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여성 게이머들 사이에서 '매운맛 <스타듀밸리>', '<스타듀밸리> 상위 호환'이라고 불리우며 유행하는 스팀 게임이 있다. 올해 11월 정식 출시된 <코랄 아일랜드>.
<코랄 아일랜드>는 대도시를 뒤로하고 작은 해안 마을로 귀농한 주인공의 삶을 그린다. 일반적인 <목장 이야기>류 게임의 설정에 아름다운 캐릭터들과의 15금 연애 요소가 포함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게임의 스팀 페이지에는 1만 1,713개의 리뷰가 달렸으며, 그 중 1만 581개가 긍정 평가를 줘 '매우 긍정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리뷰 중 대부분은 '낭만있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코랄 아일랜드>의 생활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편의성과 디자인은 조금 떨어져도 <스타듀밸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왜 이런 이중적인 평가가 달리고 있을까?
<스타듀밸리>, <코랄 아일랜드>를 비교해본다. 그리고 <코랄 아일랜드>가 더 많은 콘텐츠와 더 나은 그래픽으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왜 다시 <스타듀밸리>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핀다.
기자는 실제로 <스타듀밸리>와 같은 시골 출신이다. 그렇기에 시골 생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 반, 그리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마을버스로 갈아타서 1시간 반을 더 들어가면 본가가 나온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거리만큼이나 서울의 문화와 시골의 문화는 많이 다르다.
사실, 도시 사람들에게 귀농생활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시간에 대한 기준조차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의 시간은 시계의 시침과 분침에 따라 오차 없이 결정된다. 직장인들은 9시에 출근을 해서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고 1시가 되면 다시 일을 시작해서 6시가 되면 퇴근을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잘 맞추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골에서 시간은 보다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개념이다. 이 개념을 가장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배꼽 시계'일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을 때우는 요령 없이는 적응하기 힘들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모던보이 소설가 이상이 농촌으로 이사를 가며 '권태로워서 죽을 지경'이라고 괜히 말한 것이 아니다. 이 권태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수밖에 없다.
읍내의 문화센터 노래교실에서 한바탕 춤을 추고 오거나, 풍물패에 가입하여 풍물을 배우거나, 노인정에서 하루종일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기자가 겪어본 바로는 이런 문화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들 것이다. <스타듀밸리>는 이 지점을 굉장히 잘 표현한다.
또한, 시골과 서울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내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자가 상경하며 겪은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했다. 시골에 살던 나는 '할아버지의 손녀딸'이었다. 마을에 살던 누구든 나를 그렇게 알고 있었고, 나도 언제나 그렇게 소개했다. 그렇기에 그 이름을 쓸 수 없는 서울에서는 그저 '그냥 인간'이었고 참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면에서 <스타듀밸리>의 첫 장면은 특별한 연출 없이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스타듀밸리>는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던 주인공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건넨 유언장을 펼치며 시작한다. 그곳에는 '삶에 지쳤다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가보라고 적혀 있었고 주인공은 그 말에 따라 도심에서 점점 멀어져 '스타듀밸리'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할아버지의 부재를 보여주는듯 황폐해진 농지가 남아있다. 이는 마치 주인공의 마음과 닮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주인공의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도 현대인이라면 모두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이기에 플레이어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반면, <코랄 아일랜드>는 이런 장치가 덜하다. <코랄 아일랜드>는 주인공이 이장님의 배를 타고 마을로 진입하며 시작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마을에 오기 전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의 대화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이는 <스타듀밸리> 속 주인공의 집터를 3D로 바꾸어 거의 그대로 박아두었지만, 감동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수많은 할 일 중 하나로만 느껴지는 이유다.
<스타듀밸리>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이는 반면, <코랄 아일랜드>는 마을 생활 자체를 표현하는 데에 더욱 노력을 기울인다.
<스타듀밸리>와는 달리 이 세계에서는 야옹이와 대화도 가능하다
<스타듀밸리>는 개발 과정 상의 한계로 콘텐츠의 수가 적고 템포가 매우 느린 편이다.
특히,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너무 커 초반부가 매우 늘어진다. 주인공이 대기업에서 나오며 받은 퇴직금이 고작 500 원. 이 돈은 <스타듀밸리>의 세계관에서 피자 한 판과 생맥주 한 잔을 사 먹으면 동날 정도다. 별개로 이동 속도 또한 천천한데, 바닐라 판에서 지원하는 탈것은 '말' 뿐이지만 '마굿간'을 짓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도트 그래픽이라는 한계로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끌리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코랄 아일랜드>는 플레이어가 <스타듀밸리>에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지점들을 잘 해결했다. '대시'를 이용하면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초반에 재화를 벌 수 있는 '낚시'는 난이도를 많이 낮추는 대신 '쓰레기'를 더 많이 낚이게 하며 극복했다. 아무 쓸모도 없던 '쓰레기'와 '새총'도 '재활용센터'와 '사냥' 요소를 도입하여 해결했다. 그리고 월드를 확장하며 생겨난 공백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 채웠다.
또한,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되어 좋아진 그래픽은 <스타듀밸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게임에 정을 붙이게 한다.
<스타듀밸리>의 경우 호감도를 쌓는 과정에서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 등의 취향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면서도 직접 대화하거나 선물해보지 않는 이상 힘들다. <코랄 아일랜드>는 오히려 <동물의 숲>이나 <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주인공과의 큰 서사나 이벤트, 컷신 등은 없어도 그저 귀엽고 예쁜 캐릭터들에게 꽃을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집을 고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스타듀밸리>에서는 로빈이 집 외벽 근처의 어딘가를 망치로 두드리고만 있지만, <코랄 아일랜드>에서는 주인공이 목수 부부를 도와 직접 짐을 나르고 가구를 배치한 후 이전보다 나아진 집에서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러한 연출은 <스타듀밸리>보다 확실히 낫다.
영상으로 봤을 때와는 달리 <코랄 아일랜드>는 그래픽만 3D로 대체된 <스타듀밸리>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이미 <스타듀밸리>의 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장님과 연애하기' 모드처럼 <스타듀밸리>를 매우 사랑하는 팬이 만든 모드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와 같은 기시감은 <코랄 아일랜드>는 <스타듀밸리>에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코랄 아일랜드>는 주인공의 설정부터 메인이 되는 서사까지 <스타듀밸리>와 동일하다. 두 게임은 모두 남 부럽다할 대기업에 다니던 주인공이 할아버지가 살던 시골로 내려가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이때, 주인공은 마을의 미혼 남녀와의 연애를 통해서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그 과정에서 마을을 훼손하려는 거대기업의 음모를 알게 되고 결국 마을 사람들 모두가 힘을 합쳐 승리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낚시를 하는 방식과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계절 물고기도 같고, 도끼로 큰 나무를 패면 '나무'와 '수액'이 나오는 것도, 흙을 파면 '흙'과 '석탄'이 나오는 것도 동일했다. 심지어, '<스타듀밸리> 위키'와 똑같은 형식의 '<코랄 아일랜드> 위키'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에 <코랄 아일랜드>의 세계는 어딘가 조금 공허할 수밖에 없다.
<코랄 아일랜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양적으로 확장시켰다. 연애 가능한 주민의 수를 약 3배가량 늘어났고, 맵의 크기 또한 훨씬 넓다. 또한, 해변가로 가면 매력적인 비주얼의 주인공들이 수영복만을 걸친 채로 섹슈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수영복' 보다는 사랑스러운 연애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듀밸리>가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았던 이유는 주인공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사람들과 쌓이는 호감도가 피부에 와닿는다는 점이다.
특히 '봄꽃 무도회'는 그 클라이맥스다. '봄꽃 무도회'는 스타듀밸리에 거주하는 미혼 남녀들이 짝을 지어 춤을 추는 행사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여자 캐릭터가 그해의 '봄꽃 여왕'이 된다는 설정이다. 이때, '봄꽃 여왕'인 헤일리는 첫해에는 아무런 필터링 없이 '으... 싫어'라며 주인공과 함께 춤추길 거부하지만, 2년 차에는 기꺼이 함께 춤을 춘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이벤트는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코랄 아일랜드> 속 연애는 이러한 감정선이 없다. 게임 속 인물들이 처음 만난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는 낯선 이에 대한 경계보다는 무조건적인 호감이거나 무조건적인 혐오에 가깝다. 몇몇은 처음 만날 때부터 쾌남 쾌녀다. 모난 사람 하나 없이 막연하게 착해서 그 연애를 위해 만들어진 플러팅 머신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몇몇은 자신이 직접 주인공의 집으로 찾아와 놓고서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한다.
물론 이 부분은 기자가 '자만추 유교걸'이기 때문에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코랄 아일랜드>의 얼리액세스판의 정가는 35,000 원이다. 이 돈을 주고 게임을 구매하는 것은 과연 좋은 선택일까? 기자의 대답은 '잘 모르겠다'다. 물론 <코랄 아일랜드>는 나름 재미있고 매력적인 게임이다. 그러나 '수영복'을 제외하면 대안이 너무 많다.
우선, 농장에서 벌어지는 애틋하고 귀여운 사랑담을 원하는 사람은 그냥 <스타듀밸리>를 하면 된다. <스타듀밸리>는 스팀 기준 16,000 원으로 <코랄 아일랜드>의 1/2 정도밖에 안된다. <코랄 아일랜드>를 구매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스타듀밸리>는 해보았을 것이니 사실상 0원이다.
'사랑 나누기'가 되는 인생 시뮬레이터를 원한다면 <심즈>로 가면 된다. 가장 최신판인 <심즈4>의 기본 게임은 무료다. 여러 귀여운 그래픽 캐릭터들과 보내는 따뜻한 일상을 원하고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동물의 숲>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반대로 어딘가 익숙하지만 아주 매콤한 <스타듀밸리>, <심즈>, <동물의 숲>을 원한다면 <코랄 아일랜드>가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종합해보면,
<스타듀밸리>는...
▶ '서사'가 매력적인 시골생활 적응기
▶ 장점: 마을 주민들과의 눈물나는 관계성 / 피부로 체감되는 주인공의 성장도 / 비교적 저렴한 가격
▶ 단점: 루즈한 초반 플레이와 표현에 한계가 있는 도트 그래픽 / 대규모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콘텐츠
<코랄 아일랜드>는...
▶ '예쁜 그래픽'이 돋보이는 농장 시뮬레이터▶ 장점: 70명이 넘는 NPC들과 보는 맛이 있는 게임 아트들 / 2023년에 걸맞는 빠른 속도감과 편의성
▶ 단점: 맥락 없이 시작되는 썸과 야하기만 한 로맨스 / '이렇게까지 따라 해도 되나?' 싶을 만큼 개성 없는 게임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