멈췄다가, 이내 게임 속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계속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개발진은 이렇게 말합니다.
"게임이 현실 사건처럼 깊은 감정과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미션은 그렇게 작동했죠. 우리는 이 장면을 신중하게 만들었고, 이유 없는 학살 미션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잔인한 존재가 되거나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어서 게임 경험이 더 좋아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 미션이 잠깐만이라도 망설임이나 고찰 등, 무언가에 대해 어떤 느낌을 줬다는 겁니다."
폭력은 잘못된 구조에서, 잘못된 신념에서, 비틀린 현실에서 옵니다. 폭력을 강요당했을 때, 혹은 현장을 보거나 당할 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기억해야 할 것은 '노 러시안'이 아닙니다. 잠깐만이라도 게임을 멈추게 만든 마음, NO라고 말할 것을 정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