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뜨거운 반응 속에서 AI 챗봇 시장 급성장
- 페르소나 챗봇, 새로운 문화가 아닌 서브컬처에서 비롯된 기존 문화와 기술 혁신이 결합한 확장된 형태
최근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기반의 페르소나 챗봇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뤼튼의 ‘캐릭터 챗’, 스캐터랩의 ‘제타(zeta)’, 네이버웹툰의 ‘캐릭터챗’ 등은 놀라운 성장세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며 유저들의 깊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뤼튼은 캐릭터 챗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20억원의 월 매출을 기록했으며, 스캐터랩의 제타도 출시 반 년 만에 100만 유저를 확보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네이버웹툰의 캐릭터챗 역시 최근 유의미한 매출 성장을 알린 바 있다.
해외에서도 페르소나 챗봇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캐릭터AI(Character.AI)는 구글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회사로, 해리포터 시리즈, 세계적인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등 인기 콘텐츠 캐릭터와 유명인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달 2억 명이 방문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토키(Talkie) 역시 실존 인물과 애니메이션 주인공, 이용자가 생성한 캐릭터까지 다양성을 무기로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이 다운로드 된 앱으로 자리잡았다.
페르소나 챗봇은 특히 1020세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 사용과 서비스가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가상대화에 능숙하며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몰입하는 팬덤 문화에도 친숙한 특징을 가진다. 이에 그들에게 AI 챗봇과의 대화는 하나의 ‘놀이문화’, ‘게임’처럼 여겨지고 있다. ‘제타’의 일 평균 사용 시간은 2시간을 넘어설 정도여서 청소년들에게는 주요 여가생활 중 하나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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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AI는 유명인과의 가상 채팅이 가능한 서비스로 매달 2억 명 이상이 방문한다
한편, 유저들이 AI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하거나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등 직접 캐릭터 창작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제타 서비스 내에서는 유저들이 만든 커스텀 캐릭터들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 중 한 챗봇은 수백 만 회 이상의 채팅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판AI’ 또한 ‘내 캐릭터’ 메뉴를 통해 유저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직접 세계관에 들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페르소나 챗봇을 통한 감정적 교류와 정서적 소통을 넘어, 유저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캐릭터를 제작, 판매하고 이를 구매하는 현상까지 포착되기도 한다.
페르소나 챗봇의 인기가 단순한 기술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게임, 팬덤 등 서브컬처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문화적 흐름에 뿌리를 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시장에서는 개인화된 경험과 창작 욕구가 꾸준히 소비되어 왔고, 이러한 흐름이 기술 발전과 결합돼 오늘날 페르소나 챗봇이라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하면서 롤플레잉 게임(RPG), K팝 팬덤 등에서 파생된 2차 창작물을 예로 들었다.
과거 롤플레잉 게임은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몰입감을 제공했지만, 정해진 스크립트 내에서 제한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 유저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연예계 팬덤 문화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아티스트와의 실시간 소통은 물론 다양한 팬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팬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인물을 가상으로 재구성해 스토리를 창작하는 ‘팬픽’과 같은 장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개인의 세분화된 취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물 소비가 활발했다. 그러나 최근 기술 발달로 특정 대상과 직접 교감하고자 했던 욕구와 수요를 현실화 시킬 수 있게 되었고, 나만의 AI 캐릭터를 만들어 예측 불가능한 대화를 주고 받거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도구로서 페르소나 챗봇이 각광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서브컬처 팬덤의 오랜 역사와 함께하는 페르소나 챗봇은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페르소나 AI 시장은 연평균 22.7%씩 성장해 2032년에는 13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향유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페르소나 챗봇은 앞으로도 서브컬처, 나아가 전체 콘텐츠 산업의 부흥에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