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스트라이커>가 달라진다. 지겨운 악몽 던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업데이트 로드맵을 수정했고, 아이템 구조와 드롭률에도 손댄다. 오픈(OBT) 전부터 많은 콘텐츠를 준비했던 아이덴티티게임즈는 개발노선을 많이 바꿨다. 당장 6월말 들어갈 예정이던 악몽하드 던전부터 취소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저들이 안 좋아했으니까. 레트로(복고풍) 게임의 감성을 내세웠지만 유저들이 바란 것은 ‘요즘 게임 같은 친절한 콘텐츠 구성’이었고, 다양한 직업을 자유롭게 오가는 전직을 내세웠지만, 유저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직업’이 강해질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아이템 드롭에 대한 생각도, 랜덤한 아이템 옵션에 대한 생각도, 반복 플레이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개발팀의 예상과 실제 유저 사이의 온도 차이가 있던 만큼 유저들의 요구에 맞춰 빠르게 기획방향을 바꿔 나가겠다는 게 김태연 기획팀장의 이야기다.
그 시작으로 5일 화룡의 탑과 신규 직업 워록, 아이템 드롭 및 제작 방식을 추가했고, 앞으로 2주마다 드레드노트와 워프리스트가, 이르면 여름방학 이전, 늦어도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블레이드댄서, 미스틱 2종의 신규 직업과 새로운 구조의 던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유저들이 <던전스트라이커>에 익숙해지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게임을 다듬어 나가야죠.” 업데이트부터 민감한 아이템 드롭률 이슈까지 솔직한 답변으로 응했던 김태연 기획팀장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아이덴티티게임즈 김태연 기획팀장
■ 초기 기획과 다른 유저 반응. 그래서 ‘다 바꾼다’
공식 동시접속자 최고치 7만 명. PC방 인기순위 6위. <던전스트라이커>가 OBT 이후 3주 동안 세운 기록이다. 최근 성적도 나쁘지 않다. 26일 오픈한 신규 서버 ‘레나’는 이미 다른 서버와 비슷한 캐릭터 숫자가 만들어졌고 PC방 순위도 8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주말에는 여전히 모든 서버가 혼잡하다.
문제는 유저들의 반응이다. 액션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종 콘텐츠를 풀어내는 방식이 문제였다. 악몽의 던전에 집중된 아이템 획득 방식, 최후반 던전에 진입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캐릭터레벨 등은 고레벨 유저에게 많은 불만을 샀다.
개발팀은 최종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천천히 레벨이 오르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고전게임들과 비슷한 맛을 내고 싶었지만 유저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에게 <던전스트라이커>의 시스템은 그냥 ‘낡은 콘텐츠 방식’이었다.
그래서 아이덴티티게임즈는 변화를 결심했다. 준비된 또 다른 악몽의 던전을 뒤로 미루고, 대신 새로운 구조의 던전 개발을 시작했다. 아이템 드롭과 제작방식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가한다. 서비스 초반, 인기가 좋은 지금이 오히려 게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김태연 기획팀장의 생각이다.
현재 상황부터 말해 보자. OBT 이후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하나씩 꼽아 달라.
김태연: 일단 예상보다 너무 많은 유저들이 와주신 것.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안 된 건 너무 많은데…. 안정성 확보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밸런스에 대해서도 초반의 의도와 달리 긴급한 수정과정을 겪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안 좋았던 부분은 지금도 계속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악몽의 던전’이 아닐까?
조금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원래 <던전스트라이커>에는 레트로게임의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최고레벨을 끝으로 레벨업은 아예 끝마치고 이후에는 아이템을 얻는 과정에만 집중하는 게임들이 늘어났다.
반면 <던전스트라이커>는 언제나 최종 콘텐츠보다 캐릭터의 최고레벨이 높았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 같은 방식이다. 최고 레벨 콘텐츠(디아블로 처치)를 모두 즐긴 이후에도 계속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모을 수 있는 방식이다.
<던전스트라이커>에서도 던전과 아이템 레벨은 45에서 55 사이에 끝나지만 이후에도 천천히 스킬포인트와 경험치를 쌓아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아무도 그 당시의 콘텐츠 스타일을 기억해주지 않더라. 결국 유저들이 게임에 많이 익숙해지는 레벨 60 이후부터 최종 콘텐츠가 들어가고, 최고 레벨까지 최종 콘텐츠 안에서 할 일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 부분을 예상하지 못한 게 기획적인 미스가 아닌가 싶다.
그럼 앞으로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 건가?
아예 콘텐츠 로드맵을 변경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특정 레벨을 콘텐츠 면에서 최고 레벨로 잡고, 이후에는 아이템 레벨이 오르지 않는 대신 더 좋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레벨 45부터 최종 콘텐츠인 악몽의 던전이 열리고, 여기서 레벨 50의 희귀등급 아이템을 얻고, 이를 이용해 시련의 탑에서 레벨 50의 매우 희귀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고 나니까 유저들이 레벨 45부터 최고레벨인 70까지 똑같은 콘텐츠만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더라. 그래서 이제는 레벨 55 희귀 아이템도 추가되고, 다음 던전에서는 레벨 60 희귀 아이템도 나오고, 이런 식으로 유저의 레벨에 맞춰 최고 레벨까지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로드맵이 바뀌었다면 기존에 추가될 예정이던 악몽 하드 던전도 달라지는 셈인가?
악몽 하드 던전은 취소됐다. 가능하면 여름 방학 이전, 늦어도 여름 중으로 다음 레벨 구간의 던전을 추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레벨 55부터 65까지의 아이템이 나오는 던전처럼 말이다. 기획노선을 바꾼 게 최근의 일이다 보니 일정을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는데 일단 최대한 빠르게 보여줄 것이다. 여담이지만 개발속도에는 자신 있는 편이다.
역시 ‘또 악몽 던전이야?’라는 의견이 부담스러웠던 건가?
그것도 있는데, 일단 원래 추가될 예정인 악몽 하드 던전도 단순히 악몽의 던전에서 몬스터 능력치만 올린 수준은 아니었다. 악몽의 던전이 쉬운 난이도로 계속 아이템을 파밍하는 곳이었다면 악몽 하드 던전은 높은 난이도를 바탕으로 ‘공략해 나가는’ 던전이었다. 단순한 복사 + 붙여넣기는 개발팀에서 싫어하는 요소다.
다만 (기획노선이 바뀌면서) 보다 높은 레벨대의 던전이 필요했고, 그래서 다른 던전이 먼저 나오게 된 것이다. 일단 쉽게 도전하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 나오고, 그 이후에 도전할 수 있는 던전이 있고, 여기에 정말 어려워서 공략이 필요한 수준의 던전까지 갖춰져야 제대로 된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위한 기반이 되는 던전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보니 악몽 하드 던전 추가가 미뤄지게 된 상황이다. 악몽 하드 던전은 새롭게 추가되는 던전과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잘 조절한 뒤 재미있는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의도보다 낮았던 아이템 드롭률, 이제 가닥을 잡았다
더 빠른 대응은 불가능했을까? 김 팀장은 극과 극으로 나뉜 유저 반응을 이유로 들었다. 지금까지 <던전스트라이커>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은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말하는 불만과 레벨이 낮은 유저들이 말하는 불만이 달랐고, 액션게임을 하다 온 유저들과 MMORPG를 하다 온 유저들의 의견이 또 달랐다.
대표적인 게 아이템이다.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기는 유저들은 아이템의 옵션이 더 다양하기를 바랐지만, 라이트 유저들 중에는 아직도 뭐가 좋은 옵션인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던전스트라이커>의 초창기부터 선보였던 다양한 아이템 옵션을 오히려 줄인 이유다.
아이템 드롭률도 예상과 너무 달랐던 유저들의 행동 패턴 때문에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낮게 체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최근 업데이트된 코볼트의 비밀창고는 입장에 필요한 차원석 자체가 ‘너무나 낮은 확률’로 나오는 탓에 ‘업데이트했지만 즐길 수는 없는 콘텐츠’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제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유저들의 피드백도 쌓인 만큼 본격적인 보완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이템 이야기 좀 해보자. 랜덤 옵션을 내세운 것치고는 아이템이 너무 단조롭다는 지적이 많다.
이게 예상과는 좀 다른 부분인데 아이템의 랜덤옵션에 대해서 좋은 피드백만 들었던 건 아니다. 랜덤옵션이 좋다가 반이었다면 나머지 반은 랜덤옵션 탓에 아이템의 성능을 감별하기 어렵다, 엉뚱한 옵션만 붙은 아이템이 나온다는 불만이었다. 의외로 싫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디아블로>처럼 랜덤옵션을 내세운 게임을 접하지 않던 유저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단 랜덤옵션의 종류를 줄이고 가끔씩 다른 직업의 능력치가 붙는 정도의 ‘상징적인 수준’으로 남겨 놨는데 이번에는 하드코어 유저들의 불만이 생겼다. 옵션의 폭이 다양해서 극단적인 옵션의 아이템을 얻고 싶다거나, 다양한 아이템을 얻고 효과를 비교해서 사용하고 싶다는 식이다.
예를 들어서 이런 피드백도 있다. 어렵게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서 무기를 만들었는데, 길가다 중간보스에게 얻은 아이템이 지금 내 아이템보다 훨씬 좋더라. 그래서 자신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됐다면 불만을 표현했다. 사실 이게 정작 랜덤옵션의 묘미일 수도 있는데….
같은 시스템에 대해서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유저들이 <던전스트라이커>보다는 자신이 원래 즐기던 게임에 맞춰서 게임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OBT 초반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던전스트라이커>의 아이템 방식에 익숙해졌고, <던전스트라이커>에 맞춘 피드백을 주는 만큼 유저들의 의견에 더 적극적으로 맞춰 나갈 예정이다.
참고로 <던전스트라이커>는 애당초 랜덤옵션 시스템으로 제작한 만큼 유저들의 요구만 확실하다면 아이템 옵션을 늘리거나 완전히 랜덤한 옵션을 붙이는 건 어렵지 않다.
아이템 드롭률이 지나치게 낮아서 파밍의 재미를 해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복합적이다. 꼭 개발팀에 의도가 그랬다기보다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다. 내부적으로도 시스템 점검에 나선 부분인데. 일단 자신의 직업 추가에 따라서 아이템 드롭 테이블을 넣어주고 빼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게 의도와 달리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도 너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저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차곡차곡 잡고 보스를 잡는 걸 반복한다. 반면 다른 유저는 중간보스만 반복해서 처치한다. 앞의 유저는 시간당 4마리의 보스와 중간보스를 처치한다고 치면 뒤의 유저는 그 사이에 중간보스만 30마리를 넘게 처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플레이 방식이 나뉘다 보니 주로 아이템 데이터를 갖고 판단하게 되는데, 단순히 데이터만 보면 ‘어? 중간보스 아이템이 꽤 많이 나왔네?’ 같은 식이 돼버린다. 그래서 유저들마다 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럼 해결방법은 있는 건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미 도입한 부분도 있고, 차차 바꿔 나갈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시공투구 같은 경우는 너무 랜덤에 의존했다고 생각된다.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완전히 확률에만 의존하다 보니 <럭키스트라이커>, <될놈될스트라이커>라고 부르는 유저도 있었다.
약간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몬스터 헌터> 같은 게임을 보면 1% 확률로 나오는 아이템이 많다. 하지만 사실 시스템을 보면 정말 1% 확률로 나오는 게 아니라 미리 아이템 테이블을 짜놓고, 순차적으로 아이템을 준 거다. 만약 진짜 1%라면 100만년 동안 게임을 해도 못 얻는 유저가 있을 테니까.
그런데 <던전스트라이커>는 이걸 너무 무방비로, 그냥 운에만 맡기고 넣었다. 매우 희귀 등급의 아이템은 정말 운이 좋은 유저가 얻는 아이템 정도로 생각한 것도 있고…. 사실 이게 정말 완전한 주사위고 확률적으로는 공평한데 유저 입장에서는 좋게 보이기 어렵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조금 구체적인 보완책을 이야기한다면?
어느 정도 보정하려고 한다. 눈치가 빠른 유저는 알겠지만 <던전스트라이커>의 초반부에는 자신이 착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 거의 안 나온다. 후반부터 슬슬 착용이 불가능한 아이템이 나오는 식이다.
아이템 드롭률에 따른 행운 보정, 직업별 보정, 동일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 중복 보정 등 다양한 보정시스템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 다만 많이 검증해야 하는 만큼 빠른 검증을 통해 불편함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여기에 더해서 큰 재료가 안 나올 상황에 작은 재료가 나오는 방식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오늘 추가된 화룡 던전을 보면 날개가 안 나오더라도 비늘은 나오고, 정말 운이 없으면 비늘만 얻은 후 이를 조합해서 날개로 만들 수 있는 구조다.
업데이트가 유출된 이후 또 다른 확률 노가다가 될 것을 걱정해준 유저도 많은데 180일짜리는 아니다.(웃음) 정말 운이 좋으면 날개, 날개, 날개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운이 정말 없더라도 시공투구처럼 끔찍한 수준이 되진 않을 거다. 이런 식으로 차차 바꿔 나갈 생각이다.
지나치게 보기 어려운 차원석도 마찬가지인가?
애당초 차원 던전 같은 경우는 내부에서 기획할 때는 선한 유저 위주로 생각을 했다. 이걸 얻었으니까 다른 유저들과 같이 가겠지. 그런데 이게…. 나중에 길드가 확장되거나 그러면 모르겠는데 커뮤니티가 없는 상황에서 유저 사이에 저런 훈훈함을 바란 건 시기상조였다.
건의가 엄청 많다. 입장 시퀀스에서 차비를 넣는 걸 만들어 달라. 차라리 입장 조건을 1/5로 쪼개 달라 등 의견이 많은데 일단 차원 던전 안정화가 먼저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양해를 바란다. 일단 다들 즐기는 데 부담이 없도록 오늘 업데이트를 통해 1인용 차원석을 만들었다.
차원석도 예상보다 적게 풀리는 게 맞다. 그런데 시스템의 오류나 데이터의 오류가 아니라 다들 일반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는 플레이 패턴의 문제다. 그러다 보니 공급이 너무 적고 언제나 얻는 사람만 얻는 방식이 된다. 그래서 1인용 차원석은 다른 경로에도 배치했다. 보스 상자에 넣는다거나 상자를 열면 나오는 임프에 넣어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레벨이 오르면서 요구 능력치가 오르다 보니 오히려 능력치가 떨어지는 이상 현상도 있다.
이 부분도 우리 잘못이 맞다. 유저들이 ‘노화’라고 부르는 건데 낮은 레벨에는 공격속도가 느리고, 후반에만 빠르고. 이럴 수는 없다 보니 아이템의 효과를 레벨에 따라 가감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최종 아이템 레벨이 낮아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래서 악몽 던전 이후의 제작무기가 상향된다. 공격속도도 앞으로는 퍼센티지(%) 방식으로 추가될 것이다. 최종 던전 아이템을 얻은 이후에 레벨이 오르면서 능력치가 떨어지는 상황도 앞으로는 없을 것이다. 다만 기존 아이템은 이미 랜덤 옵션으로 적용된 만큼 어쩔 수 없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액션과 직업 조합, 더 노력하겠다
많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던전스트라이커>의 액션과 직업 조합에 대한 유저 평가는 좋다. 게시판에 숱한 의견이 초 단위로 쏟아지지만 액션과 직업 조합에 불만을 나타내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덴티티게임즈에서도 만족하는 부분이다.
예상과 달리 직업 비율도 나쁘지 않다. 경갑 직업을 택한 유저가 다른 직업에 비해 약간 적지만, 직업군 전체를 보면 비슷한 수준이다. 개발팀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조합을 파고드는 유저들을 보면서 뿌듯함까지 느꼈다는 게 김 팀장의 이야기다.
물론 여전히 노력할 부분은 남아 있다. 게임 초반 너프는 없다고 말하고도 버서커의 크리티컬 대미지가 지나치게 높자 이를 너프한 점도 그렇고, 유저와 개발자가 가진 주직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점도 고민할 부분이다.
액션에 대해서는 대체로 평가가 좋다.
내부에서도 만족하고 있다. 사실 디렉터가 기대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줬고, 의도한 대로 잘 흘러가서 다행이다. 근데 이건 내가 칭찬받을 부분은 아닌 것 같고….(웃음)
다양한 직업을 자유롭게 섞는다는 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만족스럽나?
정말 다양한 스킬 조합이 나왔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망캐’라고 하는 캐릭터에 애착을 갖고 플레이하면서 극복해내는 반응이 나올 때 제일 뿌듯했다. 다만 직업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의 변화가 좀 필요한데, 원래는 유저들이 주직업을 여러 개 가졌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해 주기를 기대했다.
예를 들어 어쌔신과 레인저를 보면 레인저는 ‘잡몹’에 특화된 캐릭터. 어쌔신은 보스에 특화된 캐릭터다. 그래서 각각 상황에 맞춰서 바꿔주거나 그런 걸 기대했는데 실상은 ‘왜 내 레인저는 보스에 약해’, ‘왜 내 어쌔신은 잡몹에 약해’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루더라.
여러 직업을 마스터하더라도 그건 내 주직업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지 메인을 여러 개라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맞춰서 장기적인 밸런스나 기획을 조절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연이은 너프 의혹도 받고 있다.
우리도 너프를 싫어한다. 의도적으로 하향해야겠다고 느낀 건 버서커의 크리티컬 확률 하나다. 이건 아케인 버스터처럼 속도가 빠른 스킬과 섞이자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심각한 상황이 찾아왔다. 그래서 사과도 했던 부분이고. 나머지는 의도적인 너프가 아니다. 다른 직업의 수정 과정에서 얽혀 들어간 상황이다.
그런데 워낙 <던전스트라이커>가 사고가 많다 보니 신뢰도 많이 잃은 것 같더라…. 다들 잠수함 패치했네 너프했네 그러는데, 다시 말하지만 고의적인 너프는 그거 하나다. 믿어주셨으면 한다.
확실히 정도 이상으로 비판받는 부분도 있긴 하다.
그래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한다. 예를 들어서 앞서 말한 ‘노화현상’ 중에 관통 옵션 부분은 유저들의 오해다. 관통 옵션은 몬스터의 레벨에 따르는데, 그 예상값을 같은 레벨 몬스터 기준으로 보여주다 보니 플레이어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수치가 낮아져 보인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말해도 어떤 부분은 진짜로 능력치가 낮아지는 상황이다 보니 유저들이 그렇게 오해해도 할 말이 없다.
서버 이슈도 그렇고?
맞다. 접속자를 처리하는 문제가 있었고 그게 연쇄적으로 서버에 영향을 주면서 랙과 튕기는 현상이 계속 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원인을 찾느라 점검도 자주 있었고, 다행히 6일차 이후에는 상황이 많이 해결된 상황이다.
당장 초반에 유저분들이 몰려서 대기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인원을 한계 이상까지 자르지 않고 받아들이다 보니 서버가 문제가 생기고, 순차적으로 유저들을 나열하지도 못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도 문제가 터진 식이다.
일단 접속과 대기 부분의 문제는 많이 해결됐다. 이제 남은 문제는 차원 던전인데…. 그 부분도 잡으려고 내부에서 계속 분석하는 중이다.
■ 2주에 직업 1개씩! 여름 중 블레이드댄서와 미스틱 등장
노선은 바꿨지만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건 곤란하다. 당장 게임업계 성수기인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고, 이미 악몽의 던전을 졸업한 유저도 많다. 업데이트와 기획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드레드노트와 워프리스트, 블레이드댄서, 미스틱. 여기에 새로운 던전들까지. ‘만들어야만 하는’ 콘텐츠가 너무나 많다. 모든 직업 스킬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직업 추가에 따라 최고 레벨도 올려야한다.
당장 밤을 새워도 부족할 듯한 업무가 기다리지만 김 팀장은 덤덤했다. 세상에 의도대로 되는 건 없다. 온라인게임은 살아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라이브 개발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할 일이 정말 많다. 앞으로의 일정을 듣고 싶다.
우선 오늘 업데이트로 화룡의 탑과 워록이 추가됐다. 화룡은 정말 어렵다. 도전을 위한 던전이라, 아이템을 충분히 얻고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 파티원끼리 몬스터를 잡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생존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에는 한계가 있고, 무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부위파괴를 고민해야 하는 몬스터다. 그리고 1인용 차원석과 드롭률을 보정하기 위한 제작 하위 재료 등도 오늘 추가됐다.
직업 추가는 바뀐 점이 없다. 오늘 워록이 나왔고, 남은 드레드노트와 워프리스트가 2주 간격으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부에서는 워프리스트를 정말 원했는데…. 플레이어에게 악몽을 주는 던전에 이어서 시련을 안겨준다던 시련의 탑도 보다 짧게 바뀔 것이다.
도전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화룡의 탑이 들어간 만큼 다른 부분에서는 좀 더 완화되는 모양을 생각하고 있다. 여름 업데이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던전과 블레이드댄서, 미스틱이 추가된다. 이제 다른 직업이 하나하나 추가될 테니 경갑에서도 무언가가 생겨야 한다.
직업이 추가되면서 최고레벨은 여전히 모든 스킬을 다 찍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올려나갈 것이다. 물론 직업에 딱 맞게 추가되진 않겠지만 일단 충분한 스킬을 찍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만들 생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나저나 워프리스트는 왜 원했던 건가?
공격 버프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최상위 유저가 이 몬스터 저 몬스터를 몇 분 내로 처치하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많은 유저들이 악몽의 던전 클리어를 어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시너지 효과가 좀 나는 직업이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혼자 노는 워록이 뽑히더라.
아참. 드레드노트도 기대했는데 마스터 스킬 중에 아군을 막아주는 게 있어서 화룡의 탑과 같이 나오면 브레스도 멋지게 막아주고 재미있는 모습이 많이 연출됐을 거다. 그런데 어쩌겠나. 2주 후를 기다려야지. 아쉽다.
그만큼 설문조사가 솔직했다는 뜻도 된다.
여론 조작(?)은 정말 싫어하는 개발사라…. 사실 어떤 직업이 선택돼도 문제는 없는 게 여름방학에 나올 직업인 미스틱과 블레이드댄서도 개발은 이미 끝나 있다. 신규 직업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지금 하반기에 나올 직업을 작업하는 중이다.
경매장을 이용한 작업장도 드문드문 보이는데, 작업장 차단은 어떻게 되고 있나?
일단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중개소를 사용하도록 유도한 건 개인간 거래보다 중개소가 훨씬 확실한 자료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상한 거래를 하는 악성 계정은 모니터링 중이다. 물증을 잡는 순간 제재가 들어갈 것이다.
불만도 있지만 좋은 성과도 있는데,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에 오픈한 게임들에 비해서 작업장이 절반 이하로 적다. 기술적으로도 핵에 대한 원천 차단이 돼 있다. 요즘은 단순한 오토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방에 모든 적을 처치하는 속칭 ‘한방핵’을 쓰는 상황인데 <던전스트라이커>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나온 프로그램 중에도 길을 찾아주고 유저들처럼 자동으로 진행해주는 오토는 있지만 효율이 좋은 편은 아니다. 덕분에 골드가 수십 배 풀리는 경우도 없더라.
서비스 성적에 비해서 정말 많은 불만을 듣고 있다. 기획방향까지 수정했는데, 힘들지는 않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의도대로 되는 게 어디 있나? 원래 온라인게임의 라이브 개발이라는 게 게임을 살아 있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만들면 유저들이 저렇게 하고, 그러면 ‘예상은 이랬는데 유저는 저렇구나’ 그러면서 다시 그 부분에 맞춰 게임을 자르고 보완하고… 그래야 한다.
사실 환갑이 될 때까지 보스를 처치했는데 아직도 재료 하나 없다. 이게 우리의 의도는 아니지만 확률은 그렇게 발생했으니까. 그런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유저들에게는 고맙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너무 당연한 소리 같지만 앞으로도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