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게임테크 2013에서 ‘게임 기술로 말하는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한 에픽게임스의 대표 팀 스위니. 그가 FPS게임 <언리얼>을 개발하면서 만든 언리얼 엔진은 현재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상용 게임엔진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 기술을 이끌고 있는 그가 이번 방한에서 가져온 주제는 ‘멀티플랫폼으로의 확장’과 이를 통한 기회 및 도전. 그의 강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지만, 에픽게임스 스스로도 기존의 콘솔 중심 노선에서 멀티플랫폼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언리얼 엔진 4는 물론이거니와 에픽게임스의 신작 <포트나이트>도 멀티플랫폼에 대응하고, 팀 스위니 자신도 글로벌 멀티플랫폼 개발자라고 말한다. 그의 생각을 보다 자세히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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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의 요점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팀 스위니: 첫 번째 메시지는 게임업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분유료화 모델의 경우 한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약 10년 전에는 아시아와 남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모델이었지만, 지금은 북미와 유럽에서도 대부분 부분유료화를 채택하고 있다.
부분유료화가 확대되면서 경쟁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다. 한국 개발사에게도 글로벌 진출이 더 용이해진 반면, 미국이나 유럽 개발사들도 한국에서 경쟁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멀티플랫폼 환경으로 대부분의 기술이 모아지면서 하나의 게임을 개발할 때 다양한 플랫폼으로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이제는 예전처럼 특정 플랫폼에 한정된 맞춤 개발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강연에서 에픽게임스가 언리얼 엔진 4로 개발 중인 <포트나이트>를 예로 들었다. <포트나이트>는 어떤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인가?
음… 일단 PC온라인 버전으로 먼저 선보이고, 전체적으로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마이크로트랜젝션(소액결제)을 기반으로 하고, 처음 다운로드할 때부터 무료로 진행할지는 고민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각하고 있다.
에픽게임스가 언리얼 엔진 4로 개발 중인 <포트나이트>.(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포트나이트> 티저 트레일러
멀티플랫폼 이야기 중 웹 게이밍을 언급하면서 <언리얼 토너먼트 3>를 예로 들었다. 에픽게임스에서는 이를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그럼 에픽게임스의 첫 웹게임은 <포트나이트>가 되는 것인가?
<언리얼 토너먼트>를 웹 버전으로 만들어 상용화할 계획은 물론이고, 기존 에픽게임스의 타이틀을 웹으로 선보일 계획은 없다. <포트나이트>도 에픽게임스 최초의 PC온라인 다운로드 게임으로 선보이고 향후 멀티플랫폼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정도다.
일단 다양한 웹 브라우저 업체, 파이어폭스·구글·크롬 등과 협력해서 언리얼 엔진 4로 개발되는 모든 게임을 웹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콘솔에서도 멀티플랫폼 환경을 이야기했다. 특히 PS4를 강조한 반면 Xbox One의 언급은 별로 없었다. 개인적인 견해와 차세대 콘솔의 전망을 말한다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여전히 콘솔의 중요도가 높을 것이다. 물론 세대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의 게이밍 문화는 TV 앞에서 플레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Xbox One은 과거부터 Xbox Live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있는데, 이런 팬층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차세대 콘솔 시장에 대한 견해를 말한다면, PS4에게도 경쟁자(Xbox One)가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소니와 MS, 양사가 경쟁하면서 개발자들에 대한 지원도 좋아질 테고, 게임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팀 스위니는 강연에서 유독 PS4를 강조한 반면 Xbox One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멀티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멀티플랫폼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클라우드 게이밍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말한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멀티플랫폼에 대응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비디오를 스트리밍하면서 어쩔 수 없이 몇 초의 데이터는 버퍼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인터넷 인프라가 좋은 환경이라면 모르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대응하기에는 힘들다.
언젠가 전 세계의 인터넷 인프라가 좋아진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자 한다.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유니티 엔진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 4도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성능 엔진이라는 인식이 많다.
언리얼 엔진 4의 비전은 단일 엔진으로 모든 사이즈, 즉 인디게임부터 AAA급 프로젝트를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솔직히 언리얼 엔진 3는 개발 초기부터 고성능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덕분에 개발자들도 엔진에 익숙해지는 데까지 학습이 필요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리얼 엔진 4는 누구나 사용하기 쉽고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1~2년 안에 최선을 다해서 모바일을 비롯해 모든 플랫폼에서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언리얼 엔진 4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복잡한 게임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툴로 진화했다.
E3 2013에서는 AAA급 콘솔 타이틀이 대거 선보인 반면 PC 타이틀은 보기 힘들었다. 또한 북미·유럽에서는 MMO 장르가 유독 보기 힘든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전 세대에서 콘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MMORPG 장르를 콘솔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북미 시장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이에 범접할 수 있는 게임 자체가 없었다. 경쟁할 수 있는 게임들의 씨가 말라버린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즉 북미의 MMORPG 시장은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차세대 콘솔 타이틀로 선보인 <데스티니>와 <디비전> 등도 온라인에 대응하는 오픈형 MMO로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싱글 플랫폼으로 전통적인 콘솔게임의 형태로 개발됐다.
북미와 유럽의 MMO 시장은 한국이나 중국처럼 활력이 있지 않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중국 텐센트로부터 M&A 형식의 지분투자를 받았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는 시장 대응의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매번 고민한다. 과거의 전략은 북미·유럽 시장이 콘솔 기반이다 보니 Xbox360과 PS3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독점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이어 나갔다.
텐센트와 손잡은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중국의 PC온라인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와 손잡고 시장을 배우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중국 외의 시장은 스스로 개발해서 타이틀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자 한다. 텐센트가 지분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에픽게임스의 경영과 통제를 하지는 못한다.
물론 텐센트가 에픽게임스 이사회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내가 대표로 계속 있는 한 에픽게임스는 독립회사로 남을 것이다. 텐센트는 약 40%의 지분을 가진 우리의 파트너로 중국 시장에서 PC 및 모바일 시장에 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