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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인 솔즈: 최고의 메트로배니아를 향해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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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4-06-04 18:47:40
기자는 지난해 초 대만의 레드캔들게임즈를 찾은 적 있다. (한국인에게는 고작) 영상 6도인데 아무도 월동 준비를 하지 않아서 동사자가 백 명 이상 발생했다고 한다. 현지 뉴스에서는 기록적인 한파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고, 대만 사람들은 반팔 차림의 기자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레드캔들게임즈는 지극히 '타이베이스러운' 주택가 2층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었다. 대만 게임사로 유명세를 가진 레이아크가 전용 카페를 운영할 만큼 큰 공간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건물밖에 현판이 없어서 이곳이 맞는지 한참을 찾은 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반교>의 대성공과 <환원>의 논란을 겪은 창립자 빈센트(Vincent, 양시웨이)는 "호러게임은 그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신작 <나인 솔즈>를 소개했다. 그때 기자는 "스팀에 메트로배니아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또 메트로배니아냐?", "잘 하는 거 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고, 빈센트는 도교적으로 '물 흐르듯' <나인 솔즈>를 기대해달라 이야기했다.

마침내 5월 29일, <나인 솔즈>를 받아 든 기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할로우 나이트>의 후속작 <실크송>이 기약 없는 개발을 이어가는 지금, 레드캔들게임즈는 당대 최고의 메트로배니아를 창조해 냈다.




# 물 흐르듯 공격을 흘려보내기

<나인 솔즈>는 메트로배니아의 전형을 따른다.

사이드 뷰 게임으로 여러 던전을 탐험하며 메인 스토리, 서브퀘스트, 파밍 등을 위한 목적지를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적을 해치우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할로우 나이트>, <데드 셀>, 그리고 '오리' 시리즈 등 ​스팀에서 인기있는 장르 문법을 동양적 모습으로 풀어낸 모습이다. 게임은 플랫포머의 면모 또한 가지고 있어 점프와 대시 등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요소까지 갖추고 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예'는 진전에 따라서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여러 기술을 학습하게 된다. 나비를 날려 보내 정찰을 보내거나 문을 여는 '해킹'을 익히게 되고, 활을 날려 적을 ​일거에 소탕하는 스킬을 획득하며, 이단 점프를 배우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게임의 진행이 중반부를 넘어가게 되면 반사(패링)에 대한 학습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반사는 <나인 솔즈>의 핵심적인 스킬이다. 도교적으로 '물 흐르듯'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이 기술은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에서 프롬 소프트웨어가 선보인 '저스트가드'와 유사한 형태를 띤다. 이 저스트가드란, 막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패링으로 적의 공격을 강력한 효과음과 함께 튕겨내면서 반격의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패링에 대한 설명 "흐르는 물로서 정으로 동을 제압한다"

<나인 솔즈>에서도 똑같이 적의 공격을 반사를 통해 막아낼 수 있다. 빨간색으로 경고를 나타내는 특수공격은 무한반사를 통해서 방어할 수 있다. 무한반사에 성공하면 적 NPC에 일시적으로 스턴이 걸리기 때문에 이때를 노려 딜을 가해야 한다. 일반적인 '잡몹'은 무한반사까지 패링하지 않아도 잡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중간보스나 보스전에서는 이 무한반사 없이는 도저히 클리어를 할 수 없을 정도다. 기본 반사와 달리 무한반사는 가동에 준비 자세가 걸리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 더 어렵다.

더구나 이 무한반사를 통해 맵과의 인터랙션도 가능하다. 게임의 장애물에는 레이저가 존재하는데 이 레이저를 부술 때는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불가능하고 물 흐르듯 움직이는 무한반사를 통해 날아오는 탄을 받아쳐서 부숴야 한다. 게임 후반부에 전염병 '천벌'에 감염된 좀비들을 처단할 때 또한 이 무한반사를 이용해야 한다. 무한반사 뒤에 부적을 붙여 터뜨려야만 적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 본격 부적 붙이기 액션

<나인 솔즈>의 방어가 반사로 수렴된다면, 공격에는 단거리 일반 공격, 게이지 강공격, 화살 쏘기 등 여러 옵션이 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옵션은 부적 붙이기다. 

던전에서 적과 맞서던 중 반사가 성공하면 게이지가 쌓이는데, 이 게이지를 사용해서 적 NPC에게 부적을 붙이고, 터뜨릴 수 있다. 이 부적은 행운유수라는 자동 폭발 기능을 잠금 해제하기 전까지 직접 버튼을 눌러 터뜨려야 하기 때문에 패링 이후에 또 다른 타이밍 요소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강화에 따라서 가장 큰 효용을 보이는 것도 부적인데, 한 번에 2장의 부적을 부착하거나, 부적 폭발로 HP를 회복하는 옵션도 고를 수 있어 성장감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기능이 이쪽에 있다.

<나인 솔즈>의 스킬트리

게임의 지도. 진행에 따라서 상세지도, 포탈(고목 노드)로의 순간이동 등의 편의성 기능이 추가된다.

또 화살을 날려서 스크린에 모여 있는 적들을 한 줄로 그어버리거나, 적을 모아서 터뜨리는 형태로 강화를 할 수 있다. 활쏘기는 부적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적들이 몰려올 때 이들을 일거에 소탕할 수 있는 옵션이다. 하지만, 게이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랜덤하게 떨어지는 그것을 파밍하거나, '고목 노드'에서 휴식을 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껴 사용해야 한다. 

부적 붙이기와 활쏘기는 성장의 재미가 충실하지만, 이들과 비교했을 때 일반 공격 3연타, 강공격은 어딘지 심심한 느낌이다. 주인공 예의 근접기는 할퀴기로 무기를 파밍하는 요소는 없고, 스킬 포인트나 룬 등을 이용해 공격의 효율을 올리는 요소만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다소 밋밋한 기본 공격은 곧 패링+부적+폭발의 3연속 플레이를 유도하는 레드캔들게임즈의 기획 의도와 연결되는 듯하다. 이 모든 조작이 흐름에 맞춰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효화가 되므로 게임의 삼박자를 맞추는 것은 리듬게임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 패링을 익히지 못하면, <나인 솔즈>는 클리어할 수 없는 게임이다.

참고로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와 같은 고목 노드에서는 휴식을 해서 각종 게이지를 채울 수 있다. <나인 솔즈>의 힐은 '약두'를 흡연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업그레이드를 통해 약두의 갯수와 회복량을 올릴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고목 노드에서 충전할 수 있다. 고목 노드에서 본진인 '사계각'으로 돌아가거나, 룬에 해당하는 보석을 바꿔 끼울 수 있다. 

<나인 솔즈>는 장르적 특성상 맵과의 상호작용이 대단히 많은 게임이다.


소소한 수집형 콘텐츠도 있는데, 전부 모아야 진엔딩 조건을 달성하는 경우도 많다.


# 믿고 보는, 믿고 듣는

기자가 레드캔들게임즈의 팬임을 자처하는 이유는 이 회사가 디자인에 섬세한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반교>는 인형극처럼 꾸민 사이드 뷰 학교 공간 속에서 소름 끼치는 컷씬을 배치했고, 그 가운데 퍼즐 풀기를 배치하며 계엄령 시기 대만에서 일어난 비극의 진실을 보여주었다. VR을 의식한 듯 일인칭 게임으로 만들어진 <환원>은 시점의 변화로 인한 공포가 강화되는 한편, 횡스크롤의 동화(童話​)나 적극적인 화면 효과를 배치하면서 보는 맛을 끌어올렸고, 그렇게 사이비종교로 무너지는 어느 작가의 가정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신작 <나인 솔즈>의 디자인도 대단한 시청각적 만족을 주었다. 메트로배니아의 특성상 공간마다 다른 기믹과 파훼법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곳곳이 다르게 꾸며져 있어 <구운몽>에 들어온 듯 곳곳이 새로웠다. 레드캔들게임즈는 <나인 솔즈>를 위해서 사이버펑크에 중국의 전통 신화와 도교 사상을 결합한 '타오펑크'라는 신장르를 제시했는데, 컴퓨터 문명과 선계(仙界)​를 합친 '신곤륜'은 기자가 접한 다른 미디어에서는 레퍼런스를 찾기 힘들만큼 독창적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점프 스케어다. 아홉 태양을 잡으러 가는 중간중간 플레이어를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이 들어있다. 그 연출은 너무 과하거나 자주 등장하지 않고, 적절한 환기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공포 요소가 환기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플레이어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같은 회사의 전작들을 계속 즐겨 온 플레이어라면 게임의 잔인한 연출과 점프 스케어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게임은 손으로 그린 듯한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채택하고 있으며, 중요한 장면은 컷씬과 카툰으로 처리된다. 개인적으로 '신곤륜' 연출의 백미는 부접이 만든 '영혼의 세계'였다. 보스 부접은 예가 자신의 세계를 찾자 온천욕을 권유하는데, 분홍빛 구름으로 가득 찬 세계는 사실 그녀가 직접 창조한 지옥을 감추기 위해 설계된 환상이었고 예가 잃어버린 나비를 따라서 진실을 찾아 나가면 엄청난 난이도의 보스전이 기다리고 있다. 평화로운 온천 -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공간 - 부접과의 보스전으로 이어지는 연출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장막을 거두고 꽃밭으로 입장해서


분홍빛 세계를 탐험하다가


결국 흑화하고

대단히 어려운 보스전을 마주하게 된다. 고백하자면 여기서부터 자존심을 내려놓고 스토리모드로 전환을 선택했다.

특히, 예의 나비가 진실(어둠)을 밝히고 그 나비를 좇아 거짓(빛)을 헤쳐 나가는 구성은 적 NPC 없는 순수 플랫포머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메이플스토리>의 '인내의 숲' 콘텐츠처럼 높은 난도를 자랑한다. 게임은 기자처럼 컨트롤이 취약한 이들을 위해 대미지의 보정치를 부여하는 '스토리모드'를 제공하는데, 이 모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점프와 전투 중 패링은 플레이어가 직접 극복해야 한다.

전작 <환원>의 마지막 노래는 대만 밴드 노 파티 포 차오동(No Party for Cao Dong, 草東沒有派對)이 장식했다. 게임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은유한 가사가 밴드 특유의 서정적인 리프와 어우러지며 게이머와 리스너를 두루 만족시킨 곡으로 평가받는다. <나인 솔즈>의 대미는 마찬가지로 대만에서 주목을 받는 밴드 콜라주(Collage, 珂拉琪)가 작업했다. <나인 솔즈>(九日)는 이전 게임의 곡보다 볼륨이 있는 곡으로 같은 여성 보컬이 곡을 이끌면서 스크림에 이어서 스트링이 깔리며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만에서 핫한 밴드 콜라주가 이번 게임의 엔딩곡을 장식했다.

이 보스는 호전적인 모습과 달리 꽁꽁 숨어있다.

컷씬과 애니메이션으로 조직한 연출은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 듣는 재미가 있지만, 번역은 아쉬워

한 가지 재밌는 포인트라면 음악 <나인 솔즈>는 대만어로 녹음이 되었기 때문에 중국어를 알고 있더라도 아주 일정한 부분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어와 대만어는 비슷한 글자와 문장 구조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한자를 읽는 방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언어로 인식된다. 

다른 언어를 쓰려는 시도는 인게임에서도 이어지는데, 게임에 더빙된 언어는 현대중국어도, 대만어(중국어와 대만어는 다른 언어로 분류된다)도, 객가어(하카어)도 아닌 옛날에 쓰였던 ​고한어(古漢語​)로 추정된다게임 속 등장인물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對不起(Duì-bù-qǐ)가 아니라 '反省​'(반성)처럼 발음한다.

다만 <나인 솔즈>의 시청각적 만족도를 크게 훼손시키는 대목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어 번역이다. 게임의 대사는 경어와 반말을 기준 없이 오가는 탓에 몰입감이 몹시 떨어진다. 오랜 친구 사이로 등장하는 예와 조력자 과복은 한때 형제의 의를 맺었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지만, 갑자기 서로 존대를 해버리는 바람에 몰입이 깨진다.

또 예는 중국 상고 신화에서 약초와 독초를 모두 먹어가며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그리고 농사와 의술을 발견했다는 염제 신농씨를 모티브로 한 신농과 대작하며 시를 짓는 듯한데 번역이 시가 아니라 술주정처럼 바뀐 느낌이었다.

반말을 하던 사인데 대뜸 존댓말을 한다.

예와 신농의 대작은 소소한 재미를 주었지만, 번역이 이상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 상고 신화의 완벽한 재탄생

※ 주의 


아래 내용부터 <나인 솔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 신화의 예(羿)는 옥황상제의 아들 10명이 전부 태양이 되어 천하가 고통에 빠지자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지상으로 파견되어 화살 9발을 날려 아홉 태양을 모두 날려버린다. <나인 솔즈>는 아홉 태양을 수인(獸人, 솔직히 말하면 수인 중 퍼리에 가깝다) 태양인들의 지도자로 만들었다. 이들은 의회를 통해서 전염병을 피해 '신곤륜'이라는 우주선을 발명하고 지구에서 인간을 붙잡아 그 뇌를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태양인은 신곤륜을 위해서 인간을 희생했던 것이다.

신곤륜의 태양인은 주기적으로 인간으로부터 에너지를 수급해야 했다. 태양인들은 그 과정을 인간을 지키는 제사처럼 묘사하면서 인신의 머리를 제거해 동력원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부조리를 끊으려고 했던 예는 그 실험이 오직 태양인을 위한 것이며, 자신조차 스승의 실험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지켜주던 헌헌이 제단에 오르자 결심했다는 듯 제사를 방해하고, 그 길로 아홉 간부로 이루어진 '천도 의회' 구성원을 제거하려 한다.

일찍이 예는 과학을 숭상하며, 도교 정신이 태양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 여동생 항아를 곁에 두고 과학 연구에 몰두했던 예는 나비를 연구하다 사망하게 되나 스승 역공을 만나 부활하게 된다. 자신을 살려준 역공을 스승으로 삼은 예는 각고의 노력 끝에 열 번째 태양이 되고, 천벌이 태양인들의 터전 봉래에 퍼지자 <에반게리온>의 '인류 보완 계획' 같은 마스터플랜을 추진한다.

이 계획이란 이것이다. 선택된 태양인들을 신곤륜으로 이주시킨 뒤 이들의 육신은 보관 처리, 정신은 가상 세계 서버에 연동한 다음, 그 시간 동안 바이러스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들의 정신을 서버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산력)가 필요하므로 그 기간 동안 인간을 붙잡아 그 뇌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승인되어 천도 의회의 10개의 태양은 신곤륜으로 이주하는 데 성공하지만, 예가 아끼던 여동생 항아는 이 무모한 프로젝트를 반대하고, 도교의 순리에 따르겠다며 봉래에 남으며 결국 이별하게 된다.​ 예는 자신의 계획이 무리한 희생을 담보하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은 한편, 이 계획을 승인한 스승 역공이 오직 문제의 원인이었던 '천벌'을 일부 태양인의 영생을 위해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전투에 나선다. 사실 <나인 솔즈>의 문제의 시작이었던 바이러스는 역공의 욕심에 의해 개발되고, 변이되었던 것이다. 

예가 천도 의회에서 자신의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다시 지켜보고 있다.

예와 여동생 항아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게임에는 2가지 엔딩이 있다. 하나는 10개의 옥새를 들고 인간들과 함께 봉래로 돌아가 새로운 문명을 세우기로 하는 것이다. 이 여행을 위해 예는 자신의 정신 또한 서버에 연동하며 긴 항해에 나선다. 다른 엔딩 슈팅 스타(Shooting Star)는 자신의 죄책감을 인정하고 친구 과복에게 인간들을 지구로 돌려놓을 것을 부탁한 뒤, 신곤륜과 자신을 부활시켜 준 태양인의 버팀목 '고목'을 함께 폭파시키며 산화하는 엔딩이다.

기자는 '천벌'과 그 변이 과정이 코로나19의 은유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수년간 모든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었던 바이러스의 원인에 대한 모종의 '설' 또한 떠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자는 이 '설'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할 지식이 없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진짜 엔딩과 노멀 엔딩을 구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예가 자신의 계획을 반성하고 마지막으로 자기가 자기 자신을 쏘는 장면이야 말로 '진짜' 엔딩에 걸맞은 결말이 아닌가 한다.

<나인 솔즈>는 플레이 자체만으로 큰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지만, 상고 신화를 도교 사이버펑크 세계관으로 재해석하며 색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어떤 의미로든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치우'가 역공에 의해 몸이 부서진다거나, <봉신연의>로도 친숙한 복희와 여와가 서로를 사랑했는데, 복희가 천벌에 걸리자 여와가 그를 살리기 위해 억지로 살려두고 있다는 설정은 레드캔들게임즈가 새로이 창작한 것이다.

기자는 그래서 대만의 레드캔들게임즈가 부러웠다. "가장 대만스러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이들은 주택가 사무실 2층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고대 중국 상고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게임으로 창조했으며,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와 (제주 방언과 마찬가지로 10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대만어로 게임의 주제가를 작업했다. 한국에도 멋진 신화와 멋진 이야기와 멋진 아티스트가 많으니, 조만간 이만큼 멋진 게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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