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이 북미 게임 베테랑들과 손잡고 온라인게임 개발 전선에 나섰다. 과거 EA와 블리자드 등을 거치며 게임업계 경력을 쌓은 그는 이제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개발사 ‘몰튼(Molten) 게임즈’의 대표이사(CEO)가 됐다. ☞ 관련기사: 엔씨소프트, 한정원 대표의 몰튼 게임즈에 투자
그와 함께하는 베테랑 중에는 블리자드의 e스포츠와 커뮤니티 책임자였던 폴 델라 비타(Paul Della Bitta) 최고 상품 책임자(CPO),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의 시니어 프로듀서였던 블레인 스미스(Blaine Smith) 크리에이티브 개발 부사장 등이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몰튼 게임즈에 수 백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대목이다. 몰튼 게임즈는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한정원 CEO, 폴 델라 비타 CPO와 나눈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왼쪽부터 폴 델라 비타 CPO, 한정원 CEO.(사진 제공: 몰튼 게임즈)
TIG> 먼저, 몰튼 게임즈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정원: 저는 폴(폴 델라 비타 CPO)과 같이 블리자드에서 여러 해 동안 일했었습니다. 제가 북아시아를 맡고 있었고 폴은 글로벌 커뮤니티 개발과 e스포츠의 총괄 수석이사였습니다. 우리는 서로 블리자드를 떠나기로 한 후에 같이 회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IP(지적재산권)와 게임 플레이에 대한 결정권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당시 SOE에서 새롭게 개발이 들어간 신작의 수석기획자였던 블레인 스미스와 만나게 된 후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TIG> 언제부터 설립을 준비했나요?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시점도 궁금합니다.
한정원: 2012년 말에 회사를 설립하고 몇 개월 동안 준비했습니다.
TIG> ‘몰튼’(Molten)이라는 회사명에 담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정원: 코어(Core) 게임을 만든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Molten Lava’(녹은 용암)와 같이 말이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사무실을 설립할 당시 외부 협력업체들이 저희 회사명을 Mole(두더지) 10(텐, ten)으로 알아들었답니다. 회사명과 관련된 첫 번째 재미있는 이야기죠. 두더지는 그다지 무서운 동물은 아니지만 블레인 스미스가 게임 내에 무서운 슈퍼 두더지를 몇 마리 넣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코어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몰튼 게임즈의 로고.
TIG> 현재 개발팀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사이트를 보면 전 분야에 걸쳐서 개발자를 찾는 것 같습니다.
한정원: 현재 30 명이 넘었고, 계속 채용하는 중입니다.
TIG> 한국 개발자도 몰튼 게임즈에 지원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일 채용되면 샌디에이고에 가서 일하게 되는 건가요?
한정원: 자격요건만 되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지원해도 되죠. 물론 샌디에이고에서 근무를 해야겠죠.
TIG> 채용 공지 내용을 보면 언리얼 엔진이 언급돼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나요?
한정원: 현재 언리얼 엔진 4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몰튼 게임즈 공식 홈페이지(//www.moltengames.com/)에서 진행 중인 공개 채용.
TIG>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몰튼 게임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만나서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나요?
한정원: 김 대표님은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매우 경험이 많고 성공적인 CEO이자 진정한 게이머죠. 김 대표님을 대신해서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저희 회사의 비전, 게임 기획 및 전략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가진 것 같습니다.
TIG> 몰튼 게임즈가 만드는 게임을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게 되나요?
한정원: 엔씨소프트에서 서비스하게 된다면 영광이죠.
TIG> 몰튼 게임즈의 첫 번째 게임에 대한 소식은 언제쯤부터 들을 수 있게 될까요? 혹시 대략적으로 잡고 있는 론칭 시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정원: 2015년 여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TIG> 최근 한국도 그렇지만 모바일게임이 급부상하면서 온라인게임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몰튼 게임즈가 바라보는 온라인게임의 미래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한정원: 물론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만,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봤을 때 PC 플랫폼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제일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PC 플랫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은 MMOG입니다. 보다 전략적인 시각을 갖고 시장에 접근한다면 PC 플랫폼에서 더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라보고 있는 코어게이머 시장 역시 PC 플랫폼에서 가장 크게 형성돼 있다고 봅니다.
TIG> 몰튼 게임즈 공식 페이스북에 한 장의 일러스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게임과 연관이 있나요?
폴 델라 비타: 초기 프로토타입에서 사용된 일러스트이기는 합니다만, 저희가 최종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아트 스타일과 맞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몰튼 게임즈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한 장의 일러스트.
TIG> 첫 번째 게임은 부분유료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이 추구하는 이른바 ‘착한 유료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몰튼 게임즈가 추구하는 부분유료화는 어떤 것인가요?
폴 델라 비타: 저희는 게임 플레이에 가장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현재 가장 좋은 부분유료화 모델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연구 중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반응을 보고 사업모델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부터 부분유료(Free to Play)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시작을 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에 많은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부분유료화 모델은 이미 자리를 잡았으며 이제 북미 시장에서도 점점 이러한 모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TIG> 온라인게임에서 완성도를 갖추는 일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플레이어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인데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 나갈 생각인가요?
폴 델라 비타: 저희 개발팀이 목표로 삼은 수준은 트리플-에이(AAA, 최상급) 게임인 만큼 완성도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소비 속도 역시 중요한 문제인 점을 인지하고 있어 개발팀은 이 부분을 게임 디자인(기획)에 많이 반영할 계획입니다.
TIG> 첫 번째 게임이 기존에 있었던 전형적인 장르인지, 아니면 새로운 장르를 정의하는 게임이 될지 궁금합니다.
폴 델라 비타: 조만간 소개하겠습니다. 다만 미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1) Free to Play 게임이고
2) MOBA(AOS) 장르는 아닙니다
3) 저희 선임기획자이자 공동설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개발 부사장인 블레인 스미스는 몰튼 게임즈 설립 바로 이전에 SOE에서 미공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으며, 이전에 렐릭에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를 만들었던 장본인입니다.
TIG> 사이트의 발표 문구를 보면 ‘전통적인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에서 벗어나 게임 플레이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나와 있습니다. 몰튼 게임즈의 개발 철학을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폴 델라 비타: 회사의 만트라(주문)는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당신이 일하는 곳을 사랑하라.’(Work on what you love and love where you work)입니다.
TIG> 차세대 콘솔인 Xbox One과 PS4는 기반이 되는 CPU의 아키텍처(x86)가 PC와 같습니다. 덕분에 PC로 개발한 온라인게임이 부분유료 콘솔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쉬워졌는데요, 몰튼 게임즈가 만드는 온라인게임의 플랫폼을 PC로 한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차세대 콘솔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폴 델라 비타: 몰튼게임즈는 우선 PC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향후 다른 플랫폼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TIG> 끝으로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말 부탁합니다.
폴 델라 비타: 안녕하세요 저는 폴입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저희 몰튼에서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게임을 잘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개발해서 재미있는 게임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몰튼 게임즈가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 사무실 부근 풍경.(사진 제공: 몰튼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