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월드 오브 탱크>의 기세가 무섭다. 탱크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이지만 서비스 1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1만 명을 돌파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워게이밍은 MMORPG를 표방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FPS로 분류되는 <월드 오브 탱크>는 FPS와 달리 전투 자체는 느리지만, 전략과 전술을 익히고 수행하는 재미와 혼자가 아닌 팀으로 플레이한다는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존 밀리터리 게임이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서비스됐던 것과 달리 <월드 오브 탱크>는 밀리터리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운영을 중시한다는 말이다. 과연 워게이밍은 한국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박찬국 한국지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워게이밍 코리아 박찬국 대표 ■ “급격한 성장보다 떨어지지 않는 성장이 목표”
국내 서비스 동접 1만 돌파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박찬국: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고 있는 점은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올해의 목표였고, 무난한 론칭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런 가운데 동시접속자 1만 명이라는 성과를 거둬서 기쁘다.
앞서 한국에 론칭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는데, 실제로 대형 포털에 광고를 해서 세몰이를 하기보다는 게임에 적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서 유저가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런 성장모델을 도입했기 때문에 빠르게 동시접속자 1만 명을 넘기는 것은 무리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워게이밍 본사에서 더 천천히 가도 된다고 보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덕분에 다음에는 어떤 목표를 세울지 본사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부담스럽다.(웃음)
워게이밍의 성장 곡선을 보면 급격하지는 않지만 떨어지지도 않는 완만한 상승 그래프가 특징이다. 일단 한국에서의 초반 곡선은 가파른 편이다.
성장 속도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급성장한 시장으로 축하를 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저들은 이제 우리에게 요구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단기적으로는 지불수단에 대한 요청이 많다. 돈을 내고 게임을 즐기고 싶은데 왜 안 하냐는 것이다.
과금을 빨리 안 한다고 유저들에게 야단을 맞기는 처음이다. 결제 부분은 이미 내부 테스트에 들어갔고 1월 중에는 다양한 지불 수단이 지원될 예정이다.
처음에는 슈퍼 테스트를 끝내고 지불 수단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월드 오브 탱크>는 지불을 강요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의 일환에서 본다면 지불 수단이 없으면 서비스로 생각하지 않는 유저가 많아서 생각보다는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를 지나고 있는데,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 우리가 생각하는 정식 서비스의 모양새는 갖춰지지 않았다. 일단 일차적으로 전국 PC방이 1만5,000 개 정도 되는데, 이중 1/3 정도에 <월드 오브 탱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한 곳의 PC방에 열 자리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많은 유저들이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단기적인 목표다. 중기적으로는 PC방 서비스에서 유저와 업주가 서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예를 들어 PC방에서 즐기는 유저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면 많은 유저가 PC방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PC방 트래픽이 늘어나면 PC방 업주들도 수익을 가져가는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 1/4분기 안에는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정식 서비스의 모양새가 갖춰진다고 본다.
■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지난 슈퍼 테스트 결과를 보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말해 줄 수 있나?
말하기 애매한 것이… 감으로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슈퍼 테스트는 유저들이 플레이한 내용이 초기화되는 한계가 있다. 거기서 나온 수치와 정식 서비스는 어떻게 연동하기 힘들다.
테스트 목적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보고 이런 시스템에 대한 활동을 집대성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워게이밍 탱크 잡기부터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 토너먼트까지 앞으로 6개월 동안 진행할 운영에 대한 검증을 하고자 했다. 비즈니스 성과를 예측하기 위한 테스트는 아니었다.
현재 서비스의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하다. 동시접속자 수 외에 서버 수, 운영 등은 어떤가?
알다시피 <월드 오브 탱크>의 서버는 최다 수용인원에 대해서 기네스북 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은 당시보다 더 많은 수용량을 갖추고 있다. 일단 서버 수의 경우는 우리에게는 애매한 개념이다. 우리는 클러스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일종의 서버군 개념이다.
국내 서비스는 하나의 서버군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접속자 15만 명을 소화할 수 있는 장비를 투자해 놓은 상태다. 내부 테스트에서는 최대 20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했었다.
운영의 경우 최근 모 사이트 회원들의 난입이 문제가 됐다. 특정한 단어로 지역을 비하하거나 특정 사건을 비아냥거리는 문제였는데, 심하다 싶은 부분은 신고를 받고 즉시 처리하고 있다. 또 단어 한 가지만을 필터링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단어의 조합을 필터링하고 있다.
이를 시스템으로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팀이 모두 나서서 수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자동으로 처리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낸다. 문제의 대부분은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인데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운영팀이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는 상태다.
■ “해외계정 이전은 유저의 선택을 위한 지원 중 하나”
일부 유저들이 ‘욕설’ 등 채팅 문화와 관련해 국내 서버로의 이전을 우려하고 있다.
음… 현실적으로 미국 서버는 욕설이 없는 건전한 커뮤니티일까? 몇 천~몇 만 단위로 게임을 해본 입장에서는 그들도 그들 나름의 욕설은 존재한다. 몇 가지 명시적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영어로 ‘WTF’이라고 할 때와 한글로 욕을 들을 때의 심적 부담은 다르다. 너무 건전할 정도로 시스템을 만들고 규제하는 것 자체는 무리일 듯하다. 처음부터 욕으로 시작해서 실수할 때마다 욕하기보다는 서로 응원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이다.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서 긍정적으로 정화하고자 한다. 물론 채팅 문화에 있어서 리스크가 아주 없을 수는 없다. 요즘은 유저들이 신고하면 직접 제재하고 있다.
채팅 문화 때문에 서버 이전을 우려하는 유저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유저가 직접 판단해서 원하는 국가의 서버에서 원하는 스타일로 플레이를 즐기면 된다. 이런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가 시스템으로 지원하기보다 유저들이 주도해야 한다.
해외계정 이전이 국내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나?
일단 해외계정을 사용하는 유저가 적은 인원이 아니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가진 유저들이 국내 서버로 유입된다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경험에서 오는 실력과 장비의 차이 문제로 계정 이전의 시기에 시간 차이를 두고 있었다. 본사에서도 한국이 아무리 게임에 익숙해도 두 달 안에 신규 유저가 기존 유저를 따라잡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통계를 보면 실력이 늘어난 유저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월 말이면 해외계정 이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접속자가 계정 이전 이후에 늘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을 듯하다.
글쎄… 해외 서버에서 즐기던 유저들은 국내 서버의 플레이 문화에 따른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해외에서 즐기던 유저와 국내에서 즐기던 유저들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해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이들이 제대로 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직원을 뽑을 때 게임 서비스와 관련이 없어도 100 게임 이상 <월드 오브 탱크>를 해보고 게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대부분 북미에서 <월드 오브 탱크>를 경험해 봤다. 따라서 워게이밍 국내 직원들이 유저들 사이에 완충지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월드 오브 탱크>의 국내 누적 가입자는 15만 명 정도 된다. 해외계정을 가진 유저가 4만5,000 명 정도인데 모두 이전한다고 가정해도 국내 누적 가입자의 1/3 수준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서버에 남은 유저도 있을 것이다. 동시접속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갑자기 2배가 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계정이전을 신청한 유저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또 이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체이용가로 운영을 시작했다. 주로 즐기는 유저층 및 셧다운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먼저 가장 많은 유저의 나이는 우리가 심각하게 보는 부분이 아니라 어떻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우리도 유저의 신상을 체크하는 안전장치를 많이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성인이냐 아니냐’를 구분할 뿐 세부적인 구분은 하지 않는다.
셧다운제와 관련해서는 국내법을 100% 준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 판을 즐기는 시간이 15분 정도인데 밤 11시 45분 이후에 셧다운제에 대상이 되는 유저는 다음 게임에 참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제한은 오전 6시에 풀리도록 되어있다.
이외에도 미성년자는 부모님 및 법적 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회원가입과 플레이를 할 수 있고, 결제와 플레이 시간도 보호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서는 플레이타임도 하루에 하는 시간이나 일주일 단위의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와 박찬국 한국법인 대표.
■ “e스포츠는 때가 무르익으면 진출한다”
올해 목표가 국내 게임순위에서 10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저와 환경이 준비됐다면, 그리고 이벤트와 프로모션이 받쳐주면 다음 레벨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처음부터 목표를 위한 운영보다는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그것을 서포트하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월드 오브 탱크>의 토너먼트 시스템은 e스포츠 진출과 맞물린 중요한 시스템이다. e스포츠 계획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토너먼트와 e스포츠는 두 개의 갈림길이다. 밖에서 본다면 혼동스럽겠지만, 우리는 내실과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월드 오브 탱크>라는 상품을 그 위에 올려 놓고 싶다. 그런 상태에서 e스포츠로의 발전을 원하고 있다.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한국은 e스포츠 인프라가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다면 워게이밍은 e스포츠 파트너와 함께 대회를 개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이와 병행해서 보조를 맞추고자 한다.
토너먼트 시스템은 e스포츠보다 일반 유저들이 모여서 즐기는 현장 밀착형 이벤트를 위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PC방에서 작은 상금을 걸고 다양한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식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상금이 너무 클 경우 전문 헌터가 나와서 방해가 된다.(웃음)
지금은 유저 모두에게 기회를 주면서 PC방에서 즐기는 문화로 키워가면서 e스포츠의 내실을 다니는 토너먼트 형식을 점차 키우고자 한다. <월드 오브 탱크>의 e스포츠는 해외에서는 이미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이다.
방송지원 및 게임 내 시스템으로 e스포츠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일정 수준에 있을 때 e스포츠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에 e스포츠에 진출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급하게 하기보다는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객 지원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가져가야 하는 포지션은 과연 어떤 것일까 많이 고민했다. 지금도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유저의 동료이지만 운영을 맡고 있는 것일 뿐이다. 보편적인 가치 안에서 스스로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는 형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에는 운영팀이 경찰의 입장에서 제재를 가하거나 규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이런 것이 아닌 유저의 불편을 해소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도우미의 입장이 되고자 한다. 유저를 동료라 생각하고 실제로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워게이밍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