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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보단 대중성, 판타지 탱크배틀로 간다”

크리엔트 김동욱 대표와 최준보 PM

김승현(다미롱) 2013-04-02 13:15:00

토종 전차슈팅 게임 <블리츠 1941>의 후속작이 6년 만에 돌아온다. ‘독일-소련 전쟁’을 배경으로 했던 전작과 달리 <블리츠 2>는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지는 시공을 초월한 전차전을 그린다. 전작은 서비스 당시 쉬운 조작과 뛰어난 고증으로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 호평받았지만, 후속작이 마주할 전장은 결코 녹녹하지 않다.

 

당장 전차를 마니악한 소재로만 받아들이는 국내 시장을 돌파해야 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같은 소재의 <월드 오브 탱크>와도 싸워야 한다. 과연 <블리츠 2>의 개발사 크리엔트는 어떤 각오와 어떤 복안으로 이 험난한 전장에 도전했을까? 김동욱 대표와 최준보 PM을 만나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블리츠 2> 최초공개 기사 보는 순서

 

① (플레이 영상) 속 시원한 포격전!! 블리츠2

 

②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슈퍼전차대전, 블리츠2

 

③ “고증보단 대중성, 판타지 탱크배틀로 간다”

 

④ 토종 전차슈팅! 블리츠2, 스크린샷과 아트워크


 

■ 전차는 마니아의 영역?

 

왼쪽부터 크리엔트 김동욱 대표와 최준보 PM.

 

국민의 반 가까이가 군 경험이 있는 나라지만 한국에서 전차,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군 관련 소재는 마니아의 영역이다.

 

지금껏 세밀한 고증과 뛰어난 게임성으로 무장한 작품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중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작품을 꼽자니 남은 손가락이 미안할 지경이다. 크리엔트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척박한 한국 밀리터리 게임시장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을까? 김동욱 대표는 뜻밖에도 ‘대중성’을 이유로 들었다.

 

“탱크는 대중적인 소재입니다. 물론 한국에 국한한다면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는 소재죠. 하지만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한다면 전차 애호가는 놀라울 정도로 많아집니다. 우리가 자동차나 메카닉에 열광하는 것처럼 그들은 전차를 좋아하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기 때문인지 서구에서 전차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가벼운 소재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군대’란 소수의 선별된 이들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도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판타지게임을 접하듯이 해외에선 전차를 그렇게 접한다.

 

<블리츠 1941>를 개발한 모웰소프트 대신 크리엔트가 후속작을 개발하게 된 것이 이러한 전차 소재 게임의 시장성 때문이다.

 

크리엔트에서 이전에 개발했던 <열혈농구>는 여러 면에서 <블리츠 2>와 반대편에 있던 게임이다. 농구는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즐기는 소재였지만, 막상 해외로 시장을 넓히니 미국을 제외하면 인기 있는 국가가 없었다. 김 대표가 차기작의 소재를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당시에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열혈농구>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인지 다음 게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원했습니다. 그러던 중 모웰소프트가 개발하던 <블리츠 2>를 알게 되었고 우리가 개발하기로 마음 먹게 됐습니다.”

 

 

전차가 세계적으로 통할 만한 소재라고는 하지만 <블리츠 2>의 진격로가 평탄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이미 해외에는 <월드 오브 탱크>라는 걸출한 경쟁작이 존재하고 있다. 전차에 관심이 없는 이라면 후발주자인 <블리츠 2> <월드 오브 탱크>의 아류라고 여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김 대표는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는 표정이었다.

 

“만약 우리가 <월드 오브 탱크>를 보고 <블리츠 2>를 만들었다면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죠. 하지만 전작(블리츠 1941)은 이미 2005년에 서비스된 게임입니다. 벌써 시작부터 다르죠. <월드 오브 탱크>가 치밀한 고증과 3인칭 백뷰 시점을 바탕으로 쏘는 재미를 추구했다면, <블리츠 2>전선’이 만들어내는 전략과 사단(길드)과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가 특징입니다. <블리츠 2> <월드 오브 탱크>는 전차라는 소재를 제외하면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 고증보단 대중성, 모두를 위한 탱크배틀

 

전차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서는 독특하게도 <블리츠 2>의 배경은 미래다.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버린 가상의 미래, 하지만 등장하는 전차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했던티거’와 한국 육군의 최신예 전차흑표’가 같은 전장에서 전차전을 벌인다. 김 대표는 밀리터리 소재 게임에서 흔히 강조되는 고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차 소재의 게임을 만들면 착실한 고증도 욕심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너무 고증에만 신경 쓰면 언젠가 개발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페이퍼 플랜을 동원해도 새로운 전차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아무리 세세하게 전차의 스펙에 신경을 써도 현실과 게임 밸런스 사이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죠.”

 

 

고증 대신 크리엔트가 집중한 것은 전차 각각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었다. 등장 시기에 따른 성능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그보다 특징이 더 부각되도록 공들였다세계대전 시기의 전차와 최신예 전차가 한데 뒤섞인 기묘한 배경이지만, 각 전차의 특징을 살려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고증의 비중을 낮추면 전차 마니아들의 거센 반발이 있지 않을까?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 2년 이상 실시한 김 대표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예로 들며 전차를 좋아하는 이가 모두 골수 마니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2010년 네이버 ‘밀리터리 군사무기 카페’와 제휴를 맺고 2년 동안 서포터즈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카페의 성격 때문에 마니아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볍게 소재를 즐기는 이들이 더 많더군요. ‘A전차는 B전차보다 얼마만큼 더 빨라야 돼’라고 생각하는 마니아도 있었지만, 그보다 ‘셔먼과 MLRS, 티거와 흑표가 맞붙으면 어떤 전투가 벌어질까’ 상상하는 애호가가 대다수였습니다. <블리츠 2>는 후자를 위한판타지 배틀’입니다.”

 

김 대표는 서포터즈 테스트 중 전차에 흥미 있어 하는 유저라도 게임이 세밀해지면 거부감을 나타낸 경우가 많았다며 세간의 인식을 부정했다. 때문에 하드코어 마니아만의 게임보다는 전차 애호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슈팅게임이 크리엔트가 꿈꾸는 <블리츠 2>의 미래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최준보 PM은 접근성과 대중성을 특히 강조했다.

 

 

“핵심은 접근성과 대중성입니다. 이를 위해 전작에서 미흡했던 튜토리얼 모드나 PvE 모드를 추가해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노력했죠. 또한 게임의 기여도를 측정할 때 유저의 전투능력 외에도 다양한 척도를 마련해 싸움을 잘하는 유저, 머리가 좋은 유저, 희생정신이 있는 유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블리츠 2>배틀라인’이라는 부제처럼전선’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게임의 승패를 가른다. 전장에 붉은 선으로 표시되는 전선은 일종의 세력권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저는 제한된 시간 안에 상대 팀보다 더 넓은 세력권을 확보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슈팅게임에선 보기 힘든 개념이기 때문에 최 PM은 이를 유저들이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튜토리얼 모드와 PvE 모드에 특히 공을 들였다. 전선을 바탕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전략전술이 <블리츠 2>의 가장 큰 재미요소이기 때문이다.

 

유저의 게임 기여도 역시 이른바킬·데스’ 방식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표시된다. 적 전차를 많이 격파한 유저에겐 전투점수를, 전선을 확장시킨 유저에겐 전술점수를, 스킬이나 아이템으로 아군을 보조한 유저에겐 협동점수를 줘 전투 이외의 행동으로도 보상을 얻을 수 있게 기획했다. PM은 이에 대해 유저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플레이 성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전차를 좋아한다고 모두 전투에 능할 수는 없죠. 어떤 이는 전투와 전투가 만들어내는 큰 그림을 더 잘 그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전투력은 약하지만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아군을 뒷받침해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게임을 개발할 때도 이러한 성향 모두를 포용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유저도, 머리가 좋은 유저도, 남을 돕길 좋아하는 유저 모두 누구나 즐겁게 게임을 하는 것이 개발진의 목표입니다.”

 

 

 

전략과 모략이 뒤섞인 최종 콘텐츠 ‘국가전’

 

슈팅게임은 쏘고 피한다는 직관적인 조작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지만, 단조로운 게임방식 때문에 유저가 떠나기도 쉽다. 때문에 어떤 슈팅게임은 PvE 모드를 통해 PvP에서는 겪을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게임은 다양한 PvP 모드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블리츠 2>는 슈팅게임의 이러한 약점을 수 십, 수 백의 단체가 연출하는 거대한 전장으로 극복하려는 경우다.

 

“수 십, 수 백의 국가가 치고받는 국가전이 <블리츠 2>의 최고 매력 포인트입니다. 서포터즈 테스트를 시작했을 때도 최종 콘텐츠인 국가전부터 테스터들에게 검증을 받았을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 있는 어조로 <블리츠 2>의 최종 콘텐츠국가전’을 설명했다.

 

 

국가전은 수 십, 수 백의 국가가 한정된 영토를 점령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일종의 땅따먹기 모드다. 국가란 하나 이상의 사단(일종의 길드)이 영토를 확보함으로써 탄생하는 게임 내 커뮤니티의 최종 진화형이다. 유저는 국가의 성장단계에 따라 영토에서 생산되는 자원이나 국가만이 연구할 수 있는 강력한 필살기(?)를 얻을 수 있다.

 

국가전은 이러한 국가의 영토와, 그 곳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쟁탈하기 위해 벌어지는 국가 간 대전 콘텐츠다. 임의의 전장, 임의의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전과 달리, 국가전은 특정 전장, 특정 국가와의 싸움이 가능하기에 정보와 전략이 강조된다. 특히 영토를 모두 잃은 국가는 국가의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국가전은 일반전에선 경험할 수 없는 위기감과 성취감이 늘 공존한다. 

 

 

그렇다면 국가나 사단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유저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즐기지 못하는 걸까? PM의 설명에 따르면 국가전은 열린 콘텐츠다.

 

“국가전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반드시 국가만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속이 없는 유저나 영토가 없는 사단도 용병이 되어 전투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죠. 국가전의 전장은 현재 200개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전장 하나에 최대 50명까지 입장할 수 있고, 이러한 전장도 생성된 국가의 수에 따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국가전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해당 국가, 해당 사단의 소속만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은 그들만을 위한 혜택이다. 하지만 이 것이 일반 유저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스킬이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재사용 대기시간도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이다. 전용 스킬의 대부분이 하루 이상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갖기 때문에 일반전보다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국가전에서 쓰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쿠데타’는 <블리츠 2> 국가전의 특징 중 하나다.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가 사단이다 보니 2개 이상의 사단으로 구성된 대형 국가는 국가전이 열릴 때마다 쿠데타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넓은 영토를 유지하려면 이를 지킬 많은 인원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사단의 성장규모와 성장속도에는 한계가 있죠.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싶은 국가라면 언젠가 사단 연합의 유혹이 찾아올 것입니다. 문제는 쿠데타의 가능성입니다. 한 국가라 하더라도 사단이 여럿이라면 자국의 영토를 점령해 새로운 국가를 세울 수 있죠. 때문에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다른 사단과 연합해 빠르게 패권을 도모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사단만으로 느리지만 탄탄히 규모를 키울 것인가.”

 

어떤 선택이든 정답은 없다면서 김 대표는 웃으며 설명했다. 만약 사단 연합으로 패권을 도모한다면 많은 인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세력을 넓힐 수는 있지만 내부 쿠데타의 위협이 있고,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반면 하나의 사단만으로 내실을 다듬는다면 내부분열의 위험은 없지만 다른 국가들보다 성장이 더디게 된다.

 

 

이처럼 사단과 국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상황이 크리엔트가 생각하는 국가전의 미래다. 김 대표의 꿈은 <블리츠 2>가 세계로 뻗어나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하나의 서버, 하나의 맵에서 ‘진정한 국가전’을 펼치는 것이다.

 

“국가전이라는 이름처럼 세계의 각 국가들이 하나의 서버, 하나의 맵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꿈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 서로 다른 문화의 유저들이 모여서 만드는 이야기는 얼마나 매력적일까요? 한 국가 게이머들 사이의 분열과 단결의 역사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미래를 위해선 <블리츠2>를 더욱 열심히 개발해야겠죠.”

 

크리엔트는 오는 5월 6일부터 10일까지 <블리츠 2>의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한다. 이 때 생성되는 계정은 초기화되지 않고 오픈 후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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