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키드 출신으로서 코에이의 <삼국지 8>의 리메이크 소식은 어딘가 애매한 면이 있었다.
IP홀더라고 특별히 부를 것도 없는 IP를 왜 리메이크하는 걸까? '코에이 삼국지'와 '코우 시부사와'라는 이름의 브랜드는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공명하는 이름이지만 '삼국지 15'가 아닌 2001년 <삼국지 8>을 재탄생시킨다는 것이 뭔가 바로 와닿지 않았다. 리메이크를 한다손 치더라도 장수제라면 7, 8, 10, 13이 있는데, 13이 최근작이라면 왜 하필 8편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도쿄게임쇼 현장에서 마주한 이시가와 히사츠구 프로듀서는 이렇게 답했다. /일본 도쿄 =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코에이테크모 코우 시부사와 프로덕션의 이시가와 히사츠구 프로듀서
Q. 디스이즈게임: 다른 시리즈도 있는데 8편을 리메이크한 특별한 이유는?
A. 이시가와 히가츠구: 시부사와 코우 프로덕션에서도 ‘14’ 다음의 ‘15’로 가는 게 맞다고 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 검토가 있었고 여러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 사이에 ‘대항해시대’의 리메이크가 성공하면서 ‘삼국지’도 리메이크하면 좋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삼국지 14>는 군주제였기 때문에 리메이크는 무장제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삼국지 8>을 고르게됐다. 무장제는 대표적으로 7, 8, 10, 13이 있는데 13은 최근 작이라 지금도 하는 분이 있어서 리메이크하기엔 빨랐다. 그 중에서도 8편이 51개로 시나리오가 많았고, 전투의 템포가 느리다는 평이 있어서 리메이크를 결정하게 됐다.
Q. 그래픽이 좋아진 것은 눈에 띄는데 추가된 부분이 있는지? 대표적으로 장수와 관계 맺는 방식에 변화가 예고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A. 결혼이나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기능을 넣었다. 지금 새로운 영상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서 공개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으니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Q. 전투 템포의 개선을 언급했는데 어떤 점을 개선했는지?
A. 8에서 제일 문제됐던 게 전투였다. 그때는 공격을 당하고 하면서 과장된 연출이 반복됐는데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그 점이 가장 많이 개선됐다. 기존에는 전투 화면의 양 끝에서 서로 등장해서 이동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이 시작해서 첫 턴부터 전투를 시작하는 부분이 있다.
Q. 장수제라면 능력치를 향상시키거나 특수 능력을 얻는 이벤트가 많은데 이번 게임에서 재해석한 부분이 있나?
A. (그러한 성장 요소가) 들어있다. 그런데 그대로 들어가지는 않고 어레인지해서 넣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리메이크에는 통솔이 추가되어 총 5개의 능력이 있다.
Q. 통솔이 추가됐으면 게임 밸런스에 조정이 이루어졌을 거 같은데.
A. 물론이다. 능력에 대해서는 8에서 그대로 들고 온 게 아니고 8에서 조정한 부분이 있다.
Q. 8에서 능력치가 변화된 장수가 많은 편인가?
A. 그렇지는 않다.
Q. 14 계통으로 능력치를 넣은 것인가?
A. 말하자면 최근작에 가깝도록 능력치를 보정했다. 꼭 14로 한 것은 아니고 이전 작듯을 고루 참고하기 때문에. 14 그대로의 능력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Q. 많은 장수가 추가되는데 8편 그대로인지 이후에 추가된 장수들도 나오는지?
A. 14의 1,000명이 그대로 들어간다. 참고로 8은 600명 정도가 들어갔다
Q. 모든 무장과 결혼하는 트로피 같은 것을 넣었는지?
A. 그런 건 없다. (웃음)
Q. 8편에 비해 장수를 많이 추가했는데 애착이 가는 장수가 있나?
A. 개발하는 분들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성 무장의 활약을 환영하는 편이다. 8에는 없었는데 이번에 추가된다.
Q.성전에서 고저 차이를 이용해서 공격하거나 제방을 터뜨려서 공격하는 전략 요소도 도입되나?
A. 제방을 터뜨리는 수준은 없지만, 지형을 이용한 전투는 있다. (노트북 모니터를 보여주며) 지금 화면이 습지인데, 이곳을 통과하게 되면 시간이 걸리거나 이동이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다. 멀리 있는 적은 잘 안 보이는 것도 있다.
Q. 8편에는 악명 시스템이 숨겨져 있었는데 이번에도 도입되는가?
A. 있다.
Q.리메이크에서 추가되는 시나리오 있는지? 기존 시나리오에서 재해석되는 것들도 있나?
A. 8에서 그대로 들고 온 것은 아니다. 무장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부분도 고려해서 새롭게 만들었다. 새로운 가상 시나리오도 있다.
Q. 원작도 그렇고 전작도 그렇고 공명이 죽은 뒤에 시나리오가 약하다는 의견이 있다.
A. ‘오장원의 별’ 뒤에 PK(파워업키트)에서 추가된 부분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공명이 죽은 후부터는 삼국지가 끝났다라는 느낌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지 궁금하다.
Q. 촉나라 팬이 많아서 그런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강유가 촉을 끌고 가는 모습이나 등애와의 갈등 요소 같은 것들에 갈증이 있는 팬들이 있다.
A. 강유와 등애는 ’삼국무쌍’에서도 등장하고 꽤 강하다. 어째서인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인 느낌이다. 후반부의 구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참고하겠다.
Q. 서주면 서주, 화북이면 화북 주(州) 단위로 한 번에 놓고 싸우는 ‘전역’이 참 좋었다는 느낌인데, 이번에 도입되는지?
A. 이번 작품에서는 들어가지 않는다.
Q. 코에이 삼국지라고 하면 PK가 생각나는데 이번 업데이트에도 PK가 있나?
A. 현 시점예서는 예상되어있지 않다. 원래 넘버링 타이틀을 내면서부터 PK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발매 이후에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모아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Q. 에디터가 들어가지 않나?
A. 에디터와 장수 편집은 가능하다. PK에서 들어갔던 시나리오들도 포함되며 PK에서 중요했던 육아 같은 기능들도 들어갔다. (따라서 이 발언은 리메이크 그 자체의 파워업키트를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편집자 주)
Q. 전법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의형제나 인연에 따라서 전투에 버프/디버프가 들어가기도 하는지?
A. 전법은 8편의 그것과는 다른데 들어간다. 의형제라던가 좋은 관계에 있으면 콤보 요소가 들어갈 수 있다. 장수간의 사이가 좋은데 가까이 있으면 도와주는 방식이다.
Q. 코에이 내부에 실제로 ‘촉빠’(촉나라의 팬)이 많나? 과거 <와룡> 디렉터는 위의 장료를 좋아하지만 사내에 촉빠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했는데.
A. <삼국지 8> 때는 촉을 민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개발팀 안에서 촉나라에 엄청나게 몰려있는 건 아니다. 나는 마초를 좋아하는데 촉나라에 가기 전에 아버지 마등 밑에 있던 마초를 좋아한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삼국지’를 하고 자랐는데 그때는 촉나라가 주인공 같은 느낌이 있었다.
Q. 여성무장의 등장을 환영한다고 했는데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 무장은?
A. 누굴 고르는 건 그렇지만, 마초를 좋아하기 때문에 마운록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표지에는 오호대장군이 등장한다.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
A. 패키지의 표지는 제작 중으로 나중에 공개될 것이다. 이전에는 군주제라서 조조 유비 손견 같은 군주들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장수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Q. 이번 작품에서 열전의 해석이 바뀐 장수도 있나?
A. 크게 흐름이 바꾸지는 않았다. 그 자체를 특별하게 손봐서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삼국지연의> 이상으로 ‘이런 걸 넣으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이벤트도 들어가 있다.
Q. 8편의 리메이크가 발표되면서 ‘이 편도 리메이크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생기는데.
A. 공식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다른 걸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
A. <삼국지 8>에서 음악을 담당하셨던 분이 이번에도 음악을 맡고 있다. 그대로 사용되는 음악도 있고, 어레인지되는 것도 있고, 새롭게 추가되는 곡도 있다. 어레인지된 음악은 8편을 플레이했던 분들에게 뭔가 그리운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Q. 시부사와 코우는 이번에 참여했나?
A. 물론이다. 기획부터 실제 진행까지 모든 과정에 참가하고 계시다.
Q. 끝으로 맺는 말씀.
A. 이번 <삼국지 8 리메이크>라고 붙였지만 그냥 리메이크가 아니라 신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열의를 가지고 만들었다. 시나리오는 시리즈 최대 수준으로 들어갔다.
장수제다 보니 무장의 존재감을 주고 싶어서 보이스를 많이 넣었는데, 일본어 보이스를 많이 넣다 보니 다른 언어의 보이스에 대응하지 못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시 <삼국지 8>를 뽑은 이유라고 한다면 옛날 게임이기 때문에 최근 작에 비해서 심플하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8편을 플레이하신 분들도 즐길 수 있지만 13과 14를 즐기셨던 분도 심플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입문용으로도 아주 알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잘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