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재미를 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게임이 지닌 상호작용을 활용하면 다른 체험을 대신하게 해 주기도 한다. 그것이 누군가 더더욱 체험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그렇다. 여기, 그런 게임을 만들었던 한 프로그래머의 가족애적인 동기가 있었다. / 디스이즈게임 김규현 기자
“평화로울 때는 자식이 부모를 땅에 묻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부모가 자식을 땅에 묻는다.”
-헤로도토스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서 일하던 한 모바일 프로그래머
-그 일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2014년 7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이스라엘은 무장 정치조직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이 지역을 7년
째 봉쇄하였고
-인구 40%가 실업자인 가자 주민들은 비좁은 땅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자 지구의 인구밀도는 2015년
추산 5,026명/km2)
-그 해 6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소년 납치 살해 사건을 일으키자
-복수에 불타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였던 가자 지구를 총공격한다.
-그러나 하마스 군사기지는 민가와 구별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무기와 병력이 민간건물에 숨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군은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한 군사작전을 강행했고
-이스라엘 대 하마스의 전면전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가족과 집을 잃고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국경은 봉쇄되어 탈출할 수 없고 인구 밀집지역이라 폭격에 위험한 상황
-마지막 피난처였던 UN 시설 조차도 이스라엘 군의 공격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군은 민간인들이 대피한 UN 학교와 병원, 심지어 구급차까지 폭격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가자 지구는 하늘 아래 지옥으로 변했고
-이 지옥의 가운데서 찍힌 한 사진이 프로그래머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나는 두 아이의 아빠다. 아이들
없는 삶이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가자 지구의 참상에 충격 받은 가자 출신 프로그래머 라시드 아부에이데
-그는 아이 잃은 부모의 사진에서 느낀 슬픔, 공포, 연민,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다.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20개월의 개발기간, 순수한 신념과 자원봉사로 만들어진 게임은 마침내 완성에 이른다.
-그러나 출시를 앞두고 애플 앱 스토어에서 날아온 날벼락
“이 게임은 게임 카테고리로 출시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의도의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만든 게임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아부에이데, 그는 SNS에서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였다.
-그러자 사연을 들은 수많은 SNS 사용자들이 애플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가자 지구의 소녀는 정치적이라 안 되고 이스라엘 미사일은 게임으로
문제가 없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결국 SNS의 항의를 의식한 애플은 태도를 바꾸어 아부에이데의 게임을
등록한다.
-천신만고 끝에 출시된 <라일라와 전쟁의 그림자> Liyla and the Shadows of War
-2014 가자지구 분쟁 중 소녀와 그 가족의 피난을 다룬 이 게임은
실제 민간인들이 겪은 참상을 구현하고 전쟁에서 그들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대리 체험하게 만들었다.
”<라일라와 전쟁의 그림자>는
가자 침공에 대한 용감한 인디 게임이다. (중략) 게임이
그려낸 현실에 희생자들의 애절함이 들어있다.”
라미 이스마일, 게임 개발사 플람베르 공동 창립자
“라일라… 이 게임은 마음을
흔들었고, 감동시켰다. 눈물이 났다.”
헤더 켈리,
게임 디자이너, 디지털 아티스트, 교수
“라일라의 이야기는 짧다. 그러나
감성적으로 강렬하게 전쟁을 반대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토르스텐
S. 비데만 현실 게임 A/MAZE의 페스티발 감독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매우 짧고 할 수 있는 행동이 제약되어 있지만
-라일라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정치적 메시지가 아닌 게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라시드 아부에이데가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의 마음,
-분쟁지역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음을 플레이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