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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MMO? 골목상권에 뛰어드는 대기업들

그랑사가, 7대죄 그리고... 리니지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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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6-03 19:16:12

누군가는 유행을 만들고, 누군가는 유행을 따라간다. 후발주자라고 무조건 불리하냐-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원조보다 더 나은 맛집, 또는 더 잘 알려진 명소가 있다면 그곳에 들러보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다. 단골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며칠 전, '리니지 키우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일부 매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미공개 신작에 대한 정보는 전해드리기 어렵고, 현재 공식적으로 사실 여부를 알려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엔씨소프트의 공식 입장이다. 경쟁 요소가 매우 강조된 <버섯커 키우기> 같은 게임이 '쁘띠 MMO'라 불리던 점을 고려해보면​, (사실 여부를 떠나) '리니지 키우기'가 나온다면-과 같은 상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 기록이 얼마나 영양가 있는 정보인지-에 대한 논의도 더 필요하겠으나, 2023년부터 지금까지의 지각 변동 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2023년 6월 <픽셀 히어로>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5위, 앱스토어 매출 1위 기록

▶ 2023년 9월 <세븐나이츠 키우기>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 앱스토어 매출 1위 기록 

▶ 2023년 12월~2024년 1월 <버섯커 키우기>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 앱스토어 매출 1위 기록

▶ 2023년 5월 컴투스홀딩스 키우기 게임 <소울 스트라이크> 누적 매출 200억 원 돌파


지금까지 인디, 중소 개발사들이 주로 만들어왔던 키우기 장르는,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로 빠른 시일 안에 도전할 수 있는 장르로 알려져 있다. <세나 키우기>, <버섯커 키우기>의 성공 이후, 키우기 시장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격전지가 되어, 골목상권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키우기 열풍은 계속 이어질까? 누가 또 왕좌를 차지하게 될까?


▲ 2023년 9월 6일 출시 이후 40일 만에 글로벌 누적 매출 540억 원을 달성했던 넷마블 <세나 키우기>
 

▲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컴투스홀딩스는 
2024년 1월 출시한 <소울 스트라이크> 연간 매출이 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 <그랑사가 키우기>, 미니게임은 언제?

며칠 전인 5월 30일, 카카오게임즈와 파이드픽셀즈가 함께 서비스하는, <그랑사가> IP의 키우기 게임 <그랑사가 키우기: 나이츠x나이츠>가 출시됐다. 개발사 파이드픽셀즈는 2024년 신설된 법인이며, <그랑사가 키우기> 서비스에는 <그랑사가> 개발사 엔픽셀의 부분적인 협조도 있다고 한다.


출시 이후, 초반부를 플레이해본 경험으로는 <세나 키우기>와 매우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 배치, 퀘스트 진행 순서, 캐릭터 뽑기 레벨을 올리는 구조 등 많은 부분이 <세나 키우기>를 닮았다.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봐도, <세나 키우기>를 플레이했던 유저들이 <그랑사가 키우기>에도 빠르게 적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이스는 비슷하지만, 세밀하게 들어가면 적잖은 차별점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일단 아트다. <세나 키우기>가 2~2.5등신에 가까운 SD 캐릭터였다면, <그랑사가 키우기>는 4등신에 가까운 비율을 보여주고 있고, 자연스럽게 동작도 더 눈에 띈다. 색감도 <세나 키우기>가 원색의 활용이 돋보였다면, <그랑사가 키우기> 쪽은 원작 감성을 살려 빛바랜 수채화, 차분한 파스텔톤 스타일이 강조됐다.


또한 <세나 키우기>에서는 10개 캐릭터를 전투에 배치할 수 있던 반면, <그랑사가 키우기>에서는 7개 캐릭터를 활용한다. 이 부분은 관점에 따라 해석이 조금씩 다르다. 10개 캐릭터 세팅을 완성하는 것보다, 7개 쪽이 수월하다는 입장도 있다. 반면, <그랑사가 키우기>도 30 뽑기를 연달아 하는 방식으로 많은 캐릭터를 수중에 쥐어주는데, 캐릭터 활용도가 더 높았으면 한다거나, 팀 전체의 성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랑사가 키우기> 출시 전 3매치 퍼즐, 뱀서류 생존 게임 등 미니게임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기자 또한 이 미니게임이 가장 결정적인 차별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 빠르게 확인할 수 있길 고대하며 레벨업을 진행했으나, 아쉽게도 직접 플레이하지 못했다. 카카오게임즈에 문의해본 결과 해당 미니게임 콘텐츠는 차후 업데이트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키우기 게임 승부처​ 중 하나는 가장 빠른 성장 경험을 제공하는 출시 초기 며칠이다. 그에 못지 않게, 장기적인 운영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미니게임 공개 시점을 늦췄을 수도 있지만, 그 구간에 도달하기 전에 유저 이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랑사가 키우기>만의 매력을 더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아트가 눈을 사로잡는다. <세나 키우기>와 기본 인터페이스 및 뽑기 시스템이 매우 유사하다.

다만, 전투는 7개 캐릭터로 진행되며, 브레이크 시스템 등 전투의 박진감을 더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 <세나 키우기> 플레이 당시에도 그다지 유의미한 행동으로 다가오지 못했던

'소지품에서 아이템을 사용하는 퀘스트'는 <그랑사가 키우기>에서도 똑같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두 게임의 전반적인 퀘스트 진행 방식도 매우 흡사하다. 

업데이트를 통해 미니게임이 등장하는 시점에는 더 확실한 차별점을 느낄 수 있을까?


# 한 번 더 도전하는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2024년 초소형 기대작!"


초대형도 아니고 초소형이라니. 넷마블이 <세나 키우기>의 성공에 이어 <일곱 개의 대죄> IP로 한 번 더 키우기 게임에 도전한다. 2024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이 게임은 귀여운 SD 캐릭터가 강조될 예정이기 때문에, '초소형' 기대작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넷마블은 <세나 키우기> 홍보 당시에도 (호불호가 매우 크게 갈렸지만) '손놔 재밌는 세키'라는 슬로건을 여러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어필한 바 있다.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또한 적극적인 광고가 집행될 시점에, "초소형 기대작" 외에도 기억에 각인될 만한 여러 문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곱 개의 대죄> 원작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IP로, 넷마블은 <칠대죄>에 꽤나 진심인 모양새다.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로 한국, 일본, 프랑스 등 30여 개 국가에서 매출 1위를 기록, 6,0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개발 중인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도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IP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칠대죄 키우기>는 <세나 키우기>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세븐나이츠>는 넷마블이 보유하고 있던 IP지만, <칠대죄 키우기>는 IP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 <일곱 개의 대죄>는 캐릭터 매력 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IP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게임의 개발 환경은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초소형 기대작 <칠대죄 키우기>. 아직 게임의 상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세나 키우기>처럼 IP와 광고의 영향력에 힘입어 <칠대죄 키우기> 또한 흥행할 수 있을까?


# 만약 '리니지 키우기'가 나온다면....?

다시 한번 명시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키우기'가 개발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상상은 해볼 수 있다. '리니지 키우기' 게임이 나온다면 어떤 모양새가 될까? 기존 게임들의 특징을 고려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리니지>의 캐릭터, 서사, 설정 등을 반영하는 그 자체로 큰 어필이 될 수 있을까? 일단, <리니지> 시리즈를 즐긴 유저와 '키우기'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이 겹치는지 그것부터 의문이다. 아무리 <버섯커 키우기> 같은 게임들이 '쁘띠 MMO'라고 불린다고 해도, <리니지>의 경쟁에 비할 바는 못 되기 때문이다.


또한, <퍼즈업 아미토이>, <TL> 등 최근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게임의 BM이, 기존 <리니지>에서의 유료 상품과 달리, 상대적으로 덜 매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키우기'라는 이름으로 신작이 나올 때 매운 과금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리니지'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오는 게임이 순한 BM을 가진 모습도 쉽사리 상상이 안 된다. '리니지 키우기'는 그런 의미에서 다소 어색한 단어 조합이다.


<리니지>의 핵심인 '쟁'은 어떨까? 혈맹끼리의 대립 관계, 공성전에서의 역할 분배 등은 약식으로 <삼국지 전략판>과 같은 SLG 형태로 간소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리니지>에서의 PK(플레이어 킬링)처럼 강한 자극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중소기업들의 골목상권이 아닌, 대기업들의 격전지가 된 키우기 장르. 과연 소문으로만 언급된 '리니지 키우기'는 실제로 등장할까? 만약 '리니지 키우기'가 등장한다면, 그 시점에는 키우기 장르도 더 이상 '쁘띠 MMO'가 아니게 되지 않을까?


▲ 소문으로만 들리는 '리니지 키우기'는 실제로 등장할까? 사진은 <리니지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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