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을 만들며 고민하게 되는 한 가지가 있었다.
꼭 '성공한 게임 = 재미난 게임'일까?
더 쉽게 만들어서 더 많은 유저가 즐기고
더 많은 뽑기를 유도할 수 있으면 과연 그게 최고로 재미있는 게임일까?
내가 내린 정답은 '그건 아니다'였다.
A가 원하는 게임과 B가 원하는 게임은 다를 텐데
어중간한 게임보다 누군가에게만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있을 텐데.
"세상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일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사표를 던졌고,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세운 하나의 목표 "나부터 설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
넣고 싶은 시스템은 최대한 넣었고, 만들고 싶은 연출은 최대한 뽐냈다.
누구나 쉽게 손을 넣는 싸구려 캐릭터 하나에도 그연출과 스킬 하나에도, 밤을 세워 공을 들였고
모바일 RPG에서 액션을 구현하겠다고 0.1초의 타이밍까지 재가며 스킬을 넣는 고집도 부렸다.
그 결과 그럴 듯한 퍼블리셔도 찾았고 소프트론칭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근데 이거 너무 어려운데요", "이래서는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다 나갈 거에요"
... 너무 어려웠나 보다.
다시 1년 반에 걸친 수정이 이뤄졌다.
튜토리얼만 10번 넘게 고쳤고 전투 밸런스를 위해 기획자는 밤을 지새웠다.
사실은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시장에서는 더 쉽고 편한 게임을 원한다는 걸.
사실은 느끼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도 남들처럼 무난한 게임을 만드는 간단한 길이 있다는 걸.
그래도 한 번쯤 만들어 보고 싶었다.
적의 스킬을 깨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머리를 굴려야 하고
타이밍 좋은 스킬 한 번에, 끝내주는 타이밍의 기절기 한 번에 승패가 갈리는 그런 게임을.
그렇게 3년 만에 게임이 출시됐다. 성적은 예상대로였다.
쉬운 게임, 편한 게임이 아닌 우리 게임은 처음부터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귀여운 그래픽만 보고 온 유저들은 이내 생각보다 어려운 게임에 복잡한 시스템과 전략에 놀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만족감을 나타낸 유저들, "이런 게임을 왜 이제야 만들었어요?"
적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끊어주고 스킬의 모션까지 고민해야 하는 타이밍액션
스테이지는 영웅의 강함이 아닌 팀 구성과 전략으로만 해결됐고
VIP까지 게임에서 얻을 수 있을 만큼 운영은 철저히 유저 중심으로 움직였다.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을 땐 하루 한 번식 답변도 달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게임의 성적까지 걱정해주는 팬도 생겼다.
"홍보 좀 해요. 혹시 망할까 걱정돼요"
처음에 나는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나부터 설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
지금의 나는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건 어중간한 유저를 모은 어중간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취향에는 맞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최고일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었다
당장의 1등은 아니라도 마음이 맞는 유저들과 함께 방향을 지키며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게임,
그런 게임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 <소울킹> 개발사 퍼니파우 서우원 대표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