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가연은 이미 게임업계에서도 유명인사다. 4년 전 <십이지천>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와 인연을 맺은 그녀는 프로게이머 임요환과의 열애, 알트원의 기획이사 취임, 슬레이어스 게임단의 안방마님 역할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이 정도면 어느 쪽이 본업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만큼 일정도 빠듯하다. <워렌전기>의 홍보를 위해 만난 김가연 이사의 휴대폰은 인터뷰 도중에도 쉬지 않고 울려댔다. 행사부터 임요환 선수의 뒷바라지, 슬레이어스팀의 구단주 역할에, <워렌전기>의 홍보와 기획까지. 쌓인 일도 산더미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게임에 머물게 한 걸까?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래도 게임이 좋다”고 외치는 김가연 이사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게임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할 사람들 덕에 즐겁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바쁘다. 알트원부터 <스타크래프트 2>까지 인생이 게임으로 온통 도배됐다. 예전에는 주변에 연예 관계자들이 있었다면 이젠 게임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특히 e스포츠 분야 사람이 많다.
게임 속 이야기라면… 여전하지 뭐. 나 못 죽여서 안달난 유저가 가득하고…(웃음)
게임업계 사람 다됐다. 기분은 좋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탤런트만 계속 했었다면 평생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만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인연으로 게임업계에 발을 담갔나? 이전의 인터뷰에서도 몇 번 이야기했는데 예전부터 <리니지>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하다 보니 지루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때 찾은 게 <십이지천>이었다. PC방에서 참 재미있게 게임하는 아저씨를 보니까 나도 하고 싶어지더라.
근데 이 게임을 해보니까 재미는 있는데 인기가 너무 없었다. 유저도 적고 설치된 PC방도 별로 없고. 그게 아까워서 어느 날 알트원(당시 기가스소프트)을 직접 찾아갔다. 가서 다짜고짜 나한테 홍보를 맡겨달라고 요청했다.
반응이 어땠나? 처음에는 난색을 드러냈다. 돈도 문제였다. 그래서 무상으로 2년 동안 원하는 홍보를 해주겠다고 말하고 눌러 앉았다.
진짜 공짜로 해줬나? 응. 진짜다. 물론 지금은 입사해서 꼬박꼬박 월급 받지만 (웃음)
■ “저, 알트원 기획이사 맞아요”
근데 직책이 홍보이사가 아니라 기획이사다? 솔직히 말해 난 컴맹이다. 근데 말은 잘한다. 상상력도 좋다. 게임 관련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는 편이다. <워렌전기>부터는 진짜로 기획에도 참가했다. 당연히 앞으로 개발될 알트원 게임에도 다 참가할 거다.
못 믿겠다. 진짜라니까. 대표적으로 <워렌전기>의 마병기(유저가 탑승한 채 전투를 벌이는 로봇)가 내가 낸 아이디어다. <십이지천>에서는 영물을 데리고 다녔고, <십이지천 2>에서는 영물을 탈 수 있었으니까 <워렌전기>에서는 영물에 탄 채 싸울 수 있는 좀 더 무기다운 걸 구현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사실 아직 구현되지 않은 것도 있는데 드랍십처럼 비행선을 만들어 길드원들을 태우고 사냥터로 함께 이동도 하고, 공중에서 전투지역에 길드원을 투하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도 만들자고 건의했다. 이외에도 많은데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산으로 가는 체질이라…(웃음)
드랍십 이야기는 역시 임요환씨가 있으니 나온 생각? 당연하다. 근데 이거 재미있을 거 같지 않나? 드랍십 종류를 여러 가지로 나누는 거다. 단순한 드랍용부터 스텔스 기능도 넣고, 어떤 드랍십은 로켓도 달고, 유저가 직접 커스텀하는 거다. 진짜 <워렌전기> 아니면 다음 게임에라도 꼭 넣을 거다 이거.
처음으로 기획부터 참가했다. 게임을 직접 보니 어떤가? 사실 신작 온라인게임이 나오면 다 해본다. 남을 알아야 우리가 그걸 이길 게임도 만들 테니까. 그러면서 느낀 건데 알트원게임에는 <십이지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손 맛이랄까? 베는 맛과 쏘는 맛이 있다. 요즘 용어로 말하자면 ‘찰진’ 느낌? (대상 연령이 높은 만큼) 조작이 편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전쟁도 재미있는 게임인데 1차 CBT에서는 다들 레벨이 낮은 탓에 바글바글 거리는 전투가 돼 아쉬웠다. 그래도 앞으로는 피 터지는 싸움이 시작될 거니까 기대 중이다.
<리니지>부터 전쟁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전략과 전술이 좋다. 어릴 때 삼국지를 볼 때부터 궁금증이 많았다. 당시에는 마이크도 없고 소리가 멀리 들리기도 어려웠을 텐데 몇 백만 대군이 북소리만 갖고 어떻게 통솔했을까? 진짜 저런 전술이 가능했을까?
그래서 <워렌전기>에서도 전쟁을 강조 중이고? 맞다. <십이지천>의 국가별 전쟁도 좋았는데 한 번 밸런스가 기울어지면 다시 돌리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더라. 그런 점에서 보면 역시 길드전이 최고라고 판단했다. 사람 모으는 것도 능력으로 친다면 그만큼 공평한 게 없으니까.
■ “이야기가 살아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즐기는 게임마다 ‘적 많이 만들기’로 유명하다. 요환씨도 그렇지만 나도 남들이 안 하는 걸 자주 찾아내는 타입이라 그렇다. 게다가 나쁜 짓도 좋아하고…
재미난 일화도 있는데 <십이지천>에서는 전쟁지역에서 상대국가 성석을 때리면 해당국가 유저들에게 경고가 뜬다. 이걸 이용해서 성석을 때리고 국가원들이 몰려올 때쯤 도망가고, 10분 후에 다시 돌아가서 성석을 때리는 이 짓을 10시간 넘게 반복한 적도 있다.
결국 마지막에는 아무도 안 오길래 혼자서 유유히 성석을 부수고 도망쳤다. 변신 버그를 이용해서 공중 부양한 채 전쟁을 치른 적도 있고. 하여튼 남들 안 하는 거나 버그도 참 많이 찾았다.
기획이사가 이런 소리 해도 되나? 이 정도 버그나 시스템 악용은 다 해보는 거 아닌가? 어차피 패치 될 거지만 이런 재미난 시도라도 있어야 게임이 식상해지지도 않고 이야기 거리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쌓이면 역사잖냐.
예전에 12월 31일 밤 12시에 남들은 다 새해 축하하고 있을 때 길드원 모두 모아서 다른 국가 마을에 몰래 침입해 학살극 벌인 적이 있다. 근데 그때 당한 유저 중 한 분이 이 사건을 갖고 갑자기 게시판에 소설을 연재하시더라. 마을 안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이 어쩌고 저쩌고~ 그때 굉장히 감명받았다.
그래서 <워렌전기>에서도 그렇게 게임을 할 거고? 맞다. 암암리에 아는 사람 불러 모아 또 이상한 짓이나 나쁜 짓하고 살겠지(웃음) 사실 게임 속에서 싸울 때는 기분 나빠도 조금 지나면 전부 추억이다. <십이지천> 때도 '아그신스'라고 나와 엄청 싸운 유저가 있는데 나중에 그 사람이 사라지니까 정말 아쉽더라. 굳이 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겼으면 한다.
알트원 기획이사로 한 마디 하자면? 사실 개발사는 유저를 100% 만족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개발사가 40% 정도를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하면 유저가 나머지 60%를 채워나가는 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유저 의견에 따라 패치 내용이 하나하나가 달라지고, 없던 이벤트가 생겨난다. 그만큼 유저들이 개발사에 목소리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알트원이 유저 목소리를 굉장히 잘 듣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재미없다는 말 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게이머’로 한 마디 부탁한다. 흔히 저 아줌마는 할 일이 없어 게임을 하느니 어쩌느니 하는데 여러분 게임 하듯 나도 재미있으니까 열심히 하는 거다. 편견은 없었으면 좋겠다. 억울하면 게임에서 대전이라도 신청하든가(웃음)
그리고 곰TV 스케쥴이 10월까지 나왔는데 하루도 쉴 날이 없다. 결혼식 언제 올리냐고 하는데 결혼식장 갈 시간도 없다. ‘곰TV의 채정원 (운영) 팀장, 나한테 이러기야?’라고 꼭 좀 적어달라.
지금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는 것 같다. 나쁘진 않다. 솔직히 재미있다. 연기자는 대본을 통해서 여러 가지 삶을 사는데 게임은 캐릭터를 통해 여러 가지 삶을 산다. <리니지>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들은 벌써 10년 이상을 거의 매일 만난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도 가깝다. 게임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그게 즐거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