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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반박’을 보고 노조 가입자가 늘었습니다”

‘던파’ 네오플 노조 분회장 인터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4-06-19 16:49:41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노조가 2024년 임금 교섭 결렬 선언과 함께 쟁의를 예고했다. 5개월 동안 회사와 벌인 11번의 임금 교섭이 끝내 파행된 결과다. 노조 측의 주된 요구는 임금인상률 확대와 인센티브 지급이다. 그룹 내 다른 조직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일하는’ 데 반해 수익 배분은 비슷하거나 더 낮다는 것이 노조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주장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네오플의 지난해 영업이익 기여도는 전년도 대비 줄었다. 또한 네오플 직원들에게는 수년 전부터 임금 보상 외에도 주택지원 등 혜택이 다양하게 주어져 왔다.

회사의 ‘반박’을 노조는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전화 인터뷰에 응한 네오플 노조 조정우 분회장은 “회사의 반박 이후 노조 가입자가 50명 정도 늘어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미온적 태도였던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서 ‘분위기 반전’이 일어났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사측의 반박이 직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노조가 바라본 회사 주장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 협상 결렬의 구체적 배경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네오플에 별도의 임금 인상률을 적용해달라는 요구다. 네오플을 포함한 넥슨 그룹은 2019년 이래 연봉 인상률을 그룹 내 일괄 적용해 왔다. 네오플 역시 지난 5년간 이를 따라왔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독립적 인상률을 요구하고 나선 것.

노조는 그룹 평균인 6.3%보다 약 3% 높은 9.2% 인상률과 인센티브 지급을 요구했다. 인센티브 규모는 2023년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2% 수준으로 책정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한 근거는 네오플의 그룹 내 매출 기여도다. 노조에 따르면 네오플은 2019년부터 2023년에 이르는 기간 넥슨 그룹 영업이익의 70%가 넘는 3조 8,134억 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근무시간도 더 많았다는 주장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네오플의 초과근무 시간 총량은 나머지 넥슨 그룹 전체 직원의 초과근무 시간보다 많았다. 조 분회장은 “2023년에는 근무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2024년부터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 출시 등으로 인해 벅찬 상태여서 2022년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던전앤파이터> 기반 액션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


# 결렬 사태에 대한 사측 의견

노조의 임단협 결렬 선언 및 쟁의 예고 이후 넥슨 측은 협상 결렬 원인에 관한 다각도의 반박을 내놓았다.

먼저 ‘매출 기여도’에 대한 관점 차를 밝혔다. 우선 2024년 임단협의 토대가 된 2023년 실적에서 네오플은 전년보다 부진했다. 회사 측은 “네오플 영업이익은 2022년 7,557억 원에서 2023년 6,7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넥슨코리아 영업익이 30%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고 전했다.

넥슨 코리아와 네오플 간의 평균임금 차이 발생 원인에 대한 견해도 내놨다. “두 회사 근로자의 평균 경력 차이에 의한 것”이라는 게 네오플의 설명이다. 또한 연봉 인상률 일괄 적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개발 법인에서 동일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업무를 진행하는 그룹사 특성에 맞춰 개발 법인 간 동일 임금 인상률을 적용해 왔다”고 말했다 .

이어 “동일 직무 간 그룹사 내 법인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점을 감안, 보상의 기본 틀이 되는 임금은 동일하게 적용하되 법인 및 프로젝트별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로 보상에 차등을 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출처: 넥슨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 ‘근속 햇수 차이’에 대한 노조 견해

조 분회장은 “평균 연봉 차이는 근속 햇수의 차이 때문”이라는 사측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넥슨의 연봉 제도는 호봉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분회장은 “연차에 따라 연봉이 늘어나는 호봉제였다면 회사의 답변을 당연히 수긍하겠지만, 우리는 성과제 기업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업무 연차와 업무 숙련도 사이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 분회장에 따르면 사측에서 말한 넥슨코리아와 네오플의 ‘평균 근속햇수 차이’는 약 1.5년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그런데도 두 조직의 평균 연봉 격차는 약 500만 원이다.

조 분회장은 “네오플은 지난 10년 동안 (넥슨코리아보다) 더 높은 성과를 이루어왔다. 그런데 고작 1.5년 정도의 근속햇수 격차에 의해 500만 원에 달하는 연봉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오히려 (불공평한 연봉 격차에 대한) 우리 근거를 더욱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IP는 넥슨그룹 영업이익에서 큰 지분을 차지한다


# "이주 지원은 '혜택' 아니야"

한편 네오플은 직원들에게 연봉 외 형태의 보상을 충분히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네오플은 "제주 지역 임직원에게 사택 또는 연세 지원금과 항공료를 지원하며 지난 2020년 일부 개발 조직이 서울로 이전했을 당시엔 이전 지원금, 이사비 전액 지급, 사내 어린이집 100% 수용, 최대 4억 원 전세 보증금 무이자 지원 프로그램 등 복지 혜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분회장에 따르면 사측의 이 해명은 특히 직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내용이 담긴 기사 및 공지가 발표된 이후 50여 명의 직원이 새롭게 노조에 가입했다.

회사가 이야기하는 ‘혜택’은 실질적 의미의 ‘직원 복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해당 제도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네오플 스튜디오 제주도 이전을 강행한 데 따른 필연적 보상이었다는 관점이 강하다. 조 분회장은 “회사가 반강제로 제주도에 내려오면서 당연히 시행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제주도 이전으로 넥슨은 7년간 막대한 금액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 금액은 약 5,0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비하면 제주도로 이주한 직원들에게 제공된 4억 원 대출 주택 지원금은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노조가 보기에 이주 지원 등 제도가 임금인상 반대 논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전체 1,300여 임직원 중 약 5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은 해당 제도의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분회장은 “일부의 복지를 가지고 전체 직원 인센티브 미지급의 근거로 삼는 것 자체가 직원들의 더 많은 분노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서울 지사 설립 이후 이뤄진 서울 이주 지원 제도 역시 복지보다는 ‘불가피한 보상’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같다는 설명이다. 제주 이전 후 약 4~5년 만에 회사가 다시 ‘서울행’을 요구했던 상황이었고, 제주도에 갓 적응한 직원 상당수에 이것은 반기기 힘든 일이었다. 실제로 당시 투표에서 직원 3분의 2는 서울로의 전환 배치에 반대했다.

네오플 '네오마루' 사옥 (출처: 네오플 공식 블로그)


# 5년 동안 수긍했는데 왜?

한편 이번 결렬에 대해 네오플은 “노사가 5년 넘게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컨센서스를 쌓아왔다. 동일 집행부임에도 다년간 상호 노력으로 협의한 형태가 급변한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노조의 ‘입장 돌변’을 넌지시 지적한 셈이다.

조 분회장은 “그간의 연협 결과만 보면 결과적으로 노조가 넥슨그룹과 동일한 수준의 인상률을 받아들여 온 게 맞다”고 이야기한다. 그랬던 네오플 노조가 5년 만에 협상 결렬 선언이라는 강수를 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5년 동안에는 노조에게 ‘고용 안정’이라는 급선무가 있었다. 노조 결성 전까지 넥슨은 포괄임금제를 유지했다. 야근 수당은 없었고, 전환 배치나 조직 해체 시 권고사직도 많았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넥슨/네오플 노조는 한동안은 고용 안정에 집중했고, 임금 인상은 뒤로 밀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원들의 임금 인상 니즈가 점점 커지는 상황 속에서 노조는 여론을 협상에 강력히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조 분회장은 “임협 결과 찬반 투표를 통해 직원들의 기대감을 확인하고 있다. 넥슨 노조의 경우 임협 결과 찬성률 90%를 유지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70%대가 나온 것으로 안다. 반면 네오플 노조는 작년에 이미 70%대를 기록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이대로 가면 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찬성률이 60%대 이하로 내려간다면 집행부가 조합 의견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결론적으로는 올해 들어 조합원들의 누적된 분노가 겉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의 분노 누적에는 회사의 일관되지 못한 협상 논리도 한몫했다. 예컨대 네오플은 5년 전부터 ‘넥슨코리아 사정이 좋지 못하니 네오플이 양보하자’는 논리로 평균 인상률 적용을 고집했다. 실제로 2019년 당시 넥슨코리아가 적자를 기록했을 때 네오플은 1조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이후로도 네오플 영업이익이 넥슨코리아보다 수천억 원 더 많았던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넥슨코리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겼고, 네오플 영업이익의 절댓값도 상승한 바 있다. 그러자 사측 논리는 급변했다. 조 분회장은 “올해는 네오플 영업이익이 기존 대비 11% 감소했기 때문에 더 올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 저희 입장에서는 그룹사 공통 정책을 먼저 정해놓고 이유를 ‘갖다 붙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출처: 네오플 공식 홈페이지)


# 재량분 공개 요구한 이유는?

네오플이 특별한 반박을 내놓지 않은 영역도 있다. 임금 및 인센티브 재량분 금액 공개 요구다.

노조는 같은 연봉 및 평가 등급을 받은 직원 사이에서도 재량분에 의한 보상 편차가 발생하는 현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재량분 비율은 회사가 결정하고 실제 분배 방식은 실장이 결정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재량분을 결정한 회사와 실장이 재량분 금액과 책정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직원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재량분 비율과 실제 분배를 결정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미 재량분을 설명해 주는 조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500명이 넘는 네오플 노조원은 재량분 공개 요구에 찬성하고 있다.

조 분회장은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인센티브에 대해 근속, 직책, 평가등급, 글로벌 성과 등 배분 기준과 최저치, 최대치를 직원에 공유하고 있다. 네오플의 경우 같은 평가를 받은 직원들의 인센티브가 100만 원, 300만 원 1,000만 원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인센티브 지급 구조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고 협상 때 인상 금액과 인센티브 금액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것이 전부”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재량분 설명에 대한 노조 요구에 사측은 어떻게 답변해왔을까?  조 분회장은 “고정금과 재량금을 나눠서 알려줄 경우 재량분을 못 받은 직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 그 외에는 재량분 책정 방식을 알려주는 것이 이미 재량권 훼손이라는 사측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 “장기적 인사, 급여, 보상 제도 정착했으면”

파업과 합의 가능성을 두고 ‘반반’으로 나뉘어 있던 노조 내 분위기는 최근 사측 태도를 기점으로 파업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조 분회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본격적 쟁의는 아직 업계 내에 선례가 없는 큰 사건이다. 네오플 노조가 충분히 단합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관해 노조는 쟁의 돌입에 앞서 노조원들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3월부터 조합원들을 조금씩 만나면서 90회 정도 설명회를 진행했다. 800여 명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교섭 과정과 조정 절차, 파업이 실시됐을 때 직원들에게 찾아올 불리한 지점들, 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설명했다.

그 뒤 설문을 진행, 조합원들이 쟁의, 조정을 선택한 점을 확인한 뒤 조정신청에 들어갔다. 조 분회장은 “(쟁의에 관한) 최소한의 정보는 전달된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조 분회장은 사측에 전하는 심경과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임금과 보상 시스템 측면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할 수 있는 회사’라고 여겨질 때 직원들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오플은 매출에 따라 단기적으로 임금과 보상 시스템을 바꿔왔다. 이제는 매출로만 따졌을 때 이미 대기업 수준인 만큼, 그에 걸맞은 장기적 인사, 급여, 보상 제도가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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