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VR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3에서 자사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 세계 게이머와 개발사에게 주목받았던 오큘러스 리프트의 인기는 지스타 현장에서도 뜨거웠다.
오큘러스 VR은 최근 오큘러스 리프트 HD 프로토타입을 발표하고 더 빠른 응답 속도와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위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안드로이드OS를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모바일 콘텐츠를 어떻게 표현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은 부산 벡스코에서 오큘러스 VR의 브랜든 이리브 CEO를 만나 개발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모바일 버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큘러스 VR 한국사업을 총괄하는 서동일 이사가 직접 통역을 맡았다. /디스이즈게임 권정훈 기자
대기열이 길게 늘어선 지스타 2013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 부스.
브랜든 이리브(Brendan Iribe) 오큘러스 VR CEO 인터뷰 하이라이트 영상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 상황은?
브랜든 이리브: 개발자 킷이 3만5,000개 이상 판매됐다. 이미 출시된 개발자 킷 외에도 다양한 프로토타입이 있고,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금은 반응 지연속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머리의 움직임으로 전달된 반응을 화면에 뿌려주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50ms 정도다. 이로 말미암은 어지러움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소비자 버전에서는 15ms까지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오큘러스 리프트에 추가된 기능이 있나?
당장 어떤 기능이 추가됐다고 밝히기는 어렵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방금 설명한 것처럼 반응 지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구현하려는 가상현실은 아직 첫걸음 단계다. 다만, 소비자가 돈을 내고 구매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개선 중이고, 몇 개월 후면 이런 부분을 개선했다고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게임으로 가상현실 체험을 해볼 수 있나?
수 백 개 게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인디 게임이지만, <팀포트리스 2>나 <하프라이프 2> 등도 있다.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2나 오큘러스 VR 쉐어 웹페이지로 가면 타이틀을 40~50 가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브 VR> 같은 큰 타이틀도 출시가 예정돼 있다.
지스타 2013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들.
이번 지스타 B2C관에 체험존을 마련했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선사하는 경험이 새롭다 보니 “와! 이건 뭐지?”, “끝내준다” 같은 반응도 많은데,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며 경험한 사람은 수 십만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인원에게 보여준 이유는 아직 초기 단계고 많은 피드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 해도 ‘무겁다’, ‘덥다’, ‘시야각이 넓었으면 한다’ 등 의견이 많다. 이를 모두 수용해서 소비자 버전을 어떻게 만들지 결정한다. 피드백을 받는 것이 게임쇼에 오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 오큘러스 리프트가 PC만 지원했을 때, 한국의 게임 개발 구조는 PC가 주류였기 때문에 오큘러스 VR에게 가장 적합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게임은 아시아 시장에서 장악력이 좋다. 북미에서는 게임 환경 자체가 콘솔 위주지만, 한국은 PC온라인게임 위주다.
한국 게임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한국 게임이 오큘러스를 지원한다면 아시아의 교두보가 됨과 동시에 전 세계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오큘러스 개발자 킷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새로 나온 프로토 타입은 HD 버전으로 해상도가 1920X1080이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각각 960X1080으로 인식한다. 기존에는 720p 해상도를 지원했는데, ‘모기장 효과’라는 것이 있었다. 스크린도어 이펙트라고도 하는데 마치 앞에 모기장이 있는 것처럼 모눈이 보이는 현상이다. 이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던 것을 개선했다.
지스타 2013에서 체험할 수 있는 최신 버전의 오큘러스 리프트 HD 프로토타입.
일반 게임과 오큘러스 VR 콘텐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일반 게임은 2D 모니터에서 보기 때문에 모든 인터페이스(UI)가 화면의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MMORPG에서 미니맵이 오른쪽에 있고 스킬창이 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면 360도 화면을 지원하는 VR에서는 굉장히 어색하고 거슬린다. UI에 가려서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VR(가상현실) 게임을 만들 때는 이런 UI 구조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또한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달라지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움직이면서 플레이한다는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FPS게임에서는 시점을 내려도 캐릭터의 다리가 보이지 않으므로 몸통이나 다리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하지만 VR에서는 몸도 보이기 때문에 FPS게임에서도 캐릭터의 몸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VR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과 일반 게임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오큘러스 VR에서 자체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 있나?
지금 당장 자체 게임 개발에 대한 의사를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VR에서 어떤 경험이 좋고 나쁜지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는 단계다. 다양한 데모를 제작하고 있고 그중에서 정말 괜찮은 데모가 나온다면 게임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형태를 말하기는 어렵다.
스타 개발자 영입으로 화제가 됐다. 다른 개발자도 영입할 계획이 있나?
잘 알려진 존 카맥(John Carmack) 외에도 머셜 클라인(Marshall Cline)이라는 개발자가 있다. 예전에 C++ FAQ 책자를 펴낼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톰 포사이스(Tom Forsyth)는 밸브에서 왔는데 <팀 포트리스 VR>을 만들었다. 최고의 공대 중 하나인 일리노이 주립대학 어배너 샴페인 캠퍼스에서 로보틱스를 주관하던 교수도 10년 동안 진행하던 연구를 떠나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오큘러스 VR은 높은 수준의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고 있고 앞으로도 깜짝 놀랄 만한 개발자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오큘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 중에 8명 정도가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오큘러스 VR의 브랜든 이리브 CEO.
헤드 마운트 외에 가상현실을 위한 다른 주변 기기를 개발할 계획도 있나?
서드파티에서 주변 기기가 나오고 있는데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없다. 자리에 앉아서 가장 편한 자세에서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중에 서드파티들이 만든 기기 중에서 정말 좋다고 판단되는 것이 있으면 지원을 하거나 직접 만들 의사도 있다. 지금은 편하고 안전하게 키보드, 마우스, 게임 컨트롤러로 즐기는 것이 중요 관심사다.
모바일에서는 화면을 직접 탭하는 등 콘솔 버전과 조작법 차이가 있다. 어떻게 해결했나?
오큘러스 리프트는 단순 출력기기라서 모바일 기기에 연결해서 낀 다음에 컨트롤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 기기는 주머니에 넣고 게임 컨트롤러를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도 있다.
이번에 안드로이드OS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일단 사용자가 아주 많고, 선이 없어서 휴대성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별로 없다. 단순히 보고 탭하는 등 다양하고 간단하게 가상현실을 경험하기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게임을 가상현실로 플레이할 때 화면 크기나 시야각에 문제는 없는가?
모바일 기기는 4~5인치로 화면이 작아서 <앵그리버드>나 간단한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지만, 가상현실은 화면 크기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존 게임을 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모바일에서는 콘솔과 같은 게임을 잘 만들지 않는다. 작은 화면에 모든 UI를 모두 넣어야 하기 때문인데, 가상현실은 360도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