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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큐멘터리로 돌아보는 온라인게임의 '화양연화'

지스타에서 공개된 넥슨 제작 다큐멘터리 '온 더 라인'

김재석(우티) 2024-11-18 18:21:04

지난주 막을 내린 스무 번째 지스타에서 넥슨은 다큐멘터리 <온 더 라인>의 시사회를 열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넥슨은 한국 게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3편 분량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1편은 1990년대 활약했던 1세대 개발자들의 여러 패키지게임을 만들다가 온라인게임의 등장으로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받았다. 한 달 만에 부산으로 돌아온 2번째 작품은 <온 더 라인>으로 2000년대 초중반 온라인게임의 전성기를 그리고 있다. 참고로 현재 편집 중인 3편은 한국 게임 유저들의 독특한 문화를 소개한다.


지난 지스타의 개막과 함께 진행된 <온 더 라인>의 상영회


<온 더 라인>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으로 시작해 핸드폰과 MP3, 게임기 등의 발전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이어 머그(MUD, Multi User Dungeon)를 그래픽화한 <바람의나라>가 소개되어 이 게임으로부터 충격을 받은 이들의 회고가 나온다. 온라인게임의 탄생이다. 이어서 1990년대 후반 PC방과 <리니지>가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온라인게임에는 '유저와 개발자의 소통'이 강조된다. 


개발자들은 게임을 조금 '비워둔' 상태로 서비스해 유저들이 놀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리니지>의 초기 개발자는 유저들끼리 창의적으로 노는 모습을 보고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결정했다고 회고한다. <거상>을 만든 김태곤 PD는 ​전작에서의 경제 구성을 바탕으로 유저들이 합의를 통해 게임의 여러 의사결정을 플레이어에게 맡긴 <군주>의 모델을 소개했다. <마비노기>는 필드에 캠프파이어를 놓고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고, 합주를 하는 '판타지 라이프'를 표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2000년대 초중반 한국 MMORPG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는 캐주얼게임들이 수익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당대 유행했던 퀴즈 예능을 게임으로 재해석한 <퀴즈퀴즈>는 월정액제를 도입했지만, <리니지>처럼 많은 유료 회원을 모으지 못했고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에 유료 아이템을 도입하는 부분유료화 모델을 채택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인기 드라마의 아바타를 출시하곤 했는데 게임 스트리머 옥냥이는 지금 모바일게임에 '명함'이 있었듯 당시 <퀴즈퀴즈>에도 500원 짜리 입에 무는 사탕이 명함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 연작은 과거의 뉴스 화면은 물론


당시의 방을 재현하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는 등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이드미러 제공)


이렇듯 다큐멘터리는 넥슨 게임을 중심으로 온라인게임의 개발과 발전을 소개한다. 이 시기는 "용감했던 시기"로 다양한 도전이 가능했던 "춘추전국시대"와 같았다. 산업의 규모는 "매년 직원이 2배로" 늘어날 만큼 급격하게 팽창했다. "포스트 리니지"를 표방하던 빅3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비슷한 시기 횡스크롤 픽셀 환경을 채택한 <메이플스토리>가 인기를 끌었다.


급격한 성장 뒤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모든 게임이 고루 유저들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었고, 한 게임이 성공하자 비슷한 게임이 줄지어 출시되는 현상도 반복됐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며 다큐멘터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점차 '만들고 싶은 게임'만을 만드는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갔고, 시기에는 여러 중소 게임사가 문을 닫았으며 여러 게임들이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다큐멘터리는 온라인게임 서비스의 화두인 '유저를 만족시키는 일'에 대해서 비중있게 다룬다. 수많은 유저들의 요구 사이의 "중심을 잡는 것"을 목표로 게임을 서비스해야 하지만, 서로 원하는 것이 너무 달라 하나의 노선을 잡기 쉽지 않은 일이 자주 발생했다. 소위 '고인물'과 뉴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대표적이다.


과거의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사이드미러 제공)


<온 더 라인>에는 온라인게임이 서비스를 누적하면서 "테세우스의 배"처럼 변해가는 과정과, 온라인에서 타인을 만나고 함께 경험하는 요소가 큰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되는 환경을 두루 살핀다. "화양연화"와 같던 전성기는 지나갔고, 한국 게임 산업은 전 세계를 공략하기 위해 그간 "간과"했던 글로벌-콘솔 시장에 서서히 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 1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다큐멘터리는 '넥슨의 시선'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리니지>, <거상>, <카르마 온라인> 등 타사 게임에 대한 소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게임 산업을 넥슨이 이끌고 있고 그 중심에서 모든 논의가 전개되는 듯한 인상은 지울 수 없다. 물론 한국 게임 산업을 넥슨이 이끌었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이정헌 대표가 직접 언급하는 "구글과 애플(모바일)의 등장"에 유연하게 대응했던 컴투스나 넷마블의 행보는 그다지 다루어지지 않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이브 더 게임>, 그리고 <온 더 라인>은 한국 게임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시간을 내서 관람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다가올 3편에는 온라인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의 모습이 어떻게 등장할지 궁금하다. 박윤진 감독 본인이 넥슨에게 <일랜시아>의 존치 여부와 업데이트 방향성을 물었던 유저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마지막 3편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넥슨의 시선이라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넥슨이 한국 게임사에 미친 영향이 막대한 만큼, 3부작의 피날레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 (사이드미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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